빌어먹을. 이 소설은 젠장맞게 슬프다.
지난번에 상권을 읽고 이제서야 중권을 읽었는데, 아, 정말 ..
왜 다들 루카스에게 그토록 잔인한걸까. 사랑한다고 말하는데도 왜 떠나버리는 걸까. 사랑한다고 말하는데도 왜 믿지 못할까. 루카스가 금발이고 잘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늙고 초라하거나 병들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상대는 루카스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루카스는 상처받은 영혼일 뿐인데. 그가 하는 말은 진심인데. 상권에서의 형제들을 가여운 영혼이라 생각하다가 중권에서의 루카스를 나는, 사랑하게 됐다. 루카스,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그 모든 대화들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고 따뜻하다. 그는 아프면서도.
그는 클라라를 만나러 간다. 그는 클라라를 기다린다. 그는 클라라의 바구니를 들어준다.
-나랑 같이 가요.
집 앞에 이르자 루카스가 물었다.
-들어가도 될까요?
-우리집에는 아무도 들어온 적이 없는데.
-왜지요?
-난 이 마을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이제 날 알게 되셨잖아요.
그녀가 웃었다.
-좋아요. 들어와요, 루카스 씨. (p.65)
-매일 이렇게 날 기다리지 좀 말아요.
-왜요? 그게 싫으세요?
-그래요. 우스워요, 아무 쓸모없는 짓이에요.
루카스가 말했다.
-난 당신과 함께 걷는 게 좋아요. ( p.67)
할 수 있다면 이 책 한권을 통째로 옮겨오고 싶다. 클라라는 루카스에게 '두번 다시 안 볼테니까 어서 가봐요' 라고 화를 내며 얘기한다. 그녀는 낡은 옷을 입고 있고, 회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고, 그녀는 루카스보다 훨씬, 아주 훨씬 나이가 많다.그러나 루카스가 다시 그녀를 만나러 갔을 때는 그만, 술에 취해서, '난 당신을 찾고 있었어.' 라고 얘기한다. 아. 쿡쿡 쑤신다. ㅠㅠ 어떻게 당신을 두번 다시 보지 않을수가 있겠어요. 하아- 그녀는 그에게 '난 거의 엄마 뻘은 되겠다' 라고 얘기하면서도 한참 뒤 여기 있어줘, 라고 얘기한다. 그녀의 마음이 마치 내 마음을 보는 듯 뻔하게 보인다.
그러나 루카스는 그녀의 집에, 금요일 밤, 다른 남자가 머물렀다 간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녀에게 묻는다.
-당신이 검정색 속옷을 사고, 굽 높은 구두를 신고, 머리 염색까지 했던 건 다 그 사람을 위해서였군요? (p.77)
아, 슬프다 ㅠㅠ 페이퍼 쓰다가 울겠다. ㅠㅠ 루카스는 그녀의 검정색 속옷을 불태워 버린다.
나이 많은 클라라의 침대에서 잠이 들고, 클라라의 품에서 잠이 들고, 밤이 깊어지면 부드럽고 천천히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는 루카스. 그에게 누군가 묻는다. 자네는 그녀를 사랑하나?
-저는 그 단어의 뜻을 잘 모르겠어요. 아무도 그 뜻을 모르는 것 아닐까요? 당신이 하는 그런 질문은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p.116)
루카스에겐 마티아스라는 아들이 있다. 야스민의 아이인데, 야스민은 아들을 루카스에게 맡겨둔채로 도시로 떠나버렸다. 루카스는 마티아스를 사랑하고, 마티아스는 루카스가 자신만을 사랑해주기를 원한다. 둘만 사는 그들은 이사가기로 한다.
-난 어디서 자? 거기에는 할머니 방이 없잖아.
-너는 내 방 옆에 있는 작은 방에서 자면 돼. 서로 더 가까이에서 자는 거지. (p.135)
서로 더 가까이에서 자는 거지, 라는 말이 무척 좋아서 마음이 흐물흐물해진다. 녹아내릴 것 같다. 그러나 마티아스는 학교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곱추다. 잘생긴 루카스가 다른 금발의 소년을 보는게 싫다. 그는 루카스에게
-너는 나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는 안돼, 네 형제는 물론이고. (p.204)
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금발의 소년을 보는 루카스의 손을 다치게 한다. 손이 다친 루카스는 마티아스에게 넌 나를 다치게 했어, 라고 말한다.
아이가 말했다.
-너도 마찬가지야. 넌 나를 다치게 했다고, 그래도 넌 모르지?
루카스가 말했다.
-난 네게 마음의 상처를 줄 생각은 아니었어. 넌 한가지 사실만은 알아야 해, 마티아스. 이 세상에서 내게 가장 소중한 유일한 사람이 바로 너라는 것.
아이가 말했다.
-믿을 수 없어. (p.205)
믿을 수 없는 아이의 마음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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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넌, 너는 그녀의 동생을 사랑해. 난 너희들이 부엌에 들어올 때 저들이 바로 진짜 한 가족이구나 하는 걸 느꼈어. 부모가 금발이고 잘생겼으면 아이도 당연히 금발이고 잘생겨야 하니까. 그런데 난, 난 가족이 없어. 난 엄마도 아빠도 없어, 난 금발도 아니고, 못생기고 불구야.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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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말해도, 아이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 결국 아이는 루카스를 힘들게 하고야 만다. 루카스를 울부짖게 한다. 루카스를 떠돌게 하고, 루카스를 정신 못차리게 한다. 루카스의 절규가 가슴 시려서 아 정말 미칠뻔했다. 이 책이 일요일 밤과, 월요일 아침에 내 가슴을 후벼판다.
사랑이 그렇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담아 사랑한다고 말해도 상대가 그 말을 허공에 흩뿌려 버리면, 소용이 없다. 사랑한다고 말해도 여전히 슬프다. 말하는 나와, 믿지 못하는 상대. 말하는 상대와 믿지 못하는 나. 그러니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고, 그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며 나도 그렇다고, 나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일들은, 말 그대로 기적일 수 밖에 없다.
나는 도대체 이 슬픈 책을 도무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상처받고 슬픈 사람들이 앞으로 또 어떤 사랑을 할 수 있을지,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나는 걱정이 태산이다. 사랑같은거, 이제 없다고 생각할까봐 그들의 영혼이 가여워졌다. 그 끝은 어떻게 될지 그러나 읽지 않을 수가 없다. 하 권을 사야겠다.
그리고,
비가 컴백했다. (읭?) 일요일 오후, 이효리가 컴백했다고 해서 가요프로그램을 보기위해 앉아있는데, 비가 먼저 나왔다. 나는 그간의 비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비의 노래들은 대체 뭔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태양을 왜 피하는데? 자외선 때문에?) 시큰둥 했는데 오, 오, 오, 오! 팔뚝보고 기절. 아, 쟤 팔 왜저래? 왜저렇게 멋있는거야? 나는 옆에 앉아있던 남동생에게 "왜 니 팔은 안저래?" 호들갑을 떨었더니 남동생은 "난 저런 팔 싫어." 라고 한다. ㅡ,.ㅡ
그런데 팔이 다가 아니다. 맙소사, 설마, 설마, 그거 벗으려는 거야? 위에 입은 두꺼운 쓸데없는 옷을 벗어던지니, 오옷- 거기엔...거기엔..........아, 쓰러질 뻔 했다. 바로 전(前) 무대에서 2AM 이 노래를 부르면서 젖꼭지를 보일때는 손발이 오글거렸는데, 아니 대체 왜 이런 노래에서 젖꼭지를 보여주는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비가 보여주는 배는, 비가 보여주는 허리 라인은, 아 쓰읍- 비의 무대가 끝나고 임신 8개월인 여동생과 나는 미친듯이 문자를 주고 받았다. 봤어봤어? 감동이지? 팔뚝 봤어? 언니, 배랑 허리는? 완전 섹시하지?
오늘 아침에 일상적인 문자메세지를 보내오는 여동생에게 '어제의 비가 자꾸만 생각나. 잊혀지지가 않아.' 라고 답장을 보냈더니 여동생은 나에게 이런 답장을 보냈다. [언니, 꿈에 비 나오겠다 ㅋㅋ]
끝까지 봐야 진짜. 훅- (어제 내가 본 방송은 이게 아닌데, 아직 안올라왔나보다. 암튼 이거랑 비슷.)
하아 비야, 나도 힘들구나. 널 보기가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