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유전학자 '바버라 매클린톡'의 이야기다. 아이들이 읽는 책으로 나와있는데 내가 너무 재미있게 봤고, 일요일에 잠깐 들른 조카에게 읽어보라고 주었다.
바버라 매클린톡은 유전학과 세포학을 너무 재미있어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고 들여다볼때면 자신을 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하나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옥수수 농장에 가 옥수수를 들여다보는 일을 편히 하고 싶어서 그 당시에는 드물게도 치마를 버리고 바지를 맞춰입었고, 머리를 감고 말리는 시간을 쓰는게 아까워서 역시나 그 당시로서는 드물게도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그렇게 연구에 매진하다가 후배 학자를 보고서는 이걸 해보면 어때, 함께 연구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진짜 너무 짜릿하고 좋아서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 공부하고 싶다, 매진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의욕이 막 샘솟았달까.
확실히 나는 말을 어떻게 하느냐보다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더 가치를 두는 것 같다. 말보다 행동. 내가 본받고 싶은 인간의 모습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말에 앞서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하는 사람. 나는 한나 아렌트가 너무 좋은데 한나 아렌트야 말로 행동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존재도 몰랐던 '바버라 매클린톡'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어. 너무 좋고 너무 짜릿하고 이런 여성들이 더 많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어린이책으로 짧게 만난게 너무 아쉬워서 바버라 매클린톡의 전기를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검색해보니 이미 절판된 이 책밖에 없더라.
절판이라 도서관에 있으면 빌려 읽으려고 했더니 없고, 그렇지만 알라딘에서 중고로 팔길래 참을 수 없어 주문해버렸다. 그렇지만 우주점 주문은 2만원 넘어야 무료배송이잖아요.... 그래서 이 책들을 함께 샀다.
어쩐지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집에 있을 것 같아 쫄리지만, 나는 내 책장에서 책 찾는게 너무 힘들어서.. 아마 없을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면서 주문했다. 으흐흐흐. 어제 친구랑 얘기하다가 친구가 내게 '정리해야 돼..' 라고 말해서.. 응.. 했는데... 할거다. 할거야. 정리할게 친구야 ㅠㅠ
《정년이 1》권을 재미있게 읽어서 정년이 2권도 읽어봐야지 준비해놓고서는 자꾸 미뤘다. 나는 그래픽 노블이나 만화, 애니매이션을 딱히 좋아하질 않아서 잘 읽게되질 않는데, 그래도 1권 읽었으니까.. 하고 도서관에서 빌렸던 거다. 반납일이 가까워졌고 아 읽기 귀찮다, 그냥 반납할까, 하다가 아니야 그래도 읽고 반납하자 금방 읽으니까, 했다가 우앙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바버라 매클린톡은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서, 다른데에 시간을 쏟기가 아까워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치마를 내던졌는데, 정년이는 비슷하지만 다른 이유로 여성의 옷과 머리를 내던질 수밖에 없게 된다. 자신의 말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거다. 자기 말은 무시되는데, 자기랑 똑같은 말을 한 남성의 말은 받아들여지는 걸 보고 그렇다면 여성됨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던져버리고자 하는 이야기가 이번 2권에서 나오는 거다. 재미있게 읽었다.
'레이첼 커스크'의 《윤곽》은 사려고 생각하고 계속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미뤘었는데 마침 도서관에 갔다가 눈에 띄길래 후딱 빌려왔다. 그렇게 어제 읽기 시작했는데, 오, 좋아! 아직 얼마 읽지도 않고서 북마크를 덕지덕지 붙였다. 내 생각보다 좋아서 '지금 반납하고 새로 살까' 생각했지만, 일단 다 읽고 생각하기로. 이 책은 아마 다 읽고 나면 다시 이 책에 대한 페이퍼를 따로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책을 만나는 거 진짜 너무 짜릿하지 않나.
윤곽에서의 여자는 아테네에 글쓰기 강의를 하러 가는데, 자신이 탄 비행기 안에서의 옆자리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게 한 꼭지, 도착해서 동료 남자교사랑 이야기 나누는게 한꼭지이다. 그렇게 아테네에 가면서, 가고나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로 소설이 진행될 것 같다. 인상적인 건, 두번째 아내 험담을 하던 비행기 안 남자의 얘기를 듣던 여자가 '그녀에 대해서는 네가 부당한 시선을 취한 것 같다'고 얘기한다는 거다. 어제 이 책 계속 읽고 싶었는데 친구가 톡으로 말을 거는 바람에... 우리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 혹은 계획 혹은 목표 혹은 다짐을 갖고 있었고, 그런데 자꾸 미루고 있었다.
- 나 원래 요가 시작하던 3년전 계획은 2021년 해변가 비키니 머리서기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해변가를 못가니까 안되겠어.
- 아 아깝다.. 완벽한데 해변가 때문에!
- 코로나가.... 코로나 나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해변가 아니면 안되는 거잖아. 도리가 없다.
- 안되죠. 머리서기는 해변가야 무조건.
- 그림이.. 영 파이야.
- 응. 그래서 곤란하게 됐지 뭐야?
- 근데 봄에 종식되는 거 아냐?
- 헉.
- 겁나 당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건 계획에 없던 일인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무슨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우리는 자꾸 운동을 뒤로 미뤄서는 안된다, 는 공통적 결론에 도달했는데, 그러면서도 어김없이 이렇게 말했다.
"맞아. 그런데 일단 오늘은 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랑 노는거 재미있어서 독서를 못했잖아.
사실은,
친구와의 수다가 즐거워서 책을 읽다 중단하기도 했지만, 뱀장어 때문에 중단한게 더 크다.
나는 쥴리아퀸의 《공작과 나》 원서를 친구들과 함께 읽기로 하였는데, 어휴, 이 원서 읽는게 진짜 너무 힘들다. 무엇보다 이게 1813년의 공작 나오고 백작 부인 나오고 그러는 이야기라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한거다. 물론, 현대 이야기여도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지만 그래도 이건... 여튼, 일일이 사전 찾아가며 읽을 수도 없고 그냥 읽자... 패쓰하면서 읽자, 하다가도, 도대체 이게 뭔말이야 싶어지면 단어를 찾아보게 된다. 거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You forget, I've seen you with your head being lowered into a chamber pot.' Anthony had once told him. 'It's been difficult to take you seriously ever since.'
To which Simon had replied. 'Yes, but if I recall, you were the one holding me over that fragrant receptacle.'
'One of my proudest moments, to be sure. But you had your revenge the next night in the form of a dozen eels in my bed.'
그러니까 남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사이먼을 앤서니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어떤 순간을 보았기 때문이고, 그 순간 때문에 사이먼은 앤서니한테 복수를 했다는 게 아닌가. 중요 단어를 다 모르겠어서 일단 침대에 뭘 놓았길래 그것이 복수가 되나, 하고 eels 를 검색했더니 뱀장어인거야. 뭐라고??? 뱀장어???? 도대체 무엇에 대한 복수이길래 뱀장어를?? 하고 chamber pot 을 찾았더니 '침실용 변기'인거다. 흐음... 변기로 인한 수치를 당하고 그걸 목격하고 낄낄댔기 때문에 변기에 머리 넣게한 앤서니에게 복수차 침대에 뱀장어를 뒀다는 건가.. 싶어서 나는 이런 미친놈들.. 아무리 그래도 뱀장어를?? 하게 되었는데(뱀장어는 어디다 치우고 침대 시트는 누가 빠냐, 그 비린내..), 앞에 in the form of 를 보고는 뱀장어 형태로 무언가를 두었다는건가 싶어지는 거다. 실제 뱀장어가 아니라 뱀장어 form?? 오바이트 해뒀다는 건가? 뭘 뱀장어 형태로 두면 복수가 되지??? 도무지 이 뱀장어.. 뱀장어가 나를 잡고 놓아주질 않아서 나는 전자책으로 사둔 번역본을 꺼내봤는데, 헐... 아예 저 부분은 통째로 날아가 있었다. 저 앞과 뒤만 번역본에 있었을 뿐, 저 부분은 번역본에 없는거다. 왜그러셨어요... 저부분은 남녀 사랑에 딱히 필요 없는 부분이라 막 빼신거에요? 너무하시잖아요..
나는 도대체 뱀장어가 뭐 어쨌다는 건지 알고 싶어서, 그렇다면 미드에는 저게 언급이 되던가, 하고 어제 자정이 넘게, 보았던 미드 <브리저튼>을 빨리 감아가면서 사이먼과 앤서니가 대화하는 장면에 멈춰서 보았던 거다. 아니야, 나오질 않아. 뱀장어 얘기가 없어. 뱀장어 왜, 뱀장어가 뭘 어쨌다는거야. 방금은 구글 검색기에 돌려보았다. 이렇게 번역되었다.
<그러나 당신은 내 침대에서 십여 마리의 뱀장어 형태로 다음날 밤에 복수했습니다.>
그러니까 뭘 가지고 십여 마리의 뱀장어 형태로 복수했다는 거야. 아?! 그 뱀인형 같은거 말하는건가? 실제 같은 뱀장어 인형...그거 말하는건가? 어렵다...
오늘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여자들의 무질서》를 읽었다.
책속에는 프로이트늬 『모세와 유일신주의』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각주를 보니 국내에는 이윤기 번역의 《종교의 기원》으로 번역되어 있다는 게 아닌가. 잽싸게 검색해보았다.
우앙...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사지는 말아야지, 생각해보지만 안살거면 도대체 왜 넣었담?
아침부터 신간소식을 들었다. 친구가 톡으로 알려주었다.
아니, 저자가 '패트리샤 힐 콜린스'인 부분?????
아니, 우리가 함께 읽은 《흑인 페미니즘 사상》의 그 저자가 아닌가!! 움화화핫!!
아니, <부산대학교출판문화원>이 펴냈다니, 이것은 논문...같은 것인가...... 궁금하기 짝이 없구나.
오늘 퇴근후에는 별 일 없다면 교보문고에 들러서 책을 두 권 살것이다.
요즘 통 요가를 안하고 있어서, 아아, 20분 요가 한달 챌린지라도 혼자 해볼까 생각하지만 .. 아아 힘겹다. 그런 참에 《요가의 과학》 이라니, 오오 흥미가 생겨서 당장 사고 싶다. 이디스 워튼의 《이선 프롬》은 검색해보니 내가 2015년에 읽었는데,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친구에게 어제 이선 프롬 좋다고 추천하면서, 아아 그렇지만 나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싶어서 사기로 했다. 기존에 사둔 책에 대해서 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팔았는가? 누구 줬는가, 나여?? 그래서 오늘 살거다. 교보문고 가서. 왜냐하면 나는 알라딘 3개월 구매액 줄일 거니까...
그나저나 어젯밤에 긴 페이퍼 쓰고 오늘 아침에 긴 페이퍼 쓰고 그런데 이렇게 한시간만에 긴 페이퍼 또 쓰고 있으니... 역시 루틴이 중요하다. 하루 루! 틴!
이제 요가 열심히 하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