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학 콘서트 2 - 일본인들의 회계상식을 바꿔놓은 <회계학 콘서트> 실전응용편 회계학 콘서트
하야시 아쓰무 지음, 박종민 옮김, 반동현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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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만화로 먼저 봤다. 만화 버전은 주제가 주제인지라 생각하며 읽어야 하는 만화였기에 속독으로 가볍게 읽어 낼 수 없었다. 만화가 아닌 텍스트 버전의 이 책을 다시 읽는 것은 반대로 마치 만화를 보는 것처럼 술술 읽혔다. 만화에 비해 두께는 얇고 꽤 전문성 있는 편집이 덧보인다.

"회사를 파산 시킬 생각이세요?"로 시작되는 첫 문장은 만화 버전과 똑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일개 디자이너에서 갑작스럽게 대표이사에 취임한 유키가 아즈미 교수의 도움으로 기업을 정상화 시킨지 5년... 이젠 자리를 잡았을 법도 한데, 최고의 전산전문가와 고가의 ERP 시스템을 도입하고도 회사의 문제는 점점 커져만 간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유키는 그 어떤 일보다 아즈미의 가르침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가 머무는 방콕으로 달려 간다. 컨설턴트로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던 아즈미 교수로부터 6개월 가르침의 조건으로 예전처럼 식사와 와인의 분위기에서 관리 회계와 ERP의 깊은 연관성을 학습해 간다. 



※ 이 책의 만화 버전(위)과 비교한 96~97쪽 편집 상태

경리부장의 구태의연한 사고를 뛰어넘기 위해 회계학을 전공한 신입사원 기무라에게 특명을 내린 유키 사장은 그 결과에 대해 회계의 스승인 아즈미 교수와 분석을 한다. 결과는 매우 만족이다. 

새의 눈으로 거시적인 안목과 지나온 길을 돌아 보는 능력... 벌레의 관찰력으로 세세한 문제점을 분석해 가고... 물고기의 감각으로 시장의 흐름을 깨우쳐 가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ERP는 결국,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계획 도시 파리의 현장에서 배우고 깨닫게 되는 유키... 
원가에 대한 개념도 바꾸고, 진정한 문제에 대해 차곡차곡 가르침을 받으면서 당면한 회사의 문제가 그 책임이 전산담당자도 아닌 경리 담당자도 아닌 최고 경영자인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꺠우치게 된다. 그 모든 배움의 현장에는 와인이 함께 한다.



※ 이 책의 만화 버전(위)과 비교한 172~173쪽 편집 상태

가르침은 더 나아가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80대20의 법칙을 향한다.

"낭비가 많은 회사들 대부분 매출액의 80%가 20%의 단골거래처와 20%의 제품으로 이루어져 있어. 20%의 영업사원이 신규 거래처의 80%를 획득하고, 20%의 생산라인으로 전 제품의 80%를 생산하고 있어. 게다가 비용의 80%는 가치를 내지 못하는 80%의 활동에 사용되고 있지. 실제, 제대로 가치를 내고 있는 비용은 전체의 20%뿐. 직원도 제품도 기계설비도 쓸모없는 일에 쓰이고 있어. 그건 자원배분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생각한 만큼 성과가 오르지 못하고 있는 거야."


1편의 전어 초밥과 참다랑어 초밥의 이론은 더 확장되어 뷰티 사롱에서도 발견 된다.

"뷰티살롱의 이익이 천엔 헤어숍보다 적은 이유는 커트 시간이 긴 데에만 있는 게 아냐. … 즉 이렇게 차이가 나는 원인은 시간사용법이 다르기 때문이지. 뷰티살롱의 이익이 적은 이유는 매출에 직결되지 않는 쓸모없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란 거야." 
끝없는 꺠달음의 행진은 원가 관리의 개념을 재정립 하는데서 행복해 진다.

"이쯤에서 올바른 원가계산을 하는 목적을 정리하면… 우선 첫 번째 목적은 제품별 이익을 알기 위해!! 이것을 알면 어느 제품의 매출을 늘리면 회사 전체의 이익이 증가하는지 알 수 있어. 그리고 두 번째 목적은 원가가 높은 제품을 찾아내 그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원가를 낮추기 위한 행동(원가관리)을 하는 것이다!!!"


이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 책의 만화 버전(위)과 비교한 218~219쪽 편집 상태


영업 담당자의 책임 범위가 단순 매출이 아닌 재고 관리와 더불어 목표 공헌 이익을 달성할 의무...
제조 담당자는 QCD(Quality, Cost, Delivery)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확실한 책임 소재와 더불어 제조 손익에 대한 의무감을 갖도록 하는 것 등...

주식회사 한나를 모델로 한 회계학 콘서트 시즌 2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사업가는 필수, 관리자도 반드시 봐야할 것 같은 책...

만화는 만화대로, 텍스트 버전은 텍스트 버전대로 흥미롭게 잘 편집된 책이다. 만화 버전이 200원 비싸고 두툼하며, 일본만화답게 좌로부터 우로 페이지를 넘기는 특성인데, 읽는 이의 취향대로 어느 걸 골라 보더라도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업그레이드는 막아낼 수 없을 만큼 유익한 독서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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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아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3
기 드 모파상 지음, 송덕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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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벨아미!"
드 마렐 부인이 웃었다.
"어머나, 벨아미라고! 로린이 멋진 별명을 지어 드렸구나! 당신께 아주 잘 어울리는 별명이예요. 저도 앞으론 벨아미라고 부르겠어요."-123쪽

뒤루아는 옛날보다 훨씬 돈이 많이 필요한 만큼 가난의 고통을 한층 뼈저리게 느끼고 항상 이런 구차한 생활을 짜증스러워 했다. 그래서 사회 전체에 대한 분노가 마음 속에서 차츰 높아지고 온종일 끊임없는 격분이 하찮은 이유를 계기로 말끝마다 튀어나오는 것이었다.-137쪽

"뒤루아 씨, 저는 사랑에 빠진 남자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한답니다. 그런 사람은 바보가 되죠. 아니 바보일 뿐 아니라 위험한 사람이죠. 그래서 저는 저를 사랑하는 남자나,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과는 친근한 관계를 일체 끊고 말아요. 왜냐하면 우선은 귀찮고 또 언제 발작을 일으킬지 모를 미친개를 상대하는 것처럼 마음이 놓이질 않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남자를 멀리하면서 그 병이 낫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이걸 잊지 않도록 하세요. 전 잘 알아요. 남자들에게 연애는 식욕 같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제게는 반대로 일종의 뭐랄까······ 영혼의 일치같은 거예요. 남자들의 생각과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죠. 당신네들은 글자를 배열하는 것밖에는 모르지만, 전 그 정신을 알려고 해요. 그런데······ 제 얼굴을 똑바로 보세요······."-159쪽

"저어 뒤루아 씨, 전······ 벌써······ 당신이 말씀하신 것을 잘 생각해 보았어요. 그래서 대답을 들려드리지 않고 당신을 떠나 버리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좋다고 싫다고도 하지 않겠어요.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고 서로 더욱 잘 알도록 해요. 당신도 충분히 생각해 주세요. 너무 경솔하게 일시적 감정에 지배되어서는 안 돼요. 하지만 가엾은 샤를이 아직 무덤 속에 묻히기도 전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그런 말씀을 당신한테서 들은 이상 제가 어떤 여자인지 알고 계셔야 하기 때문이에요. (중략) 제 생각이 세상 보통 여자들의 생각과 전혀 다르다는 것은 잘 알아요. 하지만 저는 결코 이런 생각을 바꿀 맘은 없어요.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것뿐이에요."-256쪽

"좋아. 그럼 나도 이제부터 남들처럼 벨아미라고 부르겠네. 그런데 여보게, 굉장한 사건이 생겼네. 내각이 310표 대 102표로 쓰러졌네. 우리의 휴가는 연기일세. 무기한으로 연기야. 7월28일인데 말일세. 스페인이 모로코 문제로 몹시 분개해서 결국은 뒤랑 드 렌과 그 일당이 내팽개쳐진 셈이지. 뭐, 뒤죽박죽대혼란이야. 마로가 후계 내각을 조직할 것을 위촉 받았네. (중략) 각 장관들에게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 주는 간단명료한 원칙 선언을 말일세."-365쪽

문득 그는 드 마렐 부인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서로 주고받았던 키스며, 갖가지 애무와 그녀의 귀여운 행동이 떠올라 다시 한 번 그녀를 정부로 삼고 싶다는 돌연한 욕망이 끓어올랐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고 우아했는데 어린애처럼 눈을 굴이고 있었다. 조르주는 '역시 정부로선 나무랄 데 없는 여자야.'하고 생각했다.-5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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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거기에 있는 거야? - 작은 개미 노티스의 변화와 성장 이야기
후쿠시마 고세이 지음, 지희정 옮김 / 타고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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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준비되지 않은 미래가 두렵지 않은가?
이 도시에서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다 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하루도 떠나지 않는다.
평소에 열심히 저축 하면서 일거리가 없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일까?
가장이 혼자 벌어 4식구를 먹여 살리는 보편적인 가정 경제는 이제 전설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뭐 그다지 사치스럽게 살지 않는 사람도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이 도시 생활 속에서 노후를 위한 저축이 얼마나 실현 가능할까?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분 좋은 일이야. 마치 따뜻한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처럼 말이야. 누구라도 영원히 그런 상태로 있고 싶을거야.
하지만 따뜻한 물도 언젠가는 차갑게 식고 말아. 그러니까 기분 좋은 상태로 그 안에서 잠이 들어버린다면 그야말로 낭패지. 감기에 걸려버리고 말 테니까. (36쪽)


하지만,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는 법, 게으른 개미 노티스가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희망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다.

"이런 당했어! 기껏 꿀까지 나눠줬는데······. 다음에 만나면 혼쭐을 내주겠어!"
다른 사람을 믿은 자신이 바보였다.
자신이 원망스러워 눈물이 났다.
그러면서도 노티스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꿀을 숨겨둘 만한 상자를 찾아서 그 안에 꿀이 담긴 병을 넣은 다음 자물쇠로 담가두는 거야!"
그리고 또 다른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
"맞아! 숨겨두는 장소를 분산해두면 한꺼번에 도둑맞을 일이 없을 거야! 아! 그렇지! 아예 다른 곳에도 꿀을 숨겨둘 집을 만들면 좋겠다. 그러면 꿀도 훨씬 많이 저장할 수 있을 거야! 이젠 마음 놓고 빨간색 꽃에서 나는 꿀을 찾으러 다녀도 되겠어!"
(146쪽)


이기주의와 불신? 개인적으로는 배우고 싶은 점이 별로 없다.
작은 개미 노티스의 교훈은 1980년대 대한민국에 어울릴 것 같은 변화와 성장을 바탕으로 하거나, 신자유주의 경제 환경 속에서 생존자들만의 이기적인 생존법에 관한 이야기로 들려 온다. 저자는 자본주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시각으로 이 시대에 썩 어울리지 않는 교훈을 설계했다고 보여 진다. 아니면 아주 오래 전에 써진 책이거나...
이 험한 세상, 우리는 뭔가 대단한 각오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진리일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낙오자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게으름뱅이에 파렴치범으로 취급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아무런 대책 없이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는 각오를 한 번쯤 다지게 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딱 그 정도, 더 이상의 감동을 기대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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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어른을 위한 동화 17
이희정 글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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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표지 글이 땡겨 읽었다.



주인공인 분홍애벌레의 등장은 곧바로 안데르센의 미운오리새끼를 그대로 떠올렸고, 이야기는 단순한 상상력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림은 화사했으나 뻔하면서도 쉽게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 지루한 이야기 전개...

'발로 줄기를 붙잡고 내 몸을 꺼내자. 휴, 이제 허물을 다 벗었어. 몸이 물에 젖은 것처럼 축축해. 좀 말리고 싶은데. 쭈글쭈글하고 구겨진 날개, 내가 날 수 있을까? 날개 끝이 조금씩 펴지고 있는 것 같아. 아직 완전하게 펴지지 않았어. 그 동안 기다림을 견딜 수 있었던 건 현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인데······ 몸통이 퉁퉁 부어서 아직 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내가 정말 날 수 있을까? 무엇인가 따뜻한 기운이 내 몸에 와 닿는데 눈이 부셔 눈을 마주칠 수 없네. 아! 따뜻해.'
(59쪽, 분홍애벌레가가 분홍 나비가 되는 순간의 독백)


어른이 보기에도, 어린이가 보기에도 뭐 딱히 구분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작가의 의도는 너무도 단순한데 텍스트가 넘치도록 많은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지배했던 독서였다.

가격이야 저렴하지만, 책의 외양도 무가지나 월간지의 부록처럼 왜소해서 소장의 가치는 없어 보인다. 잘 다음어진 개정판 나올 수 있을까? 글은 보다 함축되고, 그림은 보다 여유롭게 조화를 이루는 그림책으로 기획되었다면 더 좋을 것 같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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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6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탄남자 2009-10-07 07:28   좋아요 0 | URL
제가 읽은 책 작가의 댓글은 심히 부담입니다.
저는 보통 사람들이 드라마 보듯이 거의 매일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뚜벅이 무면허족이다 보니 그날 그날의 독후감을 자유롭게 씁니다. 제 표현이 누군가의 눈을 의식하여 몸 사리게 된다면 글 쓰는게 신중할 수는 있겠지만 점점 글쓰기를 두려워할것이고 일반 독자들에게 조언도 못하는 다독가로 남겠지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 트러블메이커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제 독서의 경험이 혼자만의 자산으로 남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작가로서 너무 서평에 민감하시지 말기를 기원합니다. 저도 제 이름으로 된 11권의 IT 책을 집필한 필자로서 경험이 있는데 악담이 쏟아지는 서평을 몇 번 접해봤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천하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악평은 듣는데 일일이 대응하면 자신감만 떨어집니다. 부디 독자들의 서평에 너무 민감해 마시고, 묵묵하게 더 멋진 다음 책을 준비해 주십시오. 저는 님의 책에 악담을 퍼붓는 건 아니랍니다. 제 느낌을 숨김없이 드러냈을 뿐...
 
벨아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3
기 드 모파상 지음, 송덕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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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의 전성 시대에 의미심장한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 되었다.
못생기고 나이 먹은 남자들은 '잘생기면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는 여자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예쁘면 모든 걸 용서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아, 불혹을 앞 둔 나도 꽃미남 밝히는 아내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생긴 걸로는 단 한 번도  인정받지 못했던 지난 세월들... 나도 미남이었더라면 인생이 지금보다 확 폈을까?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문체부 장관 유인촌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복 받은 얼굴의 소유자인지 동의하지 않을 자 어디있을까? 21세기 대한민국에 꽃미남이 건재하 듯, 19세기 프랑스에는 수많은 벨아미들이 승승장구 하고 있었음을 '기 드 모파상'이 잘 그려내고 있다.

"어머! 벨아미!"
드 마렐 부인이 웃었다.
"어머나, 벨아미라고! 로린이 멋진 별명을 지어 드렸구나! 당신께 아주 잘 어울리는 별명이예요. 저도 앞으론 벨아미라고 부르겠어요." (123쪽)


문구회사 '모나미'를 먼저 떠올리게 했던 '벨아미(Bel-Ami)'는 '미남 친구'라는 의미의 불어이다. 뒤루아와 드 마렐 부인이 서로에게 밀착되어 가는 순간 도착한 로린의 한 마디로 그렇게 그의 별명은 벨아미가 되어버렸다.

뒤루아는 옛날보다 훨씬 돈이 많이 필요한 만큼 가난의 고통을 한층 뼈저리게 느끼고 항상 이런 구차한 생활을 짜증스러워 했다. 그래서 사회 전체에 대한 분노가 마음 속에서 차츰 높아지고 온종일 끊임없는 격분이 하찮은 이유를 계기로 말끝마다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137쪽) 

가난한 시골 농부의 잘 생긴 아들이 군대를 제대하고 별 볼일 없는 비정규직 직장을 잡고 서울 변두리 허름한 옥탑방에서 사글세를 살다가, 잘 나가는 군대 동기를 만났다고 상상해 보자. 이 소설은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바로 그렇게 시작된다. 친구 덕에 좋은 직장을 얻고 뒤를 봐주는 돈 많고 너그러운 부인과 사귀게 되었는데, 요새 말로 부인의 팻(?)이 되는 것이다. 변두리 옥탑방에서 부인의 도움으로 시내 중심가 원룸으로 옮겼다고 상상해보자. 수입도 늘고 제법 봐줄만한 귀부인과 질펀한 사랑을 나누며 신분이 상승한 느낌인데, 워낙 바탕이 없다보니 오히려 사회적 불만은 커져버린 것이다. 뒤루아가 바로 그랬다.

"뒤루아 씨, 저는 사랑에 빠진 남자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한답니다. 그런 사람은 바보가 되죠. 아니 바보일 뿐 아니라 위험한 사람이죠. 그래서 저는 저를 사랑하는 남자나,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과는 친근한 관계를 일체 끊고 말아요. 왜냐하면 우선은 귀찮고 또 언제 발작을 일으킬지 모를 미친개를 상대하는 것처럼 마음이 놓이질 않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남자를 멀리하면서 그 병이 낫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이걸 잊지 않도록 하세요. 전 잘 알아요. 남자들에게 연애는 식욕 같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제게는 반대로 일종의 뭐랄까······ 영혼의 일치같은 거예요. 남자들의 생각과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죠. 당신네들은 글자를 배열하는 것밖에는 모르지만, 전 그 정신을 알려고 해요. 그런데······ 제 얼굴을 똑바로 보세요······." (159쪽)

가련한 뒤루아, 제법 배가 따뜻하고 살만해지자 이제는 자신을 제법 살만하게 이끌어 준 친구 샤를의 아내까지 탐을 하기에 이르고 멋진 연기로 그녀를 유혹하기에 이른다. 돌아오는 대답은 매우 이성적이고 능수능란한 범접할 수 없는 음기였다. 그렇게 둘은 그냥 거리를 두고 좋은 친구로 남는데...

"저어 뒤루아 씨, 전······ 벌써······ 당신이 말씀하신 것을 잘 생각해 보았어요. 그래서 대답을 들려드리지 않고 당신을 떠나 버리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좋다고 싫다고도 하지 않겠어요.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고 서로 더욱 잘 알도록 해요. 당신도 충분히 생각해 주세요. 너무 경솔하게 일시적 감정에 지배되어서는 안 돼요. 하지만 가엾은 샤를이 아직 무덤 속에 묻히기도 전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그런 말씀을 당신한테서 들은 이상 제가 어떤 여자인지 알고 계셔야 하기 때문이에요. (중략) 제 생각이 세상 보통 여자들의 생각과 전혀 다르다는 것은 잘 알아요. 하지만 저는 결코 이런 생각을 바꿀 맘은 없어요.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것뿐이에요." (256쪽)

꽃미남 뒤루아에게는 모든 것이 뜻한 바대로 이루어진다. 친구이자 직장인 신문사의 상사였던 '샤를 포레스티에'가 병들어 세상을 떠나자 그의 빈자리가 또 하나의 기회가 되고 덮썩 물고 들어가는데, 나름대로 우아하고 능수능란한 여우의 기질을 타고난 듯 했던 그녀가 슬슬 넘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죽은 친구의 시신에서 수염이 자라는 것을 목격하는 바로 그 시점에서 주고받을 대화로 매우 부적절한 내용이지만 두 미남미녀의 가까운 미래는 충분히 그려진다.

이제는 이름도 보다 귀족적으로 조르주 뒤루아 드 캉텔로 개명 하고, 친구의 미망인 마들렌과 부부가 되어 더욱 더 승승장구 하게 되는데...

"좋아. 그럼 나도 이제부터 남들처럼 벨아미라고 부르겠네. 그런데 여보게, 굉장한 사건이 생겼네. 내각이 310표 대 102표로 쓰러졌네. 우리의 휴가는 연기일세. 무기한으로 연기야. 7월28일인데 말일세. 스페인이 모로코 문제로 몹시 분개해서 결국은 뒤랑 드 렌과 그 일당이 내팽개쳐진 셈이지. 뭐, 뒤죽박죽대혼란이야. 마로가 후계 내각을 조직할 것을 위촉 받았네. (중략) 각 장관들에게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 주는 간단명료한 원칙 선언을 말일세." (365쪽)

이제 변두리 촌놈이 아니라 중심부 인물이 되어 귀족들의 삶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는 우리의 벨아미... 예술을 사랑하지는 않으면서 유망한 젊은 화가들의 작품을 헐값에 사들여 그들이 유명해지기를 기다리는 투기꾼 왈테르 영감도 이젠 가면만 썼다 뿐이지. 다같이 속물 집단의 속물 친구가 되어 준다. 아, 참으로 눈부신 성장이다.

문득 그는 드 마렐 부인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서로 주고받았던 키스며, 갖가지 애무와 그녀의 귀여운 행동이 떠올라 다시 한 번 그녀를 정부로 삼고 싶다는 돌연한 욕망이 끓어올랐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고 우아했는데 어린애처럼 눈을 굴이고 있었다. 조르주는 '역시 정부로선 나무랄 데 없는 여자야.'하고 생각했다. (502쪽)

이제 모든 여인들의 뒤통수를 치고, 왈테르 영감의 뒤통수까지 치고도 그의 딸 쉬잔과 아름다운 축복의 결혼식을 올리는 순간에도 우리의 벨아미가 뇌까리는 속마음이다. 그리고 소설은 끝나가지만 분명히 그는 생각을 실천에 옮길 것이라 확신하며 책을 덮는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나게 하는 씁쓸한...
이 시대의 꽃미남들에게 더욱 더 자신감을 불어 넣어줄 모파상 특유의 냉소적 명작!
뭐 어떡하겠나? 못생긴 내 얼굴 조상 탓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이 다만 부러울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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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남자 2009-10-0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민음사세계문학전집 223권인데, 을유세계문학전집 223권이라고 소개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