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밑둥의 검정 개미들은 벌어진 앵두 속에 돌멩이들과 잔가지들을 쑤셔 넣으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앵두의 수분이 날아갈까봐 혹은 더운 날씨에 상할까봐, 저장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서?
앵두를 발견한 새들이 날아와 앵두를 집어 먹다가 자신들이 공 들여 만든 집터가 망가질까봐 염려스러워서?
인간은, 마음 속의 앵두가 찢어졌을 때 -
못본 척 외면하기도 하고,
원형을 유지해보려고 다른 것으로 그 안을 꾸역꾸역 메꾸기도 하고,
때로는 상처가 난 앵두를 통째로 무의식 속에 버려버리기도 하고,
전혀 다른 열매를 가져다가 '넌 원래 앵두가 아니었어, 봐봐. 넌 이 열매야'하고 우기기도 하는 거야.
이건 썩지도 않아.
계속 남아 있는 거지.
결국은 용기를 내어,
어느 날,
찢어진 앵두를 꺼내놓고 마주봐야 해.
찢어지고 벌어진 앵두 속을 엉뚱한 것들로 채워봤자, 소용 없다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스스로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 까지 -
인간도 벌어진 앵두 속을 계속 무언가로 채우고 살아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