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절절하게 온몸과 마음을 다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 괴로운 날인 것 같다. 우리가 연애와 사랑 때문에 삽질하는 시간은 누구나 철학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생각을 잘 정리하며 확장하는 힘은 연애에 아주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서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 이제부터 함께 생각해보자. - P7
본격적으로 사랑에 대해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 건 2017년 이었다. 5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 4월이었는지도. 그즈음의 나는 그 당시의 연애 때문에, 정확히는 내 사랑 때문에 지독하게 괴로웠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 사랑은 내 뜻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그 때 어떤 일이 발생했고 그 일은 나를 침몰시켰다. 나는 그게 너무나, 너무나 괴로워서 숨쉬기도 힘들었고, 이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명쾌한 어떤 해결책 혹은 방법에 대해 듣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나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했고, 그러나 그 일을 밝히는 것은 내 자신 스스로가 허락하질 않았다. 너무 괴로워서, 정말이지 너무 괴로워서, 나는 내가 그토록이나 좋아하던 상대에게 '우리 잠깐 시간을 갖자' 고 말했다. 지금의 이 폭발적인 괴로움은 관계를 더 엉망으로 만들 것 같았고, 나의 못난 모습을 한꺼번에 튀어나오게 할 것 같았다. 그런 한편, 어떻게든 그가 나를 잡아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게 그게 아니라고, 그걸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말라는 말들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간을 힘들게 보내면서, 왜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나 힘이 든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힘든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나는 그가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길 바랐지만 그는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는 것. 내가 바란 걸 그는 다 충족시켜주지 않았고, 그건 그가 바라는 바와 내가 바라는 바가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좋아했고 그도 역시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러나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은 같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다. 그 문제를 맞닥뜨린 일이 괴로운 이유는,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는 걸 확인하는 것이어서, 우리 앞에 이별이 너무 당면한 문제여서, 그래서 나는 그토록이나 괴로웠던 것 같다.
사랑을 공부해야지, 사랑을 공부하면 나는 어쩌면 이 괴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도 몰라. 사랑을 공부하다보면 내 앞에 다른 길이 열릴지도 모르고, 사랑을 공부하다보면 내 마음은 안정될지도 몰라. 에바 일루즈도 그 후에 만난것일테다.
그러나 사랑에 대해 내가 더 많이 알게 되고 우리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고 내가 괴로웠던 이유를 알게된 건, 사랑에 대한 책들을 읽어서 가능해진 게 아니었다. 끊임없이 내가 나에게 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왜 괴로운가, 그는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 그것은 그렇게나 화가 날 일이었는가.
아주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야, 그 때 그 일이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때 화가 났던 것, 그렇게나 힘들었던 건, 바로 그 때 그런 식으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불안을 건드리는 일이었던 것이다. 만약 다른 상대와 그 때 혹은 그 상대와 다른 때 일어났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정말이지 뒤늦게 들었다.
이 책, 《나는 너와의 연애를 후회한다》의 저자 '허유선'은 철학하는 사람이다. 일전에 팟캐스트를 듣고 관심있어 메모해두었던 작가이고 그렇게 책도 두어권 사두었던것 같다. 제목만 보면, 아무리 사랑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 해도 결코 사지 않을듯한 제목인데, 그런데 이런 제목의 책을 쓴 사람이 철학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애와 사랑으로부터 오는 철학적 사유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고개를 끄덕인다. 사랑하면, 연애를 하면, 누구나 철학을 하게 된다. 아, 물론 그 연애와 사랑으로부터 끊임없는 생각을 해야 가능한 것이다. 생각없이는 철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허유선이 이 책을 통해 들려주고자 하는 말들은 내가 모르는 바가 하나도 없는 것들이었다. 이미 나의 그동안 삶에서, 작게는 연애와 이별과 사랑에서 깨달은 부분들이었다. 상대를 나와 같은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 나만큼이나 상대도 외롭다는 것-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상대에게 나의 보호처가 되기만을 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상대를 숭배해서도 안된다는 것, 우리 사이는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을 사랑하느냐는 나의 결핍이 드러나는 일이라는 것.
평등에 대해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우리 사이는 평등해야 한다. 이 당연한 일이 연애에서 무너지는 일이 허다하다. 상대를 자신보다 낮추는 일도 평등하지 못함에서 오는 일이지만, 상대를 자신보다 높이는 일도 마찬가지다. 나를 높여주는 게 왜 문제냐고? 나를 높이는 순간 너는 낮아지기 때문이고, 그것은 수평적이지 못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자신보다 낮추는 사람을 만난 일은 없지만, 나를 자신보다 높이는 일을 더러 경험했고, 이 일은 정말이지 몹시도 피로하고 지옥같다. 도망치고 싶어진다.
언젠가 친한 친구 D 가 나를 만나면서 '우리 사이는 평등해서 편안하다'고 말을 했는데, 그때까지 친구든 연인이든 평등에 대해 기본전제라고 생각하던 터라 놀라운 말이었고(아니,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 그것이 당연하지 않았던 관계들이 떠올랐다. 내가 힘들었던 관계들이.
사랑을 하지 않고 살아도 별 상관없지만, 그러나 사랑을 한다면 '잘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난 관계들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일들을 나에게 묻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그 다음 연애를 할 때에는 그 전보다 나은 연애를 해야하지 않겠나.
우리, 진짜 좋은 사랑을 하자. 그 사람이 없으면 죽어버릴 것 같아서 혼자서는 사는 법도 사는 맛도 모르는 미숙한 어린애로 멈춰선 사랑 말고, 안 그래도 고된 삶의 무게를 그 사람에게 더 얹어버리는 사랑 말고, 다른 사람의 생명력에 빌붙어서 업혀가는 사랑 말고, 같이 사는 맛을 느끼는 사랑을 하자. 그런 사랑은
‘난 너 없으면 안 돼, 너 없인 못살아‘에서 멈추지 않는 사랑이다.
자기 인생도 꾸리기 벅찬데 왜 남의 목숨까지 떠맡아야 하는가.
그 사람 없이도 당신은 숨 쉬고 밥 먹고 잠들며 계속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꼭 그 사람과 함께 인생의 씨실과 날실을 엮어가고 싶은 사랑으로 나아가자. 힘들고 고되어도 살아 있는 시간이 의미가 있고 감사한 일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사랑을 하자. 씩씩하게 앞으로 다가올 사건과 관계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가 되는, 그런 사랑을 하자. -P.164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 때문에 괴로웠던 때가 떠올랐고, 그 때 내가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또다시 괴로웠다. 내가 만약 그 때 힘들어하지 않았다면 우리 관계는 지금 좀 달라져있을까? 그러나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그렇게 달랐던 이상 필연적으로 이별은 왔었겠지. 그래서 그 사람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행복해라, 아프지 말고.
누나는 요즘 자주 아프다.
책을 샀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는 어제 읽었고 와 너무 좋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페이퍼를 쓰고 싶은데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바뻐…
《도둑 맞은 집중력》은 읽고 조카들 주려고 사긴 했는데 사실 문제는 내게도 심각하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앱을(때로는 북플앱도) 삭제했다가 다시 깔았다가를 반복한다. 이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하릴없이 계속 보게 되어서… 문제다, 문제.
《더티 워크》너무 읽고 싶지 않나요?
《교만의 요새》는 마사 누스바움 책이고 계속 벼르고 있다가 이번에 샀다. 마사 누스바움 책장에 꽂아두었다.
《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은 원서를 이미 가지고 있던 바, 번역서 나온거 알고 얼른 샀다. 그렇다면 내가 한 번 읽어보겠다! 하고. 그런데 왜 일곱 남편일까. 정말 남편 일곱인 부분? 어쩐지 싫어. 일곱이나 되어야 할 정도로 남편들이 다 구립니까?
금요일에 조금 일찍 퇴근해 병원에 갔다. 그리고 호흡기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거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받아왔다. 약 때문인지 여하튼 내내 기분이 우울햇는데, 일요일엔 그 우울함이 극에 달해서 이런 나를 위해 뭘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심하다, 광화문에 가자, 광화문에 가서 원서를 사자! 이렇게 되었다. 왜 때문에 이런 흐름인지 …
이것은 그러니까 책을 너무 많이 사서 또 살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원서를 … 이라는 기괴한 흐름이기도 했고, 사실 허유선의 책을 읽고나니 그 당시 나를 괴롭혔던 남자 생각이 너무 나가지고, 그 남자는 대한민국에 있지도 않은데, 나의 망상 펼쳐지면서, 어쩌면 광화문 교보에 가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해괴망측한 생각을 해가지고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만날 수 없었고 그래서 여하튼 원서 코너에 가서 아무거나 하나 사들고 가자~ 하다가 이 책을 집어들었다.
번역본이 있는지 검색해보았는데 없어서, 아마도 읽지 못하겠지?
영어책 읽기는 지금 친구들과 잠정적 중단 상태인데, 영어책 읽기를 친구들과 같이 했기 때문에 그동안 열네권의 영어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정말로 친구들에게 고마워하는 부분이다. 그 친구들이 함께 읽기를 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 인생에 영어책 완독은 없었을 것…
아무튼 그래서 혼자 읽어볼까 하고 사긴 했지만, 번역본 없어서 아마 또 책장에 넣어두고 먼지만 쌓이겠지.
대충보니 여자주인공의 언니가 스페인에서 결혼식을 올리게됐고, 그 결혼식에 갈 파트너를 여자는 찾아야 하는데, 그게 같은 회사에 다니는 어떤 남자인 것이었던 것인것 같다. 재밌겠쥬? 그 과정에서 아마도 사랑은 샤라라랑~ 따라오겠지.
아, 마음이 괴롭다. 왜이렇게 괴로운걸까. 일하기 싫어서 괴로운걸까.
아무튼 마음이 괴롭다.
어제는 너무 마음이 괴로워서 술을 마셨다.
마치 괴롭지 않았을 때는 안마셨던 것처럼 …
아, 나는 너와의 연애를 후회하지 않는다.
그 사람 곁에 있고 싶고, 그 사람과 함께 삶을 나누고싶다면 상처는 없을 수 없다. 물론 나와 공통점이 많아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그 사람‘인 것은아니다. 나와 같지 않기 때문에 더욱 닿고 싶고 연결되고 싶어진다. 내가 나인 채로 족하다면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 P22
감정에 허우적거릴 때는 스스로 그 감정의 주인이수 없다. 감정이 이끄는 대로 속수무책 끌려갈 따름이다. 사랑에빠지는 것과 능숙하게 사랑을 잘하는 것이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길 바란다. 사랑에 빠지는 일은 확실히 내가 손을 쓸 수 없는 불가항력의 일이다. 하지만 사랑을 ‘하는 일은 다르다. 이미 사랑을 시작해버린 단계에서 바랄 수 있는 건 사랑을 ‘잘하는‘ 일이다. 특히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는 일을 잘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말로만 사랑한다고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상대방에게 사랑을 주는 일, 이제는 사랑을 주는 일을 잘할 차례다. - P24
그냥 같은 장소에 있는 것 말고, 육체의 접촉이든 생각의 교류든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든 우리는 단지 ‘나란히‘를 넘어선 ‘연결’과 ‘함께‘라는 것을 체험하고 싶어 한다. 이틀에 걸쳐 한 병씩 소주를 마시는 것과 하룻밤에 소주 두 병을 연거푸 마시는 것이 전혀다른 일인 것처럼, 전체는 단지 부분들의 총합이 아니다. 그러니 어떤 종류의 외로움은 그저 많은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만으로는충족되지 않는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않아도 질적으로 충실한 연결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 P36
지나친 외로움에 지친 마음은 때로 분노로 변하기도한다. 마음이 흐르지 못하고 한곳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고인물은 썩는다는 말처럼 외로움은 때로 나와 다른 사람이 함께하지못하도록 썩은 물로 나를 이끌기도 한다. - P40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많은 철학자들이 고통을 다룰 때 하는 말이다. "아프다고 해도 당신이 고통그 자체는 아니다." 치통때문에 너무 아파도 ‘나‘라는 사람이 곧치통은 아닌 것처럼, 외롭다고 해도 당신이 그 지독한 외로움 자체는 아니다. 자신을 외로움에 전부 내주고 외로움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면 당신이 느끼는 외로움과 깊은 고립감,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 념과 무력감 등을 당신을 마주하는 다른 사람들이 겪게 될 것이다. 당신이 느끼는 고통만큼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 - P41
당신이 누구든, 어떤 연애를 하고 있는 상관없다. 다만 자신이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상대방도 외롭다는 것을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 P57
외롭다고 해서 외로운 채로 멈춰 있을 수는 없다. 밀물과 썰물처럼, 외로움이 늘 나와 함께하는 만큼 외로움을 넘어서려는 시도 역시 늘 나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외롭고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서로의 부족함이 만나 함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간다. 완벽할 수는 없어도 지금과 다를 수는 있다. 나 혼자만 있던 세계에서, 너와 ‘함께 있는‘ 우리의 세계로. - P61
철저한 숙명론자였던 철학자 스피노자는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음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흘러가고 흩어지는 감정들에 나를 내맡기지 말고, 스스로가 그 감정의 주인이되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데 새삼스레 주인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지만, 일어나는 일들을 나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허우적거리며 그 일의 뒤치다꺼리를 하겠지만, 받아들이고 난후에는 침착하게 그 일을 마주하고,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P81
"넋 빠진 놈." 한참 사랑에 겨운 사람은 심심찮게 타박을 듣는다. "야, 정신 차려 완전 꿈속이네. 눈에 보이는 게 없구나?" 때로는비아냥이, 때로는 부러움과 질투 섞인 타박들이 쏟아진다. 심지어 플라톤은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일종의 접신 상태와 같다고 한다. 인간이면서 신의 세계에 닿아 있는 상태라고 반은 제정신이고 반은 정신이 나갔다고 할 수도 있겠다. 플라톤은 우리의인간적 정신에 여백이 생겼기 때문에 신적인 요소가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채우려면 빈틈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 P101
‘도대체 저런 사람을 왜 만날까? 쟤가 뭐가 좋다고 저렇게 절절 매지?‘라고 생각되는 연애를 하는 친구가 주변에 꼭 한둘은 있다. 그들의 이해 못할 선택도 그 친구 나름으로는 합리적인 셈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정말 별로여도 그 친구에게만큼은 삶을 더풍요롭게 해주는 사람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연애로 진입하는 결정적인 요건은 일반적인 기대나 결핍이 아니라 바로 그사람의 기대와 결핍‘과 ‘나의 기대와 결핍‘이다. 이 2가지가 서로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성공적으로 연애라는 궤도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 P131
지금까지의 가르침 중 한 글자만 남기라면 어떤 글자를 남기겠냐는 제자의 물음에 공자는 ‘서‘를 남기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마음이 적극적으로 가다 보면 적당한 거리감을 잊을 수 있으니 경계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한쪽에서 무작정 많이 퍼준다고 다른 쪽에서 무조건 응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 P150
이런 관계에서 상대방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까지 알고 시작했으며 부족한 부분까지이해하고 품어주는 마음씨 좋은 엄마이고 아빠‘와 같다. 따라서상대방이 더 이상 그런 역할을 하지 않으면못하면 자신을 배신한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자신을 숨겨주는 빈방 같았기에 사랑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계속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가 더 이상 자신을 품어주지 않으니 ‘너 역시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걸 연애라고 볼 수 있을까? 베이비시터를 고용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 P186
이제는 제발 그러지 말자. 그런 건 사랑을 하는 것도아니고 심지어 사랑을 요구하는 태도도 아니다. 단지 상대방의 피를 말리는 일이다. 상대방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무엇으로만 느낀다면 그게 뱀파이어식 태도지 뭐겠는가. 상대방도 맨날 힘이 남아돌진 않는다. 자신의 괴로움과 슬픔은 자신밖에 모르는 것처럼 상대방에게도 자기만의 삶에서 오는 피로와 어려움이 있다. 그렇게 당신에게 다 줘버리면 어디서 기를 보충해다시 위로해주겠는가. 끝내 계속 유지될 수도 없는 관계다. - - P187
또 연인은 당신과 사랑하고 싶어서 만나는 것이지 이 세상을등지고 숨어 있고 싶어서, 당신에게 빈방을 내어주기 위해서 만나는 게 아니라는 점도 기억하자. 연인에게 보호와 변호만 원한다면 그 사람을 보호자나 변호사라고 부르지 왜 연인이라고 부르겠는가. 혹시 당신이 원하는 사랑은 보호와 변호뿐인가? 그러면 연애는 손잡고 뽀뽀하고 섹스도 하는 보호자나 변호사를 두는 일인가?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연애다. - P192
그러니까 우리, 진짜 좋은 사랑을 하자. 그 사람이 없으면 죽어버릴 것 같아서 혼자서는 사는 법도 사는 맛도 모르는 미숙한 어린애로 멈춰선 사랑 말고, 안 그래도 고된 삶의 무게를 그 사람에게더 얹어버리는 사랑 말고, 다른 사람의 생명력에 빌붙어서 업혀가는 사랑 말고, 같이 사는 맛을 느끼는 사랑을 하자. 그런 사랑은 ‘난 너 없으면 안 돼, 너 없인 못살아‘에서 멈추지 않는 사랑이다. 자기 인생도 꾸리기 벅찬데 왜 남의 목숨까지 떠맡아야 하는가. 그 사람 없이도 당신은 숨 쉬고 밥 먹고 잠들며 계속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꼭 그 사람과 함께 인생의 씨실과 날실을 엮어가고싶은 사랑으로 나아가자. 힘들고 고되어도 살아 있는 시간이 의미가 있고 감사한 일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사랑을 하자. 씩씩하게 앞으로 다가올 사건과 관계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가되는, 그런 사랑을 하자. - P194
동굴 밖에서 연인을 만나는 일은 연인과 함께 숨을 쉬고, 밥을20먹고, 거리를 걷고, 영화를 보고, 생일을 보내고,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고, 마주하는 일이다. 매일 움직이고 매일 만나고, 그래서 때로는 매일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 있기에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과거의 어느 한곳에 멈춰 머무르지 않고 이곳까지 왔기 때문에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도망쳐 멈춰버리고싶은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조금씩 달라져왔기 때문에, 달라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상대를 만났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 P195
머리카락이 길고, 몸무게가 들쑥날쑥하고, 좋아하는 연예인이달라지는 것처럼 우리는 계속 변한다. 당신이 아는 것은 그때 시간에서의 한 가지 정보일 뿐, 앞으로의 시간까지 전부 포함하는변하지 않는 무언가는 아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본래 이런 사람이고, 우리 관계는 원래 이러했다고 전체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될 수 없다. 그냥 그때는 그랬던 것뿐이다. - P223
마투라나는 처칠과 히틀러를 예시로 든다. 히틀러는 자서전『나의 투쟁』을 통해서 자기 행동의 목적과 전체주의의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의 슬로건을 들고 나타난 신사들(영국의 기존 정치가)은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며 히틀러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 그러나 처칠은 당시 영국 정치가들과 달리 부드러운 관용의 탈을 쓰지 않고 제대로 히틀러를 보고 들었다. 그 덕분에 히틀러의 의도와 행동의 방향을 정확하게 알고 히틀러를 막을 수 있었다. - P230
만일 당신이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면 괴로움과 실의에 빠져 있을 때도 당신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만일 당신이 사랑이 부족한 채로 자라났다면 어떨까? 당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야지만 그 허기짐과 구멍 뚫린 공간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꿈꾸는 사랑은 다른한쪽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쪽이 다른 쪽을 떠맡아 대신 멀쩡해야 한다는 부담이다. 상대방을 좋아하고 아끼는 건 상대방도 어쩌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마음을 대신 떠맡아주는 일과는 다른데 말이다. 나도 한계가 있는 보통 사람인데, 사람들은 종종 사랑이라는 이유로 그 모든 것을 당연히 감당해주기를 요구한다. 아무리 사랑해도, 힘이 달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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