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 전10권 세트 - 청소년을 위한 장길산
황석영 지음, 김세현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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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래전 대학을 갓들어온 후배로부터 왜 우리에겐 승리한 역사가 없습니까?라고 한스럽게 물어온 질문을 받고, 스스로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 거슬러 생각해보면 그 후배의 말대로 역사속에서 민중이 승리하는 선명한 역사적 사실을 발견하기 어려웠던 터에, 나 역시도 어렸던 당시에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한 체 그 질문은 세월이 갈수록 스스로 곱씹어보게 하는 질문이 되어버렸다.

승리의 역사란 무엇이며, 또 누가의 승리를 말하는 것인가?

조카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한 '청소년을 위한 장길산'은 큰 글씨체와 현장감 넘치는 삽화로 어우러져 책을 읽는 부담은 훨씬 덜하였고, '장길산'을 읽어보지 못해 얼마나 간추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문장의 지루함 없이 박진감 넘치게 흘러가는 내용과 역사적 배경의 사실적 기술은 읽는 이로 하여금 책에 흠뻑 젖어들게 하여, 독자는 길산과 함께 말을 달리는 활빈당이 되기도 하고, 토포에 나선 관군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먹을거리를 찾아 떠도는 헐벗은 유민이 되기도 한다.

글읽기의 즐거움을 더한 것은 간추려진 내용의 박진감에 오히려 작가의 의도가 명료하게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다. 길산은 장길산이란 그의 이름은 나의 이름이 아니며, 자신의 유명은 조선팔도 방방곡곡 천한 민중들이 굶주림과 싸워얻은 이름이라는 말로 승리한 역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한다. 권력의 역사가 아니라 대동세상으로 가는 과정의 역사...그 권력의 승리란 한낱 조급한 권력의 역사일 뿐이며, 당장 구하는 것이 오히려 조급한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광대에서, 명화적으로 그리고 대역적으로.. 그 길에는 다른 수많은 장길산이 함께 하였고, 몰아치는 질풍노도와 같은 활빈당의 풍경은 이미 조선사회를 뒤엎어 버린다. 그것이 오래동안 스스로 물어오던 승리의 역사가 아닌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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