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아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3
기 드 모파상 지음, 송덕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장바구니담기


"어머! 벨아미!"
드 마렐 부인이 웃었다.
"어머나, 벨아미라고! 로린이 멋진 별명을 지어 드렸구나! 당신께 아주 잘 어울리는 별명이예요. 저도 앞으론 벨아미라고 부르겠어요."-123쪽

뒤루아는 옛날보다 훨씬 돈이 많이 필요한 만큼 가난의 고통을 한층 뼈저리게 느끼고 항상 이런 구차한 생활을 짜증스러워 했다. 그래서 사회 전체에 대한 분노가 마음 속에서 차츰 높아지고 온종일 끊임없는 격분이 하찮은 이유를 계기로 말끝마다 튀어나오는 것이었다.-137쪽

"뒤루아 씨, 저는 사랑에 빠진 남자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한답니다. 그런 사람은 바보가 되죠. 아니 바보일 뿐 아니라 위험한 사람이죠. 그래서 저는 저를 사랑하는 남자나,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과는 친근한 관계를 일체 끊고 말아요. 왜냐하면 우선은 귀찮고 또 언제 발작을 일으킬지 모를 미친개를 상대하는 것처럼 마음이 놓이질 않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남자를 멀리하면서 그 병이 낫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이걸 잊지 않도록 하세요. 전 잘 알아요. 남자들에게 연애는 식욕 같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제게는 반대로 일종의 뭐랄까······ 영혼의 일치같은 거예요. 남자들의 생각과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죠. 당신네들은 글자를 배열하는 것밖에는 모르지만, 전 그 정신을 알려고 해요. 그런데······ 제 얼굴을 똑바로 보세요······."-159쪽

"저어 뒤루아 씨, 전······ 벌써······ 당신이 말씀하신 것을 잘 생각해 보았어요. 그래서 대답을 들려드리지 않고 당신을 떠나 버리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좋다고 싫다고도 하지 않겠어요.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고 서로 더욱 잘 알도록 해요. 당신도 충분히 생각해 주세요. 너무 경솔하게 일시적 감정에 지배되어서는 안 돼요. 하지만 가엾은 샤를이 아직 무덤 속에 묻히기도 전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그런 말씀을 당신한테서 들은 이상 제가 어떤 여자인지 알고 계셔야 하기 때문이에요. (중략) 제 생각이 세상 보통 여자들의 생각과 전혀 다르다는 것은 잘 알아요. 하지만 저는 결코 이런 생각을 바꿀 맘은 없어요.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것뿐이에요."-256쪽

"좋아. 그럼 나도 이제부터 남들처럼 벨아미라고 부르겠네. 그런데 여보게, 굉장한 사건이 생겼네. 내각이 310표 대 102표로 쓰러졌네. 우리의 휴가는 연기일세. 무기한으로 연기야. 7월28일인데 말일세. 스페인이 모로코 문제로 몹시 분개해서 결국은 뒤랑 드 렌과 그 일당이 내팽개쳐진 셈이지. 뭐, 뒤죽박죽대혼란이야. 마로가 후계 내각을 조직할 것을 위촉 받았네. (중략) 각 장관들에게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 주는 간단명료한 원칙 선언을 말일세."-365쪽

문득 그는 드 마렐 부인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서로 주고받았던 키스며, 갖가지 애무와 그녀의 귀여운 행동이 떠올라 다시 한 번 그녀를 정부로 삼고 싶다는 돌연한 욕망이 끓어올랐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고 우아했는데 어린애처럼 눈을 굴이고 있었다. 조르주는 '역시 정부로선 나무랄 데 없는 여자야.'하고 생각했다.-50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