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이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8
아모스 오즈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09년 10월
장바구니담기


"좋아, 그분에게 키퍼를 주겠어. 물론 공짜로 준다는 건 아니야.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물물교환을 하자는 거야. 기차 세트와 키퍼를 바꾸자는 거지."
"하지만······."
"만약 거절한다면 그분이 에스티 잉바르를 위해서 쓴 연애시를 우리 반 아이들 모두에게 공개할거야. 까만 수첩에 적은 연애시 기억하지? 그 수첩은 알도가 텔아르자 숲에서 그분 점퍼 주머니에 근 걸 슬쩍한 거라더군. 시 내용이 아주······."
"치사한 놈들!"
나는 분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염병할 놈들!"
내 입에서 두 번째로 튀어나온 이 욕은 제마흐 외삼촌에게서 배운 것이었다.-59~60쪽

"집에 가야지. 일단 우리 집으로 가세.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고 자네 집으로 가란, 이 말이네. 우리 집 거실에는 소파도 있네. 아마 집 안 어딘가에 간이침대도 있을 걸세. 자, 어서 가세, 에스티도 반가워할걸세."
에스티라는 말에 내 심장은 사정없이 뛰기 시작했다. 심장이 갈비뼈, 피부, 속옷, 티셔츠를 차례로 뚫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에스티도 반가워할 것이다······. 에스티도 반가워할 것이다······. 나는 바보처럼 속으로 중얼거렸다.-92쪽

그날 오후, 정확히 말하자면 오후 5시 정각에 아버지는 일을 마치자마자 곧장 고엘 게르만스키의 집으로 갔다. 그리고 고엘의 부모에게 정중히 사고하고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했다. 아버지는 장난감 기차 세트를 돌려받고는 보무도 당당하게 에밀리오 카스텔누오보 씨의 집으로 향했다. 아르메니아 출신의 가정부 루이자가 음울하면서도 매력적인 향기가 풍기는 카스텔누오보 씨의 서재로 아버지를 안내했다. 아버지는 거기서 카스텔누오보 부인에게도 정중히 사과하고 앞뒤 사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고는 장난감 기차 세트를 주고 자전거를 돌려받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내가 자전거를 타지 못하도록 창고에 처박고는 자물쇠까지 채웠다. -12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ttp://cafe.daum.net/minjoonetwork

[내용]
자기 성찰을 통한 의미있는 한 걸음이 절실한 2009년 10월 대한민국, 신영복 교수님의 강연회를 준비했습니다.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보석같은 지혜와 소중한 가치가 가득한
이번 신영복 교수님의 강연회에는
노래하는 대학교수 "더 숲 트리오"의 감미로운 노래와
방송인 김제동씨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이 함께할 것입니다.

서로가 나무가 되어 우리, 더불어 ...
숲이 되어 지켜 나가지 않겠어요? ...

2009년 10월 23일 금요일 오후 7시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수 많은 나무들이 함께 희망의 비를 맞을 것입니다.

*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네트워크(준)(약칭 민주넷)는 시민단체가 만든 2010년 지방선거 대응기구입니다.
시민참여형 선거활동의 모델을 다양하게 실험하고, 좋은 시장 만들기 운동도 벌일 계획입니다.

* 문의 : 민주넷 유일영 (02-313-1632 / 016-345-93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산대사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73세의 노구로 승병 1,500명을 모집, 명나라 군과 합세하여 한양 수복에 공을 세웠고, 묘향산 원적암(圓寂庵)에 들어가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육성하였다.

그리고, 세상 나이(世壽)는 85세, 출가하여 도 닦은 나이(法臘)는 65세에 노스님은 스스로를 정리하였는데, 여러 제자들 앞에서 자신의 초상화를 바라 보고는 바로 그 뒷면에 단정하고도 힘있는 필법으로 다음과 같은 명문을 남겨 두었다고 한다.

八十年前渠是我 
八十年後我是渠

팔십 년 전에는 저것이 나였는데
팔십 년 후에는 내가 저것이구나. 



직접 보고 싶은데, 말로만 글 소식을 전해 들으니 답답하구나... ㅡ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새해
펄 벅 지음, 정연희 옮김 / 길산 / 2009년 8월
절판


"거트루드 스타인(1874년생 미국 소설가)이야. 죽어가고 있을 때였지."
"아, 맞아. 내가 그걸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지? 정말 멋진 유언이었는데······ '답이 뭐죠?'라고 질문한 다음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 그럼 문제가 뭐였죠?'하고 물었지."-48쪽

"이곳에서 아이는 아버지의 책임입니다. 아버지가 없으면 혈통도 없는 셈입니다. 아예 없는 아이가 돼 버리지요. 학교도 갈 수 없고 취직도 못합니다. 아버지가 있어야 출생신고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한은, 그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혈통도 없고 뒷받침 해줄 사람도 없으니까요. 따라서 존재하지 않는 거지요."
로하의 마음속에 노여움이 일더니 점점 거세졌다.
"말도 안돼요. 그 아이는 태어났어요. 존재한다고요."
"법적으로는 아닙니다."-85쪽

"···(상략)··· 우리는 원래 군주국이었습니다. 일본이 나라를 삼키면서 그 군주정부가 무너졌고, 왕세자는 일본의 황녀와 결혼을 강요 당했죠. 그후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일본의 잔인한 군사 지배를 받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미국의 자문 밑에서 우리로서는 잘 모르는 정부, 우리 근원에서 태동하지 않은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려고 애 쓰는 중이고요. 지금 우리는, 야심가들 사이에서 심한 알력이 작용하고 잇고, 군대들은 저마다 자기편을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평화는 멀고 먼 이야기입니다. 청년들은 반체제적인데, 특히 일본과의 무역협정 다음부터 더 심해졌습니다. 그들은 북한의 공산주의 선전에 혹해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국가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24쪽

어느 날은 사람 많은 길에서 고지식한 노인 하나가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이 튀기들 말이야! 없애버릴 방도가 없으면 물속에라도 쳐넣어야지!"
김 크리스토퍼는 학교에도 갈 수 없었고, 가더라도 아이들한테 비웃음과 손가락질만 당할 게 뻔했다.
"아버지가 미국인, 엄마는 창녀래."
아이들은 이렇게 놀려댔고, 실제로는 눈이 동그랗지도 코가 크지도 않은데 그를 '왕눈이'나 '코쟁이'라고 불렀다. 김 크리스토퍼는 기억할 수 있는 생의 첫 순간부터, 이미 이 나라에는 자기가 발붙일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144쪽

"당신이 애초에 아이를 찾으러 한국에 간 이유 때문이야. 나는 내 의무를 알고 있어. 내가 그 애 아버지라는 걸 인정한다고······. 그 아이에 대한 의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그 의무가, 내 인생 전부를, 내 모든 야망을, 그 다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고는 생각지 않아. 지금은 한 사람만 생각할 수 없어. 그 애가 당신과 내 아이라 해도 마찬가지야. 당신은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있어."-180쪽

"그래. 그 아이는 당신하고 너무 많이 닮았어. 그리고 조만간 우리의 진실이 밝혀질 거야. 그렇게 될 거고, 그렇게 돼야 해."
"나중에 우리가 선거에서 승리한 다음에ㅡ."-219쪽

"친애하는 여러분, 이 아이가 제 아들- 우리 아들입니다. 아내도 이 모든 일을 저와 함께 해주었으니까요. 아내가 한국으로 가서 우리 아들 크리스토퍼를 다시 데려왔습니다. 이 아이의 목소리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크리스토퍼가 여러분께 노래를 불러드릴 겁니다. 크리스토퍼, 노래 한 곡 불러다오!"-27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장바구니담기


그것으로 끝이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들은 모두 하고 싶은 말을 했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다. 또 물론 그렇기도 했다. 그날 이 주의 북부와 남부에서 이런 장레식, 일상적이고 평범한 장례식이 오백 건은 있었을 것이다. (···) 다른 여느 장례식보다 더 흥미로울 것도 덜 흥미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 빠졌다는 점이었다.-22쪽

자신이 없애버린 모든 것, 이렇다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스스로 없애버린 모든 것, 더 심각한 일이지만, 자신의 모든 의도와는 반대로,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없애버린 모든 것을 깨닫자, 자신에게 한 번도 가혹하지 않았던, 늘 그를 위로해 주고 도와주었던 형에게 가혹했던 것을 깨닫자, 자신이 가족을 버린 것이 자식들에게 주었을 영향을 깨닫자, 자신이 이제 단지 신체적으로만 전에 원치 않았던 모습으로 쪼그라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깨닫자, 그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164쪽

그들은 그저 뼈, 상자 속의 뼈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뼈는 그의 뼈였다. 그는 그 뼈에 가능한 한 바짝 다가가 섰다. 그렇게 가면 그들과 연결이라도 될 것처럼,미래를 잃은 데서 생겨난 고립감은 완화되고, 사라진 모든 것과 연결되기라도 할 것처럼. (···) 육신은 녹아 없어지지만, 뼈는 지속된다. 내세를 믿지 않고, 신은 허구이며 지금 이것이 자신의 유일한 삶이라는 사실을 의심의 여지 없이 믿고 있는 사람에게 뼈는 유일한 위로였다.-17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