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직원들 생일이면 가볍게 책을 한 권씩 선물한다.
대부분 책을 안 읽는 직원들이라 술술 잘 넘어가는 책으로 고른다. 어떤 직원은 작년 생일에 선물한 책을 아직도 절반도 못읽고 있기도 하고 어떤 직원은 금세 다 읽기도 하고 어떤 직원은 짐작하건대 아예 읽을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여간 나는 그래도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자 또 직원들이 뭔가 생일에 회사에서도 기쁨을 느끼게 하고자, 내 선에서도 부담없는 가격인 책을 한 권씩 주는거다.
주면서도 신기한게, 어떻게 일년동안 책을 한 권도 다 못읽을 수가 있을까.. 하는것.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작년과 올해에 걸쳐 가장 많이 선물한 책은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와 '프리다 맥파든'의 [하우스 메이드] 이다. 미 비포 유의 경우 오래 근무한 직원들은 일전에 내가 빌려준 걸로 읽어보기도 했던바 대부분 젊은 직원들, 입사한지 얼마 안된 직원들을 위해 준비한다. 하우스 메이드는 책 잘 안읽는 사람도 책장 빨리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준히바고. 그 외에도 퍼핏쇼 나 붉은궁, 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을 주기도 했다. 사실 읽었다고 말한 직원은 별로 없다.
하아- 그런데 말이다.
미 비포 유를 월요일 생일인 직원에게 주려고 준비했는데, 아아 띠지가 너무 걸리적거려.
진짜 이게 너무 싫은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게 뭐야 진짜루. "내 인생의 가치관이 바뀌었다" 에 BTS 지민 이라니. 하아-
이 띠지를 보면서 벗기고 줄까 하고 확 벗기려다가, 아니 어쩌면 이것 때문에 더 읽고 싶을 수도 있겠지... 정말? 아아 그런데 내가 주는 책이 비티에스가 추천하는 책이다 뭐 이런거는.. 싫은데 ㅠㅠ 벗기자, 했다가. 그렇지만 새 책의 느낌을 주는건 또 띠지가 아니던가. 그냥 주자.. 그런데 어쩐지 이 책의 진지한 느낌이 좀 축소되는 이 느낌적 느낌.. 나는 망설이다가 그냥 이 띠지까지 주기로 했다. 하아-
이 책을 사면 지금 데스크매트를 준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데에는 이 데스크매트도 영향을 끼쳤는데, 데스크매트가 이쁨 ㅋㅋㅋㅋㅋ
사진은 당연히 알라딘에서 가져왔다. 내가 찍은 거 아님.
하여간 오늘 아침 직원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이 선물을 줬는데, 잠시후 사내 메신저로 고맙다고 인사를 전해왔다. 그러더니 데스크매트 너무 예뻐서 바로 깔았다고. 이 친구는 다른건 몰라도 일단 정리의 대마왕인데, 이 직원이 입사한 후로 저 부서에 가면 사무용품 수납장이 엄청 깔끔하고 죄다 라벨링이 되어 있는거다. 와.. 이런 정리 뭐지. 그래서 서류정리대는 나도 하나 사서 내 책상에 두었는데, 나는 이제 서류정리대도 가진 지저분한 여성이 되어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직원은 벌써 나로부터 두번째 생일선물을 받는거다. 지난번 생일 선물로 준 책이 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 이었는데 그 책도 잘 읽었다고 했더랬다. 책을 좋아한다고 한다. 특히 종이책을. 그리고 이 책을 주말에 읽기 시작할거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거 읽다보면 감정이 벅차오를텐데 그럴 때 나한테 문자메세지 보내도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너무 상사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막 주말에 문자보내고 그러면 좀 거시기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랬더니 좋다고 얼른 읽어보겠다고 한다. 얼른 읽고 책 얘기 나누고 싶다고. 그래서 내가 소주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자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얘들아 나를 어떡하지? 왜 가만 못있을까 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가지고 저 띠지도 줬다, 뭐 그런 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 비포 유 얘기 하다보니 생각나는게 있는데,
미 비포 유에서 마지막에 윌이 루이자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거기 보면 파리의 어느 빵집에 가서 빵을 먹고 어떤 향수를 사서 뿌리고, 뭐 그런게 써있는거다. 그래서 도대체 이렇게 추천한 향수는 어떤 향일까 싶어 검색했었는데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는거다. 이 책 읽고 그 향수가 궁금했던 사람들이 해외직구로 구매했다는 블로그들이 더러 보이긴 했다. 아 해외 직구까지.. 나중에 해외 나가면 그 때 사야겠다, 라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번 여름에 이탈리아 로마에 갔을 때 백화점에 들러서 갑자기 그 생각이 뽝 나는거다.
그래서 향수코너로 가서 그 향수 있냐니까 있대. 이거 미 비포 유에 나왔던거지 물으니 직원이 같은 이름가진 향수 두 개중 다른 하나를 건네면서 그건 이거야, 라고 했다. 그래서 시향해볼게 해가지고 시향했는데, 사려고 똭 가긴 했지만 이 향이 그렇게 막 내 마음을 뒤흔들진 않아?
그래서 안샀다는 결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윌, 향수취향 나랑 안맞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