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느끼는 신체적 증상들은 곧장 현실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외계인에 납치되어 생체 실험이나 강간을 당했다는 주장이 비슷비슷한 것은 ‘수면마비’ 증상으로 보인다. “수면마비는 종종 환시와 환청도 함께 가져온다. 수면마비가 왔을 때 이상한 소리를 내지만 나중에 그게 무슨 소리였는지 선뜻 알아내지 못한다. 방에서 섬뜩한 존재가 보이거나 낯선 존재가 들어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환각은 으레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고, 심하게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까지 갖는다. 그러면서 수면마비의 환각 경험은 의식이 있는 상태의 악몽으로 변한다.”
‘영적 체험’도 신경학적으로는 다르게 본다. “신경과 의사는 관자엽 뇌전증을 앓는 환자들이 겪는 증상을 “과종교증(hyperreligiosity)”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관자엽 뇌전증 환자 100명 가운데 한 명에서 네 명은 로버트가 본 것 같은 하늘의 존재가 등장하는 종교적 허상이나 각성 상태를 경험한다. 어떤 환자는 발작의 영향이 이마엽까지 미쳐 행동방식이 영원히 변하게 된다. 종교의 가르침을 독실하게 실천하는 신도가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 마이클 가자니가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사람은 관자엽 뇌전증이 원인이 되어 성령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빈센트 반 고흐도 관자엽 뇌전증 증상을 많이 보였고,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등 여러 번 종교적 환상에 빠졌다. 마이클 가자니가는 모세, 마호메트, 부처 등 종교적 상징 인물도 그들의 행동으로 판단하건대 같은 질병을 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밝은 빛을 보았고, 환희를 느꼈으며, 우주의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는 ‘임사 체험’도 심장마비 생존자나 전투기 조종사가 뇌의 산소 결핍에서 겪은 환상이나 뇌와 눈으로 향하는 혈류가 줄어들어서 겪는 렘방해 상태와 유사했다.
‘카프그라증후군’은 주변인 모두가 완전히 똑같은 모습을 한 가짜로 바꿔치기 되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감정적으로 강렬한 기억은 더 확신하며 떠올리고 이야기에 구멍이 있다는 생각은 거부한다.” 외계인이나 신을 만났다거나 사후세계를 봤다는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지적을 했을 때 화내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기이한 경험에는 기이한 해석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뇌는 외계인 납치 같은 해석을 생각해낸다. 정말로 이상하지만 그것이 딱 맞는 설명이다. 이런 해석에는 감정적 경험을 풀이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사건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무의식계의 성향이 반영되어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왜 조현병 환자들이 이상한 기술(광선총이나 헬륨 전류)이나 종교적 존재(성령이나 악마)가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고 말하는지, 왜 그들이 텔레비전 등장인물(패트릭 더피)이나 가상 인물(존스 씨)과 소통한다고 주장하는지, 왜 자신이 아닌 다른 불가사의한 힘이 머릿속에서 혼란을 조장한다고 주장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뇌는 그 사람의 인격이나 믿고 싶은 것에 알맞은 해석을 만들어낸다. 종교적 믿음이 강한 사람은 머릿속 목소리가 신성한 존재의 목소리라 주장하고, 스릴러 소설 애독자는 FBI나 CIA 요원에게 감시당한다고 걱정한다.” 음모론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간혹 자신의 예측이 맞았을 때 “거 봐라.” 하지만 더 많은 예측 오류는 눈 감는다. 우리는 진정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하지만 다르게 볼 수 있고 이용할 수도 있다. 진정 나를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