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브스턴스>를 봤다.

보면서 내내 이야기적으로 끔찍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엔 장면으로도 너무 끔찍해서 이 영화를 모두에게 보라고 권하고 싶으면서도 함부로 권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 끔찍한 장면-피가 철철-이 나오는걸 알면서도 어떻게 내가.. 그러나 그 장면은 이 영화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여성혐오 사회에서 나까지 나를 미워하는 일. 그리고 나를 파괴하는 걸로 이어지는 일. 그건 '쉴라 제프리스'가 『코르셋』에서 그럴 수밖에 없음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여자들은 성적 대상화를 행하는 남자들의 가치관을 체화하게 된다. 캐서린 매키넌은 이 과정을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자기 물건화thingified‘라고 부른다. - 쉴라 제프리스, 『코르셋』,P72








그렇다. 

서브스턴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는 성적 대상화를 행하는 남자들의 가치관을 체화한 여성이다. 그게 그대로 자기 안에도 있어서 남자들이 보는 시선으로 자신 역시 여성을 대상화한다. 그게 자기 자신이어도 마찬가지. 아니, 자기 자신에게 더 그렇다. 여자의 가치는 단지 성적으로만 유효해서 젊어야, 날씬해야, 잘 꾸며야, 잘 웃어야 하는거라는 남자들의 바로 그 시선을 쉰살이 넘은 엘리자베스도 가지고 있다. '샬롯 퍼킨스 길먼'의 소설 『허랜드』의 남자 등장인물들은 '여자들만 사는 곳'을 떠올렸을 때 너무나 당연하게 '젊은' 여자들만 떠올렸다. 여자는, 젊어야 여자니까.





그가 목소리를 낮춰 투덜댔다. "젊은 여자들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늙은 대령들 집단한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냔 말이야."

우리는 이곳에 대한 논의나 추측을 할 때마다 늘 무의식적으로 젊은 여자들을 떠올렸었다. 남자들이라면 대부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샬롯 퍼킨스 길먼, 『허랜드』, p.42









자신이 더이상 아름답지도 않고 젋지도 않으며 그래서 사랑받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는 한없이 우울해하며 자신을 미워하고 자신의 가치를 바닥이라 생각한다. 바로 그때,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라는 단어 그대로의 '물질'에 대해 알게된다. 


서브스턴스는 '더 나은 나'를 만나게 해주는 물질이다. 그 물질을 내 안에 주사하면 더 나은 내가 발현된다. 그 상태로 딱 일주일을 살아갈 수 있고 그 후의 일주일은 원래의 나로 살아야한다. 이건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일주일 대 일주일로 균형을 이루어야 하고,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것은 더 나은 나나 원래의 나나 '나는 하나'라는 거다.


YOU ARE ONE.


서브스턴스는 물질이며 그러나 실체이다. 너는 하나야. 너라는 실체는 너야.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를 주사한다. 그랬더니 등이 쩌억- 하고 갈라지면서 그 안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나온다. 남자들의 시선에서 보면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인'여성이란다. 이 젊고 아름다운 여성 '수(마가렛 퀄리)'는 금세 새로운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고 인기를 끌며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 인기, 사랑, 관심의 집중이 너무 좋은 수는 균형을 잃기 시작한다. 일주일만 그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데 하루를 어기고 그 다음엔 며칠 더 어기고 나중엔 더 오래, 더 오래 어기게 된다. 그러나 제일 처음 서브스턴스에서는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한쪽이 잡아먹힌다고. 수가 균형을 잃으면 엘리자베스는 더 늙고 병들고 잡아먹히게 된다. 엘리자베스로 돌아왔을 당시 '이걸 이제 그만 멈춰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높은 빌딩 전광판에 걸린 화려한 미모의 수를 보노라면 도무지 포기할 수가 없다. 


일단 수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수에게 모여들고 수를 찾지만 다시 엘리자베스가 되면 그녀는 불러주는 사람도 만날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견딜 수 없어 집에만 처박혀서 우울하게 시간을 보낸다. 젊은 수가 마주하는건 혼자서 먹고 마신 뚱뚱하고 늙은 육체의 엘리자베스이고 다시 엘리자베스가 마주하는 건 수가 즐긴 광란의 파티현장이다. 보그 표지모델 제안이 왔는데, 이제 막 남자랑 섹스를 해야하는데, 새해 전야 쇼도 진행해야 되는데, 수는 하루만, 이틀만 하다가 균형을 완전히 잃고 이 '하나'는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자, 그래서 어떻게 될까?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다. 그건 직접 보고 느껴야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영화는 지독하게 페미니즘적인 영화다. 아니, 그보다는 지독하게 현실을 고증한 영화라고 보면 되겠다. 어떤 현실? 여성혐오 현실. 자본주의, 이성애, 젠더롤, 외모 강박, 코르셋 강요가 이 영화 안에 다 들어있다. 늙은 엘리자베스를 쓸모없다고 평가하며 손가락질하는 건 늙고 추한-예의와 매너를 갖추지 못한- 남자다. 젊은 수에게 환호하며 세상은 너를 좋아한다고 칭송하는 것 역시 늙고 추한-자기들이 어떤짓을 하는지 결코 모르고있는- 남자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도 역겨움이 드러나는데, 왜 늙은 여자의 가치는 떨어지고 늙은 남자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을까? 이 역시 쉴라 제프리스가 언급한 바 있다.



일단 여자는 전통적으로 결혼 생활과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득이하게 미용 관습에 임했고 특히나 지난 100년간은 확실히 그래왔는데도, 경제·사회·정치적으로 전혀 우위에 서지 못했다. 미용 관습은 힘 가진 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힘없는 자의 유일한 기댈 곳이며, 남자는 전혀 미용 관습을 행할 필요가 없다. 하킴은 "모두"에게(그렇지만 결국은 여자에게) "평생 매력 자본을 개발하고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1930년대에 유행했던 한 노래를 연상시킨다. 1933년 영화 「로마 스캔들Roman Scandals」의 반페미니즘적 주제곡인 「(사랑받고 싶다면)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해라」말이다. - 쉴라 제프리스, 『코르셋』,P83



여자들이 시행하고, 남자들이 그렇게 좋아죽는 미용 관습이란 정치적 피지배 계층의 행위다. 남성 지배 아래의 사도마조히즘적 로맨스에서 성관계는 여자의 복종과 남자의 지배를 바탕으로 구성되며 여기서 누군가는 여자 역할을 해야만 한다. - 쉴라 제프리스, 『코르셋』,P83



시간이 지나면 인간이 늙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남자들이 그렇듯이 여자들 역시 그렇다. 그런데 그 자명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사는게 아니라 병원이나 피부관리실을 방문해 주름살을 어떻게든 지우려하고 피부를 더 탱탱하게 만들려고 하는건 과연 왜인가. 그렇게 실제 내 나이보다 젊어보이려는 노력은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가. 그것으로 내가 얻게 되는건 과연 무엇인가.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가. 왜 여자는 십대에도 이십대에도 삼십대에도 그리고 그 뒤에도 계속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가. 남자들이 공부하고 게임하고 잠을 잘 때 왜 여자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 않고 피부과를 가고 성형외과를 가야 하고 거울앞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그런 노력과 애씀, 시간들임이 여자에게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주나? 권력을 주나? 결국 한때 누렸던 칭송과 인기는 더 젊은 여자들에게 빼앗기고 만다. 여자의 위치를 결정하는건 아무리 늙어도 권력이 사라지지 않는 남자들이다. 이거, 이상하지 않나. 화나지 않나. 



대한민국의 젊은 여성들은 몇해전부터 탈코르셋 운동을 시작했다. 남자들의 시선을 체화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이 되지 않겠다는 뜻이다. 더이상 굴종하지 않겠다는 것. 그런 여자들을 남자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런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괘씸한 여성이다. 조롱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일부 여자들에게도 탈코르셋을 하는 여자는 조롱의 대상이 된다. 저 여자는 꾸미지를 않아, 자기 관리를 안해. 저러니까 남자한테 사랑을 못받지. 

나는 화장을 하지 않고 옷에도 신경을 안쓰는데 '좀 꾸미고 살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왜 꾸며야해요?



페미니스트를 못 생기고 다리털이 북슬북슬한 애들, 브라나 태우는 남자 못 만나본 애들이라고 부르곤 하는 것처럼 미용 관습 거부는 분노와 조롱을 부른다. 서구의 미용 관습은 일종의 도덕 같은 성질을 띤다. 미용 관습을 따르지 않는 여자들에게는 ‘자기 관리‘가 안 된다,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 어설프다는 말이 따라다니고, 이들은 사회 구조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진다. - 쉴라 제프리스, 『코르셋』,P.115



엘리자베스 혹은 수가 사는 집에는 커다란 장미 꽃다발이 있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할거에요, 라는 메세지가 적힌 꽃다발. 그러나 그 문장엔 조건이 빠져있다.


'당신이 젊고 예쁨을 유지하는 동안에만' 

'당신이 늙기 전까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남자들은 어떤 감상을 가질지 너무 궁금했다. 제일 두려운 후기가, (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어휴 저 여자는 젊어지고 싶어서 정신이 나갔네' 이다. 이 영화는 그런 감상으로 마치면 안된다. 젊어지고자 하는 저 여자가 '왜'그러는지, 왜저렇게 젊음과 예쁨에 집착하는지를 봐야한다. 왜 결국 서브스턴스라는 물질이 만들어진 것인가. 왜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서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야 하는가. 그 다른 나는 왜 반드시 육체적이어야 하는가. 왜 늙어서도 젊어보이기 위해 집착해야하는가.


나는 우리가 이 거대한 자본주의가 부르짖는 이성애와 외모강박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순히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우리 모두 아름답다'가 가져오는게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무관심으로 행해져야 한다. 예쁘다의 가치를 무용화시키기. 그 최전선에 탈코르셋 운동이 있다. 




외모 강박적인 문화가 수천 번 할퀴고 지나간 작은 상처가 소녀나 여성을 무너뜨릴 수 있듯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수천 번의 작은 걸음이 소녀와 여성을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부터 여성의 외모에 집중하지 않는 자세를 갖추고 다른 이들도 이에 동참하도록 격려함으로써 의미 있는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대상화하는 행동이나 광고에 앞장서는 조직을 저지함으로써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자신을 느끼고 주체적으로 자신을 정의해야 한다. 우리의 돈과 시간을 다르게 써야 한다. 우리의 몸은 더 건강해져야 한다. 우울증과 분노가 흔한 것이 되어서도, 심각한 것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이제 여성은 시선을 받는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 저 넓은 세상에는 봐야 할 것이 아주 많다.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레네이 엥겔른,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p.342-343




세상은 여성을 혐오한다. 여성의 가치를 단순히 그 육체로만 평한다. 그 혐오에 나까지 동참하면 안되는거 아닌가. 늙어가는 나를 세상이 미워한다고 조롱한다고 나 역시 나를 미워하고 조롱하지는 말자. 나를 파괴하려고 안달하려는 세상에 나까지 힘을 보태지 말자. 내 가치를 평가하는 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인 것을 거부해야한다.



우리가 우리 몸을 비하하려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내 몸을 비하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된다. 부정적인 보디 토크는 여성이 항상 외모에 대해 걱정해야 하고 자신의 몸을 싫어하는 것이 ‘평범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그러나 우리의 말은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외모 강박적인 문화에 맞서는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는 외모에 대한 대화를 바꾸는 것이다. 이는 외모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가장 좋은 것은 주제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이다. 대화의 주제는 매우 많다. 굳이 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레네이 엥겔른,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p.270-271



아름다움에 무관심하려는 베스의 노력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녀에게 SNS를 하냐고 물었다. 베스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했다. "SNS에서 다른 여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나요?" 나는 물었다.

"제 친구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이것저것 바꿔요.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 앱을 사용하죠. 저는 그런 걸 하지 않아요. 제 SNS 를 보여드릴게요. 저도 제 사진을 올리기는 해요. 하지만 제가 웃기게 나온 사진이나 제 성격이 드러나는 사진을 올려요." 베스가 대답했다.

나는 그녀의 SNS 사진을 둘러보고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환한 웃음과 바보 같은 표정이 가득한 사진이었다. -레네이 엥겔른,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p.225



여자들은 화장하면 힘이 솟는 느낌이라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화장이라는 가면을 쓰지 않았을 때는 힘을 뺏기는 느낌이라는 뜻이 된다. - 쉴라 제프리스, 『코르셋』, P272


다시 미용 관습으로 돌아가자면 포르노 산업과 국제적인 성 산업 전반은 동시대 문화가 강요하는 여자의 얼굴, 가슴, 몸, 외음부, 복장, 신발의 조건을 규정한다. 이는 여자의 정신 및 육체 건강과 평등 가능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 쉴라 제프리스, 『코르셋』, P384





‘늘 젊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란 처절한 꾸밈노동의 산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은 그러한 여성을 그 자체로 아름답게 태어난 존재로 신비화함으로써 인위적 꾸밈노동의 모든 노력들-아름다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화장술과 시술, 지속적 운동과 고강도 식이요법-과 사회적 압력들을 단번에 비가시화해 버립니다.이는 마르크스가 거론한 ‘상품의 물신화‘ 현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물신화 현상은 일종의 착시 현상입니다. 인간 노동의 산물인 상품이 마치 그러한 노력의 과정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상품 자체가 가진 자연적·본질적 속성으로 인해 교환가치를 발생시키는 독자적·독보적 존재물처럼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윤지선·윤지영, 『탈코르셋 선언』, P35




이렇게 인용해놓고나니, 아주 많은 여성들이 외모강박에 거부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어서 너무 좋다. 하여간 외모강박 진짜 좆까라 그래. 나는 나를 혐오하지 않을거야. 나는 거울 앞보다 다른 곳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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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4-10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느라 고생했어요! ㅎㅎ

˝여성혐오 현실. 자본주의, 이성애, 젠더롤, 외모 강박, 코르셋 강요가 이 영화 안에 다 들어있다˝라는 구절 아주 공감합니다. 거식/폭식증 문제까지 담겨 있는 것 같고.... ‘수‘의 육체를 훑는 카메라 시선이 (<포르노랜드>를 읽고 나서야 아! 했는데) 포르노를 찍는 카메라 같단 생각도 들더라고요. 유난히 그 엉덩이에 집중하는... 감독이 일부러 그렇게했겠지요.

탈코르셋은... 그 운동에 동의한다는 여성들조차도 이 땅에선 결국 탈코르셋하지 못하게(않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타인들로부터 (능력에 관한 칭찬보다는) 예쁘다는 소리 듣는 게 좋아서 결국 그걸 포기 못하고... 그러려고 또 꾸미고... 꾸미고... 암튼 다른 곳보다도 한국은 외모나 얼평 등등 참 지독합니다.

이 영화 남자들은 보면서 웃는 장면이 종종 있다더라고요(왓챠에 올라온 감상평들 보면 그렇더라고요). 제가 본 극장(씨네큐브)에서도 가끔 폭소가 터져서 엥?? 했어요. 대체 어디서 웃음 포인트가....? 이빨이 빠지던가 그런 장면.... 슬프지 않나... 싶었으나 그들은 그런 경험이 없어서 모를 것이다, 절대 모를 것이다 싶더라고요.

참, 이 영화 감독도 여성이고, 제가 최근 인상 깊게 본 영화 <티탄> 감독도 여성이더라고요(둘 다 40대).
<티탄>도 매우 젠더/페미니즘적 영화인데, 이건 <서브스턴스>보다 더 어질어질합니다(다락방 님은 못 보실 듯...)
두 여성 감독의 앞으로의 작품들 기대됩니다!!
거울 앞보다 다른 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다락방 님도요!

다락방 2025-04-10 12:48   좋아요 1 | URL
네네 감독이 두 여성의 나체를 그대로 보여주고 또 수의 육체를 훑고 강조하는 장면은 부러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현실에서 여성을 향한 시선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이 감독의 영화 <리벤지>도 몇해전에 봤었는게 그것도 완전 좋았어요. 강간 당한 여성이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인데, 강간 가해자들의 남성연대도 보여주고 강간 당하는 장면을 선정적으로 만들지도 않고 그런데 복수하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이 감독의 이름을 기억해야 겠어요!!

<티탄>도 조만간 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쁘다를 칭찬으로 쓰다보니 코르셋 조이는데에서 자유로워지질 못하는 것 같아요. 예쁘다가 칭찬이 아닐 수 있도록 그 말에 무심해지는게 정말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당장 저부터도 그 말을 안쓰도록 해야하는데 저는 매우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툭 튀어나오기도 해요.

이 영화 어디에서 웃긴 장면이 있나요.. 저는 남자들의 100명중 99명은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할거라는데에 오백원 겁니다. 여성 개인의 문제로 볼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보들..

하여간 정말 무섭고 잔인한 영화였어요. 그래서 더 각성되기도 하는 영화였고요. 좋은 영화였습니다!! 데미 무어가 이걸로 상 받아서 좋아요!

잠자냥 2025-04-10 13:01   좋아요 1 | URL
<리벤지> 보려고 왓챠에 담아두었음~!!

독서괭 2025-04-10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이 글에 좋아요 만개를 추가합니다👍👍👍👏👏👏😍😍😍
아니 영화 내용 전혀 몰랐는데 충격적이네요! 보고싶은데 보고싶지 않은 마음 아아.. 이해 못하는 남자들이 태반일 것이 정말 예상되네요. 정신나간 여자가 하는 미친짓이라고 생각하면 뭐 웃을 수도 있겠지요.. ㅜㅜ

다락방 2025-04-11 07:48   좋아요 1 | URL
저는 지나가다 등 찢어지는 장면만 살짝 봐서 공상과학 영화인줄 알았어요. 이런 약물이 개발되다니 미래 시점 이야기같을 수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건 단지 소재일뿐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폭로인 것입니다!! 와 정말 대단한 영화였어요!! 꼭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그렇게 또 강하게 주장할 수는 없는.. 정말 훌륭한 영화이지만 피가 난자하는 장면도 있기 때문에... 아 어쨌든 보고 안보고는 본인의 몫입니다!! 어휴 무서웠는데 그 무서움은 사실 현실 기반이라는게 참 큽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5-04-10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다,를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세대가 되었죠.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탈코르셋이 되어야 할텐데, 다른 곳에 집중해야만 그게 가능할 거 같기는 해요. 그걸 다 ‘능력‘이라고 치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젊은 여성들(나이든 여성들은 더 피나게 노력하네요, 그러고 보니)이 꾸밈에만 집중한다는 건 너무 아깝고 아까워요.

저는 저 영화의 리뷰를 ㅋㅋㅋㅋㅋㅋ 유튜브로 봤고요. 데미 무어의 시상식 소감 장면을 두 번이나 봤습니다. 저는 데미 무어가 외모강박에 사로잡혔다는 생각을 하진 않지만, 그녀 자신이 전신 성형을 감행했던 것만큼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결과로 이 영화의 주연이 될 수 있었구요. <사랑과 영혼>을 기억하는 저로서는 그녀의 젊음에 또 한 번 놀라기는 했습니다.

다락방 2025-04-11 07:52   좋아요 1 | URL
데미 무어의 전신성형은 저도 오래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어떤 기사에서는 그것 자체가 루머라고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녀의 수술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외부에서 잘 모르는 제가 보았을 때 데미 무어야말로 이 영화속에서의 엘리자베스와 같은 바로 그 삶을 살았던게 아닌가 싶었어요. 젊었을 때는 칭송받고 잘나가지만 나이 들고나니 출연할만한 작품도 사라지고 그래서 그 시간동안 맹렬하게 꾸밈노동을 해야했던 삶이요. 버티려면, 지켜내려면, 뒤로 쳐지지 않으려면 그렇게 해야 했을테니까요. 뭐 이건 잘 모르는 제가 보는 시선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이 영화를 연기하고 상을 받은게 저는 참 좋더라고요. 아마 이 영화를 찍으면서 본인을 직시했던 시선이 좀 더 외부로 집중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역시 이것도 제 생각이긴 합니다. 하여간 너무나 훌륭한 영화였고 특히 데미 무어가 연기해서 더 좋았어요. 그리고 이 영화로 상까지 받아서 정말이지 ㅠㅠ 너무 좋아요 ㅠㅠ

저희 이번달 같이읽기 도서 [몸에 갇힌 사람들]도 읽다보면 이 영화와 연결될 것 같아요. 아직 앞부분 조금 읽었습니다. 좋은 영화와 좋은 책이 있어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ㅠㅠ

햇살과함께 2025-04-10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영화는 못 볼 것 같아서,, 안봤는데요.. 다락방님 글로 대신해야겠네요.
올려주신 책은 읽어봐야겠네요!
저도 남자의 시선. 이거 깨기가 쉽지 않네요.

다락방 2025-04-11 07:59   좋아요 1 | URL
저 책들은 매우 뛰어난 책들입니다. 읽기를 매우 권장합니다!!
아 좋은 영화였습니다. 보기를 잘햇다고 생각했어요. 영화가 잘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런 생각을 하고-현실 인지- 보여주려고 한 감독과 배우들이 있었다는 사실에서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