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시드니와 뉴질랜드로 여행을 가신터라
주말에 동생네가 아빠랑 식사를 한다고 몇일 전부터 나에게도 시간을 비워두라 했었다.
클라이언트 대빵 땜에 토요일 낮 12시에 어이없는 PT일정이 잡혀서
솔직히 아침엔 기분이 꿀꿀했다. 전날의 과음도 한몫했지만.
여튼, PT 마치고 동생한테 전화를 걸어보니 아빠는 결혼식과 친척아저씨 생신모임에 가셔야 한다고
우리끼리 먹으라고 하셨단다.
5시쯤 만나기로 하고 시간이 남아 시네큐브로 정처없이 발길을 돌렸다.
아침에 잠시 읽어본 씨네 21에 소개된 <우리 학교>라는 영화가 보고 싶어서.
우중충한 날씨에 사정없이 몰아치는 바람을 맞아가며 시네큐브까지 걸어갔는데,
<우리 학교>는 조조와 저녁시간만 상영. 차선책으로 생각했던 <타인의 삶>은 매진.
오오, 오늘 왜 이런다냐.
걸어다니기도 지쳐 파이낸스 지하 콩다방에 가서 얼마전부터 읽고 있던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를 보며
동생네 부부를 기다렸다.
이윽고. 동생네가 왔길래 파이낸스센터에서 무교동쪽으로 나가 바로 만날 수 있는 <스패뉴>로 가서
저녁을 먹고, 코스트코에서 같이 장을 보기로 했다.
과일도 하나도 없고, 시리얼도 다 먹었어. 너네는 맥주 사야지. 참 내일 엄마가 돌아오시니까 고기도 좀 사야겠다.
코스트코 가는 차 안에서 블라블라 리스트를 정하고,
코스트코에 들어가니 역시나 토요일 오후라 엄청 붐벼주신다.
지하로 내려가 우선 올케가 먹고싶다던 무스카토 다스티 한병을 고르고, 내가 마실 것도 한병 고르고.
빌라엠 로미오, 라는게 눈에 띄어 얼른 카트에 집어넣었다.
집에 홋카이도에서 사온 치즈가 있어. 같이 먹자~^^ 라고 동생네를 꼬드기며..ㅋㅋ
장을 얼추 보고 집에 돌아와 물건을 정리하고 TV를 보며 빌라엠을 땄다.
첫 맛은 스위트, 미디엄에도 못미치는 너무 가벼운 느낌. 역시 가격을 무시못해.
패키지는 엄청 예쁜데 말야....그나마 홋카이도 치즈가 위안이 되었다고 할까?
반쯤 먹고 다시 마개를 채웠는데, 이게 또 코르크가 아니라 엄청 힘들었다는....ㅡ.ㅡ
ㅎ 님 덕분에 와인에 조금씩 맛을 들이다가 혈액순환에 좋은 것 같아(라는 자기합리화를 들이대며...)
가끔씩 이렇게 코스트코 와인을 사다먹는데, 오늘 빌라엠 로미오는 살짝 기대이하.
고기 재울때 써야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