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왔다.
물건은 어제 왔으나, 너무너무 피곤한 탓에 오늘에서야 포장을 풀었다.
아...얼마나 기다리던 물건인가? 집안 구석구석에 현상된 롤 필름은 쌓여가고, 사진도 쌓여가고, 수습할 도리가 없어 방치되던 것들이 이제 빛을 보게 생겼다. 디지털카메라를 능가하는 필름카메라와 필름스캐너의 찰떡궁합!
[ EPSON PF V-700 ]
오늘 한번 쓱싹 돌려보고 대강의 성능을 테스트 해 보았는데, 아주아주 걸물이다. 당장이라도 다 스캔을 뜨고 싶을 정도지만, 매일 한다해도 어림잡아 족히 두어 달 이상은 걸릴 작업일 듯하여 눈에 보이는대로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던 차에 생각지도 못했던 낯선 사진을 하나 발견했다. 보통은 필름을 맡기면 잘나오든 못나오든 모든 사진을 인화해 주는 것이 맞겠지만, 작업자에 따라 불필요하다 싶은 사진을 생략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딱 걸렸다. 아이고...내 새끼...하는 심정으로 한참을 들여다 봤다.
도대체 이 사진은 왜 인화해 주지 않았던 것인게야!!
[ 늦은 오후 몽마르뜨 언덕에서 내려다 본 파리시내]
꽤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마 아주 기쁘게 이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은 사진 건지는 것보다, 시간을 되돌려 유쾌하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