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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ㅣ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하고 인권이라는 주제로 10명의 만화가 각자가 작업한 내용을 공동으로 발간한 이 책은 대한민국의 아픈 현실을 얘기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만화라는 형식적 가벼움을 통해 말하려는 기획의도는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그리고 개별적 차이로 인해 차별받지 않아야 할 천부적인 인권에 대해 한국사회가 가지는 불감증이나 의도적 기피성향을 현실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한 것이라 생각된다. 아마 대중적인 형식을 통해서라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가리고 싶은 부끄러운 현실이 이미 대중화 되어버린 사회의 깊은 자기반성에서 나온 산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사회에서 자행되는 장애인, 여성, 성적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등 신체적, 경제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차별 - 사실 차별의 수준을 넘어 사람취급을 하지않는 험악한 사회적 학대라고 생각한다. - 받는 현실을 솔직하게 그려냄으로써 이 시대를 살고있는 독자들은 읽는 동안의 불편함을 누구나 회피할 수 없이 겪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읽는 동안 차별을 당연시하는 현실이 개인의 개별적 성향을 넘어, 사회 전체에 통념화 되어있다는 사실에서 우리사회의 심각한 모순과 역사적 성찰의 필요성을 느낀다. 저 멀리로는 하와이 사탕수수밭의 나라잃은 이주민의 설움과 연해주에서 불모의 중앙아시아로 이주당한 고려인의 고통, 일본인에 의한 재일동포의 차별을 얘기하고, 안으로는 국가 근대화의 보이지 않는 채찍 속에서 "빨리빨리"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내재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어쩌면 차이로 차별받지 말아야 할 천부적 인권에 더하여 올곧은 역사를 세우지 못함으로 인해 역사적 인권을 짖밟힌 더 아픈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적 인권마저도 "인권"이라는 큰 사회보편적 틀에서 해결되어야 할 일이겠지만, 3.1절인 오늘 수많은 독립투사의 후손들과 일제 징용징병자, 위안부에게 가해지는 오늘날의 사회경제적 고통들은 역사적 인권을 져버린 우리 스스로에게 가하는 자학인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