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컬렉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 링컨 라임 시리즈 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제프리 디버'의 《본컬렉터》를 어제 다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열심히 읽었지만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는 중에도 걸어가면서 읽었다. 일전에 '혹시 저 알츠하이머 초기 아닐까요?' 라고 상담받으러 갔을 적에 닥터가 내게 걸으면서 책 보지 말라고 했었는데, 나는 의사의 말을 금세 어기고 걸으면서 또 책을 보았고..집 앞 횡단보도에 이르러서야 책장을 덮었다. 날이 너무 어두워져 글씨를 보기가 힘들었어..

그렇게 집에 가서는 자기 전에 침대 위에서 책을 펼쳤다. 뒤에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마저 다 읽고 자고 싶어서. 그런데 뒤로 넘길수록 반전에 또 깜짝 놀랄 반전이... 우와. 이 사람도 이야기를 참 잘 만들어내는구나! 검색해보니 이 시리즈가 국내에 10권 이상 번역되어 있던데,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다 써냈을까? 어쩌면 작가란 타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고로 몸을 쓸 수 없고 침대에 누워있어야만 하는 '링컨 라임'은 뉴욕형사들의 부탁으로 연쇄살인범을 함께 찾아주기로 한다. 증인은 잘못 볼 수도 있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만 증거는 언제나 사실만을 말한다고 생각한 그는, 사고를 당하기 전에 언제나 뉴욕 시내를 걸어다니고 책을 읽으면서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것을 머리에 넣어두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현장의 증거들로 그는 상황을 그리고 범죄자의 심리를 짐작할 수 있고 이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가 건강해서 직접 현장에 가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처지라, 그는 이번 살인사건 현장을 가장 먼저 발견한 순찰 경관 '아멜리아 색스'를 불러 현장 요원이 되어달라 부탁한다. 아멜리아 색스는 그렇게 링컨 라임의 눈과 발이 되어 처음으로 현장을 관찰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하게 된다.


라임은 순찰경관이면서 사건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색스의 처음 담대한 결정에 그를 현장 요원으로 부른건데, 단순히 조용하게 순찰경관으로 살고 싶었던 색스는 갑자기 현장요원으로 불려간 게 너무 부담이 되고 싫다. 그러면서 폭력과 살인에 노출된 피해자를 보는 것도 너무 끔찍하고. 라임과 색스는 그래서 처음엔 불화한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해 가는 시간동안 그들은 점점 서로의 생각을 읽게 되고 친밀해진다. 라임도 언급하는데, 어쩌면 뛰어난 미모의 색스가 자신이 남자로서 그녀에게 위협이 될 수 없을걸 인지하기 때문에 그녀 역시 자신을 편하게 생각한거라고 추측하게 된다.


색스가 현장 증거 수집에 더 능숙해지는 것 그러니까 실력이 향상되는 걸 보는건 즐겁다. 두렵지만 자꾸 앞으로 가려고 하는 것도 짜릿하게 좋고. 이미 능숙한 중년의 남자와 이제 시작인 젊은 여자를 배치한 건 너무나 뻔한 설정이고 또 그녀가 누가 봐도 다시 돌아볼만한 미인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남자작가의 한계인가 싶지만, 색스는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주장을 펼치고 사과해야 할 때는 사과를 하며 반항해야 할 때는 반항을 한다. 고집스런 여성인 것이다. 점점 더 실력이 향상되어가고 성장하는 여주인공 색스인 것은 너무나 좋지만, 다시 남자 작가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은, 그런 그녀 조차도 다른 사람을 욕하기 위해 그리고 흉보기 위해 '계집애같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물론 여자도 여자를 비하하고 혐오할 수 있지만, 이렇게나 주체적이고 피해자의 입장에 서는 그녀가 툭하면 '계집애같이'라며 다른 남자 형사들에 대해 생각할 때면, '색스, 당신에게 계집애는 어떤 사람인데요?' 묻고 싶었다. 계집애는 대체 뭔데 비하와 멸시의 용어가 되는것일까? 계집애는 어떤데요, 제프리 디버? 계집애가 뭐가 어쨌길래요?



무엇보다 좋은 건 색스가 끝까지 피해자의 편이라는 것이다. 연쇄적인 살인에 결국 FBI 가 수사권을 가져가게 됐을때, FBI 요원은 범인을 찾기 위해 모든 기술을 총동원하고 에너지를 쏟지만, 그러나 지금 어딘가에서 피해를 당하고 있을 피해자에 대한 색스의 언급에는 '범인을 잡으면 구할 수 있다'고 하는 거다. FBI 요원에게는 범인을 잡는게 가장 우선이었고, 그것은 당연하지만 그러나 색스는 이미 어딘가에서 죽어가고 있을 피해자를 살리는 게 급선무다. 결국 그녀는 모든 증거를 가지고 다시 라임에게로 몰래 도망와서는 피해자를 찾아보자고 그래서 구하자고 한다. 그녀가 피해자를 결국 구해내는 장면장면들은 그녀의 의지였다. 피해자를 구해야한다, 라는 그녀의 생각이 이 책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었다. 자신을 지휘하는 사람에게도 "피해자는요?" 라고 물을 수 있는 그 지점이 너무 좋다.


또한 연쇄살인범이 등장하지만 모든 피해자가 계속 죽어나가는 게 아니다. 그 점도 너무 좋다. 일전에 그 뭣이냐..그 일본 소설..머리에 비듬 가득한 탐정 나오는 소설에서는 죽고 또 죽고 죽어도 해결을 못하는 이야기라 너무 싫었는데, 제프리 디버는 그의 소설 속에서 수사하고 추리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는 것을 피한다. 윽 죽지마, 그렇게 죽이지말란 말이야, 라는 간절한 바람이 작가에게 들린것 같았달까.


여담이지만, 어딘가에서 본 제프리 디버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이와 동물을 해치지 않고 성폭행을 다루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고 했다. 살인이나 고문장면은 실제로 묘사하지 않는다고. 그러면서도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범죄소설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그의 능력이다. 그래, 아이와 동물을 해치지 않고 성폭행을 다루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하다!



제프리 디버는 이 연속된 살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만으로 이야기꾼이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여기선 이제 어떡하지' 하는 지점에서도 그 다음 장면들을 착착 펼쳐낸다. 이를테면, 침대에 누워있어야만 하는, 목 위를 제외한 몸이 마비된 자가 위험에 처한다면 그 때는 어떻게 될것인가, 아니, 이제 이 사람이 어떡하나, 할 때 조차도 그 다음장면들을 그려낸다.



색스가 굳이 그렇게 어마어마한 미인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고 읽기 전에는 이 둘이 결국 로맨스로 끝난다는 누군가의 리뷰에 뜨악했었다. 굳이 이 둘에게 로맨스를 줘야했나 싶은거다. 그런데 읽고나니 이 둘에게 있는 것은 우정 쪽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상처를 갖고 있고,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을 알아보며 가까워지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니. 이 둘에게는 그런 식의 친밀함이나 우정이 찾아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 이성적인 감정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다. 이미 라임의 머릿속에는 색스를 보면서 미인, 미인의 권력 이란 단어 같은 것들이 떠올랐으니까. 앞으로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 둘 사이에 로맨스가 찾아온다면 그건 또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감당할 밖에..



나는 이 책의 다음 시리즈를 주문했고 지금 내게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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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 자고 갈게.
    from 마지막 키스 2020-10-07 10:11 
    이 책을 다 읽으면 옮긴이가 그런 얘길 한다. 영화로 보면 그 영화속 등장인물들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된다고. 정확한 워딩은 그게 아닌데 내가 책이 지금 없어가지고 아무튼 그런 뉘앙스의 글이었는데, 그러면서 옮긴이는 덧붙인다. 링컨 라임 역의 덴젤 워싱턴이야 그렇지 않지만, 색스 역의 안젤리나 졸리를 이미 본 이상 시리즈를 읽어가며 색스 역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게 불가했다고. 나 역시도 그렇다. 링컨 라임이 사건을 해결하는 '머리
 
 
moonnight 2020-10-0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서 졸리씨와 워싱턴씨 커플이 자동연상 되어요 호호^^ 참 잘 어울렸는데♡

다락방 2020-10-07 10:47   좋아요 0 | URL
저 2,3권 주문했어요. 으하하하하.
영화 너무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안나더라고요. 다시 봐야겠어요. 아 책 재미있어요. 저 링컨 라임 시리즈 다 읽을거에요!!

바람돌이 2020-10-07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12권에서 링컨 라임 너무 멋있거든요. 전 남녀관계에서 저렇게 교과서적으로 쿨하고 멋진 남자 처음 봤어요. ㅎㅎ 그니까 꼭 12권까지 보세용... ㅎㅎ

다락방 2020-10-08 09:33   좋아요 0 | URL
저 이제 2,3권 샀는데 12권까지 언제보죠?
그런데 4권이 품절이에요 ㅠㅠ 중고 사면 되니까 뭐 ㅠㅠ 그런데 깨끗한거 사고 싶다 ㅠㅠ 아무튼 12권까지 달려보겠습니다. 그 길에 함께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