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
조지프 E. 스티글리츠 지음, 홍민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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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때 03이 아저씨가 국제화라고 울부짖던 세계화...
지금껏 진행된 과정을 돌이켜 보면 모든 세계화는 악령과의 계약과 같다는 것이 조지프 스티글리치의 주장이다.
덧붙여 미국의 독립선언문에는 '모든 미국인들은 평등하다'고 쓰여있지 않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적혀 있는데, 모든 인간과 모든 미국인의 차이란 무엇일까? 내 눈에 매우 미국적인 미국인 조지프 스티글리치의 양심은 이 두툼한 책의 서문에 이런 명문장을 남겨 두었다. 

"불균형에 대해 그다지 큰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부(富)라는 것이 열심히 일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21쪽~22쪽)

나는 서점의 주요 매대나 거리에서 쉽게 접하는 책들의 제목만 봐도 현기증이 난다.
지금 우리가 이다지도 힘들게 살아가는 이유가 우리가 더 열심히 살지 않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는 듯한 경향이 너무 강해서 현기증이 난다. 물론 나태하고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이에게 부와 명예가 쉽게 따라 붙을 리 만무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어려움과 경제적 위기의 원인을 게으름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성실한 주변 몇 사람의 생활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분명히 잘못된 기준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 책이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는 아니 내가 읽었을 때는 이미 이 책이 예고하고 우려했던 극복 가능했을 문제들 마저도 2MB 체제의 대한민국에서 전혀 망설임 없이 현실화 되거나 더욱 강화되어 가고 있었다.

이런 류의 책들은 반드시 한 번씩 특허권에 대해서 짚고 넘어 가며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기존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고 새롭게 탄생한다. 최초란 무엇인가? 잘 알려진 아이디어에 작은 묘안 하나를 더하면 특허를 받는 현실... 누구를 위한 특허일까? 주변을 둘러 보자. 대개 특허는 지식의 보급 및 사용을 방해할 뿐이다. 기술 진보의 속도를 늦추고, 죽 쒀서 개주는 현상에 대해 변리사들의 입장을 들어 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WTO가 TRIPs 협정을 채택하는 과정을 볼 때 보통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무역의 협상안들은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과학발전을 도모하는 것도 아니고, 개발도상국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제약업 및 엔터테인먼트산업 들의 입장만 대변할 뿐이었다. 지금껏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당신은 이런 책을 반드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의 경우는 외국기업의 횡포에 맞서 밝은 미래를 약속하며 그 간에 열심히 일한만큼 보상을 받지 못한성장을 해도 개개인에게 돌아 오는 것이 없어 분노했던 국민들을 자국에 보다 이익이 되도록 재협상 하여 분노를 지지로 바꾼 성공적인 모델이다. 미국은 아니 미국의 탈을 쓴 권력자들은 늘 욕하겠지만 그는 이 암담한 세계화에 맞서 대안을 제시해 가는 실천가일 뿐이다.

애덤 스미스는 카르텔에 대한 우려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즐기기 위해서그리고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 할지라도 동일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함께 만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비밀리에 결탁 하거나 가격인상 계략을 짜내기 위해 대화하는 일은 가능하다."
와! 섬찟하다. 동네 슈퍼마켓에만 가도 충분히 짐작할만한 사실이지만 이토록 명확한 ... ^^;;

떠들면 무엇하랴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위해 저자가 아무리 고민을 해줘도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몇 마디 표현법을 익혔을 뿐 그냥 오래 전에 읽은 이리유카바 최의 '그림자 정부'시리즈를 한 번 더 읽고 싶어졌다. 세상은 넓고, 넓은만큼 별별 물방울이 다 모이는 세상...

아직도 충분히 유효하겠지만 내 눈엔 비참한 현실에 뒷북이나 치고 있는 책처럼 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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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남자 2009-04-02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84쪽13줄 : 집권히(X) -> 집권하여(O)

종이달 2021-08-25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