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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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서북경찰서 관내의 영세민 밀집지역에서 존속 살해 사건이 있었다. 문정수는 수습을 마친 초임기자였다. 후처가 데리고 온 열다섯 살짜리 딸을 상습적으로 강간한 오십대 가장을 이십대 아들이 쇠절구로 쳐 죽인 사건이었다. 피살자는 건축공사장 잡역부였는데, 한 달에 20일은 일거리가 없었고, 아들은 퀵서비스 회사의 스페어오토바이 기사였다. 가족은 생활보호대상자의 차상위계층으로, 생계비 지원을 받지는 않았다.
방 두 칸짜리 임대아파트 건넌방에서 아들은 쇠절구를 끼고 앉아 기다렸다. 피살자가 학교에서 돌아온 의붓딸을 안방으로 끌어들였다. 아들은 안방문을 박차고 들어가 피살자의 머리통을 쇠절구로 내리찍었다. 쇠절구의 무게는 21킬로그램이었다. 피살자는 아랫도리를 벗은 채 현장에서 절명했다. 두개골이 깨져서 뇌수가 흩어졌고 아래턱이 떨어졌다. 실신한 딸의 얼굴에 피살자의 뇌수가 튀었다. 아들은 의붓동생의 머리를 끌어안고 얼굴에 묻은 뇌수를 닦아주었다. 아들은 범행 후 달아나지 않았다. 오토바이는 현관에 세워져 있었다.-19쪽

이제는 무너져버린 저수지 뚝방에서, 노목희는 가끔씩 장철수를 만났다. 복합영농 하는 산간농촌 출신이며, 대학 선후배라는 근거만으로도 그를 만나야 한다는 것은 젊음의 의리에 속하는 일이기도 했다. 저수지 뚝방에서 장철수는 늘 노학연대의 사업과 수배된 동창생들의 소식을 말해주면서 '이런 세상'을 괴로워했다. 저무는 수면을 바라보면서 노목희는 그의 괴로움이 어쩐지 보챔과도 같다고 느꼈다. 늦가을 저녁의 한기 속에서 장철수는 그 헐렁한 웃옷을 벗어서 노목희의 어깨를 덮어주었다. 장철수의 옷에서 시큼한 몸냄새가 났고, 저녁의 수면은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지우면서 어두워갔다.-43쪽

죽은 아이의 어머니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마을 교회와 학교는 장례를 준비하고 친권자인 어머니가 나타나기를 대책없이 기다렸다. 담임교사는 어머니가 '고향에 갔다'는 말을 죽은 아이에게 들은 적이 있었으나, 그 고향이 어디인지는 알지 못했다.
문정수는 당직차장에게 현장 상황을 보고했다.
ㅡ개는 팔렸고 가족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집단저항은 없어요.
ㅡ야, 문정수. 현장은 됐어. 애 엄마를 찾아. 엄마를 만나서 빈민가족의 해체 배경과 아이가 고립된 과정을 취재해. 아주 자세해야 돼. 이럴 땐 정책을 가는 것보다 디테일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 알잖아. 애 엄마를 찾아.-69쪽

장물브로커는 절도전과 3범으로, 귀금속 소매업자와 재가공업자 양쪽에 선을 대고 있었다. 브로커는 장물의 프레임과 디자인을 조금씩 바꾸고 감정협회의 감정서를 붙여서 소매업자에게 넘겼다. 경찰의 장물수배망은 그의 유통망에 근접할 수 없었다. 그의 거래선은 서울 서남, 남동지역의 보석상과 부유층을 고객으로 하는 혼수전문상가에까지 닿아 있었다.
ㅡ내가 신고하면 당신은 끝장이고 나도 끝장이야. 당신이 신고해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우린 서로 믿을 수가 있는 거지.
한강 고수부지 공원 벤치에서 만난 브로커는 말했다. 박옥출은 물건을 가지고 나가지는 않았다. -110쪽

ㅡ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의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시급한 현안문제다.
라고, '인간'을 네 번씩이나 앞세워가며 소리질렀는데, 그떄 이미 배신의 조짐을 만인 앞에 과시한 것이며, 그가 말한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럽다는 인간은 바로 장철수라고 창야 사람들은 말했다.
장철수는 경찰에서 풀려난 직후 창야에서 잠적했다. 그의 잠적은 그의 비루함과 치사함과 던적스러움의 증거가 되었고, 그가 경찰에서 수배자들의 은신처를 불어버린 대가로 풀려났다는 소문에 사실의 지위를 부여했다.-161~162쪽

방미호의 죽음은 교통사고였으나 그 파장은 컸다. 매립공사가 진척되어가자 반대운동에 대한 호응도는 낮아졌다. 공유수면 매립에 반대해온 지역 시민단체들은 물막이공사가 끝나가자 사실상 반대운동을 포기했다. 방미호가 방조제 도로공사 현장에서 크레인에 깔려 죽자, 시민단체들은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려냈다. 지역 환경운동가들이 시위를 재조직했고, 어업 보상금 액수에 불복해서 소송을 제기한 해안지역 주민들이 시위에 가담했다.-178쪽

한밤중에 라면을 끓여서 나누어 먹으면서 대파와 달걀과 라면 국물과 파미르 고원에 관하여 주고받는 이야기는 하찮았지만 거기에는 하찮음 만큼의 위안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문정수가 놓쳐버린 것들, 혹은 놓아버린 것들을 향해서 괜찮아······ 내버려둬······라고 말해주는 일은 평화로웠다. 그 평화는 사랑이라기 보다는 연민일 것이라고 욕실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노목희는 생각했다.
문정수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면서 욕실에서 나왔다. 문정수는 거실 바닥에 주저 앉아 발가락 사이의 물기를 닦고 스프레이 무좀약을 뿌렸다.
ㅡ미안해. 추잡해서.-221쪽

공항 청사에 딸린 호텔에서 최인수와 후에는 첫날밤을 치렀다. 서울행 비행기는 다음날 아침 9시에 출발 예정이었다. 최인수는 프런트에 아침7시 모닝콜을 부탁했다. 최인수는 베트남 말을 몰랐고 후에는 한국말을 몰랐다. 성교는 밤11시에 끝났다. 짧은 성교였다. 우기의 밤은 무덥고 끈끈했다. 후에는 욕실에서 땀을 씻었다. 최인수는 에어컨 눈금을 올렸다. 둘은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최인수가 담배를 피웠다. 후에는 바다를 건너가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생각했다. 바닷가 마을에서 자라난 후에는 일찍부터 처녀가 아니었다.-265쪽

병원 직원이 장철수가 누운 침대를 제2수술실로 밀고 들어갔다. 마취된 장철수의 팔에 링거가 꽂혀 있었다. 인접한 제3수술실에는 박옥출이 마취되어 있었다. 장철수는 옆 수술실의 박옥출을 알지 못했고, 박옥출도 장철수를 알지 못했다. 그들은 사소한 인연도 없는 타인으로 인접 수술실에서 마취되어 있었다. 의사가 장철수의 옆구리를 가르고 복막을 열었다. 장철수의 살점에서 경련이 일었다. 장철수가 혼수상태에서 입맛을 다셨다. 장철수는 복막이 열리는지 알 수 없었다. 의사가 절개구에 복강경을 들이댔다. 장철수의 복막 안쪽이 비디오 화면으로 확대 복사되었다. 화면에서 붉고 검고 푸른장기들과 흰 기름덩어리들이 꿈틀거렸다. 의사는 장철수의 옆구리에 열린 절개구와 비디오 화면을 번갈아 들여다 보면서 시야를 확보했다.
의사가 긴 집게를 절개구 안으로 넣어서 장철수의 신장을 끌어냈다.-307쪽

강 건너편 언덕에서
주님 나를 손짓해 부르시네.
나는 건너가리니.
주여 못 박힌 그 속으로
내 눈물 닦아주소서.-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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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절판


마키아밸리에 따르면 이렇다. 통치자인 당신의 모든 행동이 도덕적인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그런 도덕적 시험이 안중에도 없는 적한테 틀림없이 지게 될 것이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속임수와 배반의 기술을 터득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는 그것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25쪽

위층에 사는 안야는 순수하고 단순한 타이피스트로서는 조금 실망스럽다. 그녀는 자신의 할당량은 해낸다. 그것은 문제가 없다. 그런데 내가 기대했던 의기상투, 그러니까 내가 쓰는 것에 대한 센스는 없다. 때때로 그녀가 건네준 원고를 보면 당황스럽다. 가령 이런식이다. 대니얼 디포에 따르면, 진짜 영국인은 'papers and papery'를 싫어한다. 브레즈네프의 장군들은 'somewhere in the urinals'에 앉아 있다.-35쪽

독일 젊은이들은 항의한다. "우리는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를 인종 차별주의자이자 살인자라고 무시하는가?" 그것에 대한 답은 이렇다. "당신들이 불행하게도 당신네 조부모의 손자니까. 그리고 당신들에게는 저주가 붙어 있으니까."-61쪽

그 운명적인 파티 다음 날 아침, 나는 마지막으로 안야를 보았다. 그녀는 사과를 하러 왔다. 그녀는 그날 저녁을 자기들 두 사람이 망쳐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앨런이 지옥으로 만들었어요. (그녀는 그렇게 표현했다.) 일단 지옥으로 만들면 그를 제지할 방법이 없어요." 내가 말했다. "지옥으로 만든게 앨런이라면 사과해야 하는 사람은 그의 애인이 아니라 앨런이 아닌가 싶군요. 의미론적으로 말해서, 사과할 마음 상태가 아닌 사람을 대신해 제대로 사과를 할 수 있을까요?"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온 거예요."
내가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요? 나한테 사과하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당신에게도 사과하지 않을 그 남자와 같이 살 건가요?"
그녀가 대답했다. "앨런과 나는 서로 떨어져 살려고 해요. 시험적으로 떨어져 보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돼요. 나는 타운스빌에 가서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려고요. 모든 게 잠잠해지면 내 기분이 어떤지 보고 돌아올지 말지 결정할 거예요. 오늘 오후에 비행기로 떠나요."
내가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헤어지는군요."
"네, 맞아요.'-187~192쪽

앨런이 말했다. "그녀는 애원했죠. 그리고 나는 그 애원을 들어줬고요. 아이고, 이걸 어쩌나, 내가 비밀을 발설해 버렸네요. 나는 단념하고 그 애원을 들어줬어요. 맞아요. 솔직히 말하면 후안, 내가 그 사람이었어요. 당신을 강탈하려고 했던 문제의 악당이 나란 말이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요. 여기에 있는 나의 애인 때문이지요. 달콤하고 달콤한 컨트(cunt)를 가진 나의 귀여운 애인 때문이지요."-194쪽

"나는 자위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아. 자위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거야. 자위는 악기를 연습하는 초보자를 위한 것이야. 프로이트를 읽은 자네가 어떻게 그처럼 무책임하게 그런 말을 사용하는가? 내가 얘기하는 것은 이상적인 사랑이며 시적인 사랑이지만 관능적인 차원에서일세. 자네가 그걸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네."
그는 나를 잘못 판단했다. 내게는 그런 관능적인 차원에서의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일컫는 이 현상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199쪽

그녀가 천천히 몸을 빼더니 생각에 잠긴 눈으로 오랫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가 말했다. "나를 안고 싶어요?" 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녀가 말했다. "내가 떠나면 우리가 서로를 다시 보지 못할지 모르니까 나를 껴안고 싶으냐고요? 그래서 내가 어떠했는지를 나중에 잊지 않도록 말이죠." 그녀는 나를 향해 팔을 완전히 뻗지 않고 옆구리에서 반쯤만 들어 올렸다. 그래서 그 팔에 안기려면 한 발짝 떼야 했다.-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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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남자 2009-10-16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뇨르C의 관점으로 매 쪽마다 2,3가지로 나뉘어서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복잡하고 독특한 기법이 매력적인 소설...
 
쾌감 본능 - 우리는 왜 초콜릿과 음악, 모험, 페로몬에 열광하는가
진 월렌스타인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0월
품절


사람들은 종종 향정신성 약물을 현대적 현상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그 선구 물질들은 오랜 세월 사람과科 원인과 함께 진화했다. 많은 인류학자의 지적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는 수백만 년 동안 향정신성 식물들과 공진화 관계를 맺어왔다. 이 공진화의 군비 경쟁에서 포유 동물은 몇몇 식물성 물질들을 대사시키는 매커니즘을 진화시켰고, 그와 동시에 식물은 여러 내인성 신경전달물질과 신경펩티드의 화학 구조를 모방한 독소들을 진화시켰다. -226쪽

대칭, 비례, 리듬 등은 광고주의 도구 상자에 포함될 수 있는 수신편향의 좋은 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마케팅 과학자들은 이 자질에 대한 우리의 선천적 선호 성향을 연구하고 일상적인 상업 광고에 적용해 왔다.-252쪽

쾌감이 우리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자녀에게 줄 성장 환경을 현명하게 선택하려는 부모에게 매우 중요하다. (중략) 부모는 자식에게 최적의 자극 형식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쾌감 본능은 그 자질을 가진 대상과의 놀이에 아이를 반복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나머지 일을 수행한다.-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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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구판절판


매에게 잡혀 먹히는 메추라기를 보며 우울했을 때 할아버지는 말씀 하셨다.
"슬퍼하지 마라, 작은 나무야. 이게 자연의 이치라는 거다. 탈콘 매는 느린 놈을 잡아갔어. 그러면 느린 놈들이 자기를 닮은 느린 새끼를 낳지 못하거든. 또 느린 놈 알이든 빠른 놈 알이든 가리지 않고, 메추라기 알이라면 모조리 먹어치우는 땅쥐들을 주로 잡아 먹는 것도 탈콘 매들이란다. 말하자면 탈콘 매는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거야. 메추라기를 도와주면서 말이야."-24쪽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흑표범인 파코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 너도 꼭 알아두어야 하고."-25쪽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 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뺏어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25쪽

- 여우 슬리크, 모드, 리틀레드, 늙다리 리핏, 블루보이와 함께 했던 여우몰이의 추억. 슬리크에게 속아 넘어간 늙다리 리핏을 통해 다른 사람을 속이려하면 도리어 자기 자신이 곤란에 빠지게 된다는 교훈-56쪽

- 말(단어)이 많은 세상, 말의 뜻보다는 소리, 즉 말투를 더 마음에 새겨들으라는 할아버지...-67,128쪽

긴 행렬의 맨 뒤쪽에는 아무 쓸모 없는 텅 빈 마차가 덜그럭거리면 따라왔다. 체로키는 자신의 영혼을 마차에 팔지 않았다. 땅도 집도 모두 빼앗겼지만 체로키들은 마차가 자신들의 영혼을 빼앗아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행렬중 죽은 체로키를 처음에는 땅에 묻었지만 자꾸만 그 수가 늘어가자 병사들은 수레에 싣고 가라했다. (P73) 하지만 체로키들은 죽은 시체를 수레에 누이지 않고 직접 안고 걸었다. (P74) 1838~39년에 체로키족 13,000여명이 오클라호마 보호구역으로 강제이주 당했다, 1,300Km의 행진중 추위와 굶주림 등으로 4,000여명의 체로키가 죽었고 사람들은 그 행렬을 눈물의 여로라 불렀다. (P75)
-75쪽

벌목꾼으로부터 흰참나무를 구하기 위한 체로키들의 노력을 통해 영혼이 빠져나간 마른 통나무만을 땔감으로 쓰는 이유를 알게된 작은 나무-105쪽

재봉사라는 직업에 대한 판단은 어떤 재봉사를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108쪽

통중독자와 위스키 생각... 옥수수만을 사용해서 만든 할아버지의 100퍼센트 순수위스키-109쪽

위스키 제조 도중 망을 보던 리핏, 모드(냄새 맡지 못하는 개)가 알콜에 중독되고, 블루보이가 제대로 일을 함-114쪽

늙은개 링거의 명예로운 죽음.
링거가 그다지 충성스런 개가 아니어서 우리가 별로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 기분도 더 안좋았을 것이다-126~127쪽

"자, 봐라 작은 나무야. 너 하는대로 내버려 둘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단다. 만약 내가 그 송아지를 못 사게 막았더라면 너는 언제까지나 그걸 아쉬워했겠지. 그렇지 않고 너더러 사라고 했으면 송아지가 죽은 걸 내 탓으로 돌렸을 태고. 직접 해보고 깨닫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어" -141쪽

"그 사람이 가진 건 자부심 밖에 없을거야. 좀 잘못 발휘되기는 했지만. 그 친구는 그 여자애나 자기 자식 중의 누군가가 자기들이 가질 수 없는 걸 좋아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자기들이 가질 수 없는 걸 받아들고 좋아할 때도 매를 드는 거란다. 애들이 깨달을 때까지 매를 때리지. 그렇게 매를 맞고 나면 아이들도 그런 것들을 바라서는 안된다는 걸 깨닫게 된단다." (P154)
- 만일 여러분이 이미 죽었지만 사랑했던 누군가가 그리워하고 있다면 문상비둘기는 절대 그 사람을 위해서 울지 않는다. 문상비둘기는 슬퍼해줄 사람이 없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우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 비둘기가 우는 소리도 그렇게 처량하게 들리지 않는다.-166쪽

방울뱀의 기습 위기에서 헌신적으로 작은 나무를 구해준 할아버지(P171)와 작은 나무 대신 죽어가는 할아버지를 구해 내는 할머니, 자작나무 모닥불 & 치마를 투망삼아 메추라기를 잡아 할아버지의 독이 메추라기 몸으로 옮아가게 하는 지혜(P173)와 그리고, 이미 일어난 일을 놓고 잘잘못을 따져서는 안된다는 할머니 말씀-176쪽

소년시절 할아버지가 목격한 산골짜기 토지 강탈사건... 붉은 깃발의 강탈자와 정치인에 반란 사건으로 왜곡됨 -190쪽

채터누가에서 위스키를 찾아 할아버지를 방문한 땅딸보와 교활이 아저씨를 산꼭대기로의 인도, 나중에 올라온 블루버드와 할아버지, 빨간 진드기를 피해 나무가지 위에서 하룻밤...-200쪽

파종의 묘미, 땅밑에서 자라는 순무나 감자는 달 없는 밤에... 땅 위에서 자라는 옥수수나 콩, 완두콩 같은 것은 달빛 아래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다지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216쪽

잘익은 수박 골라내기, 두드림 소리로... 지푸라기 회전으로...
점심시간에 수박 하나를 골라 따서 시냇물 속에 풍덩! 밀어 넣고, 늦은 오후에 큰 느릅나무 그늘에 앉아 두꺼운 껍데기를 짝 갈라먹던 낭만... 눈에 선한 부러운 풍광-221쪽

교회에서 예배 중에 웃다 울던 윌로 존. 여든 살이 넘은 순수 체로키 노인, 제로니모(아파치족 마지막 전사)와 같은 눈에 상처. 오래전에 걸어서 인디언 연방을 찾아갔다가 3년만에 돌아온 뒤로 말문을 닫은 인디언의 슬픔을 간직한 노인.-233쪽

목사와 기독교를 바라보는 이해할 수 없다는 인디언적인 시선... 종교상의 의식절차에 철저하게 방관적이었던 작은 나무와 할아버지. 침례교도들은 침례 즉, 시냇물에 온몸을 완전히 담그는 의식을 중시, 감리교도들은 물을 머리 꼭대기에 뿌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맞서는 등 종교갈등을 바라보는 시선. 가장 많이 헌금하는 성공회파의 존슨씨의 노련함. 신앙고백의 문제점 등. 모세에 대한 인디언적인 해석. 삼손과 데릴라의 이야기를 꺼내시며 여자를 조심하라는 교훈을 성경에서 얻은 교훈으로 들려줄 수 있음에 흡족해 하시던 할아버지-238쪽

개척촌 식료품 가게 2층에 살고 있던 유대인 와인씨. 연필 깍는 법으로 인색한 것과 절약의 차이를 가르쳐 주던 와인씨. 할아버지와 어린 나무의 사진을 남겨주고 떠난 와인씨. 매일밤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것이 바다 건너에 사는 가족들과 유일하게 함께 하는 시간이라던 와인씨.-254쪽

작은 나무를 믿을 수 없는 조부모로부터 뗴어 내어 고아원으로 데려가겠다고 찾아온 두 남녀...-265쪽

와인씨가 윌로존에게 남긴 유산 - 촛불. 바다건너 가족과 함께했던 와인씨의 시간을 작은나무의 제안에 따라 오클라호마의 친척들과 윌로 존이 함께 할 수 있는 매개가 되도록 남긴 촛불.-275쪽

서로 떨어져 지내더라도 저녁 하늘에 빛나는 늑대별(시리우스)을 함께 바라 보자시던 할아버지-278쪽

고아원에서 옆자리를 쓰는 절름발이 윌번, 고아원을 나가게 되면 돌아와서 반드시 불을 지르겠다는 소년. 목사의 체벌로 등에서 피가 흐르던 작은 나무-290쪽

위선적인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난 날, 고아원을 찾아온 할아버지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작은 나무. 구두를 벗어 던져 버리는 할아버지와 작은 나무. 물에 빠진 작은 나무를 따라 물로 뛰어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환영식 (P311) 고아원 목사에 대한 윌로존의 원시적인 테러?-315쪽

내가 죽으면 저기 있는 소나무 옆에 묻어주게. 저 소나무는 많은 씨앗을 퍼뜨려 나를 따뜻하게 해주고 나를 감싸 주었어. 그렇게 하는게 좋을 걸세. 내 몸이면 이년치 거름 정도는 될거야." 교회에 나오지 않은 윌로 존. 죽음을 앞둔 윌로 존을 방문 했을 때... 둔덕에 올라 인디언 연방을 바라보다가 할아버지가 쥐어 준 자신의 긴 칼로 뒤틀린 늙은 소나무를 가리키며 한 말... 그리고, 세찬 바람과 함께 떠나간 윌로 존의 영혼. 각자의 긴 칼로 윌로 존을 소나무 옆에 묻어주고 내려오자. 아득히 멀리서 문상 비둘기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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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7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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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드, 내가 불태워 버린 것들을 찬양하기 위하여

학교 교실 책상앞 조그만 걸상에 앉아 읽는 책들이 있다.

걸어가며 읽는 책들이 있다.
(책의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숲에서 읽는 것, 또 어떤 것은 다른 들판에서 읽는 것,
그리하여 키케로는 말했더라.
"그들은 우리와 더불어 전원에 있으니."
어떤 것은 내가 마차 안에서 읽는 책,
또 다른 것들은 헛간의 건초 더미 속에 누워서 읽는 책들.

우리에게 영혼이 있음을 믿게 하기 위한 책도 있고
영혼을 절망케 하는 책도 있다.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책들에서는 신에게 이르지 못한다.
개인의 서가가 아니면 꽂아둘 수 없는 책들이 있다.

양봉(養蜂)에 관한 이야기만 쓰여 있어
어떤 이들에겐 너무 전문적이라고 생각되는 책도 있고
자연에 관한 이야기가 어찌나 많은지
읽고 나면 산보할 필요가 없어지는 책도 있다.

점잖은 어른들에게는 멸시를 받지만
어린 아이들은 흥미진진해하는 책들도 있다.

사화집(詞華集)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무슨 주제에 대해서든 좋은 말은 모두 다 모아놓은 것도 있다.
-39쪽

그대들이 인생을 사랑하도록 해주려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쓰고 난 뒤에 저자가 자살하였다는 책도 있다.
증오의 씨를 뿌리고
뿌린 것을 스스로 거두는 책들도 있다.
황홀함이 가득하고 감미로울 정도로 겸허하여
읽으면 광채가 나는 듯한 책도 있다.
우리보다 순결하며 우리보다 낫게 살아간 형제들처럼
우리가 아끼는 책들이 있다.

비범한 글씨로 쓰여 있어서
깊이 연구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책들도 있다.

나타나엘이여, 이 모든 책들을 우리는 언제 다 불태워 버리게 될 것인가!

서 푼짜리도 못 되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엄청나게 값진 책들도 있다.

왕과 왕비의 이야기를 하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한없이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다른 책들도 있다.

정오의 나뭇잎 소리보다
더 부드러운 말로 된 책들도 있다.
파트모스 섬에서 요한이
쥐처럼 뜯어 먹은 것은 한 권의 책이지만 (요한계시록 10장9~10절)
나는 차라리 나무딸기가 더 좋다.
그 때문에 그의 오장육부는
쓰디쓴 맛으로 가득히 찼고
그 후 그는 온갖 환상을 보았다.

바닷가 모래가 부드럽다는 것을 책에서 읽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맨발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39쪽

자연의 모든 노력은 쾌락을 지향한다. 쾌락은 풀잎을 자라게 하고 싹을 발육하게 하며 꽃봉오리를 피어나게 한다. 화관(花冠)을 햇빛의 입맞춤에 노출시키고 생명 있는 모든 것을 혼인하게 하며 둔한 유충을 번데기로 변하게 하고 번데기의 감옥에서 나비를 해방시키는 것도 쾌락이다. 쾌락에 인도되어 모든 것 것은 최대한의 안락, 더 나은 의식, 더 나은 진보······를 동경한다. 그런 까닭에 나는 책 속에서보다 쾌락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 까닭에 나는 책 속에서 명쾌함보다는 난삽함을 더 많이 발견했다.-260쪽

나는 가끔, 대개는 심술궂은 마음을 가지고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남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고, 비겁한 마음을 가지고 많은 작품들에 대하여 실제 생각 이상으로 좋게 말했다. 책이든 그림이든 그 작품의 작자들을 나의 적으로 만들어 놓을까 봐 두려워서 말이다. 나는 때때로 조금도 재미있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고, 어리석은 말을 무척 고상하다고 느끼는 척도 했다. 또 때때로 조금도 재미있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고, 어리석은 말을 무척 고상하다고 느끼는 척도 했다. 또 때로는 따분해 죽을 지경인데도 재미나는 척했고, 사람들이 "좀 있다 가시죠······." 하는 말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설 용기를 못 내고 앉아 있기도 했다. 나는 너무나 자주 마음의 충동을 이성으로 제지했다. 반면에 마음은 침묵하는데도 말을 하는 일이 지나치게 잦았다. 나는 가끔 남들의 동의를 얻기 위하여 어리석은 짓들을 했다. 반대로 내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남들이 동의해 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감히 하지 못한 일들도 많다.
-271쪽

나는 그대에게 희망을 건다. 그대가 굳세다고 믿으면 나는 미련없이 삶과 작별할 수 있다. 나의 기쁨을 받아라. 만인의 행복을 중대시키는 것을 그대의 행복으로 삼아라. 일하고 투쟁하며 그대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면 그 어느 것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라. 모든 것이 자기가 하기에 달렸다는 것을 끊임없이 마음에 새겨라. 비겁하지 않고서야 인간이 하기에 달려 있는 모든 악의 편을 들 수는 없는 법. 예지가 체념 속에 있다고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한 적이 있거든 다시는 그렇게 생각지 않도록 하라.
동지여, 사람들이 그대에게 제안하는 바대로의 삶을 받아들이지 말라. 삶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굳게 믿어라. 그대의 삶도, 다른 사람들의 삶도. 이승의 삶을 위안해 주고 이 삶의 가난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어떤 다른 삶, 미래의 삶이 아니다. 받아들이지 말라. 삶에서 거의 대부분의 고통은 신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들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그대가 깨닫기 시작하는 날부터 그대는 그 고통들의 편을 더 이상 들지 않게 될 것이다.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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