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찾아볼 게 있어서 과거에 쓰던 개인 블로그에 오랜만에 로긴했다. 오랜만에 로긴하니 한 3년전에 욕설댓글이 수십개 달려있더라. 닉네임도 뭐 이새끼랬나 뭐랬나 여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과거 글 오랜만에 몇 개 다시 읽어보니 엄청 재미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2017년에 누군가의 댓글에 이런 답글을 달아둔 걸 봤다.
<나는 사귀었던 남자든 친구든 운동하라고 잔소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렇게 자기가 알아서 운동 잘해서 몸 좋은 남자를 만나니까 맨날 뿅뿅 반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도 예쁘고 팔도 예쁘고 어깨도 예쁘고 미치겠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나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런걸 댓글로 써놓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자한테 빠져서 정신이 나갔었나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부끄럽다 진짜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런 때가 있었네. But it's over now.
아 재미있다 과거 일기.
앗. 그런데 정작 찾으려던 글을 아직 못찾았네. 명문으로 가득한 일기 다시 찾으러 가야겠다. 뿅~
아, 여긴 알라딘이니까 책 좀 링크해야지.
어제 《붉은궁》재미있게 읽고 작가의 다른 책을 오늘 주문했다. 내친김에 붉은궁을 비롯 작가의 다른 책 원서도 검색해보았다.
아니, 짧게 쓰고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쓰다 보니까 할 말이 막 생기네?
허주은 작가는 붉은궁에서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역사적 사실-사도 세자가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가져왔으나 이야기는 다르게 변형시켜서 펼쳐주는데, 작가는 사도세자에게 아주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일전에 나는 이승우와 정찬을 언급하며 작가는 무릇 천착하는 주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떤 한가지에 몰두하면 그것을 결국은 글로 풀어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작가들인 것 같다. 물론 모든 작가가 그런 건 아니라서, 누구나 다 아는 보편적 이야기를 하는 작가들도 많다. 그러나 천착하는 주제를 풀어나가는 작가들 쪽이 내 경우에 더 호감이 가는 건 사실이다. 작품을 읽다가 이 작가는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구나, 이 작가는 여기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걸 생각하게 하는 그런 작가들 쪽 말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누구나 다 고개 끄덕이는 당연한 말들이 쓰여진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널리 읽히지만, 책을 지독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런 보편적 이야기보다 천착하는 주제를 가진 작가들 쪽에 끌리게 되지 않을까.
허주은 작가는 사도세자에 관심이 많아 붉은궁을 써냈고, 얼마전 읽은 정보라 작가는 예전부터 사이비종교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결국 관심을 가진 것들을 들여다보고 계속 생각하고 비로소 풀어내는 작가들이 있어서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은 즐겁다.
아, 남자 때문에 저랬다는 댓글로 한심하게 뿅 사라지려고 했는데 또 이렇게 명문으로 가득한 페이퍼를 써놨어. 나도 참, 어쩔 수가 없다. 사람이 본질이 달라지질 않아. 나란 인간, 양질의 페이퍼를 어쩔 수 없이 생산해낼 수밖에 없는가보다. 고급지게 태어나면 숨길 수가 없는건가.
이 책의 여자주인공 캐릭터 정말 훌륭하고 남자주인공 캐릭터도 정말 좋다. 남자 주인공 왜 좋냐면,
어진이 아직 입을 대지 않은 자기 국밥에서 맛있는 고기를 젓가락으로 건져 내 그릇에 올렸다. 내게 관심이라도 있는 것처럼. 물론 내게 관심이 있겠지. 나는 그의 정보원이니까. 내가 없으면 어떻게 궁에관한 정보를 얻겠는가.
어진은 아무렇지 않게 화제를 돌렸다. - P163
내 밥그릇에 고기 놔주는 남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지지 않나욤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밥 잘 사주는 아담 생각도 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지 입에 꾸역꾸역 마지막까지 음식 넣는 남자 보고 오만정이 다 떨어져본 경험이 있는데, 자기 고기 넘겨주는 잘생긴 남자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렇지만 나에게 이거 따라하지 마라. 나는 물에 빠진 고기 싫어하니까. 고기는 구워야된다!!
도대체 이 페이퍼의 정체성을 모르겠군.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