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를 읽기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나는 불끈 주먹을 쥐기도 하고 낄낄대고 웃기도 하고 책으로 입을 가리기도 한다. 급기야 '아오마메'를 사랑하기에 이르렀다. 

아오마메만큼 고환을 걷어차는 기술에 숙달된 사람은 아마 손꼽을 정도일 것이다. 발차기 패턴에 대해서도 매일 연마를 거듭하고 실전 연습을 빠뜨리지 않았다. 고환을 걷어찰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망설임을 배제하는 것이다. 상대의 가장 허술한 부분을 무자비하게, 전격적으로, 치열하게 공격한다. 히틀러가 네더란드와 벨기에의 중립국 선언을 무시하고 유린해버리는 것으로 마지노선의 약점을 찔러 간단히 프랑스를 함락시킨 것과 같이. 잠시도 망설여서는 안 된다. 단 한순간의 망설임이 치명적인 것이 된다.  (p.276)

그러나 아오마메는 고환을 걷어차이는 아픔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해 어떤 남자에게 그 아픔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한다. 

"그건 이제 곧 세계가 끝나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아픔이야. 그거 말고는 제대로 비유할 말도 없어. 보통 아픔과는 전혀 달라."(p.277) 

아모마메는 스포츠 클럽에서 여성들에게 호신술을 가르친다. 당연히 고환 걷어차기 연습도 시킨다. 인형을 가져다 놓고 확실하게! 그러나 매니저에게 '그 걷어차기 수업'은 그만두라는 말을 듣는다. 많은 남성회원들에게 불안과 분노와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남성회원에게 불안이나 분노나 불쾌감을 주는 것에 대해 아오마메는 털끝만큼도 켕기는 게 없었다. 우격다짐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고통에 비하면 그런 불쾌감 따위는 별것도 아니지 않은가.(p.280) 

아, 정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싶었으나 책을 들고 있는 바람에 주먹을 불끈 쥐지는 못하고 그저 윽, 했다. 그치, 맞아맞아, 아오마메 아주 잘 하고 있는거야. 옆에 있었다면 힘껏 응원해 주고 싶었다. 그녀가 온라인으로 이런 상황을 알렸다면 후원금이라도 보내주고 싶어진다. 출근길의 지하철 안, 이 부분을 읽다가 나는 웃었다. 어쩐지 신나고 통쾌해서. 다 죽여버리겠다!! 

혹시라도 나를 공격하는 무모한 놈이 있다면, 그때는 세계의 종말을 생생하게 보여주리라고 그녀는 마음먹었다. 왕국의 도래를 똑똑히 직시하게 해주리라. 한 방에 저 남반구로 날려보내 캥거루랑 왈라비와 함께 죽음의 재를 듬뿍 뒤집어쓰게 해줄 것이다.(p.281)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나는 거침없이 아오마메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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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닮고싶은 눈동자
    from 마지막 키스 2015-12-01 09:34 
    어제는 e와 소주를 마셨다. 육전과 부대찌개를 안주삼아 소주를 홀짝홀짝이다가, 그렇게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가, e 는 아오마메를 얘기했다. 고환 걷어차기를. 아! 아오마메, 고환 걷어차기!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급반가워하며 맞아,맞아, 그랬지! 대화를 이어갔고, e 는 갑자기 좋다고 했다. 자기 주변에는 책 읽는 사람이 없어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없는데 너한테는 망설임 없이 해도 된다, 고 하면서. 그치, 좋지? 하며 얘기하다가 갑자기 일큐팔사를 다
 
 
turnleft 2009-09-18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하게 살면 종말은 굳이 안 보게 해주시는거.. 맞죠?;;

다락방 2009-09-18 09:52   좋아요 0 | URL
그럼요! 착한 남자에게 종말은 오지 않아요. :)

무스탕 2009-09-1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제목이 다르게 해석이 됐어요.
1Q84 = 한 킥에 팔자 사납게 바뀔수 있다.
오.. 급 땡기기 시작..

=3=3=3

다락방 2009-09-18 09:54   좋아요 0 | URL
오옷, 무스탕님. 정성이의 센스는 무스탕님에게서 받은 것이로군요!!

'조지 오웰'의 『1984』를 의식하지 않고 읽다가 불현듯 확-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 분명 이 책속에 있어요. 내가 1984를 읽어서 다행이구나, 싶었답니다. 흐흣.

2009-09-18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8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9-1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저는 오늘와요~
온다고 문자왔어요~

다락방 2009-09-18 09:55   좋아요 0 | URL
우리를 공격하는 무모한 놈들에게 우리, 세계의 종말을 생생하게 보여주자구요!!

무해한모리군 2009-09-18 10:27   좋아요 0 | URL
전 자전거 타고 도망가는 놈들에게 돌을 던져서 맞춰본적이 있어요 힛~

머큐리 2009-09-18 11:57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이미지랑 잘 어울린다...돌 던지는 여자...ㅋㅋ 아~ 오이지가 착해야 할텐데..

다락방 2009-09-18 12:56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자전거 타고 도망가는 놈들에게 돌 던진 휘모리님, 정말 사랑해요. 온 마음을 다해서요-


머큐리님/ 오이지군은 착할거에요. 휘모리님의 선택은 믿을 수 있잖아요. :)

마늘빵 2009-09-1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아직인데... 읽을 책이 너무 많아요.

다락방 2009-09-18 09:56   좋아요 0 | URL
아, 아프락사스님. 저도 완전 책 작렬. 책의 압박. 무얼 먼저 읽을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집어든거랍니다. 전 내년 연말까지 책 안사도 되요, 정말. 흑 ㅜㅡ

레와 2009-09-1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오웰의 [1984]를 먼저 읽고 하루키의 [1Q84]를 읽고 싶은데,
도무지 그럴수가 없어요. 다락방님 페이퍼를 보고 나니 더더욱!!

밑줄 그은 부분이 어쩜 이리도 마음에 쏙쏙 드는지, 미치게 좋군요!ㅎ

다락방 2009-09-18 12:57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저는 『1Q84』가 나오기도 전에 『1984』를 읽었다는 사실이 미치게 흡족해요. ㅎㅎ


좋죠, 좋죠? 미치게 좋죠? 씨익 :)

머큐리 2009-09-1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는 일부러 멀리하는 작가에요...글도 넘 많고...그래도 언젠가는 읽게 될 것 같다는거...
당분간 쌓여있는 책들이 좀 정리되면... 아마도 읽게 되겠죠...
그런데 이런 페이퍼...일정을 당겨야 하는 압박감을 주잖아욧

다락방 2009-09-18 13:01   좋아요 0 | URL
저는 하루키 엄청 좋아해요. 그리고 압박감 가지지 마세요, 머큐리님. 압박감은 싫어요. 흑 ㅜㅡ
머큐리님이 하루키를 만나고 나면 어떠실지 궁금해요. 과연 좋아하시게 될까요? 아, 궁금하다.(이건 어쩐지 더 심한 압박감을 줄 것 같은 ㅎㅎ)

보석 2009-09-1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할 것 같습니다.ㅎㅎ 책에 대해 관심이 생기는데요.

다락방 2009-09-18 13:01   좋아요 0 | URL
저 막 지하철에서 연필 꺼내가지고 줄 박박 긋고 포스트잇 붙이고 그랬어요. ㅎㅎ

... 2009-09-1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라인으로 후원금 보내며, "다 죽여버리겠다"를 외치는 다락방님, 얼굴을 바꾸셨네요.^^*

다락방 2009-09-18 14:45   좋아요 0 | URL
네. 요즘 기분이 꿀꿀하고 해서 좀 바꿔봤어요. 헤헷 :)

2009-09-18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8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8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8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람혼 2009-09-19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주에 다 읽었답니다. 너무나 흥미진진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더군요. 덕분에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도 부쩍 많이 듣게 된 지난 주였습니다. 아오마메(靑豆)의 어법을 차용하자면, 저는 어쩌면 '200Q'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창문 너머로 세 개의 달이 보이는군요... 저로서는 '처음 읽어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었는데, 다락방님의 포스팅에 반가운 마음으로 댓글을 답니다.^^

다락방 2009-09-20 14:03   좋아요 0 | URL
아, 람혼님. 다 읽으셨군요! 너무나 흥미진진했다면, 앞으로 람혼님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더 만나볼 생각이 있으시겠어요. 저 역시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여전히 바쁜중에 짬을 내어 들르셨나봐요, 람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