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등신같은 놈의 머저리같은 사랑이야기를 읽었다.
그러니까 남자는 결혼해서 애가 있는 유부남이었는데 티미라는 여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래서 아내와 헤어지고 티미와 결혼해서 아이를 둘 낳고 사랑하며 살게 된다. 직장을 다니다가 때려치고 동화도 쓰고 뭐 다른 글도 쓰고 여하튼 집에서 가사노동과 육아에 집중하면서 그게 자신이 무척 좋아하는 일이며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되고 그렇게 의사로 일하는 아내의 퇴근을 기다렸다가 아내 너무 사랑사랑하고 뜨겁게 섹스섹스하고 그러면서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너가 자유로웠으면 좋겠어 너가 다른 남자랑 사랑에 빠져도 돼 나른 남자랑 섹스해도 돼 다른 남자랑 섹스하는 거 내가 보고 싶어 네가 내 아내이기만 하다면 상관없어 막 이지랄 하는거다. 아내가 정말? 진짜? 이러는데 나는 너의 자유를 원해, 이러다가 티미가 직장에서 다른 유부남 알게 되어가지고 같이 조깅하고 스키타고 이러면서 그 남자랑 친해지고 그 남자 자꾸 만나러 가고 그러니까 맨날 질질 쳐울면서 네가 우리를 버리면 어떢하지 그런데 나는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 너는 자유로워야 해 널 사랑해 이러면서 섹스하다가 나를 다른 남자라고 생각해봐 이러고 그러다가 아내 직장 찾아가서 변하지마 이러고 또 울다가..... 진짜 너무 만나기 싫은 인간형이다. 바람 핀건 여자이고 뒤돌아선것도 여자인데 너를 사랑해 네가 원하는대로 해, 그 남자랑 섹스하고 싶어? 섹스해바~ 이러고 있는 남자 진짜 너무 답없고.. 아 너무 빡침. 세상 등신 세상 머저리 너무 싫은 남주다. 저녁 먹기 전에 피자나 만들어 먹어야겠다. 또띠아에 스파게티 소스 쳐발쳐발 하고 올리브랑 햄이랑 치즈 잔뜩 얹어서 치즈 구워 먹어야지. 아니 진짜 너무 싫으네. 나는 진짜 이런 거 너무 싫다. 왜 헛소리를 하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하는 모든 걸 다 사랑해 하면서 왜 자기 자신을 속이지? 정작 아내가 그 남자 만나러 가는 시간이 많아지고 길어지니까 더 우울해지고 더 슬퍼지고 맨날 울고 그러면서 괜찮아 나에게 다 얘기하기만 하면 돼~ 이러고... 아오 나였어도 헤어진다. 나는 진짜 이런 남자 세상 싫음. 안괜찮아서 슬프고 속상해서 눈물 줄줄 흘리고 울면서 괜찮아, 나는 괜찮아 이러는 거 진짜 이거 도대체 뭐냐. 너무 싫어. 우웩.
토요일에 친구들 만나서 술 잔뜩 마시면서 얘기하다가 내가 '도덕에 어긋나는 짓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지만 무엇보다 그런걸 했다는 자기 자신이 남는다, 그런 자신이어도 자신에게 괜찮은지, 자기에게 그런 일을 하는게 자기는 정말 괜찮은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이런 얘기를 내가 열변을 토하면서 했더니, 친구가 내게 '칸트네, 너는 칸트다' 해가지고 내가 좀전에 칸트를 주문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더니 친구가 칸트가 왜 칸트를 사냐고 해서 터졌네. 그런데 이미 사버렸다? 흐흠
아주 오랜만에 재이슨 스태덤 액션 보고 싶어서 [트랜스포터]를 다시 보았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게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프랭크(재이슨 스태덤)의 집이 폭발할 때 그가 여주 레이(서기)의 안전을 확인하던 장면에서 강한 인상을 받아 그 뒤로 그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그의 영화를 다 찾아보고 시작했다. 그의 영화는 좋고 재미있는 것도 많았지만 당연히 형편없는 영화도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안좋은 영화는 [아드레날린] 이었는데 이건 진짜 언급하기도 싫고, 이거 여동생과 남동생과 같이 봤는데 보다가 여동생이 내게 물었더랬다.
"언니 아직도 저 남자 좋아?"
나의 사랑은 한결같아서 여태 그를 좋아하고 있는데 아아, 오만년만에 트랜스포터 보다가 너무... 하아. 내가 기억하는 대로 재이슨 스태덤의 액션은 뛰어났지만, '아시아 여자'에 대한 전형적인 모습이 이 영화에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었다. 레이가 나쁜 놈들의 손에서 구해지고난 뒤 프랭크의 집에서 하루 묵게 되는데 프랭크는 국수 한 그릇 말아주며 이거 먹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가도 된다, 고 하고 자신은 자러 들어가는데 레이는 국수 다 먹고 그 집 구경하면서 다음날 아침 일어나 마들렌을 굽는 거다. 너무 어이가 없었어... 어이가 없다. 물론 영화에서는 나중에 레이가 프랭크가 전직 군인임을 알고 자신을 도와줄거라고 생각해 이용하는 거라고 하지만. 그리고 함께 폭발의 위기를 겪어나간 뒤 물에 빠져 헤엄치고 쫄딱 젖고.. 그리고서는 갑자기 레이가 프랭크에게 '너에게 상을 주겠다'고 자신을 주는 거다. 야!!
후..............................................
내가 이걸 그 오래전에 보았을 때, 그 때 도 몇 번이나 이 시리즈 만들어지면서 제발 사랑은 넣지 말라고 언급하곤 했었는데, 주인공의 이성애 개입하는 순간 거기에는 성역할에 대한 전형성이 생겨나버린다. 특히나 오래된 액션 영화에서 그렇다. 이 영화는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도 아니고 무슨 대작도 아니고 그저 내가 순전히 내 개인 취향으로 좋아하는 영화이지만, 그것도 그의 맨몸 액션을 보는 것 때문에 너무 좋아하지만, 그가 막 달리고 촵촵촵 발길질하고 주먹질하고 그러는 거 보는 거 너무 좋지만, 그렇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을 남들에게 권할 만큼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순 없다는 건 안다. 그래도 [메갈로돈] 같은 영화는 정말 좋았고, [트랜스포터2]는 1보다 훨씬 낫다.
다시 처음의 [결혼의 연대기]로 돌아가자면, 티미는 다른 남자인 '군나르'와 사랑에 빠진다. 그와 일로 알게 되었고 그러다가 조깅을 함께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스키도 함께 타기 시작하고. 그들은 조깅을 하면서도 스키를 타면서도 조금 더 멀리 다녀오게 되고 집에 돌아오겠다던 시간을 서서히 안지키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그들의 사랑이 점차 진행중인 것은 그들의 가족이라도 서서히 알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오래전에 연애를 할 때 내 애인이 친한 여자친구와 스쿼시를 같이 배운다고 했더랬다. 퇴근후에 같이 배우기로 했다고. 나한테 같이 다니자고 하면 내가 안다닐 걸 알아서 자기처럼 운동을 좋아하는 친한 여사친과 뜻이 맞아 같이 다니게 되었다는 거다. 나는 그의 말을 납득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지만 기분이 나빴더랬다. 그는 그 여사친과 매우 친했고 나보다 그 여사친을 알았던 시간이 훨씬 길었고, 주변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그가 여사친과 단순히 친구사이이기만 했던 건 아니라고 했던 말도 나는 들었더랬다.
테드 창의 소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에도 보면 남자가 회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에 관해 회사 여자 동료와 얘기하면서 친해지고 감정을 나누게 되는데, 그 일과 그 감정에 대해서 나눌 사람은 그 여자 동료가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집에 가면 아내와는 그 대화가 되지 않았고 자신에게는 이 일이 매우 중요한 일인데 이 중요한 일에 대해 나눌 수 있는 건 여자동료였던 것.
[결혼의 연대기]의 티미가 조깅을 할 때 남편은 조깅을 하지 않았다. 티미가 스키를 탈 때 남편은 스키를 타지 않았다. 그러나 남편은 티미가 돌아오면 먹을 밥을 차려주는 사람이었고 갈아입을 옷을 세탁해주는 사람이었다. 나에게 중요한 취미, 내가 즐길 수있는 취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반드시 그걸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나는 내 취미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게 될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해서 너랑 취미까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나 내 취미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만큼 거기에서 오는 기쁨과 성취감 그리고 고민 같은 것들을 나누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많은 알라디너에게 알라딘은 아마도 그런 공간이 될 것이다.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눌 곳은 여기만한 데가 없지, 내 주변 누구와도 책 얘기를 나눌 수 없어, 라고 하는 알라디너들이 얼마나 많은가.
티미가 조깅을 함께할 수 있고 스키를 함께 탈 수 있는 상대가 생겼다는 것은 티미에게 엄청 매력적인 일이었을 거다. 그렇지만, 단순히 그걸 같이했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게 된 건 아닐 것이다. 만약 군나르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했다면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 군나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함께 달릴래? 라고 했다면 나는 달릴 때 혼자가 좋아, 라고 햇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이란 것은 이상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당사자인 나 조차도 내가 이럴 줄 몰랐어 하고 빠져들게 될 때가 많다. 티미는 남편에게 아니라고 아니라고, 그런 관계 아니고 그럴 일 없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그렇게 되고 말았다.
군나르는 휴대 전화에 티미의 이름이 찍히기만 해도 맥박이 요동친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인생에서 오랫동안 놓치고 있던 것이 바로 그녀라고도 말했다. (p.242)
나는 저 문장이 너무 좋았다. 문장 자체가 아름답거나 한 건 아니지만, 보편적인 사랑의 시작이 담겨 있는 문장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문자메세지에 혹은 전화가 걸려올 때 누군가의 이름이 뜨는 걸 보고 맥박이 요동치는 그런 때가 말이다. 크- 좋을 때다. 나도 그거 안다. 나도 해봤다. 좋을 때다. 문자메세지의 이름만 보고 웃게 되는 때가 있지. 그치. 좋지. 그래..... 그래.........
그래...
엄마가 김치부침개 했다고 하신다. 그거나 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