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은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따뜻했다는 느낌이다. 실제 기온이 평년을 웃돌아서 그런지 나의 체감온도가 올라가서 그런지는 모를 일이나, 어쨌든 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땡큐였다.
작년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질 때 소리가 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추풍에 낙엽이 떨어져 쌓이는 소리가 아니라, 가냘프게 매달려 있던 낙엽이 가지를 떠나는 그 순간에 뚝!하고 나무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나무가 우는만큼 그 아래서 고개 떨구고 걷는 나도 지독히 속이 쓰렸다. 귀만 밝아졌는지 겨울에는 눈 오는 소리조차 선명해 사람마음을 어지럽혔다. 숨통이 막히니 귀가 터졌던 것일까?
새삼스러운 일이도 아니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수 많은 소리가 존재함을 느낄 때, 나만 무던했던지 계절의 바뀜이 도도하게 느껴질 때, 내가 눈 앞 현상에 머물러 있을 때에도 진실과 정의가 존재함을 느낄 때...나는 겸허해진다. 밝아진다. 그리고 막혔던 숨통이 터져버린다.
시간이 잘도 흘러 또 12월이다.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올해 12월에는 그간 빚진 사람들에게 뭔가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생을 공부하고 또 배풀며 살라던 어른들의 말씀에 비추어보면 한 순간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가찮은 일이지만, 요근래 시덥잖은 나로 인해 고민하고 시름시름 했던, 짐덩이에 깨지고 잊어가던 나를 지켜주던, 한 순간이라도 웃음을 던져주던 그 잊지못할 분들께 유달리 따뜻했던 올 가을햇살처럼 그지없는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잠자기 전 일상을 되짚고, 12월에 일 년을 되짚고, 생의 끈을 놓을 때 일생을 되짚어 기쁘고 감사하기를 희망한다.
새로운 시작이 있다는 것은 마무리가 있기에 가능하다. 다시 돌아온 12월이 기쁘고, 만나고 통할 많은 사람들이 있어 흥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