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끌어오던 개발 건이 있었다.
기획부터 하자, 말자 의견이 좀 달랐다.
나는 말자파였지만 뭐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 교재개발의 pm이 됐다.
개발하면서도 이거 엎으면 안되나?라는 생각이 수차례,
말로도 뱉었지만 먹히진 않았고, 이왕 방향을 틀긴 걸렀으니 일단 달렸다.
그 와중에 일정까지 빡빡해서 9월 완료 일정을 죽을똥살똥 맞춰놨더니
온라인 쪽으로 뭐가 붙는 바람에 일정이 쭉 늘어져버렸다.
교재 마무리 작업도 같이 늘어졌다. 급할 게 없으니.
온라인 쪽이 아직 안 됐대요.라는 핑계가 있었으니.
미친 듯이 달리다가 몸도 마음도 탁 풀렸다.
덕분에 다른 유관부서에서 욕도 얻어먹었다.
어찹 당장 낼 것도 아니면서 왤케 급하게 진행했냐고.
무안하긴 하지만 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니 도닥도닥 잘 지냈는데.
출시 시점엔 또 위에서 제동을 걸어서
pilot test니 마케팅 전략이니 신간소재니 교육이니 말들이 많아져서
해가 바뀌고 2월이 될 때까지, 아직까지도 그렇게 품에 안고 있었다.
질질 끌고 있으니 일은 더 하기 싫었고, 교재도 보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게 다 핑계다.
무튼 그렇게 진행한 교재를 드디어 지난 주에 인쇄를 했다.
그리고 어제 가제본을 받았는데
ㅠ.ㅠ..
3군데나 다시 찍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벌어졌다.
그것도 하나는 책등에 오타가. 또 하나는 소개 페이지에 다른 내용을....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고 창피해서..... 할 말이 없다.
제작팀에서는 비용 때문에 추가기안을 올리라고 하고,
요즘 같은 회사 분위기에서는 나 혼자 문제가 아니라
개발팀 전체까지 여파가 미칠 분위기이고.
부장님은 다른 일로 엄청 예민하신 상황에서 정말 머리털이 삐죽삐죽.
제작팀 대리님께 이러저러하다 얘기를 했더니
사정이 딱해보였는지(@,.@)..... 알겠다고, 있다가 전화를 주겠단다.
어떻게 해결해보겠다는 걸까?
우리 회사에서 비용이 안 나가게 해보겠다는 건가?
그럼 그 비용을 인쇄소에 떠 넘기려는 건가.
내내 거래해오던 인쇄소니깐 이런 우리의 잘못도
을인 당신들이 좀 커버해주시면 안될까요라고 협상을 하고 있는 건가. ㅠㅠ
종이는 또 얼마나 낭비한 거냐.
아, 나 정말 무슨 짓을 한 거야.
과장 데리고 일하니까 알아서 하겠거니 믿었던 부분도 있고
이 교재, 너무너무 하기 싫어서 대충 본 잘못도 엄청 크다.
어릴 때도 안 치던 대박 사고를 치고 아침부터 얼굴이 불그락락, 안절부절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