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나의 한살매
백기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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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해이던가. 그 첫딸이 커갖고 모배울(대학) 선생을 하다가 알맥거리(노동운동)에 뛰어들고 그로 말미암아 전두환이 놈이 "잡으라"고 해서 냅다 달아나게 되었다.
마침 나도 '권양 성고문 진상폭로대회'를 이끌었다고 해서 날 잡으러 왔다. '어림없지'하고 냅다 달아나 떠돌던 어느 날, 강원도 어느 바닷가에 이르렀을 적이다. 깃줄대(전봇대)에 우리 첫 딸애의 곧울(사진)이 붙어 있질 않는가. '백원담이 보는대로 잡아들이라'는 으름장과 함께.
나는 북 하고 찢어 몰개(파도) 치는 바다에 던져버리며 갸의 어릴적을 떠올렸다. 아침마다 엄마 따라가겠다고 아무리 울어도 아니 안아주던 내가 이제는 갸의 곧울마저 바다에 던지다니, 갑자기 눈시울이 써물댔다(근질댔다).-188쪽

살아보니 생각은 고요한 척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조용할 수가 없더라. 날마다 썩어문드러진 톡(독) 꼬챙이가 덤터기처럼 날아드는데 어찌 가만히 앉았겠는가.
보라, 바다가 저리 일렁이는 건
밑물이 윗물을 뒤집는 물살이지
꺠비(신)의 노름(조화)이 아니고야
보라, 가랑닢들이 저리 곤두박질치는 건
물위에 떠있는 것들의 끝장이지
바다가 꺼지는 게 아니라니까-4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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