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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폴(Lucid Fall) 정규 4집 - 레미제라블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여자에게 남자는 반드시 꼭 필요한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음, 있으면 훨씬 더 인생이 풍요롭고 재미있다. 루시드폴의 앨범도 마찬가지다. 루시드 폴을 알기 전에도 나는 퍽 잘 살았다. 그러나 루시드 폴을 듣게 되니 인생이 좀 더 나긋나긋해진다.
여자가 반드시 데이트를 하면서 살 필요도 없다. 그러나 봄날의 팔랑팔랑 데이트는 한껏 사람을 들뜨게 하고 설레이게 한다. 겨울데이트보다 조금은 거리가 멀겠지만 여름데이트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것이 봄의 데이트. 루시드 폴의 앨범은 마치 봄의 데이트 같다. 아주 얇지는 않은 꽃무늬 스커트를 입고 팔랑 거리며 거리를 걷노라면 저절로 부르게 되는 콧노래. 그 콧노래같은 앨범.
하루일과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리에 눕기 전에 오늘 하루 수고했어요, 라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도 물론 자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수고했어요, 라고 말해준다, 루시드 폴은. 그러니까 으응, 나 오늘 수고 좀 했지. 이제 잘게. 아주 조금은 더 기분 좋게 잠들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앨범이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런거다.
루시드 폴을 몰라도 아무런 상관도 없고, 루시드 폴을 듣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루시드 폴은 뭐 여자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앨범, 이런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루시드 폴을 들으면 지금보다 조금 더 편안해지고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조금 더 여유로워진다. 듣지 않는 것 보다는 듣는 쪽이 살아가는데 더 낫다.
아, 덧붙이자면 나에게 수고한다고 말하는 노래의 제목은 [고등어]다.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나는 고등어는 아니지만 당신의 고등어는 되어 줄 수 있다. 당신의 고등어가 되어 당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줄 수도 있다. 그러니 나를 좀 골라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