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조언을 부탁드렸던 에펠탑 사진에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번째 사진책을 읽고 사진을 보고도 좋다..나쁘다 이외에는 뭐라 할말을 찾지 못하던 생각의 허전함을 채워주셔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좋은 책이었습니다.

오늘 의뢰드리는 사진도 파리, 몽마르뜨에 들렀다 찍은 사진인데 딱히 뭘 찍겠다고 한 사진은 아니지만, 초상화 모델이 된 아이의 표정이 너무도 심각해 보여 한 컷 찍어봤습니다. 이제보니 촛점이 의외에 화가 등에 맺힌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초심자는 다들 새가슴이라 조그마한 충격에도 흔들리고, 작은 칭찬에도 용기백배 하지 않습니까? 이제는 잘 찍었다고 생각되는 사진보다 뭔가 부족해 보이는 사진을 의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상에 바쁘실텐데...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물의 표정과 거리의 표정 name : 곽윤섭     date : 2006.12.13  
좋은 사진이란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초심자라 조그마한 충격에도 흔들린다고 엄포를 놓으시니 이렇게 하면 충격이 덜하리라 기대합니다.
아이의 표정이 심각하여 초상화를 그리는 자세와 어울리지 않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의 재미는 벌써 확보가 된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이 사진의 완성도를 채우기 위해 나머지 요소들을 보겠습니다. 아이의 표정과 걸맞게 거리의 표정-분위기도 표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거리의 표정이란 행인들, 거리의 요소들입니다. 좀 더 질서정연하게 담겼으면 좋겠는데 이 사진에선 미처 거기까진 생각이 닿지 못했습니다. 아래쪽을 약간 줄이고 위로 더 포함시켰으면 나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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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기자의 '나의 첫번째 사진책'을 읽다, 저자가 운영하는 한겨레 사진클리닉에 찍었던 사진들을 의뢰해 보았다. 일상에 바쁜 시간일텐데...매번 사진평을 해주는 것이 너무도 고마운데, 더 고마운 것은 책에서도 그랬듯이 사진 하나하나를 보면서 사진을 바라보는 눈의 힘을 길러주는 듯한 사진평 때문이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과연 내가 이런 의도로 사진을 찍었나....하는 생각이 절로 드니까.

말 그대로 학습되지 못한 경험에 의한 생각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내겐 고마운 경험이다. 아래 사진은 첫번째로 의뢰한 에펠탑 사진.


파리에 출장으로 잠시 들렀다가 에펠탑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날 옅은 강안개가 끼어 반신반의하면서 찍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상당히 잘 나온 것 같아 나름대로 뿌듯해 한 사진이었습니다. 평면적으로만 보아오던 에펠탑을 입체적으로 찍어보고 싶은 생각에 거의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고생스럽게 찍었는데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Bulb에 놓고 8초 정도 노출을 했던 것 같은데, 조리개는 어떻게 두고 찍었는지 잘 생각이 안나네요. 곽기자님의 첫번째 사진책을 읽다 용기내어 올려봅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아래에서 위로 name : 곽윤섭     date : 2006.12.07  
이런 웅장한 구조물을 찍는 것은 특별한 판단이 있어야 편합니다.
대체로 전체를 다 담으려들면 그때부터 사진이 힘들어집니다. 아주 멀리 가서 찍어야 하고 거리에 제한이 있다면 광각으로 찍어서 왜곡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진같은 방법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보면 필연적으로 아래쪽의 구조가 강조됩니다. 한층 더 웅장해 보이게 될 수있습니다.
에펠탑을 바라보는 각도는 사진가의 선택입니다. 눈높이혹은 앵글에 따라 사진가의 의도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굳이 전체가 보이지 않아도 됩니다. 좋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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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번째 사진책 - 즐거운 출사를 위한
곽윤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10여년 전에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내 소유의 카메라를 처음으로 가지게 되었다. 인터넷도 변변찮던 시절이라 알음알음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비로소 기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아직도 최고의 카메라 반열에 올라있는 Nikon FM-2였다. 말그대로 '찰칵'거리는 묵직한 셔터소리와 찍을 때마다 필름을 감아줘야하는 완전수동 카메라지만 오히려 불편함보다는 손끝에 감기는 그 무게감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강태공들이 잊지 못하는 그 손맛처럼.

애석하게도 그 카메라는 누군지 모를 장물애비의 손에 넘어가 중고로 팔렸을 것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FM-2는 새 것이 60만원, 중고는 언제 팔아도 40만원이라 했다. 40만원보다 훨씬 더 나에게 소중했던 그 놈을 2001년 브뤼셀에서 여권, 비행기표, 담배 한 보루, 그 간의 여행기록이 담긴 여행수첩, 기타 잡스런 가지가지와 함께 한 번에 싹쓸이 당했기 때문이다. Cannon EOS-5를 가진 지금도 FM-2를 보면 나는 눈이 돌아간다.

저자 곽윤섭 기자도 한겨레신문사에서 수습시절 처음으로 배정받은 카메라가 FM-2라 한다. 그의 직업이 사진기자라, 나처럼 한가롭게 한 장 찍고 필름 감아가면서 여유부리는 것이 즐겁지 않을진데 이미 그의 카메라는 성능 좋은 디지털카메라로 바뀌었을 것이다. 지은이의 말대로 필름 감고 바꿔끼우느라 특종 놓치지 않을까 조바심 나는 직업이니 어찌하겠는가?

시절이 조변석개라 요즘은 성능좋은 디지털카메라가 참으로 많이 널려있다. 이 책도 필름카메라 보다는 이미 대중화된 디지털카메라 사용자에게 맞도록 책이 구성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구분해두고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으로 구성된 책이다. 다만 저자의 말대로 일상에서 카메라를 접하고 사진을 찍는 '생활사진사'라는 측면에서 디지털카메라가 조금 더 강조가 되었을 뿐이다.

흔히 사진과 관련된 책은 두꺼운 아트지로 된 무겁고 커다란 사진집이 아니면, 딱딱한 이론서가 주류다. 그러하기에 책에 있어서의 사진은 무겁고 비싸 우리와 괴리된 사진집에서의 사진이거나, 책의 내용을 설명하는 '엑스트라'와 같은 보조역할, 혹은 과거나 현재를 증명하고 해설하는 '쉬어가는 페이지'로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사진을, 디지털카메라라는 대중문화적 아이콘에 적합하도록 '생활사진사'를 정의하고 이들에게 어떻게 사진을 찍을 것인지를, 딱딱하지 않은 즐거운 사진찍기로 유도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면 누구나가 알아야 할 셔터스피드, 조리개, 노출 등과 같은 약간의 이론을 시작으로, 프레임구성, 배경처리, 메세지 전달 등과 같이 어떻게 찍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찍을 것인가?로 책의 구성을 이루고 있는데, 후반부에는 흔히 카메라를 가지고 있을 때 누구나 해보고 싶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않는 불꽃놀이 촬영, 유성우 촬영 등에 대한 사례 얘기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이 책은 사진기를 대하고, 생활 속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을지를 알려주는 옆집 형님의 깜짝 과외와 같은 책이다. 사람의 지식이라는 것이 경험과 학습의 나선효과라고 믿는 나에게, 이 책은 경험만으로 바닥이 슬슬 드러나기 시작한 나의 사진찍기에 가벼운 이론적 영감을 실어줌으로서 사진을 찍고 바라보면서 어떻게 말로 설명하지 못하던 허전함을 채워주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진을 찍으면서부터 사진집이나 엽서 등에서 본 사진처럼 흉내내어 찍어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려는 눈을 가지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이는 테크닉에 대한 얘기일 수 있지만, 이에 대한 훈련이 된 다음부터는 아마 대상을 진실되게 바라보려는 눈을 가지게 될 것이라 믿는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진을 보는 방법이 있다. 일단 뜯어보라. 사진에 담긴 요소가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해체하듯 골라내는 것이다. 그리고 각 요소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보라. 주인공이 있는 사진인지, 있다면 무엇인지, 조연과 엑스트라가 있는지, 배경과 주인공 사이에는 어떤 흐름이 있는지, 또 프레임에서 주인공의 위치는 어느 자리인지도 살펴보라. 사진에 담긴 순간이 최상의 순간이 맞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라. 앞뒤 컷이 있다면 어떤 사진이었을지도 고민해 보라. 같은 방법으로 셔터와 빛에 대해서도 분석할 수 있으면 해 보자. 셔터스피드는 얼마나 될까, 빛은 어느 쪽에서 들어왔고 보조광이 있었을까, 최종적으로 이 사진가는 왜 이 사진을 찍었을까도 고민해 보자." (220p)

얼마 전 저자가 운영하는 사진클리닉 사이트 - 이 책을 쓰는데 기초를 제공한 - 에 용기를 내어 사진을 하나 의뢰했다. 역시 초심자는 소심하기 마련이지만 반대로 조그마한 칭찬에도 기가 솟는다. 아마 그의 계속되는 사진클리닉은 "당신의 사진이 충분히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신은 충분히 가까이서 사진을 찍지 않은 것이다."라는 Robert Capa의 말처럼 전쟁터든, 생활 속이든 어디든 가까이서 부딪히며 찍으라는 메세지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 같다.

자~ 같이 사진 찍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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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2-15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동카메라를 좋아하시군요. 옆지기도 그렇습니다.^^
님, 제 동생의 일 염려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고 다행히 그렇게 나쁘진 않은가 봅니다. 가슴이 조금 잠잠해집니다..

다락방 2007-03-14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거리가 없는 책에도 이렇듯 풍성한 리뷰가 나올수 있는것이군요. 정말 잘 읽었어요 :)

dalpan 2007-03-14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거리가 없다니요...곽기자 화냅니다. ㅎㅎ 꼼꼼히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락방 2007-03-14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줄거리가 아니라 이야기라는 표현을 써야 했을까요? 전 이 책이 전문서적으로 사진찍는 방법이나 지식만 나와있는 책인줄 알았어요. 아닌가봐요. 혹여 화내시는것 같으면 잘 좀 말씀드려주세요. 헤헷 :)
 

올해 가을은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따뜻했다는 느낌이다. 실제 기온이 평년을 웃돌아서 그런지 나의 체감온도가 올라가서 그런지는 모를 일이나, 어쨌든 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땡큐였다.

작년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질 때 소리가 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추풍에 낙엽이 떨어져 쌓이는 소리가 아니라, 가냘프게 매달려 있던 낙엽이 가지를 떠나는 그 순간에 뚝!하고 나무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나무가 우는만큼 그 아래서 고개 떨구고 걷는 나도 지독히 속이 쓰렸다. 귀만 밝아졌는지 겨울에는 눈 오는 소리조차 선명해 사람마음을 어지럽혔다. 숨통이 막히니 귀가 터졌던 것일까?

새삼스러운 일이도 아니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수 많은 소리가 존재함을 느낄 때, 나만 무던했던지 계절의 바뀜이 도도하게 느껴질 때, 내가 눈 앞 현상에 머물러 있을 때에도 진실과 정의가 존재함을 느낄 때...나는 겸허해진다. 밝아진다. 그리고 막혔던 숨통이 터져버린다.

시간이 잘도 흘러 또 12월이다.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올해 12월에는 그간 빚진 사람들에게 뭔가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생을 공부하고 또 배풀며 살라던 어른들의 말씀에 비추어보면 한 순간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가찮은 일이지만, 요근래 시덥잖은 나로 인해 고민하고 시름시름 했던, 짐덩이에 깨지고 잊어가던 나를 지켜주던, 한 순간이라도 웃음을 던져주던 그 잊지못할 분들께 유달리 따뜻했던 올 가을햇살처럼 그지없는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잠자기 전 일상을 되짚고, 12월에 일 년을 되짚고, 생의 끈을 놓을 때 일생을 되짚어 기쁘고 감사하기를 희망한다.

새로운 시작이 있다는 것은 마무리가 있기에 가능하다. 다시 돌아온 12월이 기쁘고, 만나고 통할 많은 사람들이 있어 흥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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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사진은 참으로 다이내믹하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배경과 주변의 움직임도 그렇지만, 인물의 표정과 움직임에 따른 빛의 변화가 민감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해질녘 강원도 양양 바닷가에서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이지만, 사진은 그 순간의 행복한 기억을 깨우는 힘을 가졌다. 뭐 이딴 사진을 올려놨냐고 아줌마들한테 욕 먹을지는 몰라도 나는 이 사진이 좋다. 으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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