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품귀 현상인 요즘, 알라딘이 사은품 줄 때 살 걸 후회하면서 알라딘 오프라인 매장 가도 없겠지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나는 여전히 집(종이책 구역)과 사무실(전자책 구역)을 오가며 책을 본다.
이 달 독서는 나름 흡족한 성과가 있었다.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벽돌 책인 로버트 치알디니, 더글러스 켄릭, 스티븐 뉴버그 『사회심리학』, 엘리에저 J. 스턴버그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를 완독한 것!
📘 명성 자자한 제러미 리프킨의 신간 『글로벌 그린 뉴딜』이 나왔길래 리프킨 책 중 가장 읽고 싶었던 『소유의 종말』을 우선 읽어 보았다. 그의 명성의 첫 신호탄 『엔트로피』(1980)부터 『노동의 종말』(1995) 등을 찬찬히 읽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2000년에 낸 『소유의 종말』도 지금 읽기 정말 시의적절했다. 이 책을 쓰는 데 꼬박 6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350권의 책과 1천여 편의 논문, 5만 장의 색인 카드와 약 2천 개의 주석을 동원한 역량을 독서하는 내내 실감할 수 있었다. 그의 세계 동향 분석은 어떤 분석가보다 포괄적이다. 노동을 상품화하던 산업 시대가 지나고 접속 시대에는 자본주의 톱니바퀴 속에 공공 재산과 문화까지 잠식되는 공포스러운 실상을 잘 드러내었다. 사유 재산은 사라져 가고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만을 허락받는 자본주의 무법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책만 해도 월정액 독서앱 플랫폼의 성장, 10년 대여가 사라지고 90일 대여로 점점 가벼운 소유의 시대로 흐르고 있다. 이러다 일주일 대여 초특가까지 나올 지 모르겠다. ‘지리적 공간에 뿌리를 둔 문화적 다양성을 지켜나가는 것만이 인간의 문명과 건강한 공존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는 한 문장으로 이 책을 설명하기엔 방대한 정보가 있다. 『글로벌 그린 뉴딜』도 조만간 읽어볼 생각이다.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는 명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책이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고심거리들(병역, 공정성 등등)이 많이 논의되어 한국에서 그토록 인기 많았던 것 같기도. 리뷰도 썼다. https://blog.aladin.co.kr/durepos/11537104
📘 로버트 치알디니, 더글러스 켄릭, 스티븐 뉴버그 『사회심리학』은 재독하고 리뷰로 남길 생각이다.
📘 엘리에저 J. 스턴버그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다산북스)
업그레이드 정보가 많아 좋았다.
보통 무의식이 밤에 꾸는 꿈에나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낮에 하는 습관적 행동에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
희망 실현을 허황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심상훈련'은 인간 상상력의 가공할 힘을 입증한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제패한 것에도 나름 기여했을 거 같고.
리뷰 완료 : https://blog.aladin.co.kr/durepos/11558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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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식계와 다르게 무의식계가 따르는 규칙은 여러 가지다. 의식과 무의식은 각각의 시스템에 따라 정보를 처리한다. 그래서 낮에는 의식적이고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고 밤에는 오감의 경계가 사라진 탐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무의식과 의식이 어떻게 기능하고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살펴본 것이 거의 없다. 찰스보닛증후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 대뇌다리환각증의 환각은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겹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런 겹침 현상은 무의식 회로가 만든 꿈이 잠들지 않은 의식에 침입하는 것을 허락함으로써 생겨난다. 그러나 이런 환각 증상은 회로가 고장났기 때문에 나타난다"
2.
"습관 체계를 이용해 행동하면 그 행동에 대한 기억은 사건기억을 이용하는 해마에는 저장되지 않는다. 출근길 운전자가 그날 아침 운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동은 사건기억에 저장되지 않으면 그 행동과 관련된 이미지(옥외광고판 등), 소리, 감정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렇게 이루어진 행동은 습관적 절차를 조용히 강화한다. 그것이 전부다."
3.
"삼각형을 머릿속으로 그리든 실제로 그리든 소요 시간은 거의 같다.
놀라운 발견이다. 보통 상상하는 것에는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무언가에 대한 생각은…… 그저 상상일 뿐이라고, 진짜가 아니라고 여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하는 특정 행동에 걸리는 시간과 신체적으로 그 행동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똑같은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상상과 움직임은 뇌에서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심상 훈련은 단순한 상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연습 시뮬레이션이 될 수 있다."
📘 데이비드 롭슨 『지능의 함정 - 똑똑한 당신이 어리석은 실수를 하는 이유와 지혜의 기술』 (김영사 2020-01-23)
온 오프라인 막론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더 극단의 갈등으로 심화되어가는 것 같다. 극단이라고 평가할 만큼 정상적이지도 않고 보수-진보의 대결도 아니며 자기 인지 성향에 맞는 편먹고 편 가르기 진흙탕 싸움이다. 이런 책을 읽고 또 읽어도 문제적 인간은 이런 책에 아랑곳하지 않을 테니 근본적인 해결이 될까 싶다. 물론 혁명도 아주 서서히 시작되어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왜곡 변질되어 오지 않았던가. 이 책을 읽으면 다른 분들 의견도 나랑 비슷하지 싶은데 생각과 지식의 맹점을 지적하는 점에서 대니얼 카너먼이 쓴 『생각에 관한 생각』이나 한스 로슬링 『팩트풀니스』, 스티븐 슬로먼 『지식의 착각』을 떠올리게 된다.
작년 연말부터 계속 세대론 공부가 되어가고 있다.
《조커》, 《기생충》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영화계에서 주목받으며 큰 상을 탄 것도 이런 시대 분위기의 반영이자 관심이기도 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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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렌 레이저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2020, 아날로그)
아래 댓글을 남겨 받은 책 선물
"『90년생이 온다』를 읽었는데요. 밀레니얼 세대는 일이나 조직보다 자기 삶의 가치를 더 추구하는 가장 적극적인 세대죠. 임홍택 저자는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진취성이 없거나 나약해서 공무원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어디든 만연한 불평등, 한국의 나쁜 조직문화, 안정적인 수입과 여유 시간을 가지기 위한 그들만의 타산 방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죠. 공무원과 대기업 근무자의 임금 비교를 보면 장기적으로는 공무원이 더 수입이 많고 안정적이죠. 방학 시즌이면 해외여행을 하는 교사분들을 자주 만나며 일 년에 자기 시간을 이렇게 여유 있게 가질 한국인도 많이 없지 싶었습니다. 헬렌 레이저는 어떤 시각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하고 있을지 읽어보고 싶습니다."
헬렌 레이저가 성소수자 권리 운동과 맑시즘 중심의 좌파주의자라 목차만 봐도 대략 감이 온다.
📘 조귀동 『세습 중산층 사회』(2020, 생각의 힘)는 도서관에 희망 도서 신청했다. 임홍택 저자가 간과한 밀레니얼 세대 내에서의 계층 차이와 그 내부에서의 갈등 양상을 짚어낸 것이 흥미로워서. 한국 밀레니얼 세대가 조국 사태에서 분노한 기저를 잘 간파한 듯도. 그런데 코로나19로 도서관까지 폐쇄되어 언제 받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_-
📘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컬러의 말』(2018)을 빨리 읽으려고 e book으로 사고 되게 후회했는데(멍충이🤢), 캐런 할러 『컬러의 힘』(2019)은 종이책으로 생겨서 좋다. 역시 이런 책은 컬러를 감상하며 이리저리 넘겨 봐야! 데헷~ 미용실에서 머리하면서 재밌게 봤다. 각종 테스트들도 재밌고 내 색깔들도 찾아보고.
2월은 사회에 대한 책들에 관심이 많이 갔다.
📘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세계의 모든 조직이 '아웃소싱'으로 굴러가고 있는 한편, 개인도 그와 유사한 각종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 관혼상제 서비스부터 가사 도우미, 대리모 출산까지 원한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다소 기이한 사회 현상이 포착된다. 거품 경기가 꺼진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에서는 매년 10만 명이 실종되고 있는데, , 이 중 8만 5,000명이 스스로 증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 실패, 시험 낙방, 이혼, 퇴사 등의 각종 이유로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이 현상은 더욱 증가했는데, 『인간증발』의 저자인 프랑스 저널리스트 레나 모제와 그녀의 남편이자 사진작가 스테판 르멜은 우연히 이 사실을 접하게 돼 5년에 걸쳐 도쿄, 오사카, 도요타, 후쿠시마 등을 돌아다니며 슬럼 지역에 숨어들어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일본인과 그들의 사연을 취재했다. 이들의 상황은 증발이 아니라 사실상 추락인 것 같았다. 뾰족한 대안도 없어 보인다. 한국은 '간병 살인' 같은 실태 조사도 전무한데 이런 증발에는 더 관심이 없을 것이다.
📘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 에서 “사랑처럼 엄청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시작되었다가 반드시 실패로 끝나고 마는 활동이나 사업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라고 말하며 그렇기에 더욱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의 원초적인 분리 불안은 고립의 공포와 고독에서 끊임없이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여러 합일의 형태들을 찾게 되는데, “과거나 현재에 있어서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해결책으로 채택하고 있는 합일의 형태, 곧 집단-그 관습, 관례, 신앙-과의 일치에 바탕을 둔 합일”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사이비 사랑의 형태를 사랑이라 착각하며 사랑한다. 사랑은 자아도취가 아니라 자립적 인간의 자발적인 행동이다. 이 순수한 생산적 활동은 보호, 책임, 존경,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반한다. 프로이트는 “사랑을 리비도의 나타남이라고 보고 리비도는 다른 사람을 향하거나(사랑), 또는 자기 자신을 향한다(자기애)고 가정”했다. 자기애를 자아도취적 낮은 단계로만 해석한 프로이트 이론에 반박한 프롬의 지적은 옳다고 생각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그의 견해도 전통적 가부장적 해석에서 아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프롬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요소로 ‘전 생애를 통한 훈련’, ‘정신 집중’, ‘인내’, ‘최고의 관심’을 거론했다. 자아도취와 반대되는 겸손, 객관성, 이성의 발달도 사랑의 기술에 요구된다. 자본주의 극복도 중요하다.
📘 움베르토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이런 책 제목은 어느 시대에나 먹히지 않을까. 내용은 더 그렇다. 미니멀한 일기 형식의 짧은 칼럼 글인데도 자체 지성이 반짝반짝~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기 전에 어리석음부터 해결을 해야... 평생 처리해야 하는 일이니 더욱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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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웃으면서 화를 낼 수 있을까? 악의나 잔혹함에 분개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없지만, 어리석음에 분노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있다. 데카르트가 말했던 것과는 반대로 세상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나눠 가진 것은 양식(良識)이 아니라 어리석음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어리석음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는 쉽게 만족하지 않는 아주 까다로운 사람들조차도 자기 안의 어리석음을 없애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루에 1시간 45분 정도가 남는 셈이다. 나는 이 시간을 섹스,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 장례식 참석, 병원 진료, 쇼핑, 스포츠, 공연 관람 등에 사용했다. 여러분도 보다시피 나는 인쇄물(책, 기사, 만화)을 읽는 시간을 계산에 넣지 않았다. 모임 장소로 이동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 즉 323시간 동안 페이지당 5분꼴로 독서(페이지 여백에 간단한 주석을 다는 정도의 독서)를 했다면, 나는 3,876페이지를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 봤자 이것은 300페이지짜리 책 12.92권에 해당될 뿐이다. 독서할 시간이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또 하나 있다. 담배 말이다. 하루에 60개비꼴로 담배를 피우고, 매번 담뱃갑을 찾아 불을 붙이고 끄는 데에 30초가 걸린다면 1년에 182시간이 필요하다. 내게는 그 시간이 없다. 아무래도 담배를 끊어야 할 모양이다."(1988)
📘 윤이형 『붕대 감기』는 소설보다 심진경 평론가의 해설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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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이 때로는 더 가혹한 가부장제적 규범(왜냐하면 맨얼굴인데 예쁘기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으로 작동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탈코르셋은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과 투블럭 커트 헤어스타일, 노브라로 요약되는, 탈여성화된 외모 규범을 요구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탈코르셋은 여성들에게 의식·무의식적으로 강요되고 내면화되어온 모든 팬옵티콘적 남성 감시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여성자결권을 획득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얼마나 험난하며 또 얼마나 지지부진할 것인가. 때론 여성주체성 획득이 언제나 정치적으로 올바른 기호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예컨대 1990년대 한국 대중문화가 요구한 새로운 주체적 여성 이미지가 사실은 새로운 소비주체에 대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은, 절대적으로 올바른 페미니즘이란 사실상 불가능함을 암시한다.
(중략)
작가가 그렇게 나이 든 페미니스트와 젊은 페미니스트를 각각 '영악한 여자 꼰대/분노하는 천방지축 어린애'로 대립시키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문제 삼는다. 그 프레임은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인가. 그런데 정말 경혜와 형은의 갈등과 입장 차이는 단순히 세대 간 격차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한 걸까. 여성 내부의 차이에 대한 논의는 지금의 문제만은 아닐뿐더러, 세대 간 갈등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성정체성, 계층, 지역, 학력, 직업 등등에 따른 여성들 간의 차이는 예전부터 있어왔으며, 그 차이만큼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서로 다른 입장과 견해차는 존재해왔다. 문제는 그러한 여성 내부의 차이와 다양성을 단순히 세대 간 차이로 몰아가면서 더 다양한 페미니즘 논의의 가능성을 제한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늙은 여성/젊은 여성’으로 대변되는 페미니즘 이분법의 프레임은 선악의 마니교적 이분법으로 전화轉化하면서 페미니즘을 ‘좋은 페미니즘/나쁜 페미니즘’, ‘진짜 페미니즘/가짜 페미니즘’으로 나누는 진품명품쇼로 전락시킨다. 그런데 도대체 좋은, 진짜 페미니즘은 어디에 있나.
그런 페미니즘은 없다. ‘진짜 페미니즘’이란 마치 어떤 이상적 형태를 상정하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텅 빈 기표와 같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가짜 기원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향수를 느끼는 것”처럼, ‘진짜’, ‘좋은’,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젠더 문제를 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왜냐하면 순수하고 완전한 페미니즘이라는 이데아는 이 현실 세계에서는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페미니즘, 혹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당위와 대의명분에서 벗어나, 진짜인지 가짜인지 재단하지 않는, 각자의 복잡한 경험이나 개별 특성을 인정하는, 이분법적이고 대립적인 사고방사고방식을 벗어난,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모순이 공존하는, 잡종적인, 오염된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인지도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진정한 페미니즘’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소문자 페미니즘들’을 만드는 일이며, 그럴 때라야 비로소 여성연대는 가능할 것이다. 이때 여성연대란 단수적이기보다는 복수적이고, 통합적이기보다는 해체적이고, 무질서하고 개방적인, 그래서 비非연대처럼 보이는 어떤 것이 될지도 모른다. 윤이형의 『붕대 감기』가 여성들끼리의 화해와 연합이 아닌, 서로 간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끝나는 것은 이런 인식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 사회 문제에 주목하는 김혜진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9번의 일』 주인공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동자였다. 80년대 경제 성장기의 거품이 꺼진 뒤 새로운 동력으로 IT 산업이 떠오를 때 사회생활을 시작한 486 세대의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에서 자아 만족을 얻으며 살았지만 이젠 그런 시대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워라밸(일과 생활의 조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생계에 대한 부담은 우리 대다수의 고민거리다. 제러미 리프킨 『노동의 종말』을 읽고 이 소설을 읽었다면 더욱 좋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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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더 인간다워진다는 자부가 있었고, 그 자부 안에 함께 성장해온 회사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므로 그에게 회사는 오래도록 살아 있는 어떤 실체에 가까웠다.”
📘 민음북클럽 선물로 오디오북을 받아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읽게? 듣게? 되었다. 말미에 이제훈 배우 해설과 낭독도 실려 있다. 《건축학개론》 이미지 때문인가. 지금 35살인데 여전히 청춘의 이미지.와타나베가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를 3번 이상 읽었듯 나도 이 책을 세 번째 읽었다.
나오코가 말한다. 1~2년에 한 번씩 들판 한가운데 숨은 '우물'에 사람이 사라지는 얘기를. 문득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떠올렸다.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하고 그녀는 말했다.
"뭐지? 그 태양의 서쪽이라는 것은?"
"그런 장소가 있어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고 하는 병 들어 본 적 있어요?"
"잘 모르겠는데."
"옛날 어느 책에선가 그런 이야기를 읽은 일이 있어요.
중학생 시절이었든가. 무슨 책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지만 ...
아무튼 그것은 시베리아에 사는 농부들이 걸리는 병이에요.
있잖아요. 상상해봐요.
당신이 농부고, 시베리아의 벌판에서 홀로 외로이 살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매일매일 밭을 갈아요.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죠.
북쪽에는 북쪽의 지평선이 있고, 동쪽에는 동쪽의 지평선이 있고,
남쪽에는 남쪽의 지평선이 있고, 서쪽에는 서쪽의 지평선이 있어요. 그저 그것뿐.
당신은 매일 동쪽 지평선에서 태양이 떠오르면 밭으로 나가 일을 하고,
그 태양이 머리 위에 올라와 있으면 일하던 손을 멈추고 점심을 먹고,
그리고 서쪽 지평선으로 해가 기울면 집으로 돌아가 자는 거예요."
"그런 생활은 아오야마 부근에서 바를 경영하고 있는 것과 몹시 다른 종류의 인생일 듯이 들리는데."
"그렇겠죠" 하고 그녀는 말하고 웃었다. 그리고 아주 조금 고개를 기울였다.
"몹시 다르겠죠. 그런 생활이 계속 몇 년이고, 몇 년이고, 매일 계속돼요."
"하지만 시베리아에서는 겨울에는 밭을 갈 수 없을 텐데."
"겨울에는 쉬어요, 물론." 하고 시마노토는 말했다.
"겨울에는 집안에 있으면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지내죠.
그리고서 봄이 오면 바깥으로 나가 밭일을 해요.
당신은 그런 농부인 거예요. 상상해봐요."
"해보지." 하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어느 날, 당신은 내면에서 무엇인가가 죽어 버리고 말아요."
"죽다니, 어떤 것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무엇인가요. 동쪽 지평선에서 떠올라, 높은 하늘을 질러서,
서쪽 지평선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을 매일매일 보고 있는 사이에,
당신 속에서 무엇인가가 뚝하고 끊어져서는 죽어 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지면에다 괭이를 내던지고는, 그대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하염없이 서쪽을 향하여 걸어가는 거예요. 태양의 서쪽을 향해서.
그리고는 무엇에 홀린 듯이 며칠이고 아무것도 마시지도 먹지도 않고 줄곧 걷다가,
그대로 지면에 쓰러져 죽고 말아요. 그게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예요."
나는 대지에 엎드려 죽어가는 시베리아 농부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태양의 서쪽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데? " 하고 나는 물었다.
그녀는 또 고개를 저었다.
"난 모르죠.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지도 몰라요.
아니면 무엇인가가 있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아무튼, 그것은 국경의 남쪽과 좀 다른 곳이에요"
언제나 그녀들은, 하루키는 누군가 사라지는 얘기를 한다. 그것은 내가 사랑한 사람들, 끝끝내는 나의 얘기이기도 하다.
최근 나온 은희경 『빛의 과거』는 『노르웨이의 숲』을 벤치마킹한 것을 부인할 수 없을 듯.
📘 강렬한 흑백 콘트라스트 다큐멘터리 사진도 좋았지만 그의 세계관도 좋았던 『이정진』 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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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사진은 결과이기보다는 하나의 도구로서 존재한다. 현실의 재현이나 시각적 아름다움의 재구성이기보다는 근본적인 사색의 바탕으로서ㅡ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 가지로 주장하거나 강조할 수 없는 생각들, 흐름도 멈춤도 아닌 어떤 찰나, 무한히 열린 공간에서의 단절, 침묵하고 있지만 뜨거운, 일상의 초현실적인 단면들, 은유적인 표현수단으로서ㅡ이미지들이 선택되어 왔다."(「사물」 연작 작업노트에서, 2005)
“한때 예술은 내 삶의 ‘절대’ 또는 ‘본질’과의 악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절대는 하나가 아니고 본질은 유동적이다. 그것은 내 인식의 한계일 뿐이다.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 도달한 절대의 높이만큼 다시 추락하기를, 작업을 통해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어쩌면 ‘절대’란 것은 여러 개의 세로 줄이 아니라 끊어지지 않은 하나의 가로 줄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 이정진
뉴욕, '우리는 모두 타인이다', 1988-1989
📘 볕이 좋았던 날 들고나가 읽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비트겐슈타인의 수학의 기초에 관한 강의』(2010, 사피엔스 21)
상대를 후려치는 듯한 비트겐슈타인의 명징한 논박은 늘 정나미 떨어짐과 존경 둘 다 보내고 싶은 심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식으로 사고한다면 황색 언론과 여론에 휩쓸리거나 사이비 종교 신봉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그의 전기를 읽어서 이미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삶은 얼마나 고독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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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 교수가 나에게 다가와서 "비트겐슈타인, 나는 거대한 발견을 해내었네. 나는 ......라는 것을 발견했다네."라고 말한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게 될 것이다. "나는 수학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이 어떻게 그것을 발견했는지를 알기 이전까지는 당신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가 말한 것에 대해 놀랄 권리가 없다. 왜냐하면 비록 그가 영어를 말한다 할지라도, 그가 말하는 것의 의미는 그가 행한 계산들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 이 책 현재 품절인데 그러면 안 될 책이다. 강의집이라『비트겐슈타인의 수학의 기초에 관한 고찰』보다 좀 더 수월하다는데 으허허;;
📘윌 듀런트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이 책 제목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는 자살을 생각하는 어떤 이가 듀런트에게 다가와 건넨 질문이기도 했다.
내게 이 책은 삶의 의미에 대한 답보다 이 책 자체에 있다. 역사가가 정리한 시대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시대를 산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을 직접 읽으며 그 시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시대에도 이런 기획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세계 대변동이 아닌 때가 없었던 것도 같지만 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일상을 헤쳐가기 바쁘고. 나는 삶에는 게으르고 의미를 책 속에서 찾는 바보인 것도 같지만 그럼에도 계속 읽겠습니다.
📘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도 빨리 완독하고 싶다!
"한국인이라는 특수한 사상적 지평을 넘어 당신을 인류 보편의 지혜로 도약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서 이 책보다 더 쉬운 책은, 단언컨대 없다"는 채사장의 호언장담처럼 정리 요약이 잘 되어 있다. 물리학, 과학, 인문학 책 즐겨봐서 아는데 빅뱅 이전부터 설명하는 책 흔치 않다. 거기다 세계, 자아 등 철학으로의 통합까지 뻗어나가니 채사장 참 대단하다ㅎㅎb
이 책 삽화가 참 재미난데 누가 그린 건지 알 수 없어 웨일북에 문의ㅋ 난 참 쓸데없는 오만 것에 관심을 가지는╭(๑•ㅂ•๑)و
더 쓸데없을 지도 모르지만 알라딘 스티키 북마크 얇게 만들어 줄 수 없냐고 문의도 넣음🤣
책 읽으며 수시로 반 잘라서 쓴다. 인덱스용으로만 쓰는데 이 폭은 낭비~
제 의견에 동의하신다면 알라딘 고객센터 1:1 문의 [칭찬/비판/건의] 문의 유형 분류 선택해 참여해 주세요✧(๑˃̵ᴗ˂̵)و
📕 아무튼 사고 사고 또 사고
📘 마르셀 프루스트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민음사 2019-12-30)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기 장작용ㅎ
• 중고도서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휴머니스트 2012-07-12)
-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에 이어 읽고자 한 에리히 프롬 책을 다 완비했다. 『모비 딕』을 멋지게 번역했던 김석희 번역이라 더 믿음이 간다.
📘 성백효 『최신판 논어집주』(한국인문고전연구소 2017-12-26)
- 구판 팔고 재구입. 성현의 말씀이 칫솔질처럼 시원할 때가 있으니까 갖춰놓고 있으면 마음에 안식.
📘 장 뤽 고다르 & 데이비드 스테릿 『고다르 X 고다르 - Jean-Luc Godard Interviews』(이모션북스 2010-11-10)
- 읽고 싶던 인터뷰집이었는데 마침 중고로 보이길래 겟~
📘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까치출판사 1998-02-25)
- 동서문화사와 비교해봐야지. 헉스, 커버가 없다뉘; 양장본 중고 살 때 종종 변수ㅜㅜ
📘 리사 랜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사이언스북스 2015-12-15)
- 리사 랜들의 다중 우주론을 좀 읽어봐야겠기에.
📘 오타베 다네히사 『서양미학사』(돌베개 2017-12-11)
- 요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지만 진중권의 예전 미학사는 꽤 유익했고 재밌었다. 서양 미학자가 아닌 일본 미학자의 관점도 궁금했다.
📘 프랜시스 베이컨 『신기관』(한길사 2016-02-05)
- 고전, 고전, 고전
📘 롤랑 마뉘엘 『음악의 기쁨 3』( 북노마드 2014-12-05), 『음악의 기쁨 4』( 북노마드 2014-12-31)
- 이 시리즈 이제 다 모았다♡
☆ 2월 알라딘 굿즈 - 더블 포켓 파우치(스탠다드)
- 기존의 북파우치보다 크기는 작고 앞뒤 양면 포켓에 속주머니가 여럿 있어 실용성 굿٩(•◡•)۶ 알라딘 다이어리가 쏙 들어가 다이어리 파우치로 써도 좋다.
📚 중고도서
📘 필리프 아리에스 『죽음의 역사』(동문선)
📘 에드가 모랭 『인간과 죽음』(동문선)
📘 게오르그 짐멜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새물결)
📘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늦여름 1, 2』(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 알라딘 이벤트 또 당첨
2020년 들어 전자책 할인 행사가 대폭 조정된 이후 e book 이벤트가 색달라졌다. 댓글 기대평 달면 e book 적립금 1000원 or 종이책 선물을 주는 구성의 이벤트가 대세. 알라딘에 책세상 브랜드전이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책세상 하면 니체 전집이죠^0^)b" 남겼더니(다 쓰고 아, 책세상 문고 고전의 세계도 좋은데 깜빡했네 했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종이책 당첨(๑˃̵ᴗ˂̵)و 책만 온 게 아니라 프리드리히 횔덜린 시가 담긴 누드 제본 노트까지 챙겨 주셔서 매우매우 감사했다! 맘에 쏙 들어 문구덕후 감동(❁´▽`❁) 💕
📘 오흥명 『감정의 형이상학』(2019-12-02, 책세상)
탄탄한 철학으로 쓴 글이라 문장 하나하나 맘에 와닿고 멋지다. 어렵지 않게 쓴 것도 장점. 가벼운 에세이에 질린 독자(나?)가 반길 책. 궁금하신 분은 e book 90일 대여 5, 250원으로 봐도 좋을.
📖
"철학이 삶과 존재에 대한 성찰이라면, 철학은 철학에 관해서가 아니라 불행에 관해 말해야 한다. 삶과 존재에 대해 말하고 생각하는 이들은 언제나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던가.
몸과 정신으로서의 인간이 겪어야만 하는 어두운 감정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일은, 그래서 인간의 삶과 존재를 원형 그대로 되살피는 일이기도 한 셈이다. 그렇게 불행의 감정들은 얼마간 추스르고 나면,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감정들에 관해서도 이야기할 때가 올 것이다. 인간의 불행에 대한 집요한 응시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불행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서문)
역시 이 달도 e book 포함 30권 구매 이상으로 넘어가 버렸다. 휴... 지쳐서 사진에 못 찍은 것도 많다.
📘『셀프 트래블 북유럽』
📘 제임스 테이트 산문시집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창비)
📘 폴 모랑 『밤을 열다』 『밤을 닫다』(민음사, 쏜살문고)
📘 봉준호 『마더 이야기』(마음산책)
봉준호 영화 중 나는 마더가 가장 좋다. 엄마 없어?" 대사는 정말이지......
☆ 2월 알라딘 굿즈
더블 포켓 파우치 스탠다드, 슬림까지는 샀는데 맘에 드는 스퀘어는 품절이라 못 샀다. 각각 다이어리와 미니 노트 파우치 & 필통으로 쓸 수 있어 좋다. 지난달엔 노트 잔뜩 사고 이 달엔 파우치 잔뜩 사고. 알라딘 때문에 내가 미쳐ヾ(。>﹏<。)ノ゙
본투리드 샐러드 포크(모비딕)
화이트 색상의 앨리스 포크 잘 쓰고 있어서 블루로 하나 더 장만.
📘 알라딘굿즈랑 데코하다가 읽어본('완독을 해라' 목록 책) - 리처드 세넷 『무질서의 효용』
청소년기와 도시(공간)이 우리 시대 정체성 형성에 매우 결정적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시공간을 배제한 채 '나의 정체성(자아)'을 말하는 건 명백히 오류다. 무려 25살에 쓴 40년 전 글인데도 그의 '정체성', 공동체' 분석은 요즘 세대론의 빈 곳을 짚어 준다.
📘 어슐러 k. 르 귄 『어둠의 왼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