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브론테님의 페이퍼에서 이 책을 알게 되어 읽었다. (아, 난 정말 브론테님 참말로 좋아해요!)   

 

젊은 시절,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고 결혼에 이르고 그 완벽할 줄로만 알았던 결혼이 순간순간 짜증으로 변하고. 

 

정말이지 폴린은 좋은 사람이었다. 그건 마이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둘이 함께 사는 게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p.230)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처음 부모가 된 사람들은 자기 자식이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아기인 줄 안다. 다른 아기들은 태어난 적도 없고, 온 세상이 수세기 동안 그 아기의 탄생을 숨죽여 기다려온 줄 안다.(p.278)




 

폴린과 마이클이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들어 죽을때까지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책은 단순히 메리지만이 아마추어는 아니라고 말해준다. 한 두번 하는 것이 아닌 늘상 살아가는 삶 자체도 우리에겐 아마추어가 아닌가.

이 책은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와  

 『레볼루셔너리 로드 』 

사이쯤에 위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좀 진지한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고, 또 그래서 내 맘대로 캐스팅을 해보았다. 

 

 

 

일단 순간적으로 사랑에 빠지고 충동적으로 전쟁에 참가하지만 다른 병사가 '실수로 쏜' 총알을 맞고 다리를 절게 되는 마이클 역에는 (내가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제임스 맥어보이'가 어떨까 싶다. 





어쩐지 사랑에 잘 빠질 것 같고 어쩐지 우유부단할 것 같고 어쩐지 커다란 야망은 가지고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순전히 개인적인 시각. 

 

눈이 번쩍 뜨일만큼 미인이지만, 지나치리만큼 섬세하고 말이 많으며 언제나 행복하고 싶어하는 폴린 역에는 '레이첼 맥아담스'가 어떨까.  



 

제대하는 마이클에게 단숨에 뛰어가 안기는 역을 그녀만큼 잘 할 수 있는 여자가 있을까. 그러나 좀 더 나이 많은 폴린의 역할을, 조금씩 신경질적이 되어가는 여자를 그녀가 연기할 수 있을까?

 

 

가끔 좋은 책을 읽을 때는 아, 이건 누가 좋아하겠구나, 아 이건 누구한테 추천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Jude님이 떠올랐다. Jude님이 읽는다면 참 좋아할 만한 책이다 싶었다. 사실은, 좀더 솔직해지자면, Jude님 말고는 다른 사람은 떠오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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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6-16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당장 지르러 갑니다!


---어므낫, 이 소설, 앤 타일러 선생의 것이로군요! 종이시계와 때로는 낯선 타인처럼 을 너무 좋아했는데, 이럴 수가! 다락방 님 정말 고마워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페이퍼 업로드용 사진을 찍으며 앤 타일러의 책을 제일 위에 놓았더랬어요. 비슷한 때에 앤 타일러를 통해서 교차편집을 이루는 느낌이에요.

다락방 2009-06-16 13:12   좋아요 0 | URL
저는 앤 타일러를 처음 만났습니다. 읽다가 서늘하고 씁쓸한 인생이 느껴지면서 Jude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런데 역시나 Jude님께서 이미 좋아하시는 작가였군요! 어쩐지 제 예감이 틀리지 않은것 같아 마구 뿌듯해져요. 하핫. 으쓱.

2009-06-16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6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09-06-1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빨리 읽으셨네요. 게다가 캐스팅까지! 예전에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을 읽고 너무너무 좋아서 지인께 선물해 드린적이 있었어요. 그 분이 책을 다 읽고 메일을 보내셨는데, 글쎄 각각의 등장인물에 대한 본인의 캐스팅계획을 쓰셨더라구요 (그 분은 영화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말이죠!) 다락방님의 캐스팅 플랜을 보니, 갑자기 그 생각이 나네요. 하하하.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책을 추천한 저는 아직 구매하지 않았어요. Anne Tyler에 대한 사적인 괘씸함이 있거든요. "아마츄어 메리지"에 대해서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앤타일러의 신작들도 눈 여겨 봤었는데, 한 2-3년 전쯤에 이 작가가 "Digging to America" 란 작품을 내놨어요. 살까말까 고심하던 차에, 들려오는 소리는 글쎄 이 작가가 한국에 대해 아주 백치 수준이라는 이야기였답니다. 그 소설에 한국의 입양아가 나오던가 하는데, 기모노를 입었다고 하고, 한국에 대해 기본지식 전혀 없이 일본, 중국과 비슷한 문화로 그려냈다고 해서, 미국의 한인사회에서 항의를 하고 그랬거든요. 물론 작가의 작품만을 봐야 겠지만, 확실한 지식없이 글을 써댄거에 대해선 괘씸하더라구요.

그런데, 지금 다락방님의 이 페이퍼와 리뷰쓰신걸 읽어보니 구매욕이 확 살아나는데요? 추천과 땡스투 날립니다. 요즘 바빠서 책이 잘 안 읽히는데, 또 한권이 추가되다니... 흑.

비로그인 2009-06-16 00:53   좋아요 0 | URL
어므낫 브론테 님, 소설가가 한국인을 기모노를 입혀 등장시키는 건 취재 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글은 기막히게 잘 쓰는 양반이 왜 그러셨을까요.--외국인 친구에게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가 무척 비슷하게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만(공부하지 않고,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보면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더군요) 소설가의 그런 문장은 취재를 덜했다, 라고 밖엔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 2009-06-16 01:3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제가 오랫동안 이 작가한테 꽁해 있었어요. 이 작가가 한국에 대해 확실히 아는건 입양아가 많다는 것 하나뿐인가 보다 하구요. Digging to America 땜에 한국대사관, 한인회등등 죄다 들고 일어났었다는...


그래도, 아마츄어 메리지는 잘 쓴 작품이라네요. 좋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다락방 2009-06-16 13:17   좋아요 0 | URL
산도르 마라이의 [사랑]을 지독하게 재미없게 읽은 저인데, 어떻게 아마츄어 메리지는 재미있게 읽었을까요? 이 페이퍼 쓰기 전 주인공에 대해 고심하면서 다른책들에 대해서도 캐스팅 해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거 꽤 재미있거든요. 그러니 브론테님도 이미 영화로 만들어지든 어쨌든 해보세요. 그리고 또 이 아마츄어 메리지도 다 읽으신 뒤에 생각나는 캐스팅을 말씀해주셔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전혀 다른 인물들을 생각해 낼 지도 모르잖아요.

그나저나 (저는 잘 알지 못했지만)꽤나 알려진 작가가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사실들을 글로 써냈다니, 저 역시 괘씸하네요. 밑에 Jude님 말씀처럼 한국,일본,중국 세 나라가 비슷하게 느껴진다면 글로 써내기 전에 확인과정을 거치는것이 옳았을텐데요. 속상하네요. 칫.

브론테님, 꽁할 만해요!

네꼬 2009-06-16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지만) 다락님- 주드님- 브론테님의 대화가 어쩐지 좋아서 추천을 누릅니다. (사실은 약간 샘이 나서 이런 식으로 발 담그는 거예요.)

다락방 2009-06-16 13:19   좋아요 0 | URL
네꼬님.
내가 고기 잔뜩 사줄게요. 그러니 샘내지 마요. 난 고기와 소주와 네꼬님의 하모니가 좋아요. 므흣 :)

마노아 2009-06-16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페이퍼 너무 좋아요. 이렇게 단상을 모아서 추천해주는 페이퍼만 모아도 너무 기분 좋은 책이 될 것 같아요. 사랑스러운 알라디너들~!

다락방 2009-06-16 13:20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이런 제가 맘에 들어요? 그렇다면 이런 페이퍼 또 쓸게요. 머리 조금만 싸매고 있으면 캐스팅 할수 있으니까 서투른 캐스팅 또 해서 올릴게요. 우하핫. :D

비로그인 2009-06-16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미국 사회 내부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인기인 것 같아요. 다락방님. 오늘 이 페이퍼를 보면서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이 간절히 들어요. 음..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는 여자들의 느낌을 서술하면서도 막상 어떤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좀더 다른 구체적인 변화를 위한 모색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그렇게 쭉 여자들의 말들이 .. 혹은 결혼한 미국 중산층 여성들의 삶이 솔직하게 서술 되어지는 것 만으로도 ..어찌 보면 가정/ 혹은 결혼의 문제가 더이상 숨지 않고.. 같이 고민하게 되는 문제로 대두되는게 아닌가 싶어 반가워요.

일종의 매맞는 아내의 문제들처럼.. 남자든 여자든.. 결혼에 있어 자신의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흘러나오고 그것이 더이상 한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면서 쉬쉬 ..덮어지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었거든요.

저 책은 역시 다락방님 덕분에 알게 되네요. 음악들도 그렇고 다락방님 덕분에 알게 되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꼭 읽어볼께요.. ^^

다락방 2009-06-16 13:27   좋아요 0 | URL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에서도,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도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건,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행복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인 것 같다고 말이지요. 그래서 사실 그 순간이 즐겁거나 맘에 드는 상황이 아닌데도 타인에게는 만족하는 척 으스대는거죠. 그리고 그러한 현실을 서늘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그런 작품들이 좋았어요. 솔직하게 흘러나온다는 현대인들님의 말씀이 바로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현대인들님 덕에 신문이나 간행물을 읽다가 간혹 생각에 잠기곤 하는걸요. 앞으로도 많은 생각들, 경험들, 페이퍼로 들려주세요. :)

프레이야 2009-06-16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추어 메리지,란 말이 좋아요.
표지도 산뜻~^^
페이퍼 좋아서 추천이야요, 다락방님.

다락방 2009-06-16 13:28   좋아요 0 | URL
아마추어 메리지는 서투른 일상의 연장선상인것 같아요, 프레이야님.
이미 결혼하신 분들은 이 책을 읽으며 어떤생각을 하실지도 궁금해집니다.
추천 고맙습니다, 프레이야님!

마늘빵 2009-06-16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상하게 다락방님하고 읽는 책이 별로 겹치지 않는데, 다락방님 추천해준 소설들은 다 재밌더라. 이것두 보관함에 넣었어요. ㅋㅋ

다락방 2009-06-16 13:29   좋아요 0 | URL
나는 이상하게 아프락사스님하고 읽는 책이 거의 겹치지 않는데, 아프락사스님에게 책 추천하고 싶드라. ㅎㅎ. 이 책도 아프락사스님이 잘 읽어낼 수 있는 그런 책일 것 같아요. ㅎㅎ

레와 2009-06-1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지름신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ㅎㅎ

다락방 2009-06-16 13:30   좋아요 0 | URL
할렐루야!

오늘도 (소심하게)질렀다능 ㅋㅋ

2009-06-17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7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