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3,4월 내내 주말도 반납하고 디자인에 매진했던 울 회사 신입 디자이너의 역작

<아가미> 앨범이 드디어 나왔다.

여친과의 데이트마저 과감하게(는 아니고 울며 겨자먹기로) 뿌리치고

가뜩이나 종이처럼 깡마른 몸이 더 야위어가는 고난도 감내하며 디자인한 <아가미> 앨범.

아직 들어보지 못했는데, 한대수 아저씨, 하 림, 이 적, 이자람, 전제덕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앨범이란다.

이 앨범 디자인이 진행되는 동안 잉어사진이며 물고기 사진이 하도 돌아다니길래 처음엔 수산 회사 뭐 그런데 패키지 디자인하는 줄 알았다(단순한 플로라 ㅡ.ㅡ). ^^;;

암튼, 그 앨범 출시기념 파뤼를 이번 주말 울 회사에서, 아니 정확히는 울 회사 마당에서 연단다.

파뤼 진행 담당은 기획사 직원 일이지만, 팀장님도 케이터링 메뉴며 세팅준비 도와주시느라 나도 좀 기웃기웃... 이젠 여름이니까 따뜻한 음식보단 샌드위치랑 샐러드, 그리고 나초 정도. 올 인원은 대략 50여명이라는데, 예산이 너무 빠듯해 간단하게 맥주나 즐기는 스탠딩 파뤼가 될것 같다.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거의 다 온다고 했단다. 이 적과 이자람만 빼고... 기회가되면 하림군과 조우를 시도해보리라...^^;;;

어제는 잔디도 깎고, 밤엔 마당에 조명도 설치하고, 오늘은 테이블이며 의자들이 들어와서 좀 정신이 없다. 

암튼, 나도 나와서 세팅준비를 도와드려야할것 같긴 한데....토요일 저녁 기미테 마당은 북적북적할 거다...

 

02. 몇주전부터 극동방송국가는 길에 있는 <요기>라는 분식집에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다.

오늘 저녁도 여기서 먹고왔다. 팀장님은 어제 점심도.....ㅋㅋ

이집의 완전별미 오뎅국수와 납작만두 때문.

특히나 비가 오거나 날씨가 꾸물거리면 이 따뜻한 오뎅국수 완전 최고!





오늘은 국수먹고 오는데 갑자기 비가 마구 내려서 100미터 달리기 했다. ㅡ.ㅡ 오늘 서울 날씨 왜 이래??

암튼, 새벽 4시까지 하는 곳이라 홍대서 술마시고 놀다가 배고프면  '요기'하러 많이 간단다.^^

 

03.  오늘 MBC에서 하는 차범근 다큐를 보려면 이제 얼른 정리하고 들어가야한다.

자, 조금만 더 힘내장~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클 2006-06-0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요기> 유리창에 비치는 여자분이 플로라님? ^^

마늘빵 2006-06-08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그런걸 어떻게 보셨대요.

플레져 2006-06-09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1. 와우! 정말 멋진 파뤼~가 될 것 같아요. 앨범 디자인도 정말 멋집니다!!
02. 요기에 담겨 있는 저 알뜰살뜰한 의미들이라니~ ㅎㅎ
03. 좀전에 봤답니다. 막 눈물이 나는 거 있죠...흑.
차붐,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플로라 2006-06-0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어찌나 눈도 밝으신지..... 그치만 전 아닙니다...^^;;
아프락사스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
플레져님, 01. 파뤼도 파뤼지만 그것 치루고나서 청소할 생각에... 암튼 디자이너에게 플레져님의 찬사를 전할게요. 감사함다~^^
02. 언제한번 친히 방문하셔서 따뜻하고 맛있는 국수 드셔보세요~^^
03. 축구로 일가를 이룬 차붐의 인생, 정말 멋지더이다. 그 자신감과 우직함.. 저도 감동으로 흑~

플레져 2006-06-09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어제는 요기에 비친 여자가 안보여서 야클님은 뭘 보셨나 싶었거든요.
어머...보여요... 갑자기 낭만사진에서 심령사진으로... =3=3=3

플로라 2006-06-09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심령사진에 쓰러짐다~
 

월요일, 광화문에서 선배언니를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갔었다.

더 정확히는 무교동 코오롱 빌딩 건너편에 자리한 <스패뉴>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좁지만 아늑하게 꾸민 실내, 다닥다닥 붙어있는 테이블, 친밀한 복작거림으로 채워진 어수선함까지...

흡사 뉴욕에 있는 로컬 식당에 온 듯하다.

그 동네가 워낙에 아자씨들이 우위를 점하는 밥집들이 많으니까...  이 식당은 정말 숨어있는 나만의 식당같단 느낌이랄까?

쫀득한 포카치아가 식전빵으로 나오고,

알리오 올리오, 루콜라 핏자도 너무 맛있었다.  옆 테이블에선 초콜릿 핏자라는 걸 시켜먹던데. 그거이 정말 달콤하고 그야말로 풍미를 자극... 오홍~ 다음에는 초콜릿 핏자에 도전!

yummy 폴더가 어째 이탈리안 퀴진으로만 채워지는 것 같다....ㅡ.ㅡ 우연찮은 일이지만...







사진은 www.spannew.com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레져 2006-06-08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리오 올리오, 악기 이름같은 혹은 옥타브 음계이름 같은... 재미난 이름이어요.
플로라님 덕분에 촌티를 좀 벗고 있는 것 같아요.
음식에 있어서만큼은 개방적이질 못해서 늘 한식만...ㅠ.~V

플로라 2006-06-0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알리오 올리오'라는 이름, 저도 얼마전에 알았어요. 마늘과 올리브유만 가지구 만든 파스타를 그렇게 부르더라구요. ^^ 촌티라니 말도 안돼요, 플레져님의 맛있는 손에 매혹된 거 모르셨어요? 그저 어설픈 식당 품평기랍니다.
전 음식이면 뭐든 개방적이라서....멍멍 보양식류는 빼고... ㅋㅋㅋ

이리스 2006-06-09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아아아악~!

플로라 2006-06-0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고릴라에서의 만찬까정 드셔놓고 왜 탄식을? ㅋㅋ 곧 홍대에도 생긴다네요...^^
 
밴드 오브 브라더스 박스세트 - 디지팩 / 한정 수량 특별 할인
톰 행크스 외 감독, 데미안 루이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현충일.

장엄한 레퀴엄을 연상시키는 배경음악을 따라 공수부대 낙하산이 하늘을 가득메운 인상적인 장면이 떠오른다.

HBO가 제작한 전쟁드라마의 걸작 <밴드 오브 브라더스>. 벌써 몇년이나 되었는데, 다시봐도 언제나 감동으로 뭉클해진다. 특히 에피소드 9화와 10화는 망설임없이 투썸스업!
시작은 윈터스 소령으로 출연하는 Damian Lewis라는 배우에 버닝(남자배우들 때문에 영화든 드라마든 버닝하는 경향이 다분 ㅜ.ㅜ)했기 때문이었는데.... 데미안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국 드라마 <The Forsyte Saga>를 찾아 삼만리까지했으니...후후

전쟁, 그것도 2차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필두로 한 유럽전선의 이야기는 이제 너무 진부하고 식상한 소재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너무도 뻔하고 다 알려진 이야기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윈터스 소위(나중에 소령이 된다)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각 에피소드마다 공감하게 되는 각 사병들의 사연과 모두가 의문을 달고 있는 전쟁이라는 상황, 그리고 적진을 돌파하는 용감한 군인의 이야기가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 즉 그것이 신산스러운 현실을 각개 격파하고 있는 인간의 이야기와 같다는 것을 호소력있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덕이 있는 사람이란 바로 이런 사람이다, 라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윈터스 소위. 그는 진정한 군인의 사표이다.
그가 군에 남지 않고 초야에 묻혀 작은 농장의 주인으로 만족하는 것이 못내 아쉬쉬웠을 정도다.

그 외에도 매력적인 인물이 많이 등장하고 많이 쓰러져나간다.
귀엽고 듬직한(?) 닉슨 대위(이 역을 맡은 배우는 Sex and the City서에 캐리랑 사귀는 작가로 나왔다), 하버드 출신 웹스터 상병(이 아해도 정말 귀여운데....ㅎㅎ), 그리고 믿음직스러운 립튼 상사(립튼 상사 역할은 놀랍게도 그 옛날의 NKOTB의 도니 월버그다) 등등..

스필버그와 탐 행크스는 이 시리즈를 통해 아마도 반전을 이야기하고 싶었겠지.. 스필버그의 나치혐오에 대해선 익히봐온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 드라마에 대해서도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는 분명 뛰어난 제작자니까.
괜찮은 드라마를 만든 것만봐도 알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01. 화창한 토요일 오전, 모니카버전 L양과 함께 <언러브드>를 봤다.

자신의 삶의 방식을 고집스레 일관하며 사랑을 '선택'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낯설기도 했고, 또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영화였다.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같은 중생에겐 참으로 쉽지않은 질문들을 던져주었다.

그렇지만, 나카무라 도오루같은 근사한 눈매의 멋진 남자가 자꾸 들이댄다면.........ㅎㅎㅎ

 

02. L양과 점심을 먹으면서 여전히 한달에 두어차례씩은 꼭 보게되는 '선' 이야기가 나왔다.

난 지난달은 조용히 넘어갔으나 L양은 어김없이  한차례 출동.

비오는 주말,  정장을 차려입고 만날 장소로 나갔더니 너무 편한 차림으로 나와주신 맞선남.

목 늘어난 니트에 청바지를 살짝 접어입고 나오셨단다. 우우웅

물론 입성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해선 안되지만, 이건 '선'이잖아! 맞선 자리에 청바지라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꾸 철없는 멘트만 날리는 것도 맘에 안들어서 얼른 정리하고 나왔단다.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비는 오고, 어쨌든 이번에도 맞선은 영 아니고, 오만가지 우울한 생각을 하며 터벅터벅 카페를 걸어나오는데....

자기 앞으로 검은 세단이 다가와 창문을 내리더란다.

(L양이) 걸어나오는 모습이 너무 단아해서 이야기를 거는 것이니 자기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지 말라고...

차 안에 있던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그렇게 수작을 걸더란다. L양은 별 미친놈 다보겠네, 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정중히 예를 표하며(거기대고 욕을 할 순 없으니까) 자기는 갈길이 바뻐 가봐야한다며 돌아섰단다.

우울함 곱하기 우울함 10000배. 왜 나이든 아저씨에게만 어필이 되느냐고, 그녀가 울부짖는다.

다 참하게 생긴 탓이야, 라고 위로를 해주었지만, 선볼때마다 우린 매번 무슨 난리인지....ㅠ.ㅠ

 

03. 월요일 아침 회의시간.

각자 업무보고를 하는데 B양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눈이 너무 부어있다. 엄청나게 울고 나온 티가 역력하다.

점심시간에 밥 먹으면서 살짝 물어봤다.

B양이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어머니가 알게 되셨는데....그것때문에 어제 하루종일 어머니랑 심하게 다투었다는 것. 문제는 B양의 남자친구(청개구리를 몰고 다니는 그 왕 친절남 말이다)가 B양보다 12살이나 연상이라는 것이다. 띠동갑.

딸만 셋인 집안의 막내딸인 B양. 그녀의 어머니 입장에선 눈에 넣어도 안아픈 금지옥엽 막내딸이 "중늙은이(그녀의 어머니가 그렇게 표현하셨단다)"와 사귀는 것에 기함을 할 노릇. 둘이 결혼까지 염두에 두고 만나는 사이라는 것을 아시면 아마 몸져 누우실지도 모른다. 에효에효...

다 자식 잘되라는 뜻에서 그러시는 부모님 맘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B만 바라보면서 긴 세월을 기다리고 기다려온 남친의 사랑도 가슴깊이 새겨져있고, 난공불락 현실을 넘어가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 빤히 눈에 보이고.... B의 사랑과 결혼, 부디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되었으면....

 

04.   지난 4월... 하이드님이 보리스 에이프만 공연 패키지를 급하게 내놓았을 즈음...

난 그 때 2주 연속 맞선을 봤다. 허구헌날 이렇게 말도 안되는 대면식을 가져야한다는 것 때문에 당시 한반도를 뒤덮고있던 황사처럼 몸과마음이 아주아주 까칠해져있었다. 기분이 그야말로 구깃구깃. 

저멀리 워커힐까지 가서 봤던 어느 일요일 오후는 정말 최악이었다.

그리고... 워커힐에서 선을 보고난뒤 3일 지난 화요일 저녁, 회식을 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소개받기로 했다는 금시초문의 이야기.

나는 또 누군가를 만나 선을 보기로 되어있던 것.

그 주엔 100여 페이지정도 되는 매거진 기획안을 잡느라 계속 바빠서 도통 부모님과 얼굴 마주할 시간도 없었고(결국 그 기획안 공중분해됐다 ㅡ.ㅡ 으이구.),

월요일날은 두 분이 잠시 여행을 가시는 바람에 내게 이야기할 틈이 없으셨다.

그래도 그렇지, 그 전화를 받는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결국 고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일단락되었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오갈 때마다 숨이 막히는 나도,

조바심에 동분서주하시는 부모님도,

다 안스럽고 마음이 안좋았다.

결국, 패닉상태에다 히스테릭해져가는 나 자신에 대한 처방으로 하이드님이 내놓은 보리스 에이프만이라는 카드에 얼른 손을 들었다.

 

두어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그런 일 때문이었나, 하고 스스로 머쓱해한다.

계기야 어찌됐든 최고의 공연을 봤으니 뭐 좋지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6-06-0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두 언러브드 보고픈데. 음 왜 필름포럼 스케줄엔 안나와있나몰라요. 하는거 분명히 아는데. 미리 시간을 알 수 없으니 대뜸 가서 표사고 기다려야할 지경.

플로라 2006-06-0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에 들어가셔서 언러브드 치시면 영화예매 떠요. 스케줄도 다나와있구요... 이번주 목욜까지 나와있어요. 얼른 가서 보세요~^^

마늘빵 2006-06-0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엠파스엔 안뜨더라구요. 지금 확인해봤습니다. ^^

플로라 2006-06-07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셨죠? ^^
 

사는 게 그렇지만 연애도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취향이나 환경, 가치관은 한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또 그렇게 관계가 맺어진 뒤에도 선택의 순간은 끝나지 않는다. 여기에 타협과 포기가 끼어들고 이런 단어는 사랑이라는 우산 밑에서 헌신,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그런데 현실 속의 선택에는 매뉴얼도 존재한다. 부와 능력, 배경, 외모 같은 조건들이 그렇다. 보통의 선택은 투명하게 스스로의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 욕망과 객관적 기준의 타협이기 십상이다.

사랑 이야기이면서 ‘사랑받지 못하는’이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언러브드〉(24일 개봉)에는 남다른 선택을 하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시청 하급 공무원인 미쓰코(모리구치 요코)는 능력을 칭찬하고 승진 준비를 하라는 상사의 격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값싼 노동력에 만족하고 산다. 업무차 시청을 오가던 젊은 사업가 가쓰노(나카무라 도오루)는 참하고 조용한 미쓰코에게 반한다. 가쓰노가 연애를 걸어오자 미쓰코는 조용하게 그를 받아들이지만 가쓰노가 값비싼 드레스와 고급 레스토랑 등 자신이 속한 세계로 끌어당기자 싸늘하게 그를 거부한다. 대신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아래층 택배청년 시모카와(마쓰오카 슌스케)에게 연애를 건다.

미쓰코는 욕심없고 소박한 인물로 보인다. 그런데 가장 평범해 보이는 그의 세계는 이해받지 못한다. 욕심없고 소박하다는 게 어떻게 해 볼 수 없어서 자조하는 것이라고 해석되는 세상에서 그가 욕심없고 소박한 자신의 세계를 관철하는 건 초고속 승진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된다. 당연히 미쓰코를 ‘구제’해줬다고 여기는 가쓰노가 미쓰코의 거부를 이해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처음엔 미쓰코의 살뜰한 사랑을 반기던 시모카와도 싫증을 낸다. 미쓰코는 같은 세계에 있는 사람이라, 즉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이라 시모카와를 좋아하지만 시모카와는 미쓰코에게서 별수 없는 패배자로서 자신의 거울을 보기 때문이다. 가쓰노는 버림받은 데 분노하지만 시모카와는 선택받은 걸 혐오한다. 결국 자신의 성을 완고하게 지키며 사랑을 하려는 여자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로 남는 것이다.

〈언러브드〉는 순종적으로 보이지만 결코 타협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를 통해 사랑에 있어 선택의 문제를 통렬하게 보여준다. 사랑이라는 주관적 단어를 마치 수학이나 화학의 복잡한 공식처럼 철저하게 분해하면서 그 안에서 선택이 작동되는 기제를 정교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의 틀을 빌려왔지만 싸늘하리만치 냉정하고 이지적이다. 특히 영화의 막바지에 자신을 떠나려는 시모카와에게 미쓰코가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서 집요하게 설득하는 장면은 격렬한 토론장처럼 불꽃이 튄다. 영화 역시 밀도 있는 구성과 대사를 통해 사랑도 선택도 달콤한 휴식의 거처가 아니라 존재론적인 투쟁의 장이라는 걸 관객에게 설득해내는 데 성공한다. 필름포럼 단관개봉.

출처: 한겨레/ 김은형 기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