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커피가 새로 나왔고 나는 당연하게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휴가 끝나자마자 지르려고 했는데, 좀 기다리자, 마음 먹고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며 기다렸다.
왜냐하면 8/12일인 오늘은 <제1회 100자평 백일장> 당첨자 발표가 있기 때문이었다.
자세한 이벤트는 요기 ☞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07227
링크에서 안내하다시피 지정된 도서에 100자평을 작성하는 거였고, 1등에게는 적립금 15만원이 주어진다. 게다가 각 도서별 1등은 중복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총 네 권을 참가했고, 네 권을 1등하면 150,000*4=600,000원이지 않은가. 미리 내 돈을 써서 지르지말고 적립금 60만원 들어오면 사야지, 그렇게 생각한거다. 그래서 새로나온 커피도 넣어두고, 책도 마구 담아두었다.
이걸 다 사도 60만원은 안되니까, 두었다가 사고 싶을 때마다 야금야금 사면 되겠다. 히히. 그러면서 기다렸단 말이다. 혹여라도 아쉽게 한두권은 안된다면, 그러니까 다시말해 한 두권만 된다면, 그래도 15-30만원이니까, 위의 책들은 충분히 살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커피를, 책을, 사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은 내가 잘할수 있는 것중에 하나였다. 사실 또 안기다리면 어쩌겠는가. 나 어차피 1등될테니 내 적립금 먼저 다오 할 수도 없잖은가?
오늘이 바로 60만원 들어오는 날! 나는 아침부터 알라딘을 들락거리며 발표해, 발표해, 쏘아줘 60만원, 이랬단 말야? 그리고 좀전에 발표가 나서 후훗- 드디어 났군- 하는 마음으로 내가 참가한 도서들의 1등을 살펴 보았는데...
없었다.
내 이름이.
내 이름이 없었다.
나는 60만원 오늘 들어오는 걸로 계획 잡았는데, 계획이 다 수포로 돌아갔다.
아아, 역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야. 인간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혼자였으면, 그래서 내 생각대로 되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모든 상금을 나에게 쏟아주었을텐데, 아아, 그러나 세상에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땜시롱, 그 사람들은 내가 쓴 백자평을 1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우리의 생각 이렇게나 다르네? 우리의 느낌, 온도, 습기.. 이렇게나 다르다. 나는 한 권도, 단 한 권도 1등하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 커피도, 책도... 결국 아무것도 못사고 있다....
(내가 많이 부족했나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 슬픈 스토리....
그래, 나에게 허락된 건 가끔 들어오는 땡투 적립금인가 보다. 오늘 아침에 확인해보니 130원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리뷰에 땡투 들어왔더라. 그래, 가끔 이렇게 들어오는 130원 이나 120원에 기대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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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이러면서 어쩌자고 나는 나의 자뻑을 버리지 못하였는가. 왜때문에 어째서 쓰면 무조건 1등이다! 라고 생각하는가. 지난번 리뷰대회에서도 난 내가 1등할줄 알았지? 아무것도 못타서 어떻게 이런 일이!! 하였는데... 백일장 대회 한다고 다정한 친구에게 말했을 때도 그 친구가 그랬다. "또 안돼서 실망하지 말고" 라고... 나는 "될건데?" 하였는데, 안됐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때문에 세상을 사는가. 아아, 글 써서 돈 벌고 사는건 진짜 어렵네요.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저는 글로는 돈을 못버나봐요? 그렇다면 요리에 도전하겠다!! 요리로 돈 벌겠어! (농담입니다)
하아. 너무 슬퍼서 일이 손에 안잡힌다... 내 60만원......돌아와, 60만원아, 어디로 그렇게 뿔뿔이 흩어지는거야. 흑흑 ㅠㅠ
그나저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이 모임 때문에 인생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작년말에 만났을 때, '내년에도 이걸 할까?' 물었고 모두가 '그러자'고 했기 땜시롱 나는 지금 이자리에 와있는데, 그 때 나는 '아 2020년 일 년도 더 하겠구나'라고만 생각했더랬다. 1년.. 1년만 더 하는건줄 알았지? 아니, 그런데 이 사람들... 그냥 당연히 쭉 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였어. 여러분 왜이러는거야? 심지어 내년 커리큘럼엔 철학이 끼어들 예정이다. 멤버1은 지형도를 만들어놓고 누구부터 접근해서 결국 버틀러에게 어떻게 닿는가를 벽에 붙여두었고 우리에게 사진 찍어 보냈다. 라캉으로 시작하자고 그는 말했다. 버틀러를 읽기 위한 준비작업이 라캉..이 되는 셈인데. 사실 나는 버틀러 한 번쯤 읽고 가긴 해야겠지만, 내가 지지할 수 없는 작가..라고 생각하고는 있으므로 버틀러에 대한 욕망 딱히 있는 건 아니지만...라캉으로 접근하고 프로이트 입문서 읽고 버틀러에게 닿는 과정은 나름 재미있을 것 같다. 결국 모든 길은 철학으로 통하는게 아닌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지만... 아니, 그러니까 60만원 받아서 프로이트 입문서도 살라고 했는데 60만원 안주면 어떡해? 왜이렇게 내 마음대로 안되지? 앞으로 라캉도 사야되고 버틀러도 사야되면 60만원이 얼마나 요긴하게 쓰이겠어? 아 빡친다....
아무튼 9,10,11,12월의 도서는 추후 공지 작성하겠습니다. 페이퍼는 하루에 하나씩...바람돌이 소원같은 것......
하아- 60만원 때문에 슬픔에 잠겨서 저녁에 집에 가다가 돈까스좀 사먹어야겠다. 슬픔의 새드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