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지음, 강세영 옮김 / 당대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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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기존에 속해있던 것들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로 말하자면 친하게 지내던 남자사람들과 멀어지게 되었고(새로 사귄 남자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탈코르셋을 선언하고 비혼을 선언한다. 비연애나 비섹스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기존에 자연스레 하고 있던 것들, 그것이 응당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과 작별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자연스레 따라올거라는 생각을 하게된거다. '거다 러너'의 이 책,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으면서, 남자사람들과 또 결혼과 멀어진 사람이 있는것처럼, 종교랑 멀어지는 사람들도 많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가 가지고 있는 그 보수성과 남성주의를 도무지 버텨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거다. 



메소포타미아까지 거슬러 올라가 가부장제의 창조에 대한 글을 써내려가기 때문에 나는 거다 러너가 이 책을 쓰기까지 아주 많이 애를 썼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읽기에는 결코 쉽지가 않았다. 낯선 용어와 여신들의 이야기들을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좀 힘들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성서를 가져오고나서부터는 읽기에 수월해졌는데, 그러면서 '아, 종교를 버텨낼 수 없는 사람들도 있겠구나' 싶었던 것. 



성서에서 성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은유는 남자의 갈비뼈로 창조된 여자에 관한 은유와, 신의 은총에서 인간의 타락을 초래한 유혹자 이브에 대한 은유이다. 이 두 은유는 여성의 종속을 신이 승인했다는 증거로써 2천년 동안 인용되어 왔다. 동시에 이들 은유는 그 자체만으로 성별 관계에 관련된 가치와 실천을 정의하는 데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 창세기와 같은 시적, 신화적, 풍습적 복합체에 대한 해석은 해석하는 사람의 욕구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예상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해석의 전통이 지나치리만큼 가부장적이었다는 점과, 지난 700년 동안 여성들이 개인적으로 구축해 낸 다양한 페미니스트 해석들이 그동안 굳건히 지켜졌고 신학적인 인가도 받았던 기독교신앙 이전의 오랜 전통에 대항해 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p.318-319)




아담의 갈비뼈에서 여성을 창조한 것은, 수천년 동안 글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하느님이 부여한 여성의 열등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이 해석이 이브가 창조된 갈비뼈가 아담의 '아래' 부분 중 하나이며 그래서 여성의 열등성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점에 기대고 있거나, 혹은 아담은 흙에서 창조되었지만 이브는 뼈와 살에서 창조되었다는 사실에 기대고 있거나 간에, 그 구절은 역사적으로 극도로 가부장적인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p.319-320)




창세기 이야기의 상징적 의미는 둘 다 야훼의 개입을 통해 신성한 물질들이 스며들었지만, 흙에서 창조된 아담과, 인간 몸의 일부에서 창조되었으며 고대 다산 여신들의 후계자인 이브로 양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이분법은 야훼가 벌로써 노동의 성별분업을 명한 타락 이야기 속에서 강화된다. 아담은 그의 이마에 흐르는 땀 속에서 일할 것이며, 이브는 고통 속에서 생명을 낳고 후손을 키울 것이다. 부과된 처벌이 남성에게 일을 부담으로 만들지만, 여성을 고통과 괴로움에 빠지도록 한 벌은 여성의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섹슈얼리티의 자연적 결과인 여성의 출산하는 몸에 대해서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323)




이로써 3월의 마지막 날에 3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를 완독했다. 으하하하하. 장하고 뿌듯하다. 아직까지는 제 때에 잘 읽어내고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렇게 같이 읽기를 하는 게 너무 좋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같이읽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공개적인 약속이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지금까지의 책들을 다 읽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읽다보니 더 읽고 싶어진다. 이 책 [가부장제의 창조]는 너무 오래전의 역사로 거슬로 올라가 힘들게 읽혔던만큼 좀 더 가까운 과거 속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다르게 쓰여진 가부장제에 관련된 책들이 궁금해지는 거다. 이성애를 스톡홀름 신드롬에 비유한 책을 한 권 사둔만큼, 가부장제, 결혼, 이성애에 관련된 책들을 더 많이 읽고 싶다고 생각한다. 한 권을 읽으면 또 다른 책들이 읽고 싶어지는 게 바로 독서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내가 학창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는 만큼,

대학시절에, 그렇게 공부하기 좋은 환경에(학교 도서관! 여대!) 그때 이렇게 페미니즘에 열정을 쏟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도 생각한다. 그랬다면 지금쯤 페미여전사가 되어 가부장제를 다 뿌셔버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아쉽다.






‘온정주의‘의 토대는, 교환을 위한 문서화되지 않은 계약이다. 그것은 모든 사안에서의 종속의 대가로 경제적 지원과 보호를 남성이 제공하고, 성적 서비스와 무임가사서비스를 여성이 제공한다는 계약이다.- P414

우리느 반드시, 최소한 당분간은 여성중심적(woman-centered)이어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가능한 한 가부장적 사고를 떠나야 한다.- P396

여성들은 항상 자아(self)와 공동체의 현실을 경험해 왔고, 그것을 알고, 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왔다. 그러나 그들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세계에 살기 때문에 그들의 경험은 중요하지 않다는 오명을 안고 있다. 따라서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을 불신하고 평가절하하는 것을 배웠다. 월경 속에 무슨 지혜가 있을 수 있는가? 모유로 가득 찬 젖가슴 속에 무슨 지식의 원천이 있는가? 일상적인 수유와 청소 속에 추상성을 위한 무슨 재료가 있는가? 가부장적 사고는 그와 같은 성별 정의된 경험들을 비초월적인 ‘자연스러움‘이라는 영역에 소속시켰다. 여성의 지식은 단순한 ‘직관(intuition)‘ 으로 되었고, 여성들의 이야기는 ‘수다(gossip)‘로 되었다. 여성들은 특히 희망이라고는 없는 특수한 것들을 다룬다. 그들은 자신들의 서비스 기능(음식과 쓰레기를 처리하는)속에서, 끊임없이 방해받는 시간 속에서, 그들의 분산된 주의집중 속에서, 매일 매시간 현실을 경험한다. - P390

그 특수한 것들이 자신의 소매를 당기는 동안 사실들을 일반법칙으로 추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상징을 만들고 세계를 설명하는 그와, 그의 신체적,심리적 욕구와 그의 자녀를 돌보는 그녀- 그 둘간의 간극은 엄청나다.- P390

가부장제 체계는 여성의 협조가 있어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여성의 협조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수단에 의해 확보된다. 그 수단들은, 성별교의의 주입(gender indoctrination), 교육기회의 박탈, 여성의 역사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하는 것, 여성의 성적 행동에 따라 ‘존중받을 수 있음‘(respectability)과 ‘일탈‘(diviance)을 규정함에 의해, 제재와 노골적 강압에 의해, 경제적 자원과 정치적 권력에의 접근 차별에 의해, 그리고 동조하는 여성들에게 포상으로 계급적 특전을 줌으로써 여성들을 분리하고 서로 반목하게 하는 것이다.-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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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3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시절에 그 좋은 환경에.... 공부하지 않았던, 찬란하지 않았지만 어마무시 바빴던 20대를... 저도 엄청 후회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지만, 그래도 자꾸 아쉬움이 밀려오기는 해요.

전 아직 좀 남았네요. 재독이라고 괜히 여유부리다가 ..... ㅠㅠ
다락방님, 완독 축하드려요!!!

다락방 2019-03-31 21:26   좋아요 0 | URL
학창시절에 왜그렇게 공부를 안햇을까요, 저는 ㅠㅠ 대학때도 학사경고나 받고 다니고 ㅠㅠ 그 때 못한 공부 지금 다 몰아서 해야하는가 봐요 ㅠㅠ

완독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렇지만 이 책은 다시 읽어야할 것 같아요. 전 너무 어렵더라고요. 용어도 낯설고 그래서 ㅠㅠ
이 책을 다시 읽는 것도 좋겠지만 나와있는 다른 책들을 열심히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앞으로도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단발머리님도 천천히 완독하시고!! 우리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읽어요!

비연 2019-04-0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같이 읽기 .. 넘 좋은데 번번히 참여 못하고.. 혼자 끙끙거리고 있는 1인입니다.. 흑흑.
다시 참여해보기로 굳게 결심... 그래도 뭔가 꾸준이 읽고는 있는데 여러 권 붙잡고 진도는 안 나가고...

다락방 2019-04-01 17:08   좋아요 1 | URL
4월 도서는 [여자 전쟁] 이에요. 이 책은 [가부장제의 창조]에 비해서 읽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렇다해도 내용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요.

천천히 같이 해봐요, 비연님. 천천히 같이 해봅시다.

비연 2019-04-01 17:41   좋아요 0 | URL
여자전쟁.. 이군요. 일단 시작해보렵니다. 꾸준히 길게 가기로...

무해한모리군 2019-04-01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입사 15년만에 ‘나요즘 여자가 되나봐(바로 직전에 짜증을 냈음. 쉽게 감정적이 된다란 뜻인듯)‘란 남자팀장의 말에 ‘그거 성차별적 발언이예요. 주의해주세요‘라고 처음으로 말했어요.

제가 입사했을때 관리자급중 여성 ‘0‘명, 현재는 메니저급은 6명(대다수는 원래도 여성팀원이 많던 디자인팀) 팀장임원은 여전히 0.

저는 제가 남성문화에 맞추면서 살아남았는데 후배들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생활에서 불편해져 보려구 합니다. 그러려면 공부열심히 해야되는데 삶이 비인간적으로 바쁘네요 제길 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9-04-01 17:11   좋아요 0 | URL
아이고 바쁘셔서 어떡해요, 모리님 ㅠㅠ 비인간적으로 바쁘다니 너무해 ㅠㅠ 아마도 지금이 3월이라 (이제 4월됐지만) 더 바쁘셨던 거겠죠? 아무쪼록 4,5월은 좀 한가해지시길 바랍니다.

일일이 지적하고 잔소리하는 거 너무 피곤한 일이에요. 그래도 제가 지금 피로하고 불편하게 살아야 저보다 훨씬 젊고 어린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좋은 세상이 되는거겠죠. 지치지말고 앞으로 나아가야겠어요.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그 과정에 분명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자, 우리 열심히 합시다, 모리님!

블랙겟타 2019-04-02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완독 축하드려요!!
역시나 마지막은 스티키인증샷으로. ^^
제가 가지고 있는 책표지랑 다른걸로 봐서 구판인가요?

읽으면서 저도 느낀건데 이 책을 읽으면 종교 속에도 드러나는 가부장적 시선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제껏 여성주의에 대한 책을 몇권읽어가면서 특히 가부장제도에 대해 관심이 더 갔었는데요.
그래서 이 책을 제목만 봤었을 땐. 나에게 딱 맞는 책이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으.... 저에게 제일 취약한 종교와 옛날이야기..를 중심으로 내용이 쓰여져있다보니(변명? 인가...;;;;)
아직도 쪼..쪼꼼.. 남았는데 고..곧 따라갈께요. ^^;;;
(3월안으로 읽지 못한 것은 스스로에게 분하지만요.ㅠ)

다락방 2019-04-03 08:55   좋아요 1 | URL
으하하핫. 축하 감사드려요!
네, 제가 가지고있는 건 구판이에요. 구판을 구입했던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지요. 그 친구는 다 읽지도 않고 제게 건넸답니다. 아하핫.
그나저나 저 구판은 난장판이 되었어요. 중간이 떡- 벌어지는 바람에 ㅋㅋㅋ 그래서 새 책을 살까 했지만, 그냥 구판으로 읽고 가지고있기로 결정했어요.


종교야말로 사실 가장 가부장적이 아닌가 싶어요. 애초에 이브를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었다고 했을 때부터 여자의 위치는 그런식으로 남자로 인해, 남자 때문에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런 인식이 사람들에게 스며들었을텐데, 그러니 가부장제로부터 빠져나오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자신이 믿었던 종교로부터 느꼈을 배신감을 생각하면, 뭐랄까, 인정하고 싶지도 않을 것 같고요. 너무 오래된 역사라 갈 길이 그만큼 더 멀게 느껴져요.


저도 역사에 너무 취약해서(학교다닐 때 국사, 세계사를 제일 못했어요 ㅋㅋ 아 정치경제도 ㅋㅋㅋㅋ 다 못했네 ㅋㅋㅋㅋㅋ), 그래서 이 책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메소포타미아 나오는데 눈알 팽팽 돌아가더라고요. 역시 현대물이 저한테는 읽기가 더 수월해요. 얼른 따라오시고요, 블랙겟타님! 여러가지로 4월의 도서도 기대됩니다. 4월의 도서 읽고 우리가 더 많은 말들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블랙겟타 2019-04-03 10:48   좋아요 0 | URL
네네!!
4월에도 자주뵈어요 다락방님 ^^ (๑˃̵ᴗ˂̵)و

다락방 2019-04-03 10:48   좋아요 1 | URL
아니 이렇게 귀여운 이모티콘은 대체 어케알고 쓰시나요 ㅋㅋㅋㅋ 지난번부터 너무 귀여워서 원 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9-04-03 10:58   좋아요 0 | URL
어이쿠.. (◜▿‾ )ノ
그 그런가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4-03 11:05   좋아요 1 | URL
아이참 ㅋㅋㅋ 귀여워 미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