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책읽는나무 > 전업주부인 내게 큰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하다.
맞벌이의 함정 - 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그 대책
엘리자베스 워런,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지음, 주익종 옮김 / 필맥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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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결혼 전에 직장생활을 몇 년 했었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면서 결혼을 했었고...그후에도 계속 직장을 다녔었다.
왜냐하면 나는 맞벌이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혼자 벌어 집을 사기가 아니 전세금이라도 마련하기가 힘겹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임신을 했다.
아이를 낳고도 계속 직장을 다니리라 굳은 결심을 했었다.
헌데...잦은 외근에 몸이 힘들어 견디기가 힘이 들다 보니 이것 저것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그땐 내가 살던 그곳 가까이 양친 부모님들이 계시지 않아 아이를 낳으면 당장 내아이를 돌봐 줄 곳이 없었다..그래서 아이를 어린이집 같은 탁아소 같은 곳에 맡겨야 할 형편이었다.
그곳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월급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던지라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는데 내 월급이 다 들어가는 셈이었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피곤하단 탓에 외식도 자주 했었다.
그래서 나는 돈을 벌어도 온전히 불가피하게 나가야 할 돈이라면 차라리 내아이 내손으로 키우는게 낫다라는 결론을 내려 맞벌이를 포기하였다.
물론 아이옆엔 엄마가 있어 줘야 한다는 내신념이 강하게 작용하기도 했었다.

맞벌이를 그만두고 연고지인 지방으로 내려와 시댁과 합쳐 2년을 넘게 살기도 했었다.
시부모님이 계시니 다시 직장을 나가볼까? 싶어 한 달 정도 직장을 다시 나가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냥 아이곁에 머물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 후 줄곧 우리집은 신랑 혼자서 버는 외벌이로 3년을 맞은 셈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었다.
맞벌이를 그리 오래 하진 않았지만...맞벌이와 외벌이의 상황을 놓고 봤을때 생활형편은 별반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비슷하단 것이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우리가 집값이 비싼 서울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조금 더 싼 중소도시로 이사를 온 것이라고 보아진다.
또한 내가 전업주부로 돌아선 이후 아이를 굳이 어린이집에 보낼만한 이유가 없어 한번도 보내지 않은 탓도 많은 작용을 했을게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황여건이 달라지니 가계생활에 많은 작용을 한 셈이다.
이책은 아주 정확하게 맞벌이의 함정을 이러한 요건들을 열거하며 꼬집고 있다.

사실 전업주부로 생활하면서 맞벌이 하는 가정을 많이 부러워하면서 살고 있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혼자 버는 것 보다는 둘이 버는 것이 생활하는 것에 있어 일단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만 알뜰하게 생활한다면 한사람의 몫은 꼬박 저금이 될수 있어 돈을 빨리 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책을 읽으면 전업주부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한 마음은 다소 위안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맞벌이를 포기한 내 결정에 어느정도 확신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이책에선 부모들이 자녀를 더 좋은 학군으로 보내고 싶어하는 강한 욕구로 인해 가격입찰을 높이고 있다고 꼬집는다..다 맞는 말이다.
좋은 교육 환경에 내아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마음은 다 마찬가지일게다.
그러다보니 별로 주목받지 않았던 땅도 갑자기 집값이 상승하게 되고..훗날엔 투기지역으로 상황이 역전된 곳이 허다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느부모가 내아이를 환경 안좋은 곳에 학교를 보내고 싶어 하겠는가?
아무리 집값이 덜 비싼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산다고 해도 학군이 높은 지역의 집값은 여전히 올라가면 올라갔지 내려오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평생을 내집을 가져야 하는 것에 목을 매달고 살아간다고 한다.
중산층 사람들이 평범하게 내가 벌어서 모은 돈으로 집을 사려면 평생을 벌어도 집을 사지 못할 것이다.
집을 샀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자신의 삶의 끝자락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모기지 대출을 받아 집을 미리 사는 가정이 허다하다.
모두들 내돈 모아 집을 사려면 평생가봐야 못살테니...대출을 받아 대출금과 은행이자를 저축한다는 생각으로 우선 집을 사서 살아가는 것이 몇 년은 더 편안하고 합리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나도 전적으로 이말에 동의했었다.
그래서 몇 년전에 대출을 받아 집을 샀었다.
헌데 대출 은행 이자를 내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았으며 대출금은 하나 갚지 못한 채 이자만 나가는 것이 어찌 그리 속이 쓰리고 배가 아프던지...ㅡ.ㅡ;;
그러다 신랑 직장 문제로 이사를 하면서 내친김에 집을 팔고 대출금을 갚아 버렸다.
  
지금도 나는 약간의 대출금이 있다..거기다 몇 년 전에 신랑 앞으로 만든 몇 백짜리 마이너스 통장도 가지고 있다..얼마안되는 마이너스 통장인데도 만료일이 다가오면 자꾸 연장을 하게 된다.
왜 자꾸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똑같은 삶이 지속되는지 알 수 없다.
물론 나의 부주의한 소비성향이 한 몫 크게 좌우하는 게 큰 문제점일게다.
어떤 순간엔 과소비도 눈 깜짝 안하고 저질러 버리기도 한다. 
몇 백 원, 몇 천 원에는 손을 벌벌 떨지만...몇 만 원, 몇 십 만원은 이정도쯤이야~~~ 라는 간 큰 짓을 제법 저질렀다..ㅠ.ㅠ
이책을 읽고 정말 뒤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기분이다.
나는 이런 자극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다.

물론 이책은 돈을 더 많이 벌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돈을 더 쓰지 않도록 주의를 각성 시켜주는 좋은 지침서는 된다.
제일 마지막 7장에 나오는 <재정 소방훈련>이란 단원만 머리속에 꼭 기억한다면 현재 맞벌이를 하고 있든,외벌이를 하고 있든 일단 더 깊은 수렁속으로 빠지는 실수는 면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나도 가게부를 다시 들여다보고 충고를 가슴깊이 새겨야겠다.
그리고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그동안 잦은 외식을 줄이고(책에선 모기지 대출등의 고정지출을 줄이고 외식은 하라고 씌어 있다. 왜냐하면 실직등과 같은 재난이 닥쳤을땐 외식이나 의류비 같은 지출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지만 대출금,보험등의 고정지출은 줄여지지 않는 항목이라고 한다...ㅡ.ㅡ;;) 일단 마이너스 통장과 대출금 부터 갚아나가야겠단 다짐을 해본다.
이목표가 부디 흐지부지 되지 않길 바라며.......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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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4-21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이구..이거 정말 중산층도 절케 붕괴하는데 없는 사람들은 또 없는대로 무너져내리구..겁납니다..
 

차력당원 여러분~~!! 봄날씨가 완연하죠?? 잠자리 날개 옷 입고, 나들이 가고픈데... 그래도 책도 읽어야 하기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요즘 소생이 책도 읽지 않는데, 제가 이번 달 도서를 선정해야 한다니 참 민망합니다. 그래도 이 참에 다시 한번 책읽기에 빠져 볼까 싶어요.. 히히

모든 분들이 참 좋은 책들 선정해 주시는데.. 전 리뷰도 잘 안쓴다지요...

제가 일단 책을 한 번 읽으면 다시 읽지도 않는데... 꼭 다시 보자 결심한 책이 있어요.. 워낙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 지금 읽으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선정도서로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보니 이 책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요즘 책도 잘 읽지 않아 좋은 책을 선정해 드리 못하는 저를 욕해주시고, 그냥 한번 읽어봐주세요.. ^^

사실 이번에 저도 이 책을 읽으면, 신간을 읽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캬캬

그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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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5-04-01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벌써 선정도서가 올라왔네요..^^
이것도 또 첨 보는 책...ㅡ.ㅡ;;
책값은 엄청 싸네요..ㅋㅋㅋ

책이 자꾸 밀리니 엄두가 나질 않네요..ㅡ.ㅡ;;
그래서 최근의 책부터 먼저 잡자는 전략...ㅋㅋㅋ

ceylontea 2005-04-0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 보는 책..--;
사실 너무 오래된 책인데.. 많이들 안본 책이라.. 이런 걸 선정도서로 해도 되나 싶어요.. --;

반딧불,, 2005-04-02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접수했습니다~~.

비로그인 2005-04-2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 차력독토에 원서도 안 냈지만 일단 접수요!
 
 전출처 : 반딧불,, > 나는 눈을 닫고 싶다.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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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제각각 자신의 처지에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삶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뿐. 그들을 누구도 욕할 수는 없는 것이다.

허나 돌아보아야 할 것들을 돌아보지 못하고, 꼭 해야할 것들을 무시한다면 지탄을 받는 것이다.

 

어떤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만화와 판타지에서는 현실도피성의 환상을 꿈꾸는

나의 머리 구조는 이것은 너무 잔혹한 것이라고 계속 이야기한다.

영상으로 보여지는 것은 활자로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더 슬프고 극적이다.

그리고 외면하고 싶은 것들을 정면으로 들이대어서 눈을 못 떼게 한다.

나는 차라리 눈 감고 싶다. 차라리 닫고 싶다.

 

 

그런데도 그럴 수가 없다.  꿈에라도 쫓아오는 둘리의 그 슬픈 눈매가, 해골만 남은 모습이...

무력감이 뼛 속 깊이 새겨져 있는가보다.  나는 모른다.

모른 척 할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나를 용서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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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조선인 > 세기를 뛰어넘는 입담
코끼리를 쏘다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실천문학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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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밌다"는 것. 조지 오웰은 자신을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 '스스로 단어를 구사하는 재주'와 '불쾌한 사실들을 직면할 수 있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며, 우리는 그의 재주와 능력을 통해 1920년대부터 40년대까지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그 사형수가 웅덩이를 피해 발걸음을 딴 데로 옮기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신비감, 다시 말해 생명이 한창 절정에 달했을 때 그 생명을 앗아가는 말할 수 없는 부당함을 보았다. 이 사람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처럼 살아 있는 것이다. 육체의 모든 기관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 창자는 음식물을 소화해 내고, 피부는 스스로를 재생시키고, 발톱은 자라고, 세포도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모든 것이 이 냉혹한 어리석음 속에서도 악착같이 작용하고 있다. 그가 교수대 발판에 세워지고 사형이 집행될 10분의 1초의 그 순간에도 그의 발톱은 여전히 자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증오의 대상이었던 인도제국 경찰로서 그는 한 버마인 사형수를 외면하지 못 했고, 자신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사형장을 향하던 죄수가 무심코 웅덩이를 피하는 짧은 순간, '한 정신이 줄어들면 그만큼 한 세상이 좁아진다'는 통렬한 깨달음을 얻고 그걸 글로 쓸 수 있다면, 그는 운명적으로 작가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웰은 작가의 길을 걷게 되어 행복했을까? 그 자신은 순전한 이기심과 미학적 열정과 역사적 충동과 정치적 목적 때문에 작가가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좋으면서 나쁜 소설도 못 되는 쓰레기들이 출판사들과 그들의 광고로 먹고사는 신문사의 유대 관계 때문에 끊임없이 떠받들어지는 게 당시의 풍토였다. (사실 오늘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소설이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고 예견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분명한 이유가 잇다. 가장 훌륭한 문학가들이 소설로 다시 돌아오도록 권유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설은 마치 현대판 묘비나 펀치와 주디 쇼처럼 형편없이 경명적이고 절망적이며 변질된 형태로 계속 존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은 제국주의 영국인인 자신이 싫었던 만큼 작가인 자신도 기껍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독설과 신랄한 풍자는 자신이 속한 집단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못하는 현실 속에서 나온 것이다. 구빈원으로, 빈민가의 여인숙으로, 유치장으로, 홉 열매 따기로 최하층의 생활을 자청하여 경험한 것은 객기나 변덕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부조리를 직면해야 한다는 작가로서의 사명감이었을 것이다. 범죄자와 정신병력자, 부랑자에 대한 단종법이 합법이고, 비유럽인은 인간이 아니라고 여겼던 시대의 횡포 속에 그의 노력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이 시기에 얻은 폐병이 지병이 되어 결국 오웰은 47세의 나이로 요절하였으니, "체험 삶의 현장"처럼 하루의 겉멋은 아니었음이 명백하다.

 

그렇다고 오웰이 냉소적이고 음습한 사람이었다고 여기진 말자.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과 경배가 즐거운 본능이었던 작가 또한 오웬의 모습이다. 

 

우리가 실제로 아프고, 배고프고, 놀라고, 감옥이나 휴가촌에 갇혀 있지 않는 한, 봄은 여전히 봄이다. 원자폭탄이 공장에 쌓이고, 경찰이 도시를 서성거리고, 거짓말이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지고 있지만, 지구는 여전히 태양 주위를 돌고 있으며, 어떠한 독재자나 관료주의자라도 우리가 봄을 즐기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를 할 수 는 있을지언정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여전히 봄은 봄이라고 여기는 작가이기에 오웰은 정치적 목적으로 계속 글을 쓴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조지 오웰은 결코 미래에 대한 절망이나 비관 속에서 동물농장이나 1984년을 쓴 것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희망적으로 바꾸고 싶었던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안타까운 것은 "코끼리를 쏘다"를 통해 조지 오웰의 전 생애를 명확하게 느껴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옮긴이가 오웰의 에세이를 고르고 고르는 과정과 자신의 생각에 따라 5부로 나누는 과정에 오웬 인생의 중요한 전기 중 하나인 스페인 내전에 관한 일련의 글들이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왜 쓰는가"를 통해 스페인 내전후 뚜렷해진 오웬의 정치성향과 글쓰기의 목적이 드러나고, 내전 당시 부상과 지병이 도져 요양하는 환자의 눈으로 더욱 참담하게 제국주의의 실상을 폭로하는 "마라케시"를 만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마라케시"는 오웰이 식민지 경찰로서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글을 모았다는 1부에 있고, "나는 왜 쓰는가"는 작가로서 오웰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2부에 속해 있다. 차라리 마라케시를 2부로 묶는 게 오웰을 이해하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스페인 내전을 다룬 자전적 소설 "카탈로니아 찬가"를 일독하는 게 필요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오웰은 스페인 통일노동당을 지지하며 사회주의적 대의를 위해 1936-37년에 걸쳐 스페인 의용군에 합류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1938년 카탈로니아 찬가를 출판한다.)

 

덧붙임) 많은 소설비평이 아마추어 비평가에 의해 행해진다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경험있는 작가는 아니지만, 책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은 사람이 재능은 있지만 지루한 전문가보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잘할 수 있는 것이다. -> 그 시대에 이미 독자리뷰에 힘을 실어주니 무척이나 흥겹게 단숨에 써내려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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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icaru > 머나먼 사마르칸트
나는 걷는다 2 - 머나먼 사마르칸트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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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악 한 달 동안 조금씩 조금씩 읽었던 2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그런데 이 책의 리뷰를 써야 할까. 잠시 고민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미 1권의 리뷰에서 다한 것 같고, 그래, 이미 쇼부를 보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 켠에서 예순의 베르나르 아저씨에게 이제 갓 익혀서 배운, 엄청 센 고집이 스멀스멀 치고 오른다. 리뷰 뭐 있나, 그냥 쓰면 되는거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이 기나긴 행군에 큰 의미를 세워 두지 않았듯이, 리뷰의 의의는 어디에나 있으며 아무데도 없다.


책읽기는 결과가 아니다. 과정이다. 베르나르 씨에게 있어서 걷는 게 그러했듯이. 이 노익장 아저씨에게만 고집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고집이 있다. 나는 3권까지 다 살펴보고 그마저도 리뷰를 쓸테다다다다!! (악 쓰지 말고.)

 

“새벽에 보는 사막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황갈색의 둥근 형태가 연결되어 파도처럼 보이는 모래 언덕의 중간 지점을 걸었다.”


“가장 강한 향은 물론 향신료 시장에서 났고 가장 구수한 향이 나는 곳은 두툼한 석탄 위에서 수천 개의 샤실리크를 구우며 고기 익는 냄새를 풍기는 골목이었다. 가장 섬세한 향은 과일시장 골목, 가장 묵직한 향은 꽃시장, 가장 달콤한 향이 나는 곳은 대리석 탁자 위에서 망치로 정제 설탕 덩어리를 깨는 판매대 주변이었다.”


2권에서 그는 6000킬로미터를 걸어 여행했다. 이란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까지. 이 사람 걷고 또 걷는데 왜 걷는지 아직도 모른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를 이해 못할지도 모르지만, 베르나르는 대답 대신 혼자 이렇게 간직한다. ‘내 따뜻한 애인, 오래된 애인인 길이 날 속이게 될까? 길은 여행을 하는 동안 그에게 전 재산과 맞먹을 선물을 안겨 주었다, 길은 계속 앞으로 가고자 하는 욕망을 주었다’고.


지쳤지만 노력으로 자신을 초월한 몸이 마침내 자유로운 사고를 할 때의 신성한 순간을 다시 갖고 싶은 욕망. 더 멀리 가는 것, 나를 더욱 버리는 것. 내 단출한 보따리를 가볍게 하는 것. 준비하며 지혜롭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이제 2권을 마치고 천천히 3권을 걸어나가야겠다??!! 아니, 읽어야겠다. 베르나르가 그랬듯이 책 자체를 부단한 떠남과 행군의 연속으로 인식하는 하고 길목마다 목적지마다에서 찾을 수 있는 그 무엇을 함께 해 나가고 싶다. 그리고 작은 결실도 함께 만나고 싶다.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믿기 힘든 존재를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시골 구석의 소박한 조화로움에 충격을 받거나, 지금껏 결코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거나,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그 무엇에 대하여 생각을 하고 있는 베르나르를 아니 나 자신을 만나면서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서두르지는 말아야겠다. 천천히 읽어야겠다. 단 끝까지 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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