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는 하루에 하나씩만 올리기로 내가 스스로 정해두었기 때문에 아까 페이퍼 하나 다다닥 쓰고 감춰두었는데, 그렇게 오늘을 잘 넘기려다가, 친구들과 얘기하다보니 또 가슴이 사랑으로 들끓어올라 급하게 부랴부랴 하나 더 써보도록 한다.
친구들과 이 책을 같이 읽고 있다. 이번주 일요일까지는 이 책의 7장부터 9장까지 읽기로 한터였다. 너무 바빠서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 어기고 싶지 않은데, 하였는데 어쨌든 일요일 저녁까지 가까스로 읽어냈다. 본격적 이야기에 앞서, 두꺼비에 대해 얘기해보자.
두꺼비.
그렇다 바로 그 두꺼비다.
이 책은 참... 이상하게 갑자기 툭 뱀장어 나오더니(https://blog.aladin.co.kr/fallen77/12391312), 이제 두꺼비가 튀어나온다. 1800년대에 살던 사람들, 장난을 왜 뱀장어와 두꺼비로 하는거야?
그러니까 무도회에 가서 '다프네'의 오빠 '콜린'은 다프네가 제일 좋아하는 남자형제라고 스스로 칭한다. 이걸 듣게된 '사이먼'은 콜린이 네가 가장 좋아하는 오빠라고? 묻자, 다프네가 이렇게 답하는 거다.
'Only because Gregory put a toad in my bed last night,' Daphne bit off, 'and Benedict's standing has never recovered from the time he beheaded my favorite doll.' -p.151
"그건 어젯밤 그레고리가 제 침대에 두꺼비를 집어넣었기 때문에 순위가 저절로 올라간 거예요."
다프네가 물어뜯듯 말했다.
"게다가 베네딕트 오빠는 내가 제일 좋아하던 인형의 머리를 잘라 버린 이후로 절대 상위 랭킹에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번역서 전자책 中
아니 얘네 대체 왜 이러고 놀지? 사이먼은 일전에 안소니의 침대에 뱀장어 떼를 넣어놓더니 그레고리는 누나 침대에 두꺼비를 넣어놔. 왜그러는거야?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장난이고, 이 브리저튼 남매들 귀족에다가 곱게 자라 우유 데우는 것도 하나 제손으로 못하는데 대체 그 빨래를...두꺼비가 들어갔다 나온 침대 빨래를.... 너무 남 일로 생각하는거 아닌가 싶다. 쯧쯧.. 두꺼비는 또 어디서 가져와서 넣었담? 뱀장어는? 참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다.
자, 두꺼비 얘기는 이쯤하고(개구리와 두꺼비는 어쩐지 나의 마음속에 어떤 무엇이다. 이만 총총.)
9장에서는 본격 썸을 타는 다프네와 사이먼이 나온다. 그들은 연인 행세를 하기로 했고, 그렇게 하면 '공작의 여인을 탐내는 구혼자들'이 다프네에게 청혼을 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러나 '애인이 있다고 생각되는 공작에게 다가오는 엄마들'은 줄어들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이먼과 다프네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들은 세상이 그들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내리든간에, 서로가 서로에게서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그들 사이에는 다정하고 따뜻한 기류가 흐른다. 그들은 공식적으로 커플 행세를 하기로 하였으므로 무도회에서 두번씩 춤을 추기로 하였는데, 그런데 이번 무도회에는 그가 오지 않겠다고 미리 말했었다. 이 무도회에 사이먼이 없다는 걸 안 다프네는, 아무리 자기에게 구혼하려고 하는 자가 있어도 이 무도회가 재미가 없다. 사이먼이 여기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결코 월플라워가 될 수 없을만큼 인기의 중심에 서있는데도, 사이먼이 없는 이곳이 비참하게만 느껴진다. 사이먼을 보고싶다. 사이먼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 사이먼이 그립다.
And so Simon stayed away.
And Daphne was miserable. -p.147
사이먼은 여기에 없었고
다프네는 비참했다.
아무리 백명의 남자가 나를 원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그 남자가 여기 없는데 그 비참함, 슬픔, 피 땀 눈물... 마지막 춤을.... (응?)
그런데 우리의 장난꾸러기 콜린 오빠가 와서는, 너는 왜 여기에 혼자 뿌루퉁하게 있니, 묻는다.
'I'm not skulking,' she corrected. 'I'm avoiding.'
'Avoiding whom? Hastings?'
'No, of course not. He's not here tonight, anyway.'
'Yes, he is.' -p.149
아아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그를 보고싶지만 그를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내 우울했는데, 아무리 자기에게 사람들이 다가와도 하나도 신나지 않았는데, 내내 보고싶었던 그가 여기에 와있다고? 다프네는 언제나 여동생 골탕먹이기에 신이난 콜린이란 걸 알기에 이번에도 골탕먹이는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면서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아아, 이런 마음.
'He is?' -p.149
힝.. 어떡하죠 내 심장이 고장났나봐... 그가 여기에 있다, 그가 왔다, 내가 그를 볼 수 있다.. 아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두근반 세근반 내 심장..어떡하죠.
콜린은 그렇다고, 아까 입구에서 보았다고 얘기한다. 그녀는 어떻게 그를 보아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데, 아아, 오빠가 나한테 장난친다... 막 이러면서 어쩌지를 못하는데, 돌아서서 그를 찾아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오빠랑 얘기하고 있으면서 심장이 두근반 세근반 어떡하죠 내심장이 고장났나봐, 다프네는 서영은의 노래를 목청껏 속으로만 부르고 있는데, 그런데 바로 그 때, 마법처럼, 무지개처럼(like a rainbow), 거짓말처럼! 사이먼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아아, 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여.
'Daphne!' Simon's voice. Right at her ear. -p.151
아아, 웁니다. 마음으로 웁니다. 이걸 어떡하면 좋아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집니다. 기다리고 원하면 이렇게 다가옵니다. 사랑입니다. 이들은 썸을 타고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영화 《비커밍 제인》을 떠올린다.
제인은 부유한 남자로부터 청혼을 받았지만, 가난한 남자 '톰'을 사랑하게 된다.
제인은 무도회에 왔다. 떠난다고 했던 남자 톰을 찾는다. 떠나버렸을테니, 그는 여기에 없어. 그렇지만 그녀는 그를 기다린다. 그를 보고싶다. 어쩔수없이 무도회의 일원으로서 다같이 춤을 추지만, 그녀는 하나도 기쁘지 않다. 여기에 그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그녀는 톰을 원한다. 톰을 원하는데 톰이 없다.
And so Tom stayed away.
And Jane was miserable.
그런데 기적처럼, 춤추던 중에 저기, 톰을 보았다. 그리고 어느 틈에 톰은 내 뒤로 바싹 다가와있다.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이거슨 기적이다. 미라클...miracle (스펠링 이거 맞나?)
사랑이..사랑이 시작됩니다.
자, 다시 브리저튼.
그리고 여차저차 이차저차 삼차저차 해서리 사이먼과 다프네는 테라스에 나가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그러다가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욕망을 읽고, 다프네는, 위험하게도 정원에 나가자고, 나는 정원에 갈건데 너는 올테면 오라고, 하면서 아무도 없는 정원으로 가니까, 사이먼은 여자가 혼자 그런데 가있으면 안되니까 그녀를 보호해야 하니까, 이렇게 막 그런데 여자 혼자 가면 안된다고 할라고 혼내줄라고 다프네를 쫓아갑니다......
가 9장의 마지막인 것이다. 친구들과 나는 9장까지 읽기로 했는데, 아니 이렇게 끝나버리면 촉촉한 나의 마음 어떻게 잠을 자지요? 살짝, 살짝, 10장을 넘겼는데, 아니, 레이디 휘슬다운이, 많은 여성들이 단 한 번의 키스로 망한다고.. 썼어요? 그렇다면 그 뒤는? 나는 어쩔 수 없이 10장을 읽는다. 그냥 읽을라고 했더니 뭔가 에로틱 분위기 전개되는데 해석이 잘 안돼. 번역서를 옆에 펴두고!! 그렇게 한줄씩 따라 읽으면서 서서히 흥분한다. 그러니까 그의 근육들이 팽팽해지고 그의 허벅지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막 응? 막 피부에서 열이 나고 막 그녀의 숨결 바로 그의 앞에서 느낄 수 있고(마늘이나 양파를 먹진 않았나요? 전 개인적으로 김밥 먹고 하는 키스가 제일 토나와요), 점점 더 가까워지고 막 그렇게 되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무도 없는 정원에서 막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요렇게 고렇게 하다가 손이 막 등 뒤로 가가지고 막 올라가고 그렇게 목을 감싸고 막 그 손이 아래로 내려와서 막 옷을 내리고 그러면 .... 네.........
어휴 진빠져.
좋을 때다.
참 좋을 때야.
그 때가 좋을 때다.
얼마나 좋을 때니.
아이참 나 너 좋아해 너도 나를 좋아할까. 나는 너를 욕망해 너도 나를 욕망할까. 아아 네 눈빛... 네 눈빛에서 나를 갈망하는 걸 읽었어. 아아, 클리셰 범벅인 이 말, 클리셰 대마왕인 이 말. 그런데 나도 들어봤다. 네 눈에서 욕망을 읽었다고... 그래서 그렇게 해줘야 했다고. 그게 벌써 언젯적의 일이냐. 저기 아름다운 과거 뒷전에 묻어둔다. 그래, 내게도 욕망이 있었고, 그 욕망이 내 눈에서 이글거렸고, 너는 그걸 읽었지.
좋을 때였다.
But it's over now.
다 끝나버렸지만...
월요일 오전이 이렇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