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스위스전 응원을 어떻할까, 영화 볼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저녁을 먹기 전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동생이 받는다.
엄마가 을지로 백병원에 입원하셨단 날벼락같은 소식.
응원이고 영화고 뭐고 혼비백산해서 병원으로 달려갔다.
하지정맥류 증상이 있으셨던 걸 대수롭지않게 여기고 계시다가 결국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것.
여튼, 일련의 검사를 했고 결과를 내일에야 알 수 있단다.
금요일부터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 아침 병원에서 너무나도 황당한 일이 있어 분통을 터트렸다.
출근하기 전에 엄마 머리를 감겨드리고 먹을 것들을 챙겨드리고 있었다.
갑자기 안경을 쓴 청년 의사가 병실로 들어오더니 엄마 성함을 확인한다. 그러더니 피주사를 맞아야한다고 다짜고짜 엄마의 환자복 소매를 걷어부친다. 엄마 팔에 알콜을 묻히고 주사포장을 뜯고 막 찌르려는 찰나. 엄마랑 내가 놀라서 수술도 안 받았는데 왠 피주사냐고 물었다. 혈액이 모자라야 맞는 주사가 피주사 아닌가? 이 젊은 의사, 그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계속 엄마 성함이 최** 씨 맞냐고 반복. 정말 이 인간, 제대로 확인하고 주사를 놓긴하는거야? 너무 황당해서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밖으로 나가 간호사에게 최** 씨 피주사 맞는거 아냐? 라고 어처구니없는 질문.
간호사가 엄마가 아니라 다른 분이라고 이야기를 하자, 그냥 휙 나가버린다.
아님 말고......라는 거야??
사과 한마디 없다.
이런 무경우가 있나. 젠장.
그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
환자의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면서 자기는 주사만 놓으면 OK, 라는 태도.
의사가 갖춰야할 기본 덕목은 없고 의사라는 '프라이드'만으로 똘똘뭉친 그 어이없는 태도.
짜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많은 환자들 상대하느라 힘들고 고단한 줄 알겠는데, 끝없이 쏟아지는 일들 쳐내느라 숨가쁘게 일하는거 알겠는데.... 그래도 수련의라면 적어도 의사라면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한다는 기본 소양교육 정도는 받지 않나?
당장 너무 기가 막히고 화가났지만, 계속 엄마를 봐줄 레지던트가 그 사람이라서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정모드.
그 의사에게 쪼르르 달려가 당신 잘못했으니 사과해야하는거 아냐? 라고 까칠하게 굴면서 사과를 받아냈어야 하는 건가? 환자가 약자인줄 뻔히 알면서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태도를 보이는 의사를 믿고 과연 치료를 받아야 하는건가?
정말 훌륭하게 자기 소임을 다하고 환자를 배려하는 의사들도 많지만, 오늘 우리를 놀래킨 상식 이하의 태도를 갖고 있는 의사도 여전히 있는 것 같다.
주말 내내 안그래도 병원 드나들고 집안일까지 하느라 심신이 고단했는데, 아침부터 이런 일을 겪고나니 정말 맥이 탁 풀렸다.
날씨마저 갈팡질팡 월요일, 시작부터 왜 이런거냐..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