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펄 벅 지음, 정연희 옮김 / 길산 / 2009년 8월
절판


"거트루드 스타인(1874년생 미국 소설가)이야. 죽어가고 있을 때였지."
"아, 맞아. 내가 그걸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지? 정말 멋진 유언이었는데······ '답이 뭐죠?'라고 질문한 다음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 그럼 문제가 뭐였죠?'하고 물었지."-48쪽

"이곳에서 아이는 아버지의 책임입니다. 아버지가 없으면 혈통도 없는 셈입니다. 아예 없는 아이가 돼 버리지요. 학교도 갈 수 없고 취직도 못합니다. 아버지가 있어야 출생신고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한은, 그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혈통도 없고 뒷받침 해줄 사람도 없으니까요. 따라서 존재하지 않는 거지요."
로하의 마음속에 노여움이 일더니 점점 거세졌다.
"말도 안돼요. 그 아이는 태어났어요. 존재한다고요."
"법적으로는 아닙니다."-85쪽

"···(상략)··· 우리는 원래 군주국이었습니다. 일본이 나라를 삼키면서 그 군주정부가 무너졌고, 왕세자는 일본의 황녀와 결혼을 강요 당했죠. 그후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일본의 잔인한 군사 지배를 받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미국의 자문 밑에서 우리로서는 잘 모르는 정부, 우리 근원에서 태동하지 않은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려고 애 쓰는 중이고요. 지금 우리는, 야심가들 사이에서 심한 알력이 작용하고 잇고, 군대들은 저마다 자기편을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평화는 멀고 먼 이야기입니다. 청년들은 반체제적인데, 특히 일본과의 무역협정 다음부터 더 심해졌습니다. 그들은 북한의 공산주의 선전에 혹해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국가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24쪽

어느 날은 사람 많은 길에서 고지식한 노인 하나가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이 튀기들 말이야! 없애버릴 방도가 없으면 물속에라도 쳐넣어야지!"
김 크리스토퍼는 학교에도 갈 수 없었고, 가더라도 아이들한테 비웃음과 손가락질만 당할 게 뻔했다.
"아버지가 미국인, 엄마는 창녀래."
아이들은 이렇게 놀려댔고, 실제로는 눈이 동그랗지도 코가 크지도 않은데 그를 '왕눈이'나 '코쟁이'라고 불렀다. 김 크리스토퍼는 기억할 수 있는 생의 첫 순간부터, 이미 이 나라에는 자기가 발붙일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144쪽

"당신이 애초에 아이를 찾으러 한국에 간 이유 때문이야. 나는 내 의무를 알고 있어. 내가 그 애 아버지라는 걸 인정한다고······. 그 아이에 대한 의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그 의무가, 내 인생 전부를, 내 모든 야망을, 그 다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고는 생각지 않아. 지금은 한 사람만 생각할 수 없어. 그 애가 당신과 내 아이라 해도 마찬가지야. 당신은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있어."-180쪽

"그래. 그 아이는 당신하고 너무 많이 닮았어. 그리고 조만간 우리의 진실이 밝혀질 거야. 그렇게 될 거고, 그렇게 돼야 해."
"나중에 우리가 선거에서 승리한 다음에ㅡ."-219쪽

"친애하는 여러분, 이 아이가 제 아들- 우리 아들입니다. 아내도 이 모든 일을 저와 함께 해주었으니까요. 아내가 한국으로 가서 우리 아들 크리스토퍼를 다시 데려왔습니다. 이 아이의 목소리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크리스토퍼가 여러분께 노래를 불러드릴 겁니다. 크리스토퍼, 노래 한 곡 불러다오!"-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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