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 금요일마다 이 무슨 조화인지 사건이 터진다.

오늘은 새로운 기획안 내고 퇴근하려다 바로 태클당해, 거의 1시간 동안 사정없이 꾸지람을 듣고...

구차한 변명을 하기 싫어 그냥 날아오는 돌들 다 맞았다.

꾹 참고참고 또 참았다.

결국 다 내가 그렇게 만든거잖아...

모니카 버전 L양과 시네코아에서 <릴리슈슈>를 보기로 했는데, 약속시간 30분 남겨두고 바람맞혔다.

미안...

너의 소중한 금요일 저녁을 망쳤으니 날 원망하렴.

 

2.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회의가 들고,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꾸 미끄러지는 기분.

한다고 했는데, 어딘가 한참 틀어져 있거나, 아니면 엉뚱한 곳에서 삽질을 했거나, 숲은 안보이고 나무만 줄창 보이는 거.....

지난 6개월이 책상 앞에 앉아 기획안만 쓰다 가버린 거 같은데, 정작 실행된 프로젝트가 거의 없다.

다다다다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말들을 주워담기에만 바빴다.

그리고 이틀이 멀다하고 계속 변신 변신 변신모드.

일단 뭐든 시키면 해야하는 게 직딩이라지만,

너무 자주 변신모드가 되다보니 나중엔 아예 뒤죽박죽... 책상이 아주 난리. 

 

3. 그리고 지난 여름, 수줍게 웃으며 다가왔던 이들이 떠나가려 한다.

같은 곳을 보며, 그들이 건네준 마음과 시간들이 너무 행복하고 소중한데,

너를 믿는다며, 돌아와서 다시 보자며 길을 떠날 준비를 한다.

어느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오늘 갑작스런 통보에 마음이 휘청거린다.

힘든 여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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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6-3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여름이 되지 않도록 자주 말 건넬게요, 플로라님.
기획안이라는 게... 에라이 모르겠다~ 하면 칭찬 세례가 쏟아지더라구요.
에라이 모르겠다, 속에는 더 냉철한 내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힘내요, 플로라님!

플로라 2006-07-0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의 온기가 묻어나는 그 말씀들 너무 감사해요... 이 공간을 통해서 조용한 밤 시간과 저를 둘러싸고 저의 고민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요...특히나 플레져님이 건네주는 손길이 더욱더....감사감사해요~
 

명색이 이 공간이 서재인데 그래도 지난 6개월동안 읽은 책들 정리는 해야할 거 같아서...

조두진 <도모유키>

서경식 <소년의 눈물>, <디아스포라 기행>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 <인더풀>

산 샤 <천안문>, <바둑두는 여자>

박찬욱 <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의 오마주>

E. M. 포스터 <전망 좋은 방>

에쿠니 가오리 <도쿄타워>

온다 리쿠 <밤의 피크닉>

수키 킴 <통역사>

백은하 <안녕 뉴욕>

박정석 <쉬 트래블스 1.2>

이창수 <원더랜드 여행기>

왕원화 <끝에서 두 번째 여자친구>

닉 혼비 <How to be good>

가네시로 가즈키 <플라이 대디 플라이>

조지 엘리어트 <싸일러스 마아너>

카렌 조이 파울러 <제인오스틴 북 클럽>

 

쓰고 보니 참 두서없는 리스트다.

책을 읽고나서 간략히 감상평을 써놓곤 하지만,

언제나 리뷰를 쓰리 다짐을 하지만,

참 쉽지 않다.  

 

** 현재 읽고 있는 책들

온다 리쿠 <삼월은 붉은 구렁을>

김솔이 <유럽, 그 지독한 사랑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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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6-3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책도 더러더러, 모르는 책도 더러더러... 책과 함께 즐거우셨나요? ^^
김솔이씨의 책, 읽고 나서 말씀해주세요.
요새 저는 독일에 관한 책을 읽고 있어요. 소설이랑 독일 문화에 관한 것들...

플로라 2006-06-3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같아선 정말 아무도 찾는이 없는 곳에 꽁꽁 숨어서 책만 읽었음 좋겠어요.
그나마 책이라도 읽으니까 답답한 시간들이 많이 위안이 된 것 같아요.
김솔이씨 책 읽고는 꼭 리뷰를 올려야겠네요... ^^
플레져님이 읽으시는 독일 소설들.흠...궁금해요

플레져 2006-06-3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소설에 밀려 잠깐 한 챕터만 맛보기로 읽었는데 제 스타일이에요 ㅎㅎ
두 여자 사랑하기!

플로라 2006-07-0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여자 사랑하기, 제목에서 느껴지는 간명한 테마. 플레져님 스타일이라니 저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일단 쌓아놓은 것부터 다 읽어두고요...^^
 

생긴지 한달여쯤 되어가나?

<비하인드>와 <다방>을 운영하는 분의 친척분이 주인이라는데...

이 근처(그러니까 우리회사 근처 몇 블럭들)의 카페들이 하나같이 비하인드와 연관되지 않은 곳이 없으니...

아무튼, 아직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 한적하고 꽤나 모던한 공간.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너무 좋고, 특히나 저녁무렵 감미로운 빛을 발하는 조명들....

언젠가 비 오는 날, 빗방울이 유리창을 총총 때리는 걸 보면서 커피를 마셨는데,

바로 '대략영화모드'로 전환되어버리더라....ㅎㅎ   

그치만,

아직 음식맛이 랜덤해서 그냥 차 종류를 공략 중.

커피는 괜찮은 편이다. 원두가 뭔진 모르지만(비하인드는 '몰리나리'라는 원두를 쓴다고 했던 거 같은데,

드립방식이 비슷해서인지 코드나 비하인드나 똑같은 거 같다. 무뎌서 잘 모른다. ㅡ.ㅡ)  

어쨌거나 맛난 커피의 추종자인 팀장님은 요즘 코드에만 가서 커피를 드신다.

런치메뉴로 오믈렛(이건 거의 오므라이스...^^;;)과 커리를 파는데 커리는 너무 향이 강해 카페에 차만 마시러 오는 사람들에겐 조금 엄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고...

3시 이후에 하는 샌드위친 아직 시간대를 못맞춰 한번도 맛보지 못했다. 조만간 먹어보리...(그치만 먹어본 사람들의 말로는 너무 평범해서, 꼭 거기서 먹고프다, 라는 생각이 안든단다....이러면 카페 정체성 만들기에 곤란하지 않을까나?)




의자가 조금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지만...^^









사진제공은 언제나처럼 팀장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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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6-30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보다 좀 발전소쪽으로 올라오시면 이름 잊어먹었다. 끝이 무슨 pot였는데, 이집 샌드위치 얼마전에 먹어봤는데,모 그럭저럭이더라구요.
향이 강한 커리라 한번 먹어봐야겠네요.
요즘 가정 경제를 생각해서 도시락 가지고다니는 중이라 언제일지 모르지만...

플로라 2006-06-3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말씀하신 카페는 R.J. Pot. (레지나와 정윤의 이니셜 딴거래요)거긴 정말 너무 평범하죠? 조용해서 가끔 책 읽으러 가긴 괜찮은데...
코드도 글코, 이 부근 카페들이 사실 가격대가 착하진 않죠...저도 가끔씩 가지만 부담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그나저나 저도 도시락파로 선회해야하는데...^^

플레져 2006-06-3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위치 만들어 먹을까보다....ㅎㅎㅎ
꾸물거리는 오늘 날씨엔 샌드위치와 블랙커피 (설탕 한 스푼) 마시면 딱인데.

플로라 2006-06-3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으로 맛있는 샌드위치 만들어드셨나요? 전 <요기>에 가서 아주아주 매운 비빔국수 먹고 왔어요. 갑자기 매운걸로 자학하고 싶어져서요....ㅋㅋ(날씨도 날씨지만, 오후에 정말 우울모드.....ㅜ.ㅜ)
 

다행히 엄마는 수술을 받지 않으셔도 되고, 처음 병원에 실려가셨을 때보다

상태가 상당히 호전되어 오늘 오전에 퇴원을 하신다.

아빠가 아무래도 백병원이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서울대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는게 어떠냐고 하신다.

어쨌든 안심이 되도록 제대로 확인하고 넘어가는 게 나을것 같긴 하다.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엄마가 입으실 옷들이며 챙겨서 병원에 들렀다 출근했다.

엄마를 뵙고 나와 명동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출근하는 시간대와는 다른 풍경들(울 회사는 10시 출근이다. 워낙 야근이 많으니 이 시간도 지키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ㅡ.ㅡ).

아무래도 서교동의 디자인 프로덕션들이 몰려있는 골목과 을지로 금융가의 풍경은 확연이 차이가 난다.

하나같이 표정없는 스미스요원같은 차림의 넥타이 부대들이 화악 밀려드는 모습이 너무 낯설다.

오늘 날씨가 우중충해서 더 그랬던건지도....

 

평소 출근시간보다 빨리 도착하니 기분이 좋긴 한데,  살짝 졸립다.

아주아주 진하게 내린 커피 한 사발과 Seiko Sumi의 <Home Town>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우중충한 날씨를 감싸주는 담요처럼 포근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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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6-2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되었군요. 마음이 가벼우시겠어요. ^^

로드무비 2006-06-2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플로라 2006-06-2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로드무비님, 네 정말 다행이에요. 쾌유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요일 오후, 스위스전 응원을 어떻할까, 영화 볼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저녁을 먹기 전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동생이 받는다.

엄마가 을지로 백병원에 입원하셨단 날벼락같은 소식.


응원이고 영화고 뭐고 혼비백산해서 병원으로 달려갔다.


하지정맥류 증상이 있으셨던 걸 대수롭지않게 여기고 계시다가 결국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것.


여튼, 일련의 검사를 했고 결과를 내일에야 알 수 있단다.




금요일부터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 아침 병원에서 너무나도 황당한 일이 있어 분통을 터트렸다.



출근하기 전에 엄마 머리를 감겨드리고 먹을 것들을 챙겨드리고 있었다.



갑자기 안경을 쓴 청년 의사가 병실로 들어오더니 엄마 성함을 확인한다. 그러더니 피주사를 맞아야한다고 다짜고짜 엄마의 환자복 소매를 걷어부친다. 엄마 팔에 알콜을 묻히고 주사포장을 뜯고 막 찌르려는 찰나. 엄마랑 내가 놀라서 수술도 안 받았는데 왠 피주사냐고 물었다. 혈액이 모자라야 맞는 주사가 피주사 아닌가? 이 젊은 의사, 그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계속 엄마 성함이 최** 씨 맞냐고 반복. 정말 이 인간, 제대로 확인하고 주사를 놓긴하는거야?  너무 황당해서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밖으로 나가 간호사에게 최** 씨 피주사 맞는거 아냐? 라고 어처구니없는 질문.



간호사가 엄마가 아니라 다른 분이라고 이야기를 하자, 그냥 휙 나가버린다.


아님 말고......라는 거야??


사과 한마디 없다.


이런 무경우가 있나. 젠장.


그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


환자의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면서 자기는 주사만 놓으면 OK, 라는 태도.


의사가 갖춰야할 기본 덕목은 없고 의사라는 '프라이드'만으로 똘똘뭉친 그 어이없는 태도.


짜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많은 환자들 상대하느라 힘들고 고단한 줄 알겠는데, 끝없이 쏟아지는 일들 쳐내느라 숨가쁘게 일하는거 알겠는데.... 그래도 수련의라면 적어도 의사라면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한다는 기본 소양교육 정도는 받지 않나?



당장 너무 기가 막히고 화가났지만, 계속 엄마를 봐줄 레지던트가 그 사람이라서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정모드.


그 의사에게 쪼르르 달려가 당신 잘못했으니 사과해야하는거 아냐? 라고 까칠하게 굴면서 사과를 받아냈어야 하는 건가?  환자가 약자인줄 뻔히 알면서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태도를 보이는 의사를 믿고 과연 치료를 받아야 하는건가?



정말 훌륭하게 자기 소임을 다하고 환자를 배려하는 의사들도 많지만, 오늘 우리를 놀래킨 상식 이하의 태도를 갖고 있는 의사도 여전히 있는 것 같다.



주말 내내 안그래도 병원 드나들고 집안일까지 하느라 심신이 고단했는데, 아침부터 이런 일을 겪고나니 정말 맥이 탁 풀렸다.



날씨마저 갈팡질팡 월요일, 시작부터 왜 이런거냐..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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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6-27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탤런트 사망사건도 그렇고 백병원 요즘 이래저래 신뢰가 안가네요.
어머니 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플로라 2006-06-2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일하시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을 찾다보니 백병원에 입원하셨는데...여튼 믿음이 안가네요...ㅜ.ㅜ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레져 2006-06-3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놀라셨겠어요. 어머님 괜찮으시다니 다행이어요. (위의 페이퍼 먼저 읽었네요) 그 의사는 정말... 자격 없습니다. 인턴들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저도 병원에서 마루타 될 뻔 한 적 있어요. 저는 벼락같이 화내버렸답니다. 제가 한 성질...-,.-


플로라 2006-06-3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상황에서라면 당연히 화를 낼 수 밖에 없죠... 어이없는 행태들이 난무하는 병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