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시, 올리브》를 읽는 일은 정말 즐겁다. 책의 내용들은 밝고 환한 내용이 아닌데, 이 소설을 읽는 일은 매우 즐겁다.
원서의 단편들을 한 편씩 친구들과 읽고 있는데, 좀 더 쉽게 읽고 잘 이해하기 위해 나는 그 전에 번역본을 한 번 다시 읽는다. 요즘 바빠 책 읽을 시간이 좀처럼 나질 않아 걸을 때 이북으로 듣는다. 올리브를 읽다 보면, 인간은 진짜 뭘까, 하는 생각을 수차례 하게 된다.
단편 <도움> 역시 다른 단편들만큼 너무 좋았다. 이북으로 들으면서 '버니'가 그 모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수잰'이 잘 자랐다고 했던 부분에서는 '이 부분은 꼭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수잰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바람을 피웠고 어머니를 학대했으며 어머니는 아들을 (아마도) 성적으로 학대했고, 아들, 즉 수잰의 남동생은 한 여자를 스물아홉번 찔러 살해했다. 그 가족들 사이에서 수잰은 꿋꿋이 버티며 어머니가 입원한 요양원을 찾고 감옥에 있는 남동생을 찾는다.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런 수잰에게는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고통과 괴로움에 더해 자기 자신의 잘못에 대한 괴로움도 있다. 수잰은 자신의 심리 상담사와 2년간 불륜을 저질렀다. 바람을 피웠는데, 그 사실을 당연히 남편은 모른다. 그녀는 자신이 바람을 핀 사실이 너무 끔찍해서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남편에게 말하고자 한다. 이 때 아버지의 변호사였던 '버니'는 뭐하러 남편에게 말하냐, 인간은 누구나 비밀을 가지고 있다, 네가 저지른 짓이니 너 혼자 비밀로 간직하며 책임지도록 해라, 고 조언한다. 수잰은 고통스러워 한다. 그게 맞는 것일까? 남편에게 말하면 이 부부관게는 끝나겠지만, 그것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닐까? 무엇보다 수잰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 자신이 '아버지처럼' 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는데, 내가 그런 아버지처럼 되었다는 것, 그것이 그녀를 고통속으로 내동댕이 친다.
"오, 버니. 아마 아버지는 바람을 피웠을 거예요. 열두 번은 피웠을지도 모르죠. 전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
"수잰." 버니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그가 종이 클립을 책상에 놓았다. "너는 네 아버지 같지 않아. 알겠니? 너는 언제나 너 자신이었어." -책 속에서
원서를 읽다가는 저 부분에서 울컥했다. 수잰은, 학대 가정 속에서 살아 남아 검사가 되고 자기 일을 해내고 자기 식구들과 함께 살았던 수잰은, 정신을 잃은 어머니를 병원에 보내고 남동생은 감옥에 보내고 아버지는 불에 타죽은 일을 경험한 수잰은, 그런데 그 안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불륜과 가정폭력이 있었다는 걸 알았던 수잰은, 그 안에서 망가지는 게 아닌, 제대로 살고자 발버둥쳤다. 그런 그녀가 고통스러운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아버지처럼'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되었다는 거였다. 아 수잰이여. 버니는 그녀를 위로하는데 나 역시 그녀의 등을 쓸어주고 싶었다. 학대와 폭력과 살인을 앞에 두고, 그러면서 바람을 피운 것에 대해 내가 아버지처럼 됐다고,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고 고통스러워하는 이 여인, 이 여인은 대체 뭘까. 누굴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더한 잘못들을 알고 보고 경험했으면서도 자신이 한 작은 잘못에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다니. 남편이 있는 채로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건 물론 남편을 배신하는 행위이긴 하겠지만, 그러나 성적 학대 앞에서, 어머니의 몸이 곳곳에 멍들었던 일들을 목격하고서, 그러면서도 나는 바람을 피운 사람이야, 나는 망가졌어, 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니.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기준을 세우고 또 얼마만큼의 기대치를 갖고 있는걸까. 바람을 피운 사실보다, 바람을 피운 것이 아버지가 한 잘못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같아서 고통스러워 하는 수잰을, 아, 어쩌면 좋을까.
버니는 수잰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들려주고 종교에 대한 수잰의 생각도 듣는다. 이 모든 대화들 속에서 버니는 수잰에게 너는 그런 가정에서 빠져나왔다고 말한다. 대화를 끝낸 후 버니는 '수잰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인간은 사소한 일로 무너질 수도 있지만 그러나 끝내 버텨낼 수도 있다. 그런 가정환경 속에서 수잰은, 버니의 말대로, 빠져나왔고, 자신이 생각하는 잘못에 대해 고통스러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생각을 하고 굳건히 버텨갈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다시, 올리브》 안에 담겨 있다. 읽을 때마다 좋은 독서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다음편인 <햇빛>을 읽고 있는데 벌써부터 밑줄을 그어놓았다. 처음의 어떤 문장은 끝의 어떤 문장과 만난다는 것을, 나는 이미 번역본 이북으로 들어서 알고 있다. 그 얘기는 내가 꼭 하고 싶다. 커밍 순...
어제는 나를 포함한 네 명의 소규모 회식이 있었다. 그 멤버들 중에는 여신입직원과 남신입직원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깔깔대고 웃으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고 신났다. 저마다 할 말들이 넘쳐나서 재미있는 자리였다. 그러다 남신입직원이 그런 얘기를 했다. 어제 임원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고 우울해있는데 다코타부장님이 사무실로 들어서며 안녕, 하고 손을 흔들어준 순간 마음이 너무 좋아지면서 스트레스가 사라졌다고,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꿈과 희망을 주는 다코타 부장님 되시겠다. 엣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