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집을 나선 출근길...
속이 몹시 불편했다. 평상시처럼 아침 식사로 과일과 김치에 잡곡밥만 먹었을 뿐인데...
참고 참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S역에 내려 화장실을 찾았다. 온몸에 땀이 흐르고 괄약근을 힘겹게 통제하는 어색한 걸음걸이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가 늦지 않게 화장실을 찾았다. 겨우 화장실에 도착하여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으나 기쁨은 잠시 뿐, 화장지가 없었다. 읽고 있던 책(벨아미)을 찢어 쓸 수도 없는 법... 도움의 손길을 뻗을 상대마저도 없었다.

화장실 입구의 자판기, 그리고 고약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지키고 있던 매점...
불행하게도 내 지갑에는 달랑 오만원 권 지폐만 한 장만 있었다. 자판기는 말이 없었고 매점에선 곤란하다고 했다. 5만원 권 지폐로 닦을 수도 없는 이유는 경제성과 용량적인 측면을 비롯하여 최소한 열 가지도 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참아버렸다.
아닛, 그런데! 참을 수 있구나......
저주받은 곱창인줄 알았는데, 그냥 스트레스성 배탈이었단 말인가?
침으로 죽을 듯 괴로웠는데, 5만원 권 신사임당이 내게 큰 자제력을 선사한 하루였다.

5만원권이 차별받지 않는 그 날을 기대 하기엔 이 땅의 물가가 걱정되었다.


- 추석 연휴를 맞아 모두 다 퇴근한 사무실에서, 잡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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