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의 밤길을 노랗게 비추는 <내 서재>라는 카페에서 친구와 생일축하를 나누었다.

삼청동엔 거의 반년만에 가보는 것 같다.

토요일, 광화문에서 밥을 맛있게 먹고 산책삼아 동십자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로생긴 독특한 숍들을 구경하며,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떼지어 지나가는 좁은 골목길도 기웃거렸다.

수와래에서 조금 올라가다 우리은행 옆에 <내 서재>라는 초록색 차양을 드리운 멋진 공간을 발견하고

얼른 들어갔다.

주말이라 데이트하러 온 연인들로 그 작은 서재가 복작거린다.

치이....... 나와 S는 연인들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 육중한 나무 테이블 한 구석을 차지했다.

살짝 도서관같기도 했지만 정겨운 느낌을 주는 그 공간이 이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벽면을 가득메운 책, 책, 책....

론리플래닛이 눈에 들어왔고,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도 내 눈에 머물렀다.

그저 아무 고민없이, 시간이 천천히, 조용히 흘러가는 내 서재에서

좋아하는 책 한권 꺼내들고, 뜨겁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어졌다.

여름 휴가를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하루 저녁, 그렇게 작은 호사를 부리면 마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할나위 없을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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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7-1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옹? 생일이셨어요? 차츰 어른이 되어 가시는군요. 음하하 ^^

플로라 2006-07-10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쑥쑥 크고 있답니다~^^
 

수요일 저녁 8시. 시네코아로 종종걸음을 치며 달려가 <좋아해>를 봤다.

한편의 시같은 영화.

하늘과 바람과 기타 소리에 실려 오는 두근거림과 애틋함

눈길 한번, 속삭임 한번, 짧은 입맞춤 한번으로 전해오는 섬세한 떨림.

좋아해... 이 말이 너무 듣고 싶어지는 호젓한 여름밤이었다.

완성되지 않은, 그래서 여지가 많은, 무겁지 않은 말
좋아해...

하늘처럼, 바람처럼, 들판처럼...
문득 떠오르면 기분 좋을, 기억을 흔드는 말

好きだ


+

17년간의 설레임과 아쉼움,

온 마음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말....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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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0 0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로라 2006-07-1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영화는 사실 좀 지루해요....님의 글속에 담긴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들을 헤아려보니 그 얘기가 공감이 되어요....사랑하면 다 그렇게되잖아요....
사랑해, 라는 그 말이 제 맘을 아직 더 파고들지 않았나봐요...저야말로 철없는 바보...ㅡ.ㅡ
 

시원하고 기분좋은 녹차의 맛 같은 영화.
소박한 화면마저 너무 귀엽고 꾸밈없는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엄청난 해피바이러스. 

푸힛,하고 연달아 터져나오는 웃음...
아.즐거워.

가족 이야기를 정겹고 따뜻하게 그린 영화, 정말 오랜만이다.

담담하게 그려진 일상의 표정들로 수줍게 손을 내미는 것 같은 기분좋은 영화. 

그리고 아사노 타다노부.

추리닝 바람으로, 긴 머리 휘날리며 루저의 사표를 그대로 보여주는 쿨한 당신!

그 무심한 표정에 풍덩 빠지고 싶소이다....ㅎㅎㅎㅎㅎㅎ

여름을 타느라 늘어져있다면,

괜히 심술이 난다면,

이것저것 우울하다면,

그냥 마구 웃고싶다면.

<녹차의 맛>을 보세요~.





그리고....

오늘은 17년간의 첫사랑의 설렘임과 애틋함을 간직한 영화 <좋아해>를 보러간다.

좋아해,

사랑해 보단 이 말이 더 크게, 더 진하게 울림을 주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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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7-05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차는 안마시지만, 녹차의 맛은 보도록 할게요. 눈으로 ^^

플로라 2006-07-0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도 분명 좋아하실 영화. 플레져님의 글로 전해질 <녹차의 맛>의 또다른 감동을 기대하겠어요~^^
 

어젠 영화도 날려버리고 하루 종일 회사를 지키다못해 오늘 새벽 3시까지 초절정 야근.

기획안 고치는거 말고도 갑자기 땜빵으로 처리해야할 일이 생겨서 어젠 하루종일 땜빵 작업하고

오늘 다시 기어나와 기획안 수정 중이다.

일단 돈이 되면 가리지않고 이것저것 해야하는 소규모 프로덕션이다보니

정말 말도 안되는 요구와 형편없는 자세로 일관하는 갑님들도 참고 넘어가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제 갑자기 맡게 된 일은 갑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외주를 맡긴 편집자였는데(나름 경력과 실력이 출중하다해서 믿고 있었는데),

이 아줌마가 원고는 엉망으로 해놓고, 거의 발등 찍어버렸다(자기가 쓴건 거의 없고 인터넷에서 몇 개 긇은 걸로 대강 분량만 맞춰놨다. 기가 막혀 말이 안나왔다). 다음주에 납품해야 하는데 최종교정도 안봐놓고 전화기 꺼넣고 잠적. 책임감 제로.

담당 디자이너는 거의 울상이 되어 나에게 SOS를 요청했고, 그간의 사정을 뻔히 아는데 그걸 어떻게 모른척 하나. 나만 믿어! 하고 큰소리치고는 잠적해버린 아줌마를 마구마구 씹으며 겨우겨우 다시 원고를 써서 넘기니 새벽 3시.

어젠 B양도 나와서 일을 하고 있다가 그녀 역시 엄청 말 안듣는 그림작가 때문에 그림 완성되기 기다리다 의리있게 나와 비슷하게 일을 정리했다. 집에 가려고 콜택시를 부르려는데, 자기 남친이 나까지 집에 대려다 주겠다고 했단다. 아아 이렇게 고마울때가...너무너무 멋진 커플이야....ㅎㅎ

아, 역시나 멋진 B양의 남친이 청개구리( 초록색 마티즈 ㅎㅎ)를 끌고와서 회사 앞에 대기중이었다.

자기네들이 나를 핑계삼아 새벽의 드라이브 데이트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마음을 써주니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암튼, 신새벽의 서울을 가로질러 집에 왔더니 새벽 4시.

브라질과 프랑스전을 보신다고 아빠가 깨어계시다 딸래미 얼굴이 핼쓱해졌다고 걱정. 괜찮아요..한마디 하고 얼른 씻고 침대로 점핑.

딱 눈 한번 감은 거 같은데 알람이 울렸다.

다시 후다닥 준비하고 지하철에서 거의 가사상태로 있다 옆에 앉은 사람이 툭 치는 바람에 겨우 내렸다.

오늘은 제발 집에 좀 일찍 가자.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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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7-02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일을 태만하게 한답니까... 오늘도 근무하셨나봐요 어제 축구보구 오늘은 하루종일 잠만 잔 제가 부끄럽네요..

플로라 2006-07-02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어디나 그런분들이 있잖아요. 마태님도 속상한 일 겪으신 거 일전에 페이퍼에서 봤어요... 전 아직도 회사지만 조금 더 힘내서 버스 끊기기 전에 들어갈거랍니다. 마태님 푹 쉬셔서 좋으시죠?....ㅎㅎ
 

시네코아에서 보려고했던 일본인디영화제...

오늘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를 보려고 지난주에 예매를 해두었더랬다.

그치만...현재 영화 시작 10분전...

결국 이 영화도 그냥 흘러보내게 생겼다.

오늘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어제 돌맞은 기획안 다시 써야하니....ㅡ.ㅡ) 서재에 계신 다른 분들에게 드릴걸...

바부바부바부바부바부바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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