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친구들과 함께 읽는 원서는 요즘 엄청 핫한 작가 '콜린 후버'의 《UGLY LOVE》이다.
번역본 없이 원서 읽는 건 내가 아직 할 수가 없고 번역본을 옆에 두고 읽어야 하는데, 원서의 문장이 어렵다면 나란히 두고 한 문장씩 훑어보고 있고, 원서 문장이 어렵지 않다면, 일단 번역본을 휘리릭 읽고 원서를 읽는다.
보통 로맨스 소설 이라고 하면 그저 연애나 사랑 이야기만 나오니 쉬울 것 같지만, 《HATING GAME》의 경우 낯선 단어도 수두룩하고 글 자체가 어려워서 번역본을 옆에 두지 않았다면 읽어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샐리 루니는 그에 비하면 쉬운 편이었고, 문장 하나하나가 울림을 주는 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였다.
콜린 후버의 원서는 몇 권 안되는 완독 원서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아마도 가장 쉬운 원서가 아닐까 싶다. 번역본을 읽고나서 원서를 읽는데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모르는 단어의 수도 다른 책들에 비해 적다. 문장 자체가 쉽다. 원서읽기 도전을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콜린 후버가 아주 적절할 것 같다. 짧고 쉬운 문장들이 많아서 읽기에 정말 쉽다.
'테이트'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오빠 혼자 사는 집에 당분간 동거하기 위해 찾아오고, 파일럿인 오빠는 주로 파일럿이 사는 아파트에 살고 있던 터라, 오빠의 동료이며 오빠의 앞집에 사는 남자 '마일스'와 아는 사이가 된다. 처음부터 상처를 갖고 있는게 눈에 훤히 보였던 마일스는 잘생기고 매너도 좋아서 테이트는 엄청 끌리게 됐는데, 마일스 역시 테이트에게 강렬하게 끌리면서 우리가 섹스만 하는 사이가 되자고 한다. '나의 과거를 묻지말고 미래를 기대하지도 마'라는 조건을 내걸고서.
아직 이십대 중반의 여남주인공들은 그래서 섹스파트너가 되는데 합의하고 섹스를 하는데, 와, 테이는 마일스의 섹스 기술에 맨날 녹아버린다. 맨날 이번은 지난번과 또 다르고, 키스가 막 섹스같고 그렇다. 테이트는 당연하게도 마일스를 사랑하고 있고, 또한 마일스의 눈빛이나 표정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그러나 마일스는 그럴 때마다 차갑게 얼어붙으며 '난 다시는 사랑을 안할거고 너한테 희망을 주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걸 기대하면 우린 계속 만날 수 없어. 테이트는 그래서 그에 대해 알고 싶으면서 그리고 달콤한 속삭임을 듣고 싶으면서도 그를 잃고 싶지 않아(섹스 머신!! 섹스 대마왕!!) 꾹 참아가면서 그를 만난다.
로맨스 소설이면서 섹스파트너인 관계의 설정이라 책에는 섹스하는게 대부분이고 그래서 읽기에 재미있다. 번역본을 읽는데 아주 그냥 팔랑팔랑 넘어가, 어제 내친 김에 다 읽어버렸다. 원서라고 크게 어렵지도 않아, 번역본 읽은 뒤에 원서를 펼쳐 읽노라면 무슨 말인지 대충 다 알 것 같다. 원서는 매주 정해진 분량이 있어서 읽으려면 멀었지만, 나는 번역본을 읽었으므로 이 책의 중간과 결말까지 알고 있다. 일단,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지배하는 섹스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로맨스 소설의 남주가 발기가 안된다거나 금세 사정한다거나 섹스를 못한다거나 하는 설정은 없다. 아마 지구상에 없지 않을까. 여하튼 그래서 마일스도 섹스를 엄청 잘한다. 이제 스물여섯살인 남자가, 게다가 스무살에 마지막 키스와 마지막 섹스를 해서 6년간 섹스 경험이 전혀 없었던 남자가, 어떻게 이렇게 6년만에 바로 여자를 맨날 녹여버리는 섹스를 하는지.. 난 잘 모르겠네요? 게다가 그의 근육이 훌륭한 걸로 나오는데,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마일스가 운동하는 장면은 나오질 않는다. 조깅도, 헬스도 하지 않는다. 오, 마일스여, 그 근육은 그냥 응애- 하고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거니?
물론 여자주인공도 매끈한 허벅지 납작한 배.. 같은 몸으로 나오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몸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 장면은 역시 나오지 않는다. 타고나길 로맨스 여자 주인공으로 타고난 것인가 보다. 여하튼 이들은 섹스에 합이 맞아가지고 섹스 할 때마다 아주 괴성을 지르고 서로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아주 그냥 서로만 보면 불타오르고 그러는데, 어떻게 그렇게 스무살에 해보고 안해본 섹스를 기교도 다양하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뭐, 여하튼간에 막 요케요케 저케저케 이케이케 막 한단 말이야? 그러다가 나는 헉! 하는 장면을 맞닥뜨리게 된다.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걸.. 쓸 수도 없다. 왜냐하면, 넘나 19금 이라서.
그렇다면 이건 내가 듣도 보도 못한 19금 장면이냐? 아니다.
아마 성인이라면 대부분 아는 것일테고, 또 나를 포함한 성인들 대부분이 해보기도 했을텐데, 그러니까.. 아예 처음 보는 낯선 어떤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그 장면을 똭- 보는데,
헉!
이렇게 된 것이다.
어젯밤에 그 장면을 읽다가,
!!!!!!!!!!!!!!!!!!!!!!!!!!!!!!!!!!!!!!!!!!!!!!!!!!!!!!!!
이렇게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쉬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창밖엔 빗소리가..
자세히 말할 순 없고 그러나 내가 나중에 이거 읽었을 때 기억은 나야 되니까, 손가락과 입.. 이라고만 써두겠다.
야합니다.. 야하다..
야하고 어렵지 않은 로맨스 원서를 찾는다면 이 책이 딱이다. 그렇지만,
번역본을 다 읽은 지금은, 이 책이 내 취향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마일스는 '다시는 사랑 안해' 할만큼 커다란 상처를 가진 남자다. 그 상처는 6년전 과거에 발생한 것. 그 상처는 너무도 크고 깊어 다시는 사랑을 안하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으며 사랑받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는 삶을 그동안 살아왔다. 그러다 테이트에게 끌리게 되고 스스로 부정하고 이를 악물지만 사랑이 싹트는거다.
누구나 상처를 가질 수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아주 어린 나이에도 치명적 아픔을 갖고 살아가게도 된다.
콜린 후버는 그러나 그 상처들이 나를 지배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삶을 사랑으로 찾을 수 있다고 결과적으로 말하고 있다. 콜린 후버의 책은 이게 처음이지만, 아마도 콜린 후버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모두들 동의하기 때문에 콜린 후버가 지금 인기 있는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재미를 위해 극적 요소를 지나치게 넣은 것 같아서 내 취향이 아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나를 함부로 대하는 걸 내버려두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편이라서 이 책이 별로였다.
소설을 읽다 보면 소설 속의 등장인물 중 누구나가 될 수 있고 그렇다면 그 이야기는 내가 참여하는 이야기가 된다. 그 안에서 나는 현실에서의 내가 저지르지 않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아픈 과거를 갖기도 하고, 질투를 하기도 하며, 사랑을 하기도 한다. 소설을 간접경험이라고 하는 건 바로 내가 그 안에 들어갔다 나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테다. 나는 그런 식으로 나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소설을 좋아하고, 그러나 그 소설이 잘 쓰여진 문장들로 이루어졌을 때 좋아한다. 콜린 후버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기 위해 지나치게 극적으로 표현했고(그래서 눈물이 난다), 나는 그런 걸 문학작품에서 딱히 높이 사지 않는다. 물론, 세상에는 그보다 더 극적인 일들이 실제로 더 많고 또 책이나 영화에서도 많이 보여지지만,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기 위한 설정 자체가 보이는 건-쉽게 말해 작가가 보이는 건- 내가 좋아하는 소설, 문학이 아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을 테이트가 건드렸고 마일스는 그 때 자기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테이트를 함부로 대한다. 사실 테이트가 마일스로부터 상처 받은 건 한두번이 아니지만, 번역본에서는 '범하다'는 단어가 쓰일만큼 함부로 대했음에도(원서에서 이게 어떻게 표현될지 모르겠다), 마일스를 내치지 못한다. 머리로는 이런 일에 나를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를 용서하고 또 받아들이는거다. 결국 소설에서는 테이트가 진정으로 아주 울트라캡숑으로 마일스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겪었다고 나오고, 그래야 '그래서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소설속에서도 영화속에서도 그리고 현실에서도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그럼에도 받아들이는' 이야기에, 특히나 여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를 사랑하는 일에 아주, 아주 스트레스를 받는다. 진짜 스트레스 받는다. 왜 그 남자가 너를 그렇게 대하는데, 너도 그게 잘못이라는 걸 아는데, 그런데 그 사랑을 해? 나는 이게 진짜 너무 극심한 스트레스다. 그게 사랑이라서 그래?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거야? 아니, 사랑은 그런게 아니야. 사랑은 나를 함부로 대하는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상대를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는게 사랑인거다. 그치만 그 남자가 다정할 때는 한없이 다정하고, 섹스도 잘하고.... 그래, 그게 더 크기 때문에 그 남자를 사랑할거라면 니 마음대로 하세요.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진짜 스트레스. 휴.. 진짜 똑똑하고 공부도 많이한 여자들이 스스로 잘났음에도 '날 함부로 대하는 너지만 사랑해' 이러는 거 보면 내장이 다 뒤틀리는 것 같다.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그 남자에게 물론 어떤 상처와 고통과 트라우마 기타등등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내가 상처받은 영혼이라고 상대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 허락되는 건 아니고, 아마 그걸 허락하기 때문에 테이트는 마일스랑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 나는 그냥 혼술,혼여행,혼독서,혼커피,혼영화,혼밥,혼산책 이러면서 사는건지 모르겠다만.
이게 영화로 제작된 것 같다고 친구가 유튜브 링크를 보내줬는데,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오니만큼 영화가 너무 보고싶은거다. 게다가 예고편에서 ㅋㅋㅋ 남자.. 등판 무슨 일이야. 등판 넘나 내타입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영화가 제작된다고 했다가 틀어진건지, 2016년 개봉이라고 되어있는 예고편 영상에 누군가 댓글로 '지금 2021년인데 아직도 나는 기다리고 있어 ㅠㅠ' 이런게 달려있더라. 게다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어. 아 궁금하다...
무슨 예고편이 남주 여주 얼굴이 제대로 안보이는데 남주 실루엣만 찬란해. 그런데 이 영화 관련 글들 찾아보면 남주가 너무 딱이라는 거다. '닉 베이트만' 이라는 배우던데, 검색해보니 주연으로 나온 영화는 볼 수 있는게 없고 조연인 영화가 왓챠에 있더라. 제목하여 <파티 올나잇>.
닉 베이트만 궁금해서 보고 싶은데 볼게 파티 올나잇 밖에 없다니. 그런데 왓챠에 있으니 뭐 그냥 보지. 그렇지만 포스터도 줄거리도 넘나 내 타입 아니다. 포스터부터 싫어..
으.. 싫지만 닉 베이트만 궁금하니 한 번 봐보자, 했는데 하아-
주인공이 꿈꾸는 사교파티는 술,섹스,마약에 절여진 여자들이 잔뜩 들어오는 클럽.. 이라면서 소개되고 영화 시작하고 2분 가까이 현란한 조명 속에 춤추는 젊은이들이 가득한 클럽만 나온다. 도무지 버티지 못하겠어서 꺼버렸다. 내가 이 영화를 본 시간은 1분 40초 남짓. 어쩌면 이것이 넷플이나 왓챠의 단점이자 장점일 것 같다. 만약 극장이었다면, 으 싫다 하면서도 어쨌든 끝까지 봤을 것이고 끝까지 본다면 내 생각과 달리 졸라 작품성 엄청나서 감동에 허우적 댔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술과 마약 섹스 이게 한꺼번에 나와서 마치 그것이 젊음의 어떤 방황과 열정과 무모함인듯 보여지는 거 진짜 너무 싫고 게다가 중독이기까지 한 걸로 보여진다면 힘들다. 내가 '캐럴라인 냅'의 <드링킹> 읽으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한 사람이다. 휴.. 그래서 나는 아직 완독한 캐럴라인 냅이 없다........
자, 다시 어글리 러브로 돌아오면,
원서 읽기를 몇 권 해오면서, 원서는 내가 읽은 번역본과 그 감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번역본에선 그냥 넘겼던 부분을 원서에선 울기도 하고 번역본에선 이해하지도 용서하지도 못했던 청춘을 원서에서는 이해하기도 했다. 그러니 어글리 러브도 번역본과 원서가 주는 느낌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원서가 쉬워서 읽기에도 나쁘질 않아, 내가 만약 콜린 후버를 번역본으로'만' 만났다면, '콜린 후버는 이제 안읽어도 되겠다' 했을 것 같은데, 원서를 읽다보니, 한 두 권쯤 더 만나봐야지 싶다. 일단 번역본 '또' 사둔게 있으니 그것의 원서도 읽어보고, 또 선물 받은 원서가 있으니 그것도 읽어보고. 원서로 읽기에 콜린 후버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근데, 원서 읽다가(물론 번역본에서 먼저 읽었지만) 좀 .. 이해가 안된다기 보다 갸웃하게 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그러니까 아직 둘이 서로를 인지하고 긴장하기만 하던 때이고 대화도 많이 안해본 상황인데, 추수감사절을 테이트의 집에서 보내기로 하고 테이트와 마일스와 테이트의 오빠가 자가용 한 대를 타고 테이트의 본가를 간단 말이다. 테이트의 오빠가 전날 밤근무여서 잠을 못잔 터라 '갈 때는 내가 운전할게' 해서 마일스가 운전하고 테이트의 오빠는 조수석에서 '나 깨우지마' 하고 잠들었는데, 뒤에서 책 읽으려고 애쓰던 테이트는 앞 두 좌석의 사이 콘솔(console)에 자기 발을 올려두었다. 운전하던 마일스가 손으로 발을 건드렸고 그래서 발을 치우려고 하니까 마일스가 괜찮다고 그대로 두라고 하면서 자기 손으로 테이트의 맨발을(bare foot)을 감싸는(wrap)거다. 그리고 엄지 손가락으로 문질문질..(his thumb just moved)
이걸 유혹이고 에로틱한걸로 표현하던데, 아니 그러니까 뭔지 알겠는데, 오케오케, 알겠어,근데.. 음.. 첫 스킨십이 맨발 문질문질?? 흐음.. 그치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꼭 손잡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다른 커플들 스킨십 손잡기로 시작할 때 우린 발잡기로 시작하자. 뭐 그럴수도 있지. 음..
그래,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수많은 커플들이 있는데 발잡기로 시작하는 커플이라고 왜 없겠어.
공리 주연의 영화 <붉은 수수밭>에도 보면 가마 타고 가던 여성의 맨발을 똭 잡는 남자 나오는데.. 발.. 맨발.... 이란 무엇인가. 뭐 아무튼 발잡기로 시작하는 커플도 있다, 뭐 그런 얘기다.
오늘 출근해 미친듯이 일하다가 '가만있자 원자재 가격이 상반기에 상승했는데 그게 몇 월이었지?' 하고 자료를 찾아보다가 5월이라는 걸 알게 됐다. 5월이었구나. 라고 생각하자 마자,
5월의 당신은~ 꽃보다 빨리 피어나서~ ♪
하고 있는 나여..
아, 뭔가 꼭 쓰려고 했던게 있었는데 까먹었네. 이래서 메모를 해야 한다 ㅠㅠ
다음 읽을 콜린 후버 작품은 이것. 원서 사러 가야지~ 눈누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