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서를 읽다보면 옮긴이의 말을 만나게 되는데, 옮긴이의 말은 꼭 있어야 하는걸까? 물론 옮긴이의 말이 책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경우도 있을테지만, 책 자체에 흠집을 내는 것 같은 경우를 더러 보게 된다. 얼마 전에 읽은 아니 에르노의 여자의 삶을 다룬 책에서는 옮긴이가 '여기에서 배제된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했었고, 그 전에 읽었던 이디스 워튼의 책에서는 '주인공이 애 낳고 매달리는 여자가 아니라 다행이다' 뭐 이런거 써놔서 지금 이 사람들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긴 한것인가 싶었던거다. 옮긴이의 말이 꼭 있어야 하나? 그런 경우 책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잘못 접근했는데?
'조애나 러스'의 책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의 옮긴이의 말은 맨 앞에 실려있다. 번역을 했던 경험자이고 여성학 전공자이긴 하지만 이 책을 손에 들고 자기가 능력이 안되는 걸 맡았구나, 하면서 겁먹고 아팠던 것에 대해 쓰고 있다. 본서에 대한 설명과 변명을 한다는데, 아직 본문을 만나기 전의 나로서 이런 옮긴이의 말을 읽노라니, '이 책 번역 제대로 되긴 한건가' 의문이 먼저 드는거다. 나 이거 믿고 읽어도 되는거야? 읽기전에 일단 의심부터 하게되는거다. 하아- 왜 이런 옮긴이의 말을 앞에 쓴걸까. 왜 본문을 믿고 읽어도 되는건지 의심하게 만든걸까. 본문을 읽기 전부터 이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이 좀 사라지더라.
옮긴이의 말을 읽고 본문으로 들어가기까지 며칠의 텀이 있었다. 어쨌든 읽기 시작했고 절반쯤을 읽었는데, 세상이 여자 작가들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후려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더 잘쓴 작품을 숨긴다거나, 누군가의 아내나 딸로만 대체시킨다든가, 이렇게 잘 썼으니 그녀가 쓴게 아니라 그녀안의 남성이 썼다든가 하는 식으로. 그런 예시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여성작가들을 내가 모르고 산건가 싶었다. 또한 여성작가의 작품들도. 우리는 모르고 지나치는 것도 많았을테지만 오해하며 지나간 것도 많았다. 언급되는 여성작가들에 대해 각주가 붙어있는데 와, 수두룩빽빽이여. 아무튼, 오늘 읽은 부분에서는 '샬럿 브론테'의 《빌레트》가 언급된다. 저자인 '조애나 러스'가 여성학 프로그램에서 다루고자 했던 책. 많은 사람들이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읽었으며 그 책은 널리 보급되어있고 다양한 출판사에서 출판했지만, 빌레트는 아예 미국에서 출판된 게 없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나 역시도 샬럿 브론테는 제인 에어만 읽었고, 빌레트의 존재를 얼마전까지는 몰랐었다. 창비 세계문학에서 내어주었을 때, 오 다른게 있었구나! 알고 있었고, 친애하는 알라디너로부터 선물 받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직 읽진 않았지만...
아 여러분 표지좀 봐, 너무 예쁘지 않나욤??
창피를 무릅쓰고 고백하자면, 나도 케이트 밀레트가 《성의 정치학Sexual Politics》에서 《빌레트》에 대해 묘사한 것을 보기 전까지는 《제인 에어》가 브론테의 최고작이라고 (그리고 다른 작품들은 좀 따분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빌레트》를 찾아 읽은 뒤 《셜리》, 《교수The Professor》, 샬럿 브론테의 초기 작품, 나아가 제인 오스틴의 초창기 작품(놀랍도록 카프카적인!), 브론테에 관한 패니 래치포드의 책들, 그리고 에밀리 브론테의 '곤달' 시들로 확장됙 전까지는 나 역시 내 학생과 똑같이 반응했다. -p.181
내 생각에 예외적 성취라는 신화가 여성 작가의 그다지 빼어나지 않은 작품을 그들의 최고작이라고 홍보하는 일은 흔하며 이것은 우연한 일도 아니다. 예를 들어, 《제인 에어》는 이 글을 쓸 당시 워싱턴대 영어과 추천도서목록에 올라 있었다. (이것이 지금 당장 접근 가능한 유일한 박사과정 추천도서목록이다. 이 진저리나는 전형은 이 나라를 통틀어 꽤 내실 있고 괜찮은 일등급 교육 기관에도 해당된다.) 《빌레트》는 이 목록에 없었다. 왜일까? 《제인 에어》는 사랑 이야기이다. 여자들은 사랑 이야기나 써야 한다. 케이트 밀레트는 《빌레트》가 "대중성을 갖기에는 너무나 전복적인 책"이며 "탈옥에 관한 기나긴 명상"이라고 묘사했다. 《뉴리퍼블릭》같은 저명한 잡지에서는 볼 수조차 없다는 점을 포함해 여성 시인들의 처우에 대한 마릴린 해커의 불만도 상기시키고 싶다. -p.185-186
아니, 케이트 밀레트가 성의 정치학에서도 빌레트를 언급했단 말인가. 대체 왜, 빌레트가 어떻길래! 나는 또 케이트 밀레트의 성의정치학도 가지고 있다. 이것도 나오자마자 선물받았어. 친애하는 알라디너로부터!
항상 읽고 싶은 책 막 꺼내서 쌓아두지만 막상 읽을 때는 다른 책 읽고 그러는데, 이번 여름에는 빌레트와 성 정치학 도전해야겠다. 아 정말이지, 아직 안읽었지만 빌레트 쓴 샬럿 브런테 너무 좋고, 빌레트 언급한 케이트 밀레트 너무 좋고 막 그래. 이 사람들 너무 멋지네.. ㅠㅠ
아니 그리고 나는 어떻게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들이 다 이미 준비되어 있는거지? 진짜 계획적이고 준비된 여성이여... 물론 친애하는 알라디너들이 선물해준 것이지만, 아니 선물을 왜 해줬겠냐고. 나 좋으니까 해준거 아니겠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 내 덕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집에 가서 어제의 플랭크를 마치고(어제가25일차였다!!) 마라샹궈에 소주를 먹다가 다 먹어서 맥주에 먹태를 먹었다. 맥주는 진짜 내가 안좋아하는 술인데, 소주를 다 마시고 나니 술이 약간 모자랐고 그렇다고 소주를 한 병 더 뜯자니 많이 남길 것 같고, 그렇다고 와인을 오픈하자니, 소주랑 와인을 섞어 마시면 내가 다음날 완전 메롱되는 경험을 숱하게 한터라 하는수없이 맥주를 한 캔하자, 하고는 500 캔을 뜯었다. 크. 오랜만에 마시니 시원하구먼. 그런데 나는 진짜 맥주랑 잘 안맞는다. 맥주 500마시면 화장실가서 2,000 내보내는 것 같다. 여튼, 그걸 다 마시고 이 여름밤, <오리지널 신>을 마저 보기로 했다.
자기 돈 다 들고 튄 아내 줄리아 때문에 빡친 루이스는 총 들고 줄리아 찾아다닌다. 배신감에 치를 떨며 죽여버리겠어! 하지만, 막상 만나고나니 널 너무 사랑해서 미치겠어 엉엉 이러는거다. 흑흑 ㅠㅠ 줄리아는 그제서야 자신이 왜 그랬는지, 자신도 괴로웠음을 토로하고 이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사이좋게 다시 사랑 뿜뿜하는데, 줄리아를 조종했던 악의 손길은 여기까지 뻗쳐와 줄리아를 다시 휘두르고자 한다. 남편 배신해, 남편의 공장도 들고 튀어!! 막 이러는거다. 그 과정에서 총도 발사되고 그래서 흑흑 이거 슬프다더니, 아 여름밤에 슬픈 거 보면 나는 잠을 못잘것 같다 흑흑 ㅠㅠ 이러면서 그래도 끝까지 보자, 아니야 보지말까, 이러면서 계속 봤다. 영화 시작부터 줄리아가 감옥에서 독백하는 걸로 시작하고 교수형을 당할 처지였단 말이지. 저걸로 나 죽이는건가요? 막 이러면서. 여튼 그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슬픈 결말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기분이가 좋아졌다. 안슬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슬픕니다. 이거 안슬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어제 소주랑 맥주 마시면서 티비 채널 막 돌리다가 이연복이 중국에서 탕슉 만들어 파는 거 보고 엄마랑 내일 탕슉 시켜먹기로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는 나한테 너 저런것좀 보지 말라고 했다. 뭘 그렇게 나오는대로 다 먹을라고 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내일 탕슉 먹는다. 후훗.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