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라고 쓰고 확인해보니 벌써 나흘째가 되어가는구나. 하여간 나흘전에 쓴 페이퍼에서 나는 한국 사는 친구가 놀러왔던 일을 언급했다. 친구라고 썼지만, 사실 k는 내 동료다. 그 전주에 왔던 친구 역시 회사 동료이다. E는 나보다 여섯살 아래이고 k 는 나보다 일곱살인가 여덟살인가 아래이다. 정확히 모르겠다. E 는 몇차례 해외여행 경험이 있고, 나와 함께 포르투갈과 청도도 갔던 일이 있다. 그러나 k 의 경우는 다르다. 그녀는 해외여행 경험이 올해까지 전무했으며, 내가 몇년 전에 여권을 만들라고해서  처음 만들었다. 그 때 우리는 중국에 갈 비자도 만들어서 함께 중국 여행갈 계획을 세웠었는데, 그 때 뭐였는지 어떤 이슈가 있어서 할 수 없이 그 여행을 포기해야했고, 그래서 k 는 해외여행의 경험이 없었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몇년째 연애중인데 남자친구가 해외여행을 가자고 재차 얘기해, 이번 해에 처음으로 남자친구와 일본에 다녀왔다. 가는 것도 그리고 가서도 모든걸 남자친구가 했기 때문에 자신은 할 줄 아는게 없노라면서, 이번에 싱가폴에 오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이 상당했다. 사실 그녀는 국내 여행 조차도 한 번도 혼자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게다가 워낙에 걱정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제안에 망설이고 결국 가보겠어! 했으면서도 어마어마한 쫄림을 안고 살았더랬다. 그녀는 걱정이 너무 많은데, 그래서 일단 어떤 것에서든 나쁜점을 먼저 찾아내는건지, 아니면 나쁜점 먼저 찾아내기 때문에 걱정이 많은건지 모르겠다. 나는 그녀에게 걱정말라, 공항에는 내가 데리러 가마, 하였고, 남들 다하는데 네가 왜 못하냐, 못한다고 안하면 계속 못하는 사람이 된다, 한 번 해보면 이젠 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며 그녀를 격려했더랬다. 그리고 지난주에 드디어 처음으로, 그녀가 싱가폴에 온것이다.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수하물을 얼마나 또 어떤 것을 가져갈 수 있는지 검색해보고, 싱가폴에서는 어떤 점들이 다른지도 미친듯이 검색하고서, 그렇게 그녀는 싱가폴로 왔다. 그리고 나와 함께 걷고, 먹고 마시고, 구경하고, 싱가폴에서의 내 친구들과 인사도 하고 그렇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공항에서는 나와 함께였으나, 비행기는 혼자 타야했다. Depature 로 들어가고 나서 나는 '출구 찾을 수 있지?' 라고 톡을 보냈고, 그녀는 내게 티켓을 찍어 보내며 출구가 도대체 어디 써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티켓을 보며, 아직 출구가 확정되지 않았고 15분 전에 확정된다고 써있네, 수시로 전광판 확인해보고, 타기 전에 다시 한 번 확인해봐, 라고 말했다. 잠시후 그녀는 전광판에서 출구를 확인했다고 했고, 또 한참 후에는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했다. 그리고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음을 알려왔다.


그리고 어제, 나는 그녀에게 톡을 보냈다.

한 번 그렇게 해보고나니 자신감이 뿜뿜 상승하지 않아? 그렇게 쫄렸는데, 결국 해냈잖아! 했더니, 그녀는 혼자 해야 하는 것들이 무서웠는데,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었다며, 자신감이 상승햇다고 했다. 이제 엄마 모시고도 싱가폴을 와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you did it! , 네가 해냈어, 라고 말하며, 자존감 낮아질 때마다 혼자 싱가폴에 왔다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했다. 



2주 연속 회사 동료들이 내게 왔다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동생은 내게 전화를 걸어, '누나만 한국에 있으면 간단한 일인데, 왜 거길 가있어가지고 사람들을 불러들엿!!'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내가 불러들인게 아니고, 그들이 온다고 한거지, 외국에 사는 친구가 있으니 얼마나 기회가 좋으니, 게다가 그 친구가 혼자 살면 완전 가보고 싶지 않겠니?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나는 피곤했다. 매우 피곤했다.

그러니까 그들과 일정을 짤 때만 해도, 내가 레벨4 수업이 이렇게 힘들줄은 몰랐다. 이렇게 빡셀 줄은 몰랐다. 게다가 하필이면 친구들이 오는 그 주들이 다 피크로 힘든 때였다. 일정을 짤 때만 해도 전혀 몰랐던 일이었다. 주중에 학교를 다니다가 금요일 밤에 e 를 공항에서 픽업해 함께 여행하고 달리고 먹고 마시고 다시 일요일 밤에 공항에 데려다주고, 그 다음 주부터는 학교에서 하루종일 수업하며 보냈다. 수업은 그 자체만으로 너무 힘들어서 '집에 가서 공부해야지'라는 계획이 무색하게 집에 도착하면 밥 먹고 뻗어야 했다. I'm too old to study... 그렇게 하루종일 수업하는 날들을 이어가다가 금요일에 또다시 k 를 픽업하고 여행하고 먹고 마시다가 일요일 낮에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는 월요일 있을 그룹발표 (https://brunch.co.kr/@elbeso77/134) 대본을 밤까지 외우고, 화요일에는 mock test 를 치러냈다. 그리고 수요일인 어제는 수업이 없었다. 화요일에 집에 가면서 선생님에게 'I'm happy'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test 도 끝났고 gop 도 끝났고 수업도 없으니 행복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래서 정말로 행복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서는, 고추장찌개 만들고 남은 삼겹살을 굽고, 그거 모자랄까봐 사온 치킨도 차려내서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셨다. 나는 망가질거야! 그러면서 그 힘든 2주간의 일정을 마친 내 자신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잘했다. 그런 강행군을 버텨내다니, 잘했어!! 그런데,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몸이 안좋음을 느꼈다.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아팠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니 몸도 아팠다. 하- 제기랄... 몸살 오나..


아닐거야, 그건 아닐거야.

나는 그간 너무 바빠 달리기를 한동안 하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쉬는 날이니 달려보자, 하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30분을 달렸다. 달리고 들어와서 씻고 밥을 먹고 세탁기를 돌린 뒤에, 하, 오늘은 책 좀 읽어봐야지, 했는데 몸이 아팠다. 목구멍이 아침보다 더 아팠고 온 몸이 쑤셔댔다. 하.. 잠깐만 드러눕자, 하고는 누워서 그대로 세시간을 자버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떠서는, 안되겠다, 이렇게 집에만 있으면 더 쳐진다, 나가자, 할랬는데, 몸이 아파서 꼼짝하기가 싫었다. 아... 약을 먹어야겠다. 나는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약과,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비상약이라고 준 것을 다 꺼내놓고 뭘 먹으면 좋을지 살펴보았는데, 지금 내 증상에 맞는 약이 없었다. 나는 채경이에게 물었다. 채경이는 아무 약국에서나 살 수 있는 몸살약을 추천해주었고, 나는 그걸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리고 Guardian에 가서 직원에게 이 약 있냐고 물었더니, 직원이 있다면서 그것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나는 그 직원에게 나 지금 목이 아파, 내가 침 삼킬 때 아파, 이때 이 약을 먹는게 맞아? 라고 물었더니, 흠, 이건 두통에 더 좋은 약이고, 그럴 땐 이 약을 먹어, 하며 다른 걸 주었다. 그뒤로 이어지는 말들은 내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미안해 네 말을 잘 이해못하겠어, 했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면서 다른 중국인 동료를 데려온다.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미안해, 나는 중국어를 할 수 없어, 나 한국사람이야 했다. 그러자 그녀는 문제없다며 우리는 트랜슬레이터를 쓸 수 있다고 했다. 하... 싱가폴에 온지 3개월이 지났는데, 약 살 때는 번역기를 써야 하다니 ㅠㅠ 절망이다 진짜루 ㅠㅠ 그래서 나는 채경이를 통해 내가 목이 아프고 근육통이 있으며 온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걸 읽고서는 자신이 추천한 그 약과, 목캔디 를 함께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했다. 그 약이 바이러스도 잠재워주고 고통도 금세 잠재워준다는 거였다. 함께 먹으면 효과가 더 좋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사려고 했던 약을 들어보이며, 이것도 함께 먹으면 좋아?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그건 먹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하는데, 나를 상대해준 사람이 약사였는가 보았다. 너 여기 왜왔냐, 영어공부하러 왔어, 얼마나 됐냐, 3개월 됐지, 얼마나 있을 계획이냐, 나 6개월 있을거였기 때문에 이제 3개월 후에 돌아가, 이러면서 패쓰포트를 달라해 그걸 주고 그녀는 나에 대한 기록을 피씨에 넣었다. 그녀가 매대에서 추천해준 약은 일반의약품인데 내게 준 목캔디는 전문의약품이었던 것 같다. 그것을 사는 것을 기록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계산은 저쪽에서 하라고 해서 저쪽으로 갔는데, 하아.. 일반의약품은 만원이 안됐는데 목캔디가 2만원이 넘어버리는겁니다. 나는 살짝 갈등한다. 사지말까.. 무슨 약이 2만원이 넘어 ㅠㅠ 그러나 외국에서 내가 심하게 아프다면 더 골치아프다. 눈 딱 감고 돈 쓰자! 해가지고 3만원이 넘는 돈을 약에 썼다. 



나온 김에 책 읽고 가야지, 하고 가방에 책을 챙겨 두었었는데, 쇼핑몰의 에어컨 바람이 내 몸을 너무 아프게 했다. 아니야, 집에 가자, 나는 바로 집에 와서 내가 만든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여가지고 밥을 먹었다. 그리고 얼른 약을 먹고 목캔디도 하나 입에 물었다. 신기하게도 목이 아픈 고통이 금세 사그라들었다. 약의 효과가 그런거라고 채경이가 말해주긴 햇지만 그래도 이렇게 금세 고통이 사그라들다니. 그런데 부작용은 아마도 잠이 오는 것이었는가보다. 나는 열시가 되기 전에 자버렸다. 중간에 계속 깨긴 했지만 결국 오늘 아침에 일어났다.


빡세게 살면서 잘 버텨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도 왔다가고, 발표도 끝나고, 테스트도 끝나니 그제야 몸이 긴장을 놓고 아프자 했나보다. 물론 아직 기말 시험이 남아있지만, 다음주에 있을 스피킹 시험과 기말 시험까지는 좀 쉬어야겠다. 늘어져야겠다. 어제 쉬는 날이라고 하루종일 자고 약먹고 그랬더니 몸살 찾아오는 걸 제대로 방어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도 좀 푹쉬어야 겠다.


오늘 학교에 와서 뚜안에게 '나 어제 하루종일 잤어' 했더니 뚜안이 막 웃으며서, 자신의 연습장을 보여주었다. 나는 스피킹 테스트 준비했어, 라면서. 교과서 주제들로 나온다고 해서 준비해봤어, 라고 했다. 나는 '나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하기 싫어.. ' 라고 했다. 일단은, 좀 쉬어야겠다. 



사실 지난주 금요일에도 하루종일 수업이 있었는데, 친구를 데리러 가느라도 오후 수업을 빠져버렸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 몰라 빠질거야. 그리고 그거 수업 한 번 빠졌다고, 학교 매니저한테 이메일 오고, 학교 앱에서도 내게 경고를 보낸다. 너 출석률 94프로로 내려갔어. 그리고 학교에서는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



출석률이 90프로 밑으로 내려가면 이민국에 보고해야하고, 나는 진급하는 시험을 치를 수도 없으며, 학생 비자가 캔슬될 수도 있다는 거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앞으로 잘 다닐게. 나도 일탈이라는 걸 한 번 해봤어. 


사실 대학때 학사경고 받고 다닌 사람이라서 일탈이라면 하지 않아도 충분히 해본 일이 있지만, 내가 지금 여기서 넘나 열심히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쯤 해봤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무섭게 막 이러고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잘할게...



하.. 사설 학원 다닐걸 그랬나. 내가 빠지든 말든 별로 신경도 안쓸것이고, 나는 어른들과 놀텐데.. 지금 나는 입시 치러야되는 고등학교에 와있다니까? ㅋㅋㅋ 그거랑 똑같다니까? ㅋㅋㅋㅋㅋ 이래서 공부총량의 법칙이 있나보다 한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하지 않았더니 중년이 되어서 학교를 다니고있다. 신이시여...


다음주에 중요한 시험이 두 개나 있는데, 주말에 공부하면 되니까, 이번 주중에는 좀 쉬어야겠다. 휴.. 

아프지말자.

내가 11월 안에 잭 리처 다 읽어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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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1-2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다락방님 진짜 신기&대단한 사람이다...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하면 직장 동료가 해외에 혼자 사는 집에 놀러와요? 그것도 두 명이나 ㅋㅋㅋ 그것도 K님처럼 혼자 어딜 다녀본 경험이 없는 사람까지??? 진짜 대단합니다.
저라면... 직장 동료가 해외에 사는 집에 놀러온다고 하면 일단 말림. 아니다 일단 직장 동료랑 그런 대화를 하지 않음. 해외에서 산다는 말도 안 함. 아니다 애초에 해외에 혼자 살러 나가지 않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아파서 어떡해요? 잘 먹고.......(이건 걱정이 안 되는구나. 삼겹살에 치킨까지 먹는 너란 여자 ㅋㅋㅋㅋ) 푹 잘 쉬어요!

잠자냥 2025-11-27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그 와중에 약국에서도 뭔 대화를 저리 많이 했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제트50 2025-11-2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으로 읽은 잭 리처 시리즈. 원래 추리물 좋아하기도 하지만 재밌었고 분위기도 좋았어요!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다 읽었어요~ 다음에 뭐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