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나의 첫번째 슈퍼스타》란 제목만 보고는 넘길 영화였는데, 아니 '다코타 존슨'이 주연인 영화란다. 나는 다코타 존슨이 왜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아마도 나를 닮아서 그런것 같다...(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상상하지 마세요, 미안합니다...)
너무 좋아서 그냥 닥치고 보고 싶은 마음에 재생했다. 재미없으면 중간에 꺼야지, 하면서.
사실 딱히 재미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영화였다.
'매기(다코타 존슨)'는 엄청난 인기가수이며 슈퍼스타인 '그레이스(트레시 엘리시 로스)'의 막내 비서이자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레이스는 여전히 슈퍼스타이지만 십년간 신곡 하나 내지 못하고 있는데, 대장 매니저와 음반 제작사는 그녀가 더이상 신곡을 내는게 아니라 투어 다니면서 라이브 앨범으로 돈을 버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신곡을 만들고 또 발표하고 싶은 열망이 있지만 기획사가 그러지 말라고 하니 꾹 참고 그게 나은거겠지, 하면서 시키는대로 투어만 하고 있는데 매기는 그런 그녀를 지켜보며 그녀가 신곡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리고 그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고 싶어한다. 그녀는 너무나 존경하던 그레이스의 매니저로 지내서 기쁘지만 자신의 커리어로는 프로듀서를 희망했던 거다. 그러나 그녀는 여자고, 신입이라서 좀처럼 프로듀서를 맡게 될 일이 없고, 그런 차에 우연히 길에서 공연하던 남자 싱어 '데이비드(켈빈 해리슨 주니어)'를 만나 '이봐, 나 프로듀서인데 너 목소리 너무 좋아 나랑 같이 앨범 만들어보지 않을래' 라고 말하면서 커리어를 쌓고자 한다.
그녀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친구도 알고 데이비드도 알지만 그러나 그레이스가 모른다. 그레이스에게 자기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아직 데뷔하지 못한 데이비드를 데뷔시키고 싶다. 내 능력 인정받고 데이비드도 데뷔시키고 싶은 열망이 막 차오르다보니, 그녀는 과한 욕심을 낸다. 그레이스의 새앨범 공연 첫번째 게스트로 데이비드를 부른 거다. 그레이스에게는 다른 슈퍼스타 캐스팅했다고 하고서는 거기 가서는 자기가 몰래 취소하면서 계획을 틀어지게 만들고, 그러고서는 '나한테만 맡겨주세요'라며 비밀로 했고, 데이비드에게는 '저녁 먹자'고 불러내서는 사실 네가 데뷔할 수 있어~ 라고 한거다. 그러더니 갑자기 큰 무대에 서라고 한 것.
이 일이 매기의 생각대로만 진행되었다면 결과 역시도 매기의 생각대로 나왔을테지만, 매기가 세상 혼자 사는 거 아니고 그레이스와 데이비드는 매기가 아니다. 그레이스는 그레이스대로 화가 나서 너 이제 이 일 그만두라고 매기를 해고하고 데이비드는 너 저녁 먹자고 불러내서 이게 갑자기 뭐하는 짓이냐고 화가 나서 돌아서 가버린다. 매기는 절망한다.
나는 이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기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매기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게 너무 커서 과한 욕심을 부렸는데, 그 욕심이 그저 자기에게만 향한 것이었으면 모르지만, 타인을 끌어들이는 것이었기에 나는 이 행동이 너무 싫었다. 물론 잘하고자 하는 욕심과 의욕을 모르는 바가 아니고, 인간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이라서 자기 욕심 먼저 챙기게 된다. 어떻게 해야 내 이득을 최대한으로 끌어낼까 고민하면서 그렇게 몸이 움직인다. 그러니 순간적으로 매기는 그레이스와 데이비드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서도 그것이 상대들에게 모두 좋을 거라고 잘못 생각한거다. 내가 좋은데 이거 결국 너네에게도 도움이 되잖아, 하는식. 정말 그런가?
그레이스에게는 그레이스의 상황이 있고 데이비드에게는 데이비드의 상황이 있다. 그들에겐 그들 저마다의 상황과 기분이 있다. 상대가 '선한 의도'라고 다가와 서프라이즈를 벌인다 해서 나에게 그것이 선한 결과로 돌아오리란 법은 없다. 선한 의도였다는 변명은 결국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한 것임이 대부분이다.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과한 욕심을 가졌던 매기는 직장도, 좋은 애인이자 친구도 잃는다. 과잉은 결국 결핍을 부른다.
누구나 살다보면 이런 일들을 겪게 된다. 너무 과해서 부족해지는 일. 내 욕심을 채우려고 하다가 다른 사람들의 기분과 상황과 인생을 족쳐버리는 일. 나도 좋지만 너도 좋잖아, 라는 일이 정말 상대에게 좋은지를 어떻게 내가 판단하는가. 가장 우선 순위에 나를 두고 내 과한 욕심을 채우다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가 끊어지는 일들이 생겨버리고 만다. 이것이 그저 가장 이기적인 나를 위한 것임을, 과잉일 때 깨달아야 하지만, 그러나 과잉일 때 우리는 미처 거기까지 갈 수가 없다. 지나고나서야, 아, 그 때 내가 너무나 이기적이었구나 할 뿐이지. 누구나 감정의 격한 그 한가운데에서는 제대로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격한 감정이 찾아들수록 우리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야 한다. 말과 행동은 감정의 격한 그 한가운데서가 아니라, 거기에서 빗겨나서 시도해야 한다. 결국 매기도 깨닫고 그레이스와 데이비드에게 사과한다. 그레이스와 데이비드를 다시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기 위해서는 내 잘못을 깨닫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그 과정이 필요했다.
슈퍼스타인 가수가 나오는만큼 순간순간 노래를 듣고 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나 이 씬에서는 다코타 존슨이 후렴구에서 같이 잠깐 율동하는데 자지러지게 좋더라.
너 왜 내 뒷자석에 앉아 이건 니 택시가 아니야 조수석에 앉으란 말야, 하는 노래는 그 자체로 좋은데 영상이 없어서 아쉽다.
그레이스와 데이비드의 듀엣 장면도 좋다. 사실 이 듀엣 영상은 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되기 땜시롱 이 영화를 보실 분이라면 이 영상은 건너 뛰시길 권합니다. (자상한 나~)
나는 다코타 존슨이 너무 좋다. 히히히히히. 다코타 존슨 너무 좋아서 다른 영화 뭐 있나 넷플에서 검색했는데 내가 안본게 공포영화 밖에 없어서 안볼거야. 공포 영화는 공포스럽습니다. 킁킁.
너무 바쁜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고 그래서 여성주의 책 완독 못할까봐 잔뜩 쫄아서, 엊그제는 미친듯이 일하고 퇴근 후에 까페에 들러 책을 읽기도 했다.
어떻게든 이번달에 이걸 완독해야겠다는 의지. 그것이 나에게 가득했음에..
말일까지 어떻게든 다 읽을 수 있었겠지만, 나는 목요일 저녁에 놀고 싶었기 땜시롱 그 전에 끝내고 싶었다. 월요일도 화요일도 퇴근 후에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읽어냈다. (feat 친구가 선물해준 필통)
나는 이제 목요일에 자유로운 영혼으로 퇴근 후 오리고기를 먹을 것이야.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신입직원 이뻐죽겠다. 말 잘듣는 사람은 왤케 이쁜걸까염? 그런 거 진짜 너무 좋음. 말 잘듣는 거.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예전부터 응, 그럴게, 하는 등의 말들을 하는 사람들을 예뻐했다.
말뿐인 세상에서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는 사람들을 예뻐했고, 응, 그럴게, 그래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예뻐했다.
여전히 그런 사람들이 예쁘다, 나는.
200년 동안의 거짓말 다 읽었으니 오늘 집에 가 잠들기 전에는 《Olive, Again》읽어야겠다.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뽜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