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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표지처럼 저렇게 아스라하게 몽실몽실 떠오르는 기분이다.
처음부터 슬픈 앤딩으로 책장을 닫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읽는 동안 침울하게 가라앉진 않았다.
조근조근하고 담담하고 능청맞고 착하고 이쁜 책이다. 아니, 이쁜 아이다 아름이는.
부러 극적이려들지 않고 조용조용 이야기를 건네는 김애란식 이야기가 좋았다.
장씨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읽을 때 나는
감기로 병원에 간 아이 둘을 기다리면서 쇠고기 무국을 끓이고 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이런 작은 일상에 감사해하며.
'너보다 더 아픈 나를 보면서 너가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난 그것도 감사해.'라는 아름이의 말에 일순 찔리기도 했고. 젊음과 나이듦은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아름이가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경험'들도 생각했다.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아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가 그 사실을 무척 미안해하며 자식들에게 고백하셨는데
나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잘하셨다고 했다. 서둘러 아빠를 배웅이라도 하려는 듯.
그게 사무쳤고 미안했다.
막상 마지막 순간이 되니 아름이는 너무너무 무서웠고, 그렇게 사람이 그리운 적이 없었다고 했다.
또 아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도 나를 기다리셨을까. 무서우셨을까.
그래서 나는 국 위로 보글보글 뜬 기름을 건져내면서
그만 목놓아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아름이는 '까꿍'하고 사라졌지만, 사라져도 그 자리에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걸 안다.
나는 어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