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4장까지 읽고 페이퍼를 쓴 뒤 오래 멈춰있다가, 다시 읽기 시작했다. 오늘은 걸으면서 전자책 번역본으로 6장을 들었다. 4장에서는 둘이 첫키스를 했고, 그 일에 대해 알렉스가 당황해하는게 나온다. 무엇보다 그는, 그 뒤로 그 키스를 그리고 헨리를 잊을 수 없다. 다시 만나고 싶고, 그리고 다시 하고 싶다. 뭘?


5장에서는 알렉스가 혼란스러워한다. 나는 내가 그동안 스트레이트인줄 알았는데, 그런데 바이였나? 하고 말이다. 학창시절 남학생과 스킨십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게 게이라는 뜻이었나? 


나는 문득 내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나는 여중,여고, 여대를 거쳤고, 특히나 여고시절. 같은 반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특별히 인기있는 여자애들이 있었다. 그건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그런 대장 예쁜 여자 식의 인기가 아니라, 어쩐지 보이시해서 성애적 욕망을 갖게 만드는, 그런 인기 였다. 우리 반에도 그런 애가 있었고, 걔가 아마도 전교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보이시한 여자애였을텐데, 그 아이는 자신이 그런식으로 인기가 많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사복을 입어야 하는 이벤트에는 자기 오빠옷을 빌려입고 오기도 했다. 머리는 스포츠로 짧게 잘랐고, 게다가 운동부여서, 체육대회 때는 난리가 났다. 많은 아이들이 달리기 시합이 끝나면 우리 반으로 그 아이를 보기 위해 몰려들곤 했다. 나 역시도 그 아이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고 또 반하기도 한 적도 있었지만, 나한테 천 원 빌려갔다가 갚는데 오천년 걸리는 바람에 좀 짜게 식긴 했다. 역시 내 사랑은... 머리로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돈 앞갚으면 반하고 뭐고 얄짤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갚긴 갚았지만 더럽게 오래 걸리고 내가 몇 번이나 재촉해야 했다. 하여튼,


그 시절 그렇게 여고생들이 같은 여고생을 좋아했다고 해서, 반하고 편지 쓰고 좋다고 울었다고 해서, 나는 그 때 우리 학교 아이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의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절 나를 포함해 누구도 '나는 레즈인가?'를 생각하며 살았던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아이 역시 대학에 진학했는데 바로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했다. 학창시절 모두 그 아이에게 반하고 또 그 아이도 자신의 인기를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아마도 그 시기를 지내는 우리들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사랑을 하고 싶고 반하고 싶은 어떤 열망의 시기였달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니 다들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니 지금 고작 스물한살인 알렉스가, 자신의 학창시절이 어땠다한들, 자신의 성정체성을 굳이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 이상하진 않다. 그러나 헨리의 키스후 나 바이인걸까? 생각하기 시작하는데 나는 이 부분이 참 인상깊었다. 자신의 절친인 노라에게 나 사실 바이인건가? 이런거 물어보면서, 그런데 그런 알렉스가 "내가 바이일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내가 바이라니, 바이라니!" 하는게 아니라, 뉘앙스가 내내 '나 이성애자 아니라 양성애자 인건가?' 였기 때문이다. 자기 부인이 아니라, 도망이 아니라, 아, 나 그게 아니라 이건가? 나 그걸 이렇게 알게 되는건가? 하는, 그런거 말이다.


문득 한국 드라마중에 아주 오래된 드라마인데, 아주 유명했던 짤이 생각난다.


"내가 고자라니, 내가 고자라니!" 하는 그거..



아무튼 그렇게 알렉스는 바이인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는데, 사실 그들이 남자와 남자가 사랑한다는 것, 이성애가 아니라 동성애적 사랑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 이 사랑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많은 사랑이야기가 원수였다가 사랑하게 되는 것처럼, 이건 바로 그런 이야기이며, 많은 사랑이야기가 처음에 설레고 두근거리는 것처럼, 이것이 바로 그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이한건, 남성과 남성의 사랑이야기가, 어째서 여성에게 인기 있느냐 하는 것인데, 이 지점이 나는 참 신기하다. 남성과 남성의 사랑 이야기를 쓰는 것도 여성이며 독자도 혹은 관람객도 모두 여자이다. 물론, 남자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이 현상을, 그러니까 게이 로맨스의 돌풍을 여행을 다니면서 몇년전부터 체감하고 있었다. 네덜란드를 갔을 때에도 서점에 갔다가, 게이 로맨스가 가득한 책장을 보고 아니, 이런 세상인 거였어? 하고 놀랐었는데, 그 뒤로도 그런 일은 여행가는 서점에서 언제나 자주 마주치게 됐었다. 이번 2월에 호주 멜버른에 갔을 때에도 나는 아, 지금 대세는 게이 로맨스구나, 했더랬다. 내가 들어갔던 서점에서 게이 로맨스가 당당하게 쫙 깔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그 때의 서점 사진을 좀 올려보겠다.























위에 간혹 보이는 책들중 이것들이 게이 로맨스이다.






























위의 링크중 세권은 사진 속에 있고 나머지는 사진에서 아마 안보일텐데, 하여간 레이첼 레이드 라는 작가가 이 게이 로맨스로 아주 알려진 작가인듯하고 또 이 게이 로맨스 작품이 인기를 끄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더랬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드라마라도 만들어졌고 또 어마어마하게 히트를 쳤다는게 아닌가. 아, 이게 그래서 외국 서점마다 쫙 깔린거구나, 했는데, 이제 이 드라마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고 또 책도 번역되어 나온다고 한다.
















하하 이거 표지 물음표에다가 성인인증해야 구매 가능하다. 그리고 7월달에 판다는데 벌써부터 예약판매중이여... 하여간 세계는 지금 게이 로맨스 열풍인데, 확실히 로맨스 장르는 외국에서 인식이 다르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됐다. 각설하고,


이 특별할 것 없는 로맨스가, 특히나 우리가 지금 함께 읽고 있는 [Red, White & Royal Blue]가 왜 그렇게 인기일까, 라고 생각해보면, 일단 로맨스가 갖춰야 할 클리셰를 모두 갖추고 있어서 재미가 있고, 세상에 말도 안되는 '영국 왕자'와 '미국 대통령 아들' 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에서 판타지 까지 충족시켜주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문제는 내가 이 중에 누구에게도 반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로맨스가 내게 재미있으려면 내가 소설 속 등장인물에게 반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아마도 게이 로맨스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누구에게도 반하지 않고 있단 말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재미있어할만한, 혹은 인기끌만한 지점들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이 지나치게 '착하다'고 생각한다. 착하기 때문에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착하기 때문에 딱히 매력적이지도 않다. 내가 좋아하는 문학으로써의 사유를 이 책은 줄 수가 없다. 사람들은 로맨스 문학을 비하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나는 로맨스를 비하하는 사람들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로맨스야말로 인간 본연의 이야기이며 관계를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맨스를 읽으면서도 나는 그 안에서 아주 많은 것들을 가져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은 그런걸 주기 전에 이미 너무 착하게 다 깔아버려서, 사유를 차단한다. 우선,


이것은 게이 로맨스이다. 성적 소수자들의 사랑 이야기이며, 게다가 성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요즘 현대물들이 적당히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야기를 하자고 다짐이나 한듯이 써내는 걸 보면, 이 책 역시 그 흐름을 착실하게 따라갔다. 위에도 언급했던것처럼 자신이 바이라고 해서 자기 부인의 과정이 딱히 일어나진 않는다. 물론, 나는 아직 번역본 6장, 원서 5장까지 읽어서 뒤에 어떤 갈등이 더 나올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이 책은 이성애 로맨스 얘기가 아니다. 또한,


이것은 미국 유색인종 대통령이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유색인이 대통령이 되기도 힘든 미국에서(물론 이제는 오바마를 가졌던 경험이 있다), 게다가 여자 대통령은 더 되기 힘든 현실을 볼 때(우리는 힐러리를 대통령으로 가지지 못했다), 유색인종 여자 대통령이라니, 게다가 그 대통령은 주어진게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획득한 것이라 더 의미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이상향의 얘기가 아닌가 싶은거다. 이런 판타지가 어쩌면 독자들이 바라는 판타지일 것이다. 아직 가지지 못한것, 갖고자 희망하는 것, 우리는 그것을 문학에서(혹은 영화나 연극에서) 가질 수 있고, 그래서 좋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유색인종 여자 대통령은 정말이지 우리가 꿈꿔온 바로 그 이야기가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백인 여성 '우마 써먼'이 대통령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안전하게, 아주 안전하게 로맨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아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생각할 때, 성적 소수자 얘기여서도 아니고, 유색인종 여성 대통령이 등장해서도 아니다. 이것은 사랑의 당사자인 '알렉스'와 '헨리'에게 계급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한쪽은 미국 대통령의 아들, 한쪽은 영국의 왕자이다. 이들은 같은 자리에서 동등하게 만날 수 있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이 사랑에 계급에서 오는 갈등이 없다. 그래, 갈등이 없다. 내적 갈등이 없다. 한쪽이 재벌이고 한쪽이 흙수저인 이야기도 아니고, 한쪽이 교수이고 한쪽이 학생인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는 계급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러나 그런 주장이야말로 계급이 있다는 것을 역설하는 것이 아닌가.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혹은 다른 소설을 읽으면서도 우리는 종종 주인공의 갈등을 마주하게 되고, 그 갈등을 마치 내것인듯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알렉스와 헨리는 동등하다. 한쪽이 사장이고 한쪽이 고용된 직원의 관계도 아니다. 한쪽도 우두머리이며 한쪽도 우두머리다. 이 동등함은 계급 갈등을 애초에 생기지 않게 해주었고, 그래서 이 사랑은 본인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쑥쑥 커나갈 수 있다. 이것은 매우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나는 문학속에 등장하는 갈등을 마주하면서 문학이 주는 감동과 영향이 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이렇게 쓰면 마치 내가 계급 갈등을 읽기를 원하는 사람인 것 같지만, 나는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 5장에서 알렉스는 헨리와의 키스를 생각하며 혼란스러웠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있었다면, 6장에서 이들은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비로소 첫섹스를 한다. 그 섹스는 열정적이었고 매우 만족스러운 것이었는데, 그러니까 이들은 그 다음에 또 다른 곳에서 만나서, 아니 만나려고 어떻게든 애를 쓰고, 그래서 또 뜨겁게 섹스를 한다. 내가 위에 계급 갈등을 언급했던 건 바로 여기에서 이어지는데,


우선 이들이 이렇게 뜨거운 섹스를 할 수 있는건, 이들의 물리적 거리가 아주 멀기 때문이고 또한, 그래서 자주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매일 만나는 연인들과 일 년에 몇차례 만나는 연인들의 섹스의 뜨거움은, 뭐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만나봐라, 상대방을 침대 밖으로 내보내고 싶은지. 그게 그런게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발가벗고 오래 함께 있을 수 있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최대한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내자, 하게 되는건, 경험자가 아니어도 다 알 수 있지 않나. 자, 그래서 나는 그들의 뜨거움을 이해한다. 원헌드레드 펄센트 이해한단 말이다. 그런데, 계급. 그들은 최상위 계급이다. 영국 왕자와 대통령의 아들. 


이들에게도 물론, 이들 나름의 고민이 있다. 알렉스는 엄마의 연임을 위해서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 맨날맨날 헨리랑 뜨거운 밤 보내고 싶지만, 자신의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헨리는 자기 나름대로 영국 왕자인데 게이임을 밝힐 수 없고, 영국 왕자인데 사실은 글을 쓰고 싶어서 힘들다. 이런 갈등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최상위 계급의 갈등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현실을 먹고 살면서 감내해야 하는, 그런 가사 노동의 갈등이 없다. 그들은 만나서 시중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집으로 돌아와 빨래를 돌리거나 청소기를 돌리지 않아도 되며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이건 그들 둘다 마찬가지다. 이 점에서 이 사랑은 앞으로 나아가기가 쉬워지고 또 진행되기도 쉬워진다. 만약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중간 계급이나 하층 계급의 사랑이라면, 진행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다. 둘이 오랜만에 만나서 어디에서 섹스를 할까? 호텔? 그렇다면 좋은 호텔을 잡을 수 있을까? 알렉스의 집? 그렇다면 섹스 후 침대 커버는 누가 빨지? 아침에 일어나 밥 먹으면, 그 설거지는 누가 하죠? 수챗구멍 머리카락은 누가 치우나요? 너 왜 신발 신고 침대에 올라가? 이런 사소한 갈등들을, 이들 계급은 서로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팔자 편한 로맨스인 것이다. 


물론 이건 당사자성 없는 발언이다. 나는 대통령의 자식이 되어본 적이 없고, 전생에도 왕자로 살았을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아마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노비 계급 이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는데, 그러니 그들이 가질 경험이나 갈등을 나는 감히 상상조차 못할 것이다. 내 중심적으로 내가 볼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이 책을 읽을 뿐이다. 이런 지점이 아쉽고 또 이런 지점이 편하다, 라고 하지만, 그런데 문학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가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읽고 싶어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사이언스 픽션도, 그리고 해리 포터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우리는 사랑하지 않나. 대통령의 아들과 영국 왕자는, 아마도 그런 바람으로 사랑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영어책, 영어라는 것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해보자면, 

알렉스가 절친 노라에게 헨리와의 일을 얘기하면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그런데 헨리랑 내가 어떤 사이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I don't know what we … are." -p.121


"나도 우리가 뭔지  이제 모르겠다고." -전자책 중에서


나는 "I don't know what we … are." 라는 문장이 좋았다. 이 문장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이건 확실히 '우리가 뭔지 모르겠다'는 번역어가 주는 느낌과는 다르단 말이지. 가끔 영어만이 줄 수 있는 그 느낌이 아주 좋을 때가 있고, 이게 바로 영어가 혹은 외국어가 재미있어지는 지점인 것 같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팝송 제목중에는 'What happend to us' 가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한국어로 '우리한테 무슨 일이 잇었던거야?' 라고는 말하지 않지 않나. 그런데 영어로 What happend to us 는 .. 너무 좋지 않나?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이런 영어가 주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또 내가 영어로 좋아하는 문장, 느낌이 좋은 문장은, 역시 팝송 제목인데, Should've Said No 가 있다.이것도 너무 좋지 않나. 아니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이래서 영어로 쓰여진 책을 영어로 읽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나도 영어책을 읽기 전에는 번역서랑 같은 이야기인데 그게 뭐가 그리 다르단 말인가, 했단 말이지. 그런데 확실히 다르다!! 나는 영어로 쓰여진 책을 영어로 읽을 때, 그 감동이 번역서보다 훨씬 컸던 때가 자주 있었다. 마찬가지로, 한국어로 쓰인 책은 한국어로 읽는게 최고인 것 같고 말이다. 늬들이 한국어의 맛을 알아?



아직 많이 남았다. 더 읽어야 한다. 그건그렇고,


다시 일하면서 했던 일을 다시 하는 거라 금세 익숙해지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하고 버벅대고 있어서, 덕분에 지난 한 주가 너무나 바빴다. 글을 쓸 시간이 없었어. 그 와중에 친구로부터 재출근 축하한다는 선물을 받았고, 그래서 오랜만에 캐나다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사실, 사무실에서 신으려고 6천원짜리 슬리퍼를 주문해두었더랬다. 그런데 택배가 왔고, 나는 당연히 그거려니 생각하고 뜯었다. 그런데 샤넬 이 보이는거다.



나는 혼자 속으로 웃으면서, 이 가게 대단하네, 굳이 샤넬 이라고 쓸 것 까지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꺼내는데, 아니 심지어 샤넬 쇼핑백도 있는겁니다.



껄껄.. 아니 이렇게 샤넬 흉내내기에 진심일 필요가... 왜죠? 괴랄하네. 나는 그저 6천원짜리 슬리퍼를 시켰을 뿐인데...


그리고 내용물을 꺼냈는데,



정말 샤넬, 레알 샤넬 이었다!! 꺅 >.<

아, 맞다. 친구가 내게 선물 보냈지, 맞아, 친구 선물도 올 것이었어. 슬리퍼가 아니었다!!

나는 이 친구로부터 같은 향의 향수를 선물 받았더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향의 바디로션이 선물로 도착한 것이다.


마이


개좋아..열라 좋아, 짱 좋아..


나는 싱가폴에 갈 때 향수를 두 종류 챙겨갔다.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연노운 우드 였고 다른 하나가 샤넬 이었다. 언노운 우드를 매일 뿌리다가 어느날은, 자 샤넬을 뿌려볼까, 하고 샤넬을 뿌렸는데, 와, 바깥에 나갔는데, 내게서 나는 냄새가 너무 좋은거다. 아, 너무 좋아 기분 좋아 기분 아주 나이스해, 하고 그 뒤로 계속 샤넬을 뿌렸다. 향은, 바로 내게 이런 기분을 안긴다니까? 


그런데 그건, 내게 좋은 향이어야 한다. 내가 맡아서 좋은 향이라고 반드시 내게 맞는건 아니어서, 내가 나에게 뿌리거나 혹은 발랐을 때, '내게서 이런 냄새가 나는게 싫다' 할 때가 있다. 최근에 바디오일 샀다가 두 번이나, 딱 한 번쓰고 모두 여동생에게 주었더랬다. 여동생으 좋다고 하는데, 나는 내게서 이런 향이 나는게 너무 싫어가지고, 하, 한 병에 45,000원씩이나 하는데, 한 번씩만 쓰고 줬어. 헉슬리 제품이었는데 하나는... 뭐더라..하여간 쓰고 윽 별로야, 너 줄게, 하고 동생에게 말했는데, 그리고나서 헉슬리의 '선셋포그'를 또 샀단 말이지. 나 이거 샀어, 했더니 여동생이 '우하하 또 내것이 되겠군' 했단 말이야? 그래서 설마 그럴리가.. 했는데 한 번 쓴 다음에 '역시 니꺼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헉슬리는 탠저린이 유일하게 좋은 오일이네요... 탠저린으로 돌아갑니다...



아무튼 좋은 향을 선물받았는데, 저 로션 선물받으니까, 저 바디로션과 저 향수 가지고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여행가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 여행지에서 이 향기를 내뿜고 싶다. 신이시여, 저를 도와주세요.............



그나저나, 캐나다뷰는 확실히 사진빨이 최고다!!



와, 오랜만에 긴 글 죄송합니다.

제가 쓸 것이 또 있는데(레이첼 맥아담스와 샘 레이미의 조합...) 너무 페이퍼가 길어져서 그건 다음에 쓰도록 할게요.

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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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05-10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억을 소환해 보면 여고시절 우리반에 그런 멋진 친구가 있었어요. 무려 제 짝이기도 했던. 쉬는 시간마다 각 반의 아이들이 그애를 보러 몰려오곤 했죠. 그애를 좋아해서 편지 주고 고백하고 하던 아이들이 성정체성을 고민하진 않았던 걸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이 책에서 알렉스가 한번도 그런 고민을 그동안 안 해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알렉스는 성적 접촉이 있었다는 점이었는데요. 친구랑 무려 한시간동안 찐하게 애무하기도 하고, 한번은 그 친구가 알렉스한테 손을 뻗었는데(어디에 뻗었는지는 대충 짐작가긴 하죠^^) 알렉스가 가만 내버려뒀다고도 하고... 어릴때는 헨리의 사진을 보고 반하고...뭐 그런 범상치 않은 순간들이 있었는데도 자신이 스트레이트라고만 생각했던게... 남자아이들은 그런 진한 접촉이 있었어도 그려러니 하는건가 의문이 들기도 하고... 저라면 여자 친구가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 깊은 스킨십을 하지는 못 할것 같거든요. 그게...음...친구가 그렇게 접촉해 오면 그리고 내가 만약 그게 좋았다면 성정체성을 고민해 보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암튼 이런 점은 뭐 중요한 건 아니겠죠. 사람마다 다를테니까ㅋㅋㅋㅋ
대통령 아들과 영국 왕자님이 사귀게 될 때 생활감이 없다는 점에서 참 편리한 설정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건 다락방님 이 페이퍼 읽고 그렇구나 하고 떠올린 것이고요 읽을 땐 그냥 판타지니까 이런저런 건 생각 안 하고 읽었어요ㅋㅋㅋ 그래서 다락방님 페이퍼 읽고 여러생각을 하게 되어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