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보낸 원고를 받아본 출판사들은 송어낚시에 대한 책으로 간주해 원고를 돌려보내기도 했다. 어려움 끝에, 브라우티건의 재능을 간파한 선배작가 커트 보네거트의 도움으로 이 작품은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고, 출간되자마자 당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송어낚시 여행을 떠나기 전에 中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책에 대한 얘기를 가끔 들어오긴 했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것이 미국의 송어낚시 에 대한 책인줄로만 알았다. 나는 낚시에도 흥미가 없는데, 하물며 낚시에 대한 책은 더 말해 뭐해? 내가 볼 필요가 없지. 지루할거야. 그가 보낸 원고를 거절한 출판사들과 내 생각이 같았던 거다. 그래서 부자가 될 사람은 따로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낚시에 대한 책이 물론, 아니다.  

물론 나는 이 책이 좋긴 했지만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진 못한 것 같다. 책의 끝부분에 실려있는 작가와의 인터뷰를 보면, 작가는 자신의 소설을 '외견상 유머러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실감에 가득 차 있'다고 표현하는데, 사실 나는 이 책 속에서 상실감에 대한 부분을 죄다 건져내진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유머와 윗트만큼은 충분히 즐겼다. 그의 유머는 그러니까, 이런식이다. 

[포트 와인에 취해 죽은 송어] 편에 나오는 부분인데, 한방울의 포트 와인으로 무지개 송어 한마리가 살해됐고, '송어가 포트 와인을 마셔서 죽는다는 것은 분명히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일'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그는 자기가 찾아본 책들을 언급한다.

1496년에 출판된 『성(聖) 앨반즈의 서(書)』라는 책의 '낚시 도구로 물고기를 낚는 법에 관한 논문'조차도 그러한 사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1910년에 출판된  H.C. 커트클리프의 『백악(白堊) 하천에서 낚시를 하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한 소고(小考)』도 그러한 사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1955년에 출판된 베아트리스 쿡의 『진리는 낚시보다 더 이상하다』라는 책에도 그러한 사례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지 않다. 1694년에 출판된 리처드 프랭크의 『북부(北部)의 회고록』에도 그러한 사례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지 않다. 1873년에 출판된 W.C. 프라임의 『나는 낚시질을 하러 간다』에도 그러한 사례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지 않다. 1957년에 출판된 짐 퀵의 『송어낚시와 제물 낚시용 날파리』에도 그러한 사례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지 않다. 1600년에 출판된 존 태버너의 『물고기와 과일에 대한 몇 가지 실험』에도 그러한 사례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지 않다. 1946년에 출판된.....(중략) 

 

포트 와인으로 살해된 송어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책에 대한 이야기는 67페이지에서 시작해서 70페이지에서 끝난다.(중간에 한 페이지는 삽화) 그리고서는  

'그 어떤 책에도 포트 와인을 마시고 죽은 송어에 대한 언급은 나와 있지 않았다.'  

라고 말한다.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자리에 앉아 이 부분을 읽는데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 언제 끝나. 그런데 정말 이 책들을 이 작가는 다 본거야?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알콜중독자를 시카고로 보내기 위해 포장하고서는 그 포장 상자에 이렇게 써둔다. 

"유리/취급주의/특별 취급/ 유리/엎지르지 말 것/이곳을 위로/ 이 알코올 중독자를 천사처럼 취급할 것." (p.102) 

이 알코올 중독자를 천사처럼 취급할 것! 

 

작가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와 여행을 한다. 그러다가 양떼를 마주친다. 작가의 아이는 털이 많은 동물을 보면 소리를 지른단다. 

우리는 양떼를 보았다. 아이는 원래 털이 많은 동물을 보면 소리를 지른다. 그 애는 제 엄마와 내가 알몸으로 있는 것을 볼때에도 그런 소리를 낸다. (p.127)

 

내가 한참을 웃은 부분은 여기, 

그가 거기서 본 유일한 여자는 300파운드나 나가는 인디언 여자뿐이었다. 그녀에게는 열다섯 살짜리 쌍둥이 딸들이 있었다. 그는 그 처녀들과 사귀고 싶었지만, 인디언 여자는 그를 자기와 사귀도록 만들었다. 그녀는 그런 일을 아주 영리하고 능숙하게 해냈다. (p.228)

인디언 여자에게 박수를! 

마지막으로,  

"난 핫케이크와 달걀 같은 것으로 아침식사를 했지. 그리고 계부는 내 점심을 만들어주셨는데, 언제나 똑같은 파이와 싸늘하게 식은 돼지고기 샌드위치였어. 그런 다음, 난 학교로 걸어가곤 했지. 아니, 우리 셋이서. 즉 나와 파이와 돼지고기 샌드위치의 삼위일체가 말이야." (p.192)

나도 오늘 아침, 제육볶음과 김치찌개와 내가 삼위일체가 되어 출근했다.  

그리고 이제 퇴근하면 소주와 안주(이건 아직 미정이다)와 내가 삼위일체가 되어 지하철을 탈 것 같다. 

나는 오늘 나를 막 대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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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4-08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인디언 여자에게 박수!!...외견상 유머러스하면서 상실감을 내포한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을 알고있는데...갑자기 그 사람이 그립네요.

다락방 2010-04-09 10:57   좋아요 0 | URL
인디언 여자 정말 멋지죠! ㅎㅎ 저도 그런 여자가 되어야 할텐데요.(응?)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간직한채로 살아가는게 바로 인간이란 존재래요, 마기님.
:)

pjy 2010-04-08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낚시얘기 아닌거죠? ^^ 또 장바구니만 꽉~~ 들어차겠군요~~

다락방 2010-04-09 10:58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생각했던 그런 낚시얘기가 아니었던거죠!!

turnleft 2010-04-09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육볶음과 김치찌게와 삼위일체가 되어 나서는 출근길이라니.. ㅠ_ㅠ

다락방 2010-04-09 10:58   좋아요 0 | URL
그 눈물의 의미는...부러움인거죠? ㅎㅎ

오늘 아침은 미역국과 계란말이와 제가 삼위일체가 되어 출근했습니다만. 씨익 :)

turnleft 2010-04-10 02:39   좋아요 0 | URL
아아.. 부러우면 지는건데.. 부러우면 지는건데.. OTL

다락방 2010-04-11 00:13   좋아요 0 | URL
아 어쩐지 토닥거려주고 싶어요, TurnLeft님.
:)

... 2010-04-09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 전인 지금 저는 커피와 소보루빵과 삼위일체가 되어있어요. (또 일이 많아 불안해서 일찍 일어났다는...) 게다가 이승철의 [긴하루]를 듣고 있구요.

다락방 2010-04-09 11:00   좋아요 0 | URL
흐음, 그래서 지금쯤은 출근 하셔서 일 하고 계신가요?
아니 일찍 일어난 오늘 같은날 긴 하루 라뇨! 더 길게 느끼고 싶으신겁니까!!

... 2010-04-09 17:38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너무나 긴 하루인데다가 간간이 사고도 치고 있는 중이라 기진맥진이예요... 또 이렇게 한 주를 무사히 넘겼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긴 해요. 아침에 곡선정이 잘못이었어요! 너무나 긴 하루이지 뭡니까!!!

지금 번뜩 이 페이퍼를 보니 <미국의 송어낚시>란 책이 있군요 (이제서야 발견했어요, 윽) 낚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란 말이죠, 흠흠.

다락방 2010-04-09 17:46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아침의 곡선정은 꽤 중요하다구요. 긴 하루 같은건 팔랑팔랑 기분 좋을 때나 들어야지, 일도 많은데 대체 왜 긴 하루 같은걸 들은겁니까, 대체 왜요!!
할 일이 많았다면, 불안해서 일찍 일어났다면, 차라리 뉴키즈온더블럭의 스텝 바이 스텝을 듣지 그러셨어요! 흑.

한 주를 무사히 넘겼구나, 라는 안도감이 들만큼 어느정도 일은 해결되어 가고 있는건가요? 부디 기진맥진한 몸을 쉬어주어야 할텐데요..

무해한모리군 2010-04-0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와 시금치요거트빵과 삼위일체!
어젠 곱창 먹었어요. 술없이!!!!

다락방 2010-04-09 11:01   좋아요 0 | URL
'시금치요거트빵'이 한 단어에요? 이런 빵이 있어요?
그리고 술 없이 곱창을 먹는게...가능해요?

전 어제 모듬순대와 소주와 삼위일체가 되었다가, 다시 치킨과 맥주와 삼위일체가 되었다가,
결국은 택시를 타는 만행을 저질렀어요. 아, 술 마시고 택시 타는거 정말 싫어라 하는데..흑 ㅜㅡ

집이 너무 멀었어요. 흑흑 ㅠㅠ

... 2010-04-09 17:42   좋아요 0 | URL
소보루빵보다 시금치요거트빵이 훠~월씬 고급스러워 보이잖아요!!! 아, 나도 시금치요거트빵과 삼위일체가 되었어야 하루가 부드러울뻔 했어요. 소보루빵과 삼위일체로 시작한 하루는 너무 퍽퍽하고 힘겨워요... 흑.

다락방 2010-04-09 17:48   좋아요 0 | URL
시금치요거트빵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세상에 그런 빵을 누가 만들 생각을 한걸까요?

그런데요 브론테님. 저는 소보루빵 좋아해요. 사실 저는 소보루빵이라고 하지는 않고 늘 곰보빵이라고 부르긴 합니다만. 흣.
힘든 하루인데 빵으로 시작하니까 퍽퍽하잖아요. 뜨끈뜨끈한 밥으로 시작하지 그러셨어요. 좀 위로가 됐을지도 모르는데 말예요. 밥이.

무해한모리군 2010-04-12 10:51   좋아요 0 | URL
사실 시금치요거트치즈!빵이라는거 ㅎㅎㅎ
언제 사진 한번 찍어올려야겠어요.
더 부러우실텐데..

그러나 김치찌개에 밥이 쵝오!

다락방 2010-04-12 11:07   좋아요 0 | URL
김치찌개에 밥이 최고라는 말에는 물론 공감하지만,

대체 시금치요거트치즈빵이라는게 어떤 맛일까요? 생김새는요? 아 완전 궁금해요. 그거 맛있어요? 먹을만한가요?

moonnight 2010-04-09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이랑 술 마시고 싶은데!!!
금요일 저녁인데, 좋은 약속 있으신가봐요. 부러워요. 그렇지만 다락방님은 소중하니깐, 막 대하진 마세요. ;;
저는 집에 가서 어제 마시다 숨겨놓은 술이나 마저 마셔야겠어요. 흑. -_ㅠ

다락방 2010-04-10 01:08   좋아요 0 | URL
하하 로맨틱한 영화를 봤더니 그냥 아주 죽겠어요, 문나잇님.
오, 정녕 연애는 필요악인가요, 쥐약인가요. 로맨틱한 영화를 봐도 나는 전혀 움직이질 않겠어, 라고 했는데 장면마다 아주 자지러지게 넘어가버렸네요.

화이트 와인을 몇잔 하고, 맥주까지 마시고, 머리가 팽팽 도는데 가슴이 왈랑 거려서 잠을 잘 수 있으려나요. 흐흑.

저도 문나잇님과 술 마시고 싶어요. 제가 언제 한번 거기로 가거들랑 저랑 술 친구도 해주시고 같이 잠도 좀 자주세요! 헤헷 :)

니나 2010-04-10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죽헤죽- 히죽히죽-

다락방 2010-04-10 01:07   좋아요 0 | URL
으응? 이 시간에 안자고 뭐해요, 니나님? 나는 술이 좀 취해서 고민이에요. 음 나의 미카엘을 조금 읽을까 말까 그냥 잘까 말까 뭘 어쩔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