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한 정치인의 보좌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일 때문에 정부 정책과 관련된 여러 세미나를 수도 없이 참석 하면서 느꼈던 것이 있다면, 좋은 정책은 넘쳐나는데, 결정적으로 홍보 예산이 없어서 국민들은 잘 모른다는 것!

여행바우처를 포함한 근로자를 위한 수많은 지원 정책도 그랬고, 중소기업 수출을 돕기 위한 수많은 정책들이 경쟁하듯 쏟아져 나왔는데, 정작 혜택을 받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사실 확인을 몇 번씩 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근로복지공단이나 중소기업청에 눈부신 정책들에 우리나라가 드디어 선진국이구나 싶을 정도였는데, 사실이냐며 왜 잘 알려지지 않는냐는 나의 질문에 하나같은 답변들은 '홍보예산 부족'이었다. 그때는 내가 모시는 의원도 (비록 좌파성향이긴 했으나) 한나라당 소속이고 했으니 정말 그 정부가 무능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많이 했었다.

이런 생각에 딱 어울리는 이용호 화백의 만평을 보니 그 때의 반기억이 새록새록...




그 좋던 정책들도 이제 하나둘씩 눈에 보이지 않고, 대중의 공간들에는 쏟아지는 정부와 자치단체, 기관들의 홍보물이 넘쳐 난다. 기업 광고 보다 많이 보는 느낌이다.

프로파간다의 진화...
맨발로 대선 홍보했던 잘생긴 놈 하나...
괴벨스의 환생을 보는 느낌으로 한국형 벨아미의 승승장구를 지켜 본다.

씁쓸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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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이스트
스티브 로페즈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The Soloist, 어떤 독주자이길래?
표지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얼핏 감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고 첼로를 연주하는 갈색의 사나이와 무표정하게 상념에 빠진듯한 흰색의 사나이...

영화 한 편 예매 하려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11월 개봉 예정작을 발견했고, 끌리는 마음에 읽게 되었는데, 영화적인 요소가 넘쳤다.

알 수 없는 미래와 권태로운 기자 생활에 찌든 저널리스트 스티브 로페즈...
마감이 임박한 시간에 근무하는 LA타임스를 향해 정신 없이 달려가던 스티브 로페즈...
그 순간 그는 지하 차도에서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고 있는 기품 있는 분위기의 노숙자를 발견한다.
스티브와 나다니엘 안소니 아이어스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다니엘에게 돌아왔을 때 그는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서 자려고 했지만 아까보다 더 신경이 곤두서서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근처의 호텔에 들어가서 숙박계를 쓰고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쓰러져 천장을 말똥말똥 바라봤다. 나다니엘이 내 마음을 온통 사라잡았다. 독특한 캐릭터를 찾아 여러 도시를 30년간 헤맸지만 그처럼 매혹적이거나 사람을 환장하게 하는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105쪽)

베토벤 조각상 아래서 자유로운 연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중년의 흑인...
아홉 살 때 이혼한 부모와 너무도 사랑을 원했던 아버지의 외면, 점점 더 예민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갈 때, 아버지보다 자상한 스승을 만나 콘트라베이스를 배우고 세계 최고의 천재들만 간다는 줄리아드 음악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던 사나이... 하지만, 하루 종일 연습에 매달려야만 하고 숨 쉴 여유마저 느껴지지 않는 그 피나는 각축장에서 폭발해 버린 성격은 이미 그를 예전 모습으로 돌려 놓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고 했다. 고통의 날들이 지속 되다가 결국 피해망상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학교를 그만 두기에 이른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제트기 한 대가 로스앤젤레스 시내 상공을 날아가면서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착륙하기 전에 크게 요동쳤다. 나다니엘은 아이처럼 하늘을 올려보다가 다시 나를 보고 한쪽 눈썹을 둥글게 찡그리면서 내가 저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그가 망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는 오싹한 순간이었다. (30쪽)

스티브가 취재를 하면서 조금씩 나다니엘에게 다가 가고, 그의 이야기를 컬럼으로 내 보내면서 기자로서의 명성이 더 빛남과 동시에 권태롭던 삶에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컬럼은 인기가 치솟았고, 나다니엘의 인기 또한 사람들에게 연민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하자, 마치 그가 정상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에 빠지지만... 그 착각은 나다니엘의 돌발적인 언행으로 금방금방 깨져 버린다.

나는 지금까지 본 수업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열등생이었던 것이다. 진단을 하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레긴스 박사가 말했다. 나다니엘이 낫게 된다면 그건 정확한 진단과 교과서식 치료 프로그램에 따라서 나은 것이 아니라 그가 나와 다른 사람을 신뢰해서 스스로 나아지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레긴스 박사의 책 제목이 '치유로 가는 길'이 아니라 '회복으로 가는 길'인 이유이기도 했다. 정신병에 완치란 없다. (85쪽)

그간의 앎을 깨트리는 레긴스 박사의 접근법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스티브에게 희망과 안도감을 선사하는 계기가 된다. 아직도 알 수 없는 질병이기에 정신질환에 관한 전통적인 다른 견해도 있다.

코페로위츠 박사의 접근법이 환자에게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 중점을 둔 반면 레긴스 박사는 환자를 지지해주는 환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환자가 자신의 회복 상태를 정의하고 만들어가는 방법을 방법을 선호하고 있었다. 코페로위츠 박사는 치료를 받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차도를 보기 힘들어지고, 별 차도도 보지 못하게 될 거라고 했다. (146쪽)

과연 나다니엘의 회복을 위한 방법으로는 무엇이 좋을까?
 
나다니엘이 연주를 시작하자 오케스트라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나와서 피리 부는 사나이의 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찾아다녔다. 그들은 유리벽을 두른 사무실 바깥에 서서 한 남자 노숙자가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하는 기이한 광경을 들여다봤다. 내 짐작이 틀렸다고 해도 놀랍지 않지만 나다니엘은 주위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단한데요."
크레인이 속삭였다.
음악가로부터 이런 평가를 들으니 새삼 안심이 됐다. 가끔씩 표가 나게 실수하는 소리도 듣긴 했지만 나는 나다니엘의 소리가 그의 영혼을 드러내는 소리이며, 지금처럼 나다니엘이 눈을 감을 때면 마치 숲속의 빈터로 들어가서 텅 빈 하늘 밑에서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163~164쪽)
 

아! 나다니엘... 그는 과연 어떻게 변해갈까?
스티브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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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이스트
스티브 로페즈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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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이야기, 영화로 만들기 좋은 이야기, 곧 개봉할 영화의 원작! 감동 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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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클럽 지그재그 8
실벤느 자우이 지음, 이정주 옮김, 알렉상드르 본푸아 그림 / 개암나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내 인생의 이뤄질 수 없는 희망 중에 하나는 귀여운 여동생 하나 있었으면 싶은 것이었다.
여동생이 있으면 (총각때에 국한되겠지만)아무래도 친구 녀석들이 내게 더 잘할 것이란 단순 생각...
하지만, 어린 남매들은 늘 아웅다웅 앙숙처럼 지내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 하다.
여동생과 오빠는 사이 좋게 지내기 보다 늘 서로를 잡아 먹으려고 안달인 것처럼 보였던 것 같다.
아동 전문 출판사인 개암나무에서 나온 이 즐거운 그림책은 중학교 1학년생인 쥘 오빠의 등쌀에 견디기 힘든 여자 초딩생 외제니의 애환을 담고 있는 번역서이다.  언제나 여동생을 엿먹이는 오빠... 아! 생각할수록 정말 짜증나는 남매의 인연이다.

그런 오빠가 좋아하는 사라 언니... 완벽한 조합이다. 
늘 구박만 당하는 귀여운 외제니가 사라 언니와 함께 고민 하며, 쥘 오빠의 심술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 여동생클럽의 결성과 수 많은 지지자들... 결국 화해할 수 밖에 없었던 두 남매은 끊을 수 없는 인연... 즐거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오빠와 여동생 남매를 둔 부모라면 한 권쯤 장만해 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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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이스트
스티브 로페즈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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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기 한 대가 로스앤젤레스 시내 상공을 날아가면서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착륙하기 전에 크게 요동쳤다. 나다니엘은 아이처럼 하늘을 올려보다가 다시 나를 보고 한쪽 눈썹을 둥글게 찡그리면서 내가 저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그가 망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는 오싹한 순간이었다.-30쪽

나는 지금까지 본 수업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열등생이었던 것이다. 진단을 하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레긴스 박사가 말했다. 나다니엘이 낫게 된다면 그건 정확한 진단과 교과서식 치료 프로그램에 따라서 나은 것이 아니라 그가 나와 다른 사람을 신뢰해서 스스로 나아지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레긴스 박사의 책 제목이 '치유로 가는 길'이 아니라 '회복으로 가는 길'인 이유이기도 했다. 정신병에 완치란 없다.-85쪽

나다니엘에게 돌아왔을 때 그는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서 자려고 했지만 아까보다 더 신경이 곤두서서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근처의 호텔에 들어가서 숙박계를 쓰고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쓰러져 천장을 말똥말똥 바라봤다. 나다니엘이 내 마음을 온통 사라잡았다. 독특한 캐릭터를 찾아 여러 도시를 30년간 헤맸지만 그처럼 매혹적이거나 사람을 환장하게 하는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105쪽

코페로위츠 박사의 접근법이 환자에게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 중점을 둔 반면 레긴스 박사는 환자를 지지해주는 환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환자가 자신의 회복 상태를 정의하고 만들어가는 방법을 방법을 선호하고 있었다. 코페로위츠 박사는 치료를 받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차도를 보기 힘들어지고, 별 차도도 보지 못하게 될 거라고 했다.-146쪽

나다니엘이 연주를 시작하자 오케스트라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나와서 피리 부는 사나이의 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찾아다녔다. 그들은 유리벽을 두른 사무실 바깥에 서서 한 남자 노숙자가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하는 기이한 광경을 들여다봤다. 내 짐작이 틀렸다고 해도 놀랍지 않지만 나다니엘은 주위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단한데요."
크레인이 속삭였다.
음악가로부터 이런 평가를 들으니 새삼 안심이 됐다. 가끔씩 표가 나게 실수하는 소리도 듣긴 했지만 나는 나다니엘의 소리가 그의 영혼을 드러내는 소리이며, 지금처럼 나다니엘이 눈을 감을 때면 마치 숲속의 빈터로 들어가서 텅 빈 하늘 밑에서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163~164쪽

그는 마치 천사를 보는 것 같은 눈으로 캐롤라인을 봤다.
"당신이 이렇게 작은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어요. 나도 가족을 갖고 싶어요.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나를 보면서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테이블 건너편에 있는 앨리슨을 봤는데 그녀는 알아서 하란 표정을 띠고 있었다. 나는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그가 삶에서 놓쳐버린 것들을 표현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고, 어쩌면 그런 것들을 아직 잡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
"물론이죠. 당신은 나보다 고작 두 살 많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다른 일로도 충분히 바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303쪽

나는 아이어스 씨처럼 정신적인 세계에 사는 친구를 사귀어본적이 없었다. 나는 그가 용기와 겸손과 예술의 힘에 대한 믿음을 통해 그리고 행복과 목적을 찾을 수 있는 바로 그 능력을 통해 내 안의 뭔가를 깨워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내가 한창 변혁기에 있는 업계를 떠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한 이유 중 하나였고, 동시에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외에 다른 일에서는 내가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게 한 이유였다. 그는 내 직업의 슬럼프를 말끔하게 씻어줬고 자신이 진실로 믿는 일에 헌신하는 고결함을 몸소 보여주었다.-387~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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