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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7월
평점 :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책의 내용을 전달하기에 꼭 적합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은 저자가 불혹의 나이에 쓴 것을 감안한 출판사의 마케팅 수단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이 책의 특징이자 저자가 생각한 원래의 주제는 우리 민족 전생사로 풀어 보는 손자병법 해설 정도가 아니었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삼국시대에 여러 전투와 임진왜란에서 선조와 이순신의 갈등 등을 예로 든 것을 상상해 보면 읽기 전에도 그 기획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손자병법의 군형(軍形) 편의 '불가승자 수야 가승자 공야'(不可勝者 守也 可勝者 攻也; 이길 수 없다면 지켜야 한다. 공격은 이길 수 있을 때만 한다.)의 경우 간단한 해설문을 먼저 나열한다.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고전할 수 있었던 독산성(지금의 오산 세마대) 전투의 기록을 예문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독산성은 험한 바위산이라 물이 없는 허점이 왜군에 노출되었는데, 적이 잘 보이는 곳에서 말 등에 흰 쌀을 퍼붓고 솔가지로 등을 쓸어주는 것으로 마치 물이 풍요로워 말이 목욕을 할 정도라는 것으로 적이 물러가게 했다는 이야기를 붙여주는 것이 이 책의 내용 전개 방식이다. (93~96쪽 내용)
그렇다고 마냥 이 책이 옛날 전쟁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군쟁(軍爭) 편의 '이치대란 이정대화'(以治待亂 以靜待譁; 아군의 통제를 유지하면서 적의 무질서를 기다리고, 차분하게 적의 동요를 노리는 것)를 설명할 때는, 임진왜란 당시 굶주린 왜군을 썩은 물로 유도하여 죽일 정도의 청야전술의 성과를 나열하고, 곧바로 현대 사회로 돌아와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교훈을 주는 식이다.
인사이야기가 나오면 조직이 멈춰 선다. 누구나 인사가 예상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자신의 인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상사로 누가 올지, 부하로 누가 올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인사가 때를 놓치면 조직이 동요한다. 적의 개입 없이 스스로 무너지는 지름길이다. 인사는 전격적으로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조직이 흔들리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적은 알아서 무너진다. 지치고 주리고 어지럽게 해야 하는 상대는 적이다. 스스로 힘을 뺄 이유가 없다. (177쪽)
살수대첩이 나오고, 삼국지가 나오고, 한비자가 나오는 등 다양한 역사가 손자병법에 의해 재해석 되지만 일부 매끄럽게 설명하지는 못한 부분도 있다.
내가 읽은 것이 초판본이라서 곳곳에 오자와 시시한 예문도 없지 않았으나 그런 것은 개정판을 통해 다잡아 지리라 생각한다.
문맥을 외면하고 문구를 부각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며 최대한 원문을 따르는 구성으로 빛난다.
특별히 강한 임팩트는 없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 가면서 불필요한 싸움을 피해 가는 지혜를 생각하며 집필된 정성스런 책이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강한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자가 강하다.'는 비겁의 철학을 고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