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을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아마 내가 알라딘을 이렇게나 오래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지 않나 싶다. 다른 책을 권하고 소개를 받고 또 공통적으로 읽은 책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라도 나눌 수 있다는 것. 언젠가는 다른 알라디너들이 '이 작가처럼 쓰고 싶다'라는 글을 쓴 걸 보고 좋아하기도 했다. 설사 그들이 되고 싶어하는 작가가 내 취향의 작가가 아니어도, 어떤 식의 글을 쓰고싶다, 라는 걸 읽는 건 진짜 짜릿해.
얼마전에도 언급했지만 지독하게 미스테리 책만 읽으려는 편협한 취향의 남동생에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스테리 소설을 읽고 권하고 있는데, 어제 그 중 한 권을 다 읽었다며 남동생이 톡을 보내왔다. 최근 읽은 책중에 '재미있다'라고 표현한 건 아마 이 책밖에 없지 않나 싶다.

위에서 말한 책은 바로 이 책.
이 책도 사두고 안읽었다가 남동생 미스테리 줘야한다, 허겁지겁 읽기 시작했었는데, 초반에는 북유럽의 낯선 지명과 이름에 몰입이 좀 힘들었는데, 와, 이건 대단한 이야기였다. 여성대상 범죄를 풀어가는 이야기이긴 한데 난민이 언급된다. 난민에 대한 혐오와 그렇지만 혐오할 수밖에 없는 그 지역 사람들의 사정도. 난민 혐오를 한 번 짚어주자는 거구나, 싶었는데 결론에서 맞닥뜨리는 반전은 느낌표 백 개 생기게 하고, 아, 그 때 나왔던 그 대사가 바로 여기에 적용되네 싶으면서 이 소설은 놀라운 소설로 바뀌어버린다. 아, 그 얘기 하고 싶었던 거구나. 그냥 짚고 넘어가는 수준으로 끝내고 싶었던 게 아니라, 결국 그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였어!
반전을 가장 효과적으로 장치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을 남동생에게 건네면서 재미있다고 하기는 했지만, 그 낯선 지명과 이름 때문에 끝까지 넘길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을 했었다. 어쩌면 에잇, 다른 거 읽을래,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남동생은 다 읽었다고, 재미잇었다고 톡을 보내왔다. 아흑 너무 짜릿한 순간이었다 진짜. 좀 더 욕심을 내자면 나는 남동생이 저런 식의 간단명료한 감상이 아니라, 어쩌고 저째서 이러저러하니 요러케죠로케 됐다...같은 평을 기대하지만, 아니, 다 읽었고 재밌다고 말해주는 게 어디야. 그래.. 좋다.
미스테리, 추리 소설에서 작가들이 반전을 장치하면서 뭐랄까, 이것봐라 반전이지롱~ 하고 싶어서 한거구나 싶은 그런 작위적인 느낌을 받을 때도 더러 있는데, 이 책의 반전은 '치밀한' 장치였다. 너무 좋아서 얼마전에 친구에게도 추천했는데(항상 나에게 재미있는 책 추천해달라고 하는 친구다), 그 친구는 이미 이책을 읽었다며 자신도 재미있었노라 말했다.
여러분 이 책 읽어보세요, 끝까지 읽다보면 느낌표 백개 찾아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오십개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찾아오긴 찾아와요...
마지막에 남동생이 '어느정도 예상했었어'라고 해서 빵터졌다. 저놈은 소설을 한 40권쯤 읽었을 때,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이제 써야겠어"
라고 말했던 놈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번은 로맨스 소설을 추천했었는데 한 십분의 일정도 읽더니
"이건 안읽어도 돼. 내용 뭔지 다 알아. 책을 하도 많이 읽어서 이젠 제목만 봐도 내용을 알겠어." 라고 하는게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좀 더 길게 말해주렴, 동생아. 앞으로는 좀 더 길게..감상을 말해줬으면 해..... ♡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신간 소식은 항상 짜릿할 것이다. 특히나 좋아하는 작가, 기다리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좋은가. 나는 호프 자런의 신간 소식을 알게 되었다. 일전에 《랩 걸》을 읽으면서, 수화기 너머로 애인과 대화하던 생각도 떠올랐다. 그는 나에게 언제나 요즘은 뭘 읽는지 물어왔고, 나로부터 책 이야기를 들었고, 그 책에 대한 감상을 들었고, 내가 말하는 줄거리에 대해서 자신의 감상을 얘기하기도 했다. 랩 걸 에서는 작가의 절친한 남사친이 나오는데, 남자와 여자 사이의 친구관계.. 에 대해서도 말했었다. 어느 날 호프 자런은 남편을 두고 그 남사친을 만나 여행하는데, 거기에 전혀 이성적인 혹은 연애적인 감정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물론, 남사친의 기분은 내가 알 수 없다), 그 일에 대해 얘기했을 때 애인은 '그거 괜찮겠어? 나는 싫을 것 같아' 라는 이야기를 했던 거다. 호프 자런, 이라고 하면 또 생각나는 건, 그녀의 실험실에서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던 선배 여성에 대한 얘기였다. 호프 자런은 그 여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또 좀 꼰대라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그러나 나는 그 여성이 늦은 밤에 집에 데려다주려고 애쓰는 것, 호프 자런은 좀 과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내 보기엔 전혀 과하지 않은 범죄에 대한 우려 같은 게 느껴져서 그 선배 여성이 고마웠더랬다. 호프 자런, 이라고 하니까 이렇게 호프 자런의 책을 읽었던 기억들이 우수수 쏟아지는데, 그 호프 자런의 신간이 나온 거다.
아 너무 좋지 않나요 여러분... 책 읽기는 진짜 만세만세 만만세야. 짱이다.
사람마다 책을 읽고난 후의 반응이 다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고 느끼면서 그것을 혼자 간직하는 게 기쁨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면서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 거 진짜 나는 너무 좋아. 그래서 알라딘을 하고 있는 거다, 내가. 누가 읽든 안읽든 내가 주절주절 책에 대해 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 그게 내 스스로 너무 좋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 그러다보면 그 글을 읽는 사람이 생기고 또 그 중에 소수는 그 글들을 좋아해주기도 한다. 가끔 계속해서 보고 있는 눈팅족이었다거나 하는 댓글을 만날 때면 얼마나 가슴 가득 뻐근함이 느껴지는지...
어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9월 도서인 《페미니즘:교차하는 관점들》을 읽으면서 또 아직 읽지 못한 여성학자들의 책을 검색해보았다. 물론 내가 읽었던 작가와 책들이 수차례 나오긴 하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들과 작가들도 나오는 거다. 왜 아니겠는가. 그러나 슬픈 건, 내가 읽고 싶다고 해서 읽을 순 없다는 거였다. '케이트 밀레트'의 《성의 정치학》은 절판인데다가 개인 중고판매자들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책정해놓았다. '메리 데일리'도 읽고 싶은데, 역시나 절판이다. 이런 책들, 다들 어딘가에서 개정판을 준비중이라면 좋겠다. 성의 정치학과 메리 데일리의 책 모두 오늘 생각나는 출판사에 문의 넣어볼 참이다. 이 책들 개정판 좀 내주시면 안될까요?
빨리 점심시간 왔으면 좋겠다. 내가 만든 진미채(어제 페이퍼 참조) 도시락 반찬으로 싸왔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인 것이다.
다이어트는 빼고..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