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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 뉴스에서는 평범한 어떤 화장실 변기 사진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어린 소녀의 수술 부위 사진이 나오고, 익명 처리된 아버지의 인터뷰 자막이 흐르며, 천사표 블로거들은 회복이 영구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의료진의 견해에는 아랑곳 않고 나영이의 회복을 기원한다는 상투적 멘트로 각종 뉴스와 사진들, 심지어 나영이 주변인들의 사생활 추적까지 열심히 퍼다 나르는 친절을 벌이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별다른 내용도 없이 비장한 표정으로 국민 공감대를 형성시켜 내자마자...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G20 자화자찬을 다루는 듯이 단순한 변방의 사건이 아닌 세계 속의 성폭력 사건으로 확대시켜 전국민과 공감대와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호재를 만난 듯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다. 그의 노력에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명절 교통 상황 다루듯이 각종 뉴스 채널이 심도 깊게  이 사건을 거론하는 걸 보니 이 정권은 이번 추석 연휴의 핵심 이슈로 이른바 나영이 사건을 선택한 것 같다. 참으로 호재다. 세종시 문제도 그렇고, 사대강 난개발 문제나 각종 말도 안되는 자화자찬은 묻어 두고라도... 국민들의 시선을 이처럼 단순하게 통제할 수 있는 사건이 생겨난 데에 잔치라도 하는 마냥 호들갑니다. 이번 사건은 대단히 충격적이고, 영원히 사라져야할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어린이들까지 나영이의 신체 구조와 인간의 장기, 정액과 애널섹스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늘어 놓는 데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축제의 계절에 고작 한다는 것이 온가족이 모여 앉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열 살도 되지 않은 한 소녀가 당한 비극을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이 나라에 사형보다 더 극심한 형벌이 필요하다느니 천하에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늙은이가 있다느니, 도저히 용서 하지말고 갈갈이 찢어 죽여야 한다느니, 피해자인 나영이를 위해서는 별다른 대책도 내세우지 않으면서 공공의 적으로 늙은 변태인간 하나를 만들어 냈다. 명절에 노인들 얼굴들기 부끄러울까 걱정된다. 물론 찢어 죽여 마땅한 놈들이야 여기저기 널려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누구를 위한 분노란 말인가?
밝은 달을 보면서 전국민 우민화 정책이 너무도 잘 먹혀들어가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권의 수뇌부가 나서서 돌아가며 한 마디씩 뉴스에 나갈 성명을 발표해대는 데에 분노가 치민다. 나영이 가족도 그것을 원한다면 이해 할 수 있겠으나 과연 그럴까?

나영아, 미안하다.
아저씨는 나영이의 안타까운 소식에 어찌할 방법도 못찾았으면서 너를 이용해서 국민들을 선동하는 이 나라의 위정자들과 극단적 파시즘의 국민들에 분노를 금할 수 없구나.

나영이 사건을 속속들이 모르면 신문도 안보는 무식쟁이고, 나영이 사건에 분노하지 않으면 몹쓸놈 취급받을 지도 모르는 일방통행 대한민국...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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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9-10-0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초면에 불쑥 공격적인 댓글을 남겨서 죄송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만,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제대로 읽은 거라면, 그 사건에 분노하는 건
정권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잘못된 일이라는 것 같은데요,
정권의 이용과 별개로 전 국민들이 더 많이, 더 오래 분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유아성폭행에 대한 경각심이 일어나고
재판관들이 더이상 정상참작을 할 수 없도록
법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무서운 건 이 순간에도 유아성폭생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거지,
전국민이 분노하는 현실은 아닙니다.

동탄남자 2009-10-02 14:50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의견주셔서 감사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은 맞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이 또한 이슈지만)사형제도에 반대하는 관점에서 이 이야기에 접근했답니다. 용산참사나 기타 시급해 보이는 현안에는 한 귀로 듣고 흘리는 정부가 법치주의를 내세우면서 살인,강간,강도 등의 사건으로 분노하는 국민들에 편승하여 가는데에 대한 접근법입니다.
행복한 명절 보내십시오.
 
문동환 자서전 - 떠돌이 목자의 노래
문동환 지음 / 삼인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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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환 목사가 작년에 그러니까 미수(米壽)에 이르러 3개월간 한겨레에 연재한 글을 다시 정리하여 한 권의 두툼한 책으로 자서전을 냈다. 몇년 전 S사에서 나온 그의 세살 터울 형님 문익환 평전을 채 읽지 못하고 어딘가에 뒀지만 책의 두께로만 봐도 두 형제가 참으로 이 나라에 끼친 영향은 큰 것 같다.

북간도에서 태어나 윤동주 시인과 벗하며 성장한 그가 불혹의 나이에 한국신학대학 교수가 되면서 해직과 복직을 거듭한 것은 오로지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낮은 곳에서 민중과 함께 했던 그의 삶은 

1,2부는 과거 회상의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1976년 명동성당에서 삼일운동 기념미사 뒤 '민주구국선언'을 하게 되면서 김대중, 문익환, 함세웅, 서남동, 이문영, 안병무, 윤반웅, 신현봉, 문정현, 이해동 등과 함께 서울구치소에 잡혀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감옥생활을 체험한 것은 불안함과 더불어 일면 뿌듯함을 심어주었고 이 자서전의 서막이 된다. 일본에서 신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만나 깊이 사귀게 된 장준하 선생님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3부부터는 1977년 마지막 날에 출소하면서 이 땅의 민주화의 역사를 함께 밟아간 그의 삶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고난과 역경의 날들이다.  YH노조 사건으로 다시 구속되었다가 유신정권의 몰락 시점에 다시 출옥하여 한신대에 복직하지만, 서울의 봄을 일장춘몽으로 만들어 버린 신군부의 폭압 앞에서 어쩔 수 없는 힘의 부침으로 미국 망명길에 오른다. 몇년 뒤 신병 치료차 미국에 오는 김대중과의 재회하여 나눈 만남의 기록들도 생생하다.
1984년 봄, 전두환 대통령이 민심수습 차원에서 모든 해직 교수들의 복직을 허용했을 때 결국 그는 꿈에 그리던 조국의 한신대 교수로 복직하기에 이른다.

1986년에 교수직에서 은퇴한 문동환 목사는 민주화 열기의 정점을 밟으며, 1988년 김대중 총제의 평화민주당에서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한다. 중간에 친형인 문익환 목사의 방북 사건(1989)에 대한 견해도 기록하고 있으며, 민의를 거스른 3당합당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정계를 은퇴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1992년의 이야기는 따로 정리하지 않더라도 그의 착찹한 심정을 읽게 만든다. 그 이후 쭈욱 미국에서 생활하며 정력적으로 말년을 보내고 있다.

마지막을 사진으로 장식한 노목사의 자서전은 우리 젊은이들이 자신이 못다한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소망으로 가득하다.

북간도에서 일본에서, 해방 조국에서, 감옥에서, 미국에서, 한국에서, 다시 미국에서 살아가는 떠돌이 목사의 이야기... 미국인 아내 문혜림(한국명)과의 애정도 슬쩍슬쩍 묻어 나오는 이 책은 일제시대와 대한민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육성으로 담아내고 있는 가치있는 기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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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나의 한살매
백기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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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해이던가. 그 첫딸이 커갖고 모배울(대학) 선생을 하다가 알맥거리(노동운동)에 뛰어들고 그로 말미암아 전두환이 놈이 "잡으라"고 해서 냅다 달아나게 되었다.
마침 나도 '권양 성고문 진상폭로대회'를 이끌었다고 해서 날 잡으러 왔다. '어림없지'하고 냅다 달아나 떠돌던 어느 날, 강원도 어느 바닷가에 이르렀을 적이다. 깃줄대(전봇대)에 우리 첫 딸애의 곧울(사진)이 붙어 있질 않는가. '백원담이 보는대로 잡아들이라'는 으름장과 함께.
나는 북 하고 찢어 몰개(파도) 치는 바다에 던져버리며 갸의 어릴적을 떠올렸다. 아침마다 엄마 따라가겠다고 아무리 울어도 아니 안아주던 내가 이제는 갸의 곧울마저 바다에 던지다니, 갑자기 눈시울이 써물댔다(근질댔다).-188쪽

살아보니 생각은 고요한 척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조용할 수가 없더라. 날마다 썩어문드러진 톡(독) 꼬챙이가 덤터기처럼 날아드는데 어찌 가만히 앉았겠는가.
보라, 바다가 저리 일렁이는 건
밑물이 윗물을 뒤집는 물살이지
꺠비(신)의 노름(조화)이 아니고야
보라, 가랑닢들이 저리 곤두박질치는 건
물위에 떠있는 것들의 끝장이지
바다가 꺼지는 게 아니라니까-4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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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나의 한살매
백기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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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의 제목 글씨가 눈에 띈 저절로 흥이 들어가는 제목의 백기완 자서전... 
외래어 표기를 완벽하게 걸러 낸 순우리말의 책을 읽노라니 내 언어 오염도가 얼마나 심했던지 읽기가 매우 불편했다. 영어 단어나 한자어 하나 섞지 않고, 직접 만들어 낸 낱말과 유년기의 사투리로 써냈다는 도전 정신은 그 자체로 백기완스럽고, 평생 청년처럼 살아가는 재야 투쟁가의 위대한 도전 정신도 느껴진다.

일제시대 부심이라는 덧이름으로 살아가던 어린 백기완의 배고픔과 언니에게서 배운 노래, 할머니로부터 듣던 옛 이야기로 시작되는 자서전은 당연하게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민족 통일과 노동자 해방을 위해 살아온 인생...
좌절과 실패의 나날들이 축적된 한살매(한평생)를 회고하는 그에게 현실은 냉혹했다.
집값 상승 등 개념 없는 긍정주의로 경제지상주의를 이끌어 가는 정치인들과 장단을 함께 하는 어리석은 민중들... 퍼주기라는 논리 하나로 참담하게 무너져 가는 남북관계...
모든 현실은 인간 백기완을 실패자로 말뚝 박으려고 한다.
반박할 논리도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말뚝을 박을 수는 없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던 리영희 선생님 말씀처럼 백기완의 실패와 희생은 역사의 느린 걸음에 반드시 필요했던 하나의 축이었던 것이다. 머리말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어미를 찾아 기꺼이 어둠 속을 찾아드는 반디불이 보다 못한 삶을 살 수는 없기에 시작한 바에야 끝장을 보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다시 진꼴의 어두움 속으로 반딧불이를 찾아 뛰어드는 인간 백기완의 각오, 억척같은 끈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온몸으로 부딪히는 한국 현대사의 산 증인...
우리 현대사의 굴곡과 인간 백기완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어찌 외면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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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게 집을 나선 출근길...
속이 몹시 불편했다. 평상시처럼 아침 식사로 과일과 김치에 잡곡밥만 먹었을 뿐인데...
참고 참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S역에 내려 화장실을 찾았다. 온몸에 땀이 흐르고 괄약근을 힘겹게 통제하는 어색한 걸음걸이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가 늦지 않게 화장실을 찾았다. 겨우 화장실에 도착하여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으나 기쁨은 잠시 뿐, 화장지가 없었다. 읽고 있던 책(벨아미)을 찢어 쓸 수도 없는 법... 도움의 손길을 뻗을 상대마저도 없었다.

화장실 입구의 자판기, 그리고 고약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지키고 있던 매점...
불행하게도 내 지갑에는 달랑 오만원 권 지폐만 한 장만 있었다. 자판기는 말이 없었고 매점에선 곤란하다고 했다. 5만원 권 지폐로 닦을 수도 없는 이유는 경제성과 용량적인 측면을 비롯하여 최소한 열 가지도 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참아버렸다.
아닛, 그런데! 참을 수 있구나......
저주받은 곱창인줄 알았는데, 그냥 스트레스성 배탈이었단 말인가?
침으로 죽을 듯 괴로웠는데, 5만원 권 신사임당이 내게 큰 자제력을 선사한 하루였다.

5만원권이 차별받지 않는 그 날을 기대 하기엔 이 땅의 물가가 걱정되었다.


- 추석 연휴를 맞아 모두 다 퇴근한 사무실에서, 잡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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