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옥외 테라스에 나갈 때, 내가 먼저 실내 슬리퍼를 벗고 실외 슬리퍼를 신은 채
뒤따라오는 친구에게 장난을 치려고 친구의 실외 슬리퍼를 슬쩍 집어들고 밖으로 나가며
"히히힛~"
하고 웃었다. 그런데 친구도 똑같은 웃음소리로,
"히히힛~"
하고 웃으며 그냥 따라나오는 거 아닌가.
봤더니, 아,놔! 내 실내 슬리퍼를 신고 나오더라는.. -_-
나는 그를 막아서고,
"아악~! 안돼! 뭐야, 나오지마~!"
하고 비명을 지르며 고히 그의 실외 슬리퍼를 반납했다. 제길, 요즘 들어 나를 응대하는 내공이
높아지고 있는 친구다. (예전에, 학습능력 zero라고 했던 악담은 취소다..;;)
한참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늘 그렇듯 나는 장난스럽게,
"내가 안마해줄게~"
하면서 그의 등짝이고 옆구리고 팔이고 나는 주먹으로 퍽퍽퍽 때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맞기만 하던 친구가 요즘은 나한테도 똑같이 한다. ㅡ.,ㅡ
그럴 때면, 난
"어~ 시원하다~"
라고 대사를 읊어줘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맥이 풀려서 바로 그만두기 때문.
시원하기는 개뿔, 어쩔 땐 아프다. 그래서 일부러 시원하다고 한다. 캬하하하핫.
(아, 친구가 이 페이퍼 보면 안 되는데...-_-;)
친구가 나한테 응대한답시고 커피를 입에 한 모금(이 아니라 대빵 많이) 머금고선
내가 때리면 뿜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상체를 오뚜기 마냥 옆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흥, 그러면 요렇게~ 요렇게~ 피하면 되지~"
"음~음.음.음!"
까하하하핫, 입은 한 개고 커피는 가득 담겨져 있어서 말은 못 하고 저런다.
그런데, 아..이런 제길, 진짜로 뿜었다.
난 뒤로 도망가며
"더러워! 아- 더러워-!! 저리 가!"
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ㅡ.,ㅡ 이 날은 연속 2패다...쓰읍...
우린 이렇게 유치찬란짬뽕으로 논다. 단, 둘이 있을 때만...( -_-);
자, 본론으로 들어가서(오늘은 초장부터 샛길로 엄청 빠져주셨다..;;),
문제의 그 Mr.G가 얼마전 저녁, 내가 담배 피고 있을 때 찾아왔다.
나를 보자마자,
"Ah....! (2초 뒤) SHIN.."
이 뚱땡이 아저씨가...ㅡ.,ㅡ 분명히 처음 발음한 '아'라는 것은 또 나를 '아줌마'라고
부를려던게 틀림없다! 그리고 나서 급 수정인줄 내가 모를 것 같냐! (빠직)
장담하건데, 이 사람은 'Hey'나 'Excuse me'를 '아줌마'로 배운 것이다. 그래...그럴 것이다.
도대체 어떤 놈이냐, 누가 가르쳤냐? 응?
22살 때, 웬 꼬맹이한테서 '아저씨'라고 들은 것 보다 더 기분 나쁘다.
어쨌거나 나는 쿨~한 사람이므로, 늦은 저녁의 어둠에 내 살벌한 얼굴 표정을 가린 채 지그시
쳐다보았다. 오늘은 뭔데? 왜?
"Wash machine, somebody waiting, my clothes.."
니기...도대체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임? -_- 아, 나한테는 '미쿡 시민권자'라고 당당히 패스뽀뜨를
보여줘놓고 영어는 왜 고따구임? 가끔...나는 이 사람이 뭔 소리 하는지 못 알아먹을 때가 있다.
외모는...거무잡잡한게 아마도 중동이나 지중해쪽 어디인가 보다. 그러니까 'ㅇㅇㅇ계 미국인' 이런..
그러니까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발음과 제멋대로 영어를 쓰시면 안 그래도
귀가 어두운 나는 상당히 난감하시거든. 하여간 대충 듣고 보니까, 상황은 이렇다.
'내가 세탁기를 돌렸는데, 계속 돌아간다. 그런데 내 뒤에 다른 사람이 세탁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예의 그 멀티플레이어를 자랑하는 곳에 행차하여, 문제의 세탁기를 보았다.
아,놔, 처음에 내가 설명해줬건만. 그 때 건성으로 듣더니만.
다이얼을 2시간 넘게 돌아가는 세탁 버젼으로 하고 있으니까 하염없이 돌아가지요. ㅡ.,ㅡ
(나 역시 세탁기 돌리는 법을 작년에 처음 배운 주제에,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모른다고 큰 소리는,ㅋㅋ)
나는 그에게 다시 설명을 해주고, 최단 시간인 '40분' 세팅으로 돌려주었다.
하지만 세탁기님은 항상 추가로 10분 더 서비스 해주시는 능력을 발휘하므로 나는 '4-50분 걸린다'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에게,
"You forgot it~"
하고 핀잔을 주었는데, 그는 그저 쾌활하게 하하하 하고 웃기만 한다.
웃지마, 정들어. -_- 그 며칠 전에는, 세재를 (그것도 드럼세탁기에 일반 가루 세제를) 이빠이 집어넣는 걸
목격하고는 내가 기겁을 해서,
"It's too much~!"
하고 외쳤더니, '셔츠 목 칼라가 때가 안 빠져서'라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그건 손빨래 해야지요! (내가 경험해서 안다. 나도 몇 번이나 와이셔츠를 세탁기에 넣었다가 다시 빤 적이..;;)
항상 집에서는 내가 세탁이고 청소고 할 필요가 없었기에, 팔자에도 없는 임시 독립(?)을 하는 바람에
나는 어느새 생활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ㅡ_ㅡ 훗. (난 이제 세탁기에 섬유유연제 넣는 법도 안다.힛)
그는 나의 반대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세제를 다시 숟가락으로 퍼담았는데, 나중에 보니 역시나 때가 안 빠졌다.
그런데 그 날 내내 그는 날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이런,니미.... 그럼, 어쩌라고!
그렇게 가루 세제를 많이 넣으면 물이 역류해서 난리가 나는걸. 드럼용 액체 세재를 사시던가.
그 일로 삐져있던 그가 친구와 장난치던 날에는, 나에게 다시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그러니까 내가 테라스에서 혼자 담배 피고 있을 때, 자신의 자전거를 꺼내면서,
'친구를 만나러 간다. 근처에 와 있다'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그 사근사근한 대화에 달랑,
"Friend~"
하는 단말만 넘겨주었다. 왜냐하면...긍께, 친구 만나러 가는 걸 왜 나한테 보고하냐고...-_-
나는 딱히 할 말이 없는디.. 에휴, 걱정이다.
지난 번에도 어느 회사랑 통화할 때 한국말이 안 되서 나를 바꿔 주었는데, 이제 나 여기 나가고 나면
혼자 어찌 지내려고. 열정적인 친구 덕에 새로 산 회사 건물로 옮겨 ... 6월부터 난 빡세게 일해야 하는..
타지 생활은 누구에게나 외롭고 힘들다.
내가 해줄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잘해주고 싶지만, 내가 원래 무뚝뚝한 놈이라...Sorry올시다..
I don't konw, what can I do for you~
그런데, 한국 표현 '잘 갔다오라'는 걸 어떻게 영어로 하더라?
자전거를 타고 외출하려는 그에게 그런 사근한 인삿말 정도는 해주고 싶었는데, 아 도무지 모르겠는걸.
이럴 땐, 일본이 한국과 비슷해서 편하다. 일본은 같은 표현이 있는데...(긁적)
아아, 안 쓰니까, 자꾸 머리에서 영어랑 일어가 쑥쑥 빠져나간다...한국어는 기똥차게 느는데.
예전과 달리 요즘은 한국어 잘 한다고 칭찬해주는 놈도 없고...씁...-_-