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무실에서 알라딘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어제 술(쑥부침개+와인)을 마신 탓인지 오늘은 꼭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다. 출근길에 부러 맥도날드에 들러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를 주문해 가지고 와 사무실에서 마시는데, 으앗, 첫입부터 너무 썼다. 아니.. 이거보다 더 진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마시던 나인데..이게 왜 쓰지? 다시 마셔보았다. 역시나 썼다. 으앗. 이걸 어쩐담?
하는수없이 어제 사두었던 츄러스랑 같이 먹었다. (응?)
왜 이 아메리카노가 쓰게 느껴질까. 어쩌면 그간 사무실에서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내려마시던 커피에 길들여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원두를 주문할 때 핸드드립용으로 분쇄 옵션을 선택하고 사무실에서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내려마시면 맛이 진하지가 않다. 그래서 원두를 많이 넣는데, 아무리 그래도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같은 맛은 나지를 않아. 내심 아쉬워하며 그냥 마시던 터였는데, 아쉽다고 하면서도 그 맛에 길들여져버린 모양이었다. 맥도날드 아메리카노가 쓰다니...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사무실에서 내려마시는 원두로 돌아서야 하는걸까. 그래야 하는걸까. 그렇다면..... 흐음.... 핸드드리퍼 살까? (그거 아냐) 좀 저렴한 거 사서 기분이 꿀꿀할 때면 향을 음미하며 내리면 좀 낫지 않을까? (그러지마) 매번 하는 건 귀찮아도 어떤 날에는 핸드드립 하고 싶지 않을까? (어리석은 생각이야) 매번 하면 스트레스여도 어쩌다 하면 .... (너 니 성격 알잖아, 잘못된 선택을 하지마..)
그렇게 혹시 알라딘에서 드리퍼를 살 수 있나 검색해보았다. 나는 커피를 공부한 것도 아니고 공부할 것도 아니라서 좋은건 필요 없었다. 저렴한 게 있다면 갖고 있다가 어느날 내리고 싶다면 내려 마시면 되잖아?
검색해보니 이 두 종류의 드리퍼가 나왔고 가격은 3,600원으로 저렴했다. 회사에는 이미 오른쪽(칼리타 드리퍼)용 여과지가 있으니까 드리퍼만 사면 되잖아? 했는데, 후기를 보니 왼쪽(하리오 드리퍼)이 훨씬 낫다는 게 아닌가. 응? 그래서 빨간 드리퍼 후기를 보니 그건 다 평이 괜찮았다. 저렇게 커피 나오는 부분이 넓으냐 좁으냐에 따라서 커피 맛이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내가 그 맛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같은값이면 후기가 좋은 걸 사는게 낫지 않을까.
저 원뿔형 빨간 드리퍼를 사도 내가 가진 여과지를 쓸 수 있나 보았더니, 저건 또 저것대로의 여과지가 필요했다. 흐음..
왼쪽이 하리오 여과지 오른쪽이 칼리타 여과지.
아니, 저 드리퍼를 사면 여과지를 또 따로 사야한단 말인가... 흐음...... 나는 망설이기 시작한다.....이를 어쩌나. 기존에 사둔 원두는 산수유이고 아직 남았는데, 요즘 이걸 내리면 딱히 향이 잘 나질 않는다. 아마 로스팅한지 좀 되어서가 아닐까. 새로운 커피를 사서 새로운 향을 가득 맡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한데, 여동생이 알라딘에 에티오피아 새로 나왔는데 산미 강하니까 참고해, 라는 말을 하는게 아닌가. 뭔데, 뭐가 새로나왔는데.
사...사.....사고싶다. 나는 '마시고' 싶은 것인가, '사고' 싶은 것인가.
어쨌든 그래서 드리퍼, 여과지, 커피...를 넣었더니 '으응 드리퍼 저려미네~' 하면서 좋아했다가 갑자기 장바구니 금액 넘나 늘어나버리는 것. 인생이란 무엇인가요?????????? 소비란 무엇이죠? 구매란 무엇인가요????????? 갑자기 장바구니 금액 커지니, 아아, 이를 어쩌나, 아무것도 사지말까... 어차피 나란 여자, 핸드드립 하면서 온갖 스트레스 다 받을텐데, 그냥 커피 메이커에 내려 마시면 되고, 그러면 여과지도 안사도 되고, 남은 커피나 내려 마시면 원두도 안사도 된다. 어머님은 늘 내게 말씀하셨지, 돈은 안쓰면 모이는거라고....
엄마...
나 아직 동백 원두도 안마셔봤는데... 알라디너라면 동백 원두는 필수코스 아닌가요?
그래서,
혼란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왜 알라딘에서 책지름에 대한 고민에 커피 지름에 대한 고민까지 더해야 하는것인가..
알라딘 탈퇴할까..
책이나 살까.
아, 맞다. 나 어제부터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읽고 있는데, 읽기 싫다... ㅠㅠ
그렇지만 조카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으니 꾹 참고 읽기로 한다..
그대 맘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대가 말한 온갖 작품을
가슴 속에 새기고 듣고 보고 외워도
우리의 거린 좀처럼 좁혀지질 않네요
얽매이는 기분이 들면 안되니까요
나는 다가서다가도 물러나요
보여주고 싶지만 드러낼 순 없기에
그대의 옷자락 끝만 붙잡고 있는걸
(심규선, 담담하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